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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34화 (34/250)

Chapter 34 - 잡히지 않는 그녀

아카데미가 끝나고 세리아는 언니를 만나러 간다며 바람처럼 사라졌고 리케는 그대로 기숙사로 향했다.

'내일이 오빠 수업이지···.'

그녀는 아침에 집을 나올때 부터 생긴 자신의 변화에 놀라고 있다.

연인이 눈에 안 보이는 것 만으로 정신이 차갑게 가라앉는다.

오빠가 보기에 헤프지 않을까?

그런 걱정이 들 정도로 쉽게 올라가던 입꼬리가 움직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예전과 같은 우울한 감정은 없다.

오빠가 있는 집에 돌아가는 시간이 기대되니깐.

'돌아갈 장소가 있다는게 이런 거구나.'

기숙사에 있는 어머니의 책 그리고 오빠에게 선물 받은 쿠키통.

속옷과 옷가지 몇 개만 챙겨 방을 나왔다.

-

"잠시만요. 스카디 생도."

기숙사를 나서려는데 관리실 문이 열리며 중년의 여성이 다가왔다.

처음 기숙사에 들어왔을때 안내를 해준 아카데미 직원이었다.

스카디라는 이름을 정정하려다 말이 길어질 것 같은 예감에 리케는 용건만 듣기로 했다.

"예."

"···오전에 스카디 후작가에서 온 가신이 다녀갔습니다."

그녀는 상당히 심각해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리케는 예상한 일이었다.

스카디 후작은 이런 쪽으로 움직임이 빠를거라 예상 했으니.

"그렇군요."

"아카데미 기숙사와 식사 비용이 환불 되었습니다···일단 한 학기는 시작이 되었기에 환불이 불가하여 이용이 가능하지만···"

결론은 이번 학기가 끝나면 기숙사와 식당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비용이 적지는 않으니 가문의 도움이 아니면 사회경험이 없다시피한 생도가 지불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금액이다.

'유치해···.'

듣고있으니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빠가 없었어도 지금 상황이면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며 굶었으면 굶었지.

그녀가 절대 고개 숙이고 돌아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해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랍니다."

리케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발을 움직여 기숙사에서 나왔다.

'오빠 보고싶네.'

리케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

쿠당탕-!

문이 강하게 열리며 리케가 집으로 뛰어들어왔다.

들고온 짐을 바닥에 두고 나에게 달려온다.

"오빠!"

빠르게 다가온 그녀가 마나가 없는 사람이면 으스러질 정도로 강한 힘으로 나를 껴안는다.

이럴때 내가 할 일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엉덩이나 두들겨 주는거다.

"어서와. 수업 듣느라 고생했어."

"스읍- 하··· 고생했으니 더 쓰다듬어줘."

-

정리라 하기도 민망한 짐을 정리한 뒤 리케와 앉아서 토납법을 하고 해가 지면 저녁을 먹는다.

타오르는 욕망에 이끌려 격렬한 정사를 끝낸 우리는 침실에 누워 하루를 마무리 하는 여유를 만끽하였다.

"··ㅡ 그래서 내일 수업이 끝나면 의뢰로 잠시 다녀오려고. 최대한 빨리 끝낼게."

몸을 섞느라 조금 말하는게 늦었지만 내가 자리를 비우는건 그녀도 당연히 알고있어야 할 사항이다.

이번 기회에 도바트로 늪고래가 당도하기 전에 비어있던 히든 피스까지 보고 올 예정이라.

여유있게 내일 수업이 끝나고 저녁쯤 출발 하는걸 생각하고 있었다.

"···다치지만 마. 기다리고 있을게."

"노력할게."

"오빠. 나 혼자 두면 안된다는거 기억하지?"

"당연하지."

그녀가 두려워 하는건 내가 죽거나 사라져 다시 혼자가 되는 것.

리케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아쉬움 등 여러가지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그녀를 더 강하게 안아주며 물었다.

"아카데미 수업은 따라갈만 해?"

"흐응···역사 같은 암기 과목은 너무 빼먹어서 힘들어···그래도 열심히 해야지."

"열심히 하고 있으면 내가 선물도 사올게."

"···알겠어."

걱정과 불안에 아직 완전하게 기운을 못차린 그녀지만.

나 또한 마찬가지.

그녀를 혼자 두고가는 것에 불안감은 있다.

"마당에서 바람 좀 쐴까?"

나는 이불로 몸을 가리고 있던 리케에게 내 옷을 입히고 마당으로 나왔다.

내 불안을 조금이라도 지우기 위해서는 리케의 성장이 필수적이다.

혹여 내가 없는 상황에도 무력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대처할 수 있게.

나는 인벤토리에서 주기적으로 확인 하던 아이템을 꺼냈다.

그로토의 사역마가 소멸하며 남긴 검은 구슬.

이제 흑마법의 잔재가 완전히 빠져 하얀색으로 변해있다.

"손"

"손!"

내가 말하자 그녀가 내게 손을 건냈다.

아직도 끼고 있는 일회용 각인 반지가 보인다.

나는 구슬을 그녀의 손바닥 위에 올리고 내 손으로 그걸 덮었다.

"같이 마나를 흘려서 깨트리는거야. 할 수 있지?"

"알겠어."

리케는 내 말에 어떤 의구심도 가지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이 밝게 빛나며 나를 주시한다.

'장하네-'

내 마나가 움직이는걸 보려는 노력이 가상하다.

저렇게 노력하다 보면 저 눈은 쓸 곳이 무궁무진 해진다.

쩌적-

팡-!!

새하얀 구슬이 우리의 마나를 버티지 못하고 갈라지더니 금세 터져나갔다.

안에 갇혀있던 것들.

제물로 사용되었던 영혼들이 풀려나며 눈으로 셀 수 없는 양의 빛줄기가 하늘로 올라간다.

사아아아ㅡ

"와아-!!"

리케가 그 현상을 보고 어린아이 같은 감탄을 토했다.

아름다운 그림인건 분명하지만 나는 그 양에 조금 놀라고 있다.

흑마법사를 한두번 잡은게 아닌데 이런 용량은 처음이었다.

생각했던 양의 두배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얼마나 사람을 갈아 넣은건지···.'

흑마법사 중에서도 특별한 녀석들에게만 드랍 되는 물건이라 반복 업적 중에서도 영혼의 해방은 성장 효율이 좋다.

[ 신체능력이 상승합니다. ]

마나의 총량도 늘어났다.

완전 준비까지 기다려준 보람이 있는 녀석이었다.

'이정도 양이라면···.'

반으로 나눴어도 나에게도 유의미하고 리케에게는 제법 큰 영향력을 줄 것이다.

리케도 자신의 변화를 알아차린건지 놀란 눈으로 자신의 몸을 관조하고 있다.

*****

로버트는 리케의 충격발언 이후 곧바로 가문으로 연락을 취했다.

이야기를 들은 가문의 어른들도 리케의 발언에 놀란건지 확인 해보겠다고 하더니 시간이 지나 다시 연락이 왔다.

( 사소한 트러블이 있는듯 하더구나. 스카디 후작의 말로는 금방 돌아올 아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

나는 몇번이고 확인했다.

정말 문제가 없는 것인지.

그러자 살짝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답이 왔다.

( 그 나이대 여자 아이들은 가끔 그런 법이다. 세상을 본인의 힘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정 걱정이면 위로해주고 보듬어 주면 될 것 아니냐. )

"···알겠습니다."

분명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 몸에 빙의하기 전의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들이 있다.

반응이 거의 없다시피한 약혼자나.

명문 후작가의 자제를 사정없이 후려치는 모험가.

그리고 옛날 자신의 모습을 미러링 시키는 자존감 낮은 여자 등···.

여기서 멈추면 그때로 돌아갈것 같았다.

'그래. 한번 밀어냈다고 진짜 떠나버리면 여자의 마음을 모르는거지.'

한국에서도 그랬지만 여자의 말은 겉과 속이 다른법.

찢어졌던 멘탈이 천천히 봉합되는것 같다.

-

다음 수업이 그 썩을 모험가의 '실전 1'이라 리케와 얼굴을 보게 되있다.

'수업이 끝나면 빌린 책도 읽어봐야지··· 너무 미뤘어.'

한국에 돌아갈 방법을 찾겠다고 그리 다짐 했는데 최근들어 무엇도 하지 못했다.

책상에 던져둔 책은 표지도 못넘기고 먼지가 쌓일 판이다.

[ 차원 마법 실험 보고서 ]

보기만 해도 기사지망인 자신은 머리가 아파지지만 한걸음 한걸음 해나가야 할 시기다.

'이대로 미루기만 하면 변한게 없는거야. 결국 아무것도 못해···.'

이번 수업이 끝나면 첫 페이지라도 읽어 보리라 다짐하며 로버트는 기숙사 방에서 나왔다.

"로버트! 잘 쉬었어?"

"다들 괜찮아?"

"조금 더 자고싶다~ 하암-"

친구들은 이미 모여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름있는 가문의 자제들이 이만큼 모여 자신을 기다려줬다는 사실에 은근하게 기분이 고조 된다.

"하아- 진짜 그 모험가 한번만 찌르고 싶다."

"네가 안해도 언젠가는 일이 날껄? 부모님이 그러는데 그 사람 적이 좀 많다더라."

"우리 부모님도 뒤에서는 절대 건드리지 말라더라. 알아서 그리 된다는 거겠지?"

··

··

"우루스 파티원들 말고 백금이 몇명이나 있어? 다들 얼굴까지 아는 백금 모험가는 교관이랑 우루스 뿐 아냐?"

"2명 이라던데. 한명은 지금 교관에 한명은 나머지 파티원이 청금이라ㅡ··."

아무리 날뛰어봐야 결국 평민.

자신이 굳이 주도하지 않아도 수업에 불만이 넘치는 그들은 교관을 씹으며 수업장소로 향한다.

'모른척 스킬을 확 써볼까?'

-

실내 체육관에 도착하자 여기저기 퍼져서 수업 전에 몸을 풀고 있는 인원들이 보인다.

로버트 일행도 벽에 걸려있는 아카데미 보급형 무기를 들어 간단하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다치는게 기정 사실인 시간.

스트레칭이 부상의 정도에 얼마나 중요한지 그들도 절실하게 느꼈다.

'빨간머리만 온 건가?'

로버트는 구석에서 방패를 손에 고정하고 있는 꼬맹이를 보고 리케를 다시 한번 찾았다.

역사 수업 이후로 리케가 눈에 아른거린다.

어딘가 변한 그녀는 하루만에 기사학부 남자들 사이에서도 이목을 끌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약혼 사실을 아는 몇몇은 로버트가 부럽다며 말하기도 했다.

'겨우 그 짧은 시간에 무슨 소문이···.'

드르륵-

체육관의 앞문이 열리며 교관이 들어오고 잠시 뒤 리케가 들어왔다.

교관은 곧바로 사제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악수를 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시작까지 시간이 좀 있어.'

로버트는 이제 남들 눈은 신경쓰지 않고 리케에게 다가가기로 했다.

스카디 후작가의 안좋은 소문이 자신의 이미지를 손상시켜도 신경쓰지 않기로 다짐했기에 발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자신이 약혼을 고집부려 이어갔기 때문이니.

"리케?"

리케는 입가를 손수건으로 닦으며 어딘가 달뜬 숨을 뱉고있었다.

'또 어디가 아픈건 아니겠지?'

자세히 보니 얼굴도 붉어보인다.

"···?"

"오늘 수업이 끝나고 같이 식사라도 하는건 어때···? 이야기 할 것도 많고."

일단 자리를 만들면 어떻게든 대화가 될 거라 믿는다.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해보면 서로 어긋나는 점을 분명 맞출 수 있다.

리케는 입가를 닦던 손수건을 깔끔하게 접어 품에 넣었다.

그녀는 목에 뭔가가 계속 걸리는지 작게 기침을 했다.

"···흠! 죄송하지만 제가 지금은 배가 불러서···."

리케는 드물게도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그리며 자리를 벗어난다.

입술을 살짝 혀로 핥는 그녀의 모습이 주는 파괴력에 로버트는 굳어서 움직이지도 못했다.

그 모습에 넋을 놓고 멍하니 서있을 뿐.

"····웃으니 더 이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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