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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35화 (35/250)

Chapter 35 - 작은 그림자

기사학부 생도들의 불만이 가장 크다는 '실전 1' 수업이 시작되었다.

"다수를 상대하는 훈련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때까지 교관이 말해왔던 사항을 보완했는지 간단하게 보겠다."

생도들은 예전처럼 수군거리거나 웅성거리지는 않았지만 동요하고 있는 인원들은 확실하게 있었다.

"저번과 같은 방식으로 기사학부 한 명 검술학부 한 명 교차로 진행할 거다. 아픈 곳이 조금이라도 생긴다면 참지 말고 무조건 사제님들에게 가도록. 알겠나?"

""""알겠습니다!!!""""

"바로 시작한다. 첫 번째 나와라."

-

난 이미 이 수업의 성과를 체감하고 있다.

생도들 대부분이 나를 한번 때리거나 찔러보려고 악에 받쳐서 무기를 휘두른다.

발뒤꿈치를 사용해 발등이나 고간을 부수려 하고 뒷주머니에 모래 한 줌을 챙겨뒀다가 뿌리기도 한다.

'이 정도는 해야 실전 초입이지.'

짧은 시간에 이 정도 해줬으면 나는 아카데미 교관의 역할을 충실히 한 게 아닐까.

"쿠엑-!"

단단한 폼멜에 배를 맞은 생도가 그대로 쓰러졌다.

"교관이 충고한 점을 개선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군. 그래도 붙어서 눈에 침을 뱉어 보는 의외성은 나쁘지 않았다. 맞았다면 확실히 성과가 있었겠지."

나는 배를 부여잡고 바닥을 기는 생도를 보며 생각나는 점을 말했다.

"아 - 저번과 달리 무기를 놓치지 않은 점도 칭찬해 주지. 옮겨라."

생도 몇 명이 나와서 그를 끌고 사제에게 향한다.

끌려가면서도 나를 노려보는 눈에 진득한 독기가 서려있는 게 성장이 기대된다.

"다음-"

*****

이 세상은 전생과 달리 숨만 쉬어도 자신이 좋다고 다가오는 여성이 있었다.

오히려 많았지.

많은 욕망과 유혹이 있었지만 로버트는 아직 동정이다.

리케만을 보고 있어서?

그것도 틀린 이유는 아니지만.

로버트가 다른 여자와 정사를 나누지 않고 버텨낸 제일 큰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어필하고 시도하면 분명 끝까지 할 수 있는 상대가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 무서운건 그들도 주판을 튕길줄 아는 귀족가의 영애라는 점이다.

그녀들은 혼담에서 언급되는 순결함의 가치를 알고있다.

지금은 자신의 말에 껌뻑 죽어도 한번 정을 나누는 순간 어떻게 변모할지 모른다.

'실제로 다른 학부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지···추락은 정말 한 순간이다. 조심해야해.'

원하는걸 안해줬다고 그 영애처럼 자신을 이상한 성벽이 있는 인물이라 소문을 낸다거나.

상대도 강성한 귀족이라면 '여성편력' 같은 말이 나오기 전에 책임을 져야 할 확률이 다분하다.

'지금은 상처받은 한 여자에게 집중하자!'

이상적인건 옛날에 맺은 약혼을 내 고집으로 이어갔다는 순애보를 보이며 처를 만든 뒤 첩을 들이는것.

바람기나 여성편력이 있다는 잡음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

"···로버트 볼트 입니다."

로버트는 전과 달리 직선으로 달려들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오늘은 저 얼굴에 기필코 한대 맞추고 말겠노라 다짐하니 조금은 냉정해진다.

한국과 달리 사람을 죽이는 무력조차 매력이 되어 이성에게 어필이 되는 세상!

'외모와 스킬조차 안먹히는 리케가 진정 원하는건 자신을 지켜줄 듬직한 남자 아닐까···.'

이때까지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유효타를 자신이 해내고 말겠다.

"안들어오나? 내가 가줘야겠군."

교관이 보급형 롱소드를 어깨에 올리고 불량한 자세로 들고 다가온다.

자신은 자세를 잡고있고 교관은 어깨에 검을 덜렁거리며 걸치고 있다.

준비조차 되지않은 엉성한 자세보다 분명 자신이 빨라야한다.

'···지금!'

쨍-!

로버트가 찌른 검이 로만의 롱소드에 가볍게 막혔다.

"그렇게 내 어깨만 보고 있으면 맹인도 시선을 알아차릴거다."

"큭···!"

로만이 한손으로 검을 누르며 밀어붙이니 로버트가 속절없이 밀려났다.

'내가···힘에서 밀린다고? 그것도 한 손에?'

저번처럼 순수하게 검법으로 두들겨 맞는 것과는 달랐다.

로버트의 몸은 그야말로 축복받은 신체. 그렇기에 이 상황이 더 충격적이고 어이가 없었다.

교관은 몸을 붙여서 미는 것도 아니고 손목만으로 꾹 누르며 자신을 밀어내고 있다.

카가각-!!

날붙이가 비벼지며 격한 소음을 낸다.

"크아아아!!!"

순수한 근력으로 이렇게 어이없이 밀리는 건 처음이다.

다리와 허리에 힘을 빡 주고 기합까지 지르며 버티려 해도 뒷걸음질이 멈추지 않는다.

"근력이 밀리는 걸 알면서 힘을 흘릴 생각도 안 하나? 한쪽 방향으로만 밀어줘도 알아차리지 못하는군."

텅!

밀리고 밀리다 로버트의 등이 체육관 벽에 닿았다.

"다리."

로만이 굳어있는 로버트의 오금을 걷어차니 로버트가 넘어지며 바닥을 굴렀다.

쿵-!

"헉!"

머리부터 착지한 로버트가 잠깐 정전됐던 세상에서 번쩍 눈을 떴다.

마나가 없는 일반인이었다면 아찔했던 상황.

"로버트 생도는 검이 아니라 낙법부터 제대로 익히는 게 좋겠어."

"····"

까드득-

바닥에 엎드린 로버트가 이를 갈며 검 끝을 슬쩍 돌려 로만에게 겨눴다.

-

볼트 후작가에는 칼밥 좀 먹었다는 기사들이 많다.

하지만 로버트 볼트를 가르칠 인물은 없었다.

로버트 볼트의 스킬을 견뎌낸 자가 없기 때문.

그는 자신보다 강한 자가 아니면 배우지 않겠다는 아집이 있었다.

새벽부터 구보를 하는 기사들 보다 자신은 누워만 있어도 체력이 좋았고.

쉬는 날도 근력운동을 하는 부지런한 인간들 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신의 근력이 훨씬 강했다.

한국에서도 존재했던 현실적인 단련은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보다 로버트가 관심을 가진 것은 자신의 스킬.

'하나를 깊이 파서 완전히 이해하면 최고가 될 수 있을 거다···.'

그렇게 알아낸 이 스킬의 진정한 힘은···인간의 인지를 넘어선 속도!

이건 반평생 전선에서 살아온 기사들도 피하지 못했다.

[ 광명 ]

파괴력을 줄이기 위해 마나를 최소한으로 해도 투사체의 속도는 같다.

로버트가 검 끝으로 빛을 쏘아낸다.

핑-!

쏘아내는 순간 미래라도 본 듯 로만이 고개를 꺾어 피해낸다.

'아,안맞았다고···?!'

콰직!

*****

쩌억-!

로버트의 얼굴에 붙은 부츠를 때내자 밑창에 핏물이 쩍 붙어 나온다.

'이 새끼 예상보다 정도가 심한데?'

솔직히 혼란스럽다.

로버트가 나오자마자 개발자를 욕 먹이게 하는 이고깽식 선택지가 많이 있었지만.

그 장르도 한 시대를 풍미한 분명한 인기상품이었다.

그렇기에 좋게 보면 눈치 없는 등신 정도로 끝날 선택지들도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 로버트는 근본적인 틀을 벗어난 느낌이다.

좀 맞았다고 발광하며 스킬을 사용할 줄이야.

게임이라는 고정된 선택지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영혼들은 역시 예측이 힘들다.

"내가 다시 말하지만 스킬을 사용하는 건 금지다. 치워라."

얼굴을 밟혀 기절한 로버트를 무시하고 난 체육관 중앙으로 돌아왔다.

"다음-"

"리케입니다."

검을 버리고 길쭉한 강철봉을 든 리케가 기다렸다는 듯 나왔다.

대낫이 보급형 무기에 있을 리가 없으니 저걸 차선책으로 택한 듯하다.

"날이 있다고 생각하고 사용해라. 그에 맞게 대처해 줄 테니."

리케는 내 말을 바로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자세를 잡았다.

'에녹 스카디를 생각하면 당분간 검으로만 상대해 주는 게 좋겠어.'

훈련과 단련에 있어서는 관계를 잊고 진지하게 행해야 한다.

리케도 그걸 누구보다 잘 납득하고 있기에 표정에 웃음기가 없고 진지하다.

'무기에서 얻은 건 그냥 낫 마스터리인가? 대낫이 아닌 봉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주려나.'

저 경우는 나도 본 적이 없으니 예측이 불가하다.

자색 안광을 빛내며 리케가 기세를 매섭게 풍겨온다.

"들어와라."

*****

챙! 카앙-!!

단단한 금속들이 서로 부딪히며 체육관에 소리를 가득 채운다.

-와아···

-뭐야 도대체··

-원래 검을 쓰지 않았나?

생도 사이에서 숨길 수 없는 감탄이 터져 나온다.

클로에 드리트나도 구석에서 입을 떡 벌리고 그 상황을 보고 있다.

'···왜 저번엔 검을 쓴 거지?'

흔히 천재의 행동은 범인이 이해할 수 없다는 그 주장인가?

이때까지 봉술을 잠시 숨긴 거라면 손가락이 부러지면서 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때 엉망이었던 신체강화도 자리를 잡은 상태고 몸을 움직이는 게 말도 안 되게 빨라졌다.

짧은 사이에 그만큼 성장했다는 것보다는 숨겼다는 게 현실적이다.

'저 여자도 천재라 불리겠지···?'

무표정하게 봉을 휘두르는 그녀의 얼굴에서 은은한 즐거움이 느껴진다.

강철봉을 마치 자신의 수족처럼 다루며 비범한 숙련도를 보인다.

봉술이라기엔 가끔 이해하기 어려운 동작이 있지만 괴물끼리는 통하는지 교관은 그것조차 깔끔하게 받아준다.

쨍-! 카가강!!

"완전히 붙어 있을 때 팔꿈치나 다리를 쓰는 법을 체계적으로 배울 필요가 있겠어."

"손가락은 정말 마지막 보루다. 부러지면 원심력 운용에 장애가 생기니."

교관은 파도처럼 밀려오는 연격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모두 처냈다.

거기에 높낮이 없는 어조로 조언까지 하고 있다는 건 지금도 너무 여유롭다는 뜻.

무도 관련 교관들이 그렇지만.

생도 수준을 여유롭게 상대할 만한 사람은 제국에 제법 있다.

그렇기에 이번 교관님도 자신보다 강한 게 당연했고 생도를 제압하는 게 당연해 보였었다.

그때와 달리 이제는 좀 시선이 트인다.

'저 정도로 강하면 어떤 느낌일까···.'

클로에의 인생은 양자택일이었다.

신부 수업을 받아 드리트나의 경제적 도움이 될 것인지.

언니처럼 기사로서 가문의 명예를 드높일 것인지.

결국 영지에 틀어박혀 기사를 목표로 교육받으며 지내왔기에 모험가에 아예 관심을 돌릴 틈이 없었다.

다들 놀랍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백금이라는 칭호가 대단하긴 해도 그리 크게 와닿지 않았던 게 현실.

본실력을 볼 방법도 없으니 가늠조차 안되고.

하지만.

'언니가 실력이 좋다고 인정하는 남자.'

그만큼 드문 일이었다.

언니는 어깨가 무거운 입장이라 누구를 평가하는 일이 없었으니.

세상에 눈을 돌리지 않았던 자신도 저 교관님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조금씩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자신이라면? 언니라면 그때 어땠을까?

이전 대련에서 로버트가 불시에 쏘아낸 빛.

그걸 코 앞에서 피해 내는 건 쏜다는 걸 알아도 자신은 불가능해 보였다.

투사체는 기본적으로 정면이 아닌 측면에서 보면 형체를 쉽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로버트가 분출한 것은 옆쪽에 있는 자신에게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언니도 저 교관님처럼 우습게 피하겠지···?'

탕-!

봉이 생도의 손을 떠나 허공을 비행하다 떨어졌다.

"치료받아라. 다음."

교관님의 시선이 나를 향한다.

'진짜 싫어···.'

하필 저런 월등한 생도의 뒤라니.

천재의 그림자에 눌리는 건 이제 정말 지긋지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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