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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27화 (27/250)

Chapter 27 - 그녀를 위한 모험가의 사교육 -12-

어둡지만 선명한 붉은색.

지그재그로 요동 치는 균열이 늑대의 몸뚱이를 덮는다.

오러를 삼킨 몸이 한순간 풍선처럼 부풀었다가 쪼그라들었다.

쩌저적-!

파스스-

'떴다!'

자리에서 굳은 채 가루가 되어 흩어지는 늑대의 아래.

몬스터로부터 떨어진 물건을 주워 일단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다.

초장부터 흑마법사 머리를 날리지 않고 준비까지 기다려준 보람이 있었다.

'역시 흑마법사 홈그라운드는 사기구만.'

리케 일이 끝나면 옛날에 비어있던 히든 피스를 한번 싹 확인해야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입학식 전에 쏟아진 유성우를 확인해야 한다.

그 이후에 바빠서 시간을 못냈었는데 어떻게든 가야겠다.

상성을 너무 극단적으로 타버리니 능력의 균형을 조금 맞출 필요가 절실하게 느껴졌다.

퐁-

내가 포션을 쭈욱 들이키고 있으니 리케가 호다닥 달려서 다가왔다.

리케는 창백한 얼굴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괘,괜찮으세요?"

나는 리케에게 괜찮다는 손짓을 해주고 뼈다귀로 덮인 건물을 가리켰다.

"문제없어. 이제 가야지."

해골 벽 안에는 온갖 구멍에서 피를 뿜으며 절명한 그로토가 있었고 그가 발동해둔 흑마법이 풀리며 집을 가두고 있던 뼈들도 힘을 잃었다.

건물 입구에 붙은 뼈다귀들을 다 처내고 우리는 문을 열었다.

*****

헬 브룸은 그로토가 자신을 흑마법으로 가두고 힘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어떻게 하면 살 수 있을지 머리를 굴렸다.

아무리 블랙서클 출신이라도 저 정도로 전투에 능할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도대체 제물을 얼마나 ····.'

여기서 인간을 얼마나 빼돌렸길래.

저런 정신나간 힘을 가진 사역마라니 이때까지 자신이 그로토에게 해온 행동이 생각나 식은 땀이 흘렀다.

그리고 더 소름돋는 문제는 그로토가 패배했다는 사실.

고강한 흑마법사가 - 그것도 밖이 아닌 자신의 영역에서 준비를 하는데.

멍 하니 보고만 있길래 자살희망자라 생각했다.

당연할거라 생각했던 결과는 반전.

하나뿐인 인간의 생명으로 수백이 넘는 생명을 잡아먹은 것이다.

'도망은···늦었다.'

저 둘이 이 건물로 오고있다 방법은 딱 하나뿐이다.

거기에 가까워지는걸 보니 남자의 얼굴이 익숙했다.

정신이 없었지만 일단은 평소에 하던대로.

푹-!

단검으로 가지고 놀던 여자 하나를 죽이고 의자에 앉혀둔다.

그리고 시체를 죽은 자신의 모습으로 변화시키고 자신은 죽은 여자의 모습으로 변한다.

제물로 간택 된 인간들 틈에 파고들어서 도망갈 기회를 보면 된다.

*****

여기까지 오면서 위험을 감수하고 제물이 될 인간들을 그냥 둔 건 값싼 동정심이 아니다.

싹 다 정리했으면 일이 훨씬 편해졌겠지.

그럼에도 내가 비효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망가진 인간 무리들을 놔두는 선택을 함으로써 헬 브룸이 이 지역을 빠져나가는걸 억제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게 웬 걸.

그로토가 게임과는 달리 이상한 행적을 보이며 헬 브룸이 있는 건물을 막아버려 일이 너무 편해졌다.

원래 로버트는 소각장에서 헬 브룸을 필연적으로 한번 놓친다.

그때부터 리케와 맵을 뺑이 치는 지겨운 미니게임의 시작이고.

-

끼익ㅡ

건물 안은 조용했다.

위로 향하는 계단이 있고 우리가 들어온 공간에는 사람이 없다.

일이 터지기 전까지 커피를 마셨는지 향이 은은하게 남아있다.

흑마법사 치고 고상한 취미였다.

"올라가자."

내가 계단을 앞장 서서 오르고 리케가 검을 잡고 뒤따른다.

계단에 오른 순간에 보이는건 의자에 앉아 피를 흘리고 있는 헬 브룸의 시체였다.

'굳이 아이템은 안써도 되겠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않고 리케가 볼 수 있도록 비켜줬다.

"····"

*****

( 헬 브룸이 할 것 같은 유력한 수가 있으니 몇가지 꼭 기억해둬. )

오기 전 부터 몇번이고 들었다.

그 노인이 이런 상황에 어떤 행동을 할 것 인지.

계단을 오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의자에 놓인 시체가 헬 브룸 본인이 아니라는걸.

스킬을 해제하면 다시 헬 브룸의 모습이 보였다가 눈에 마나를 두르면 초점이 없는 여성의 시체가 보인다.

'그 날'에 느낀 감각과 완전히 똑같았다.

검을 든 손에 힘이 절로 들어간다.

( 그 힘은 단순한게 아니야. 지금 사용하는 용도보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힘이지. )

말하는 사람이 속에 품고있는 것이 커다란 동그라미인지 작은 동그라미인지 혹은 커다란 엑스인지.

자신은 감정의 동요만을 관찰했다.

남들이 보이지 않는게 보인다고 그것이 끝이라 생각하고 안주한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하고 있는건 스킬을 썩히는 일차원적인 행위라고 그는 말했다.

'간파하고 꿰뚫는다는 행위는 그런게 아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절대 만족하면 안된다.

나만의 무기를 보다 자유자재로 보다 완벽하게.

제대로 보아라.

"···후"

방구석에 넋이 빠진 여자들이 뭉쳐있는 곳.

우리를 주시하고 있는 노인이 똑똑히 보였다.

얼굴의 반쪽이 다른 색인 노인.

헬 브룸.

자는 순간에도 밥을 먹을때도 잊은적이 없는 역겨운 얼굴.

보는 순간 분노로 머리가 터져나갈것 같았다. 달려가 당장 목에 칼을 박아서 비틀고 싶었다.

'참아···참아····.'

잡아서 알아내야 하는게 산더미다.

시선을 살짝 돌리자 계단을 막고있는 로만이 보인다.

그를 보는 순간 신기하게도 호흡이 돌아온다.

"하아-"

이제야 머리가 돌아간다.

한발- 한발-

검을 꼬나쥐고 사람이 모여있는 방의 구석으로 향했다.

내가 다가감에도 헬 브룸은 여유가 느껴지는 얼굴이었다.

철컥.

내가 검을 들어올리자 헬 브룸의 표정이 기괴하게 변한다.

당장 목을 자르고 심장을 조각 내버리고 싶었지만 인내를 발휘하여 날의 방향을 다리로 바꿨다.

핑ㅡ!

이때만을 기다리며 어두운 방안에서 휘둘러왔던 일검.

흔들림 없이 깔끔하게 지나간 흑색 궤적이 한쪽다리를 지나 바닥까지 잘라낸다.

"크아아악!!!"

마른 성대에서 나오는 처참한 비명이 방안을 울렸다.

*****

게임에서도 그렇지만 헬 브룸은 흑마법사라도 전투능력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몰라도 저 나이까지 외형을 바꾸는 흑마법 하나로 먹고 살았다는 것이다.

겨우 외형을 바꾸는 단순한 마법이 흑마법이냐고 묻는다면.

결과를 보면 애매해도 과정이 분명하다.

변하는 외형은 제물로 삼은 자를 따라간다.

"조용"

"그으윽····."

나는 발로 헬 브룸을 누른 채 포션을 잘려나간 다리에 부었다.

출혈로 갑자기 죽어도 곤란한 일이다.

"백금이나 되는 모험가가 도대체 나한테 왜이러시오···."

"오오! 나를 알고있나보네?"

밖으로 나도는 만큼 정보 하나는 빠삭한 노인이었다.

이름을 들은 것도 아니고 내 얼굴로 단번에 알아보다니.

"물론이오···그대의 명성은 내 귀가 따갑도록 들었소!! 혹시 이게 의뢰라면 받은 것의 배를 주리다. 아니 다섯 배! 더 필요하면 말만하시오!"

"미친놈···내가 뭘 받는지는 알고 그런 역겨운 제안을 하냐?"

리케 대신 쓰레기 노인이 다섯이라니 당장에 찢어죽이고 싶었다.

스륵-

앞에서 침묵만을 지키던 리케가 후드를 벗었다.

헬 브룸은 쓰러진 상태에서 고개를 들어 리케의 얼굴을 보더니 이제야 납득이 되었다는듯 고개를 내렸다.

"하 ㅡ! 하하··· 그런거였나."

리케가 검을 들고 헬 브룸의 앞에 섰다.

"···당신 나를 알고있지?"

"허허- 어찌 모르겠나. 여기까지 왔다면 이미 발 빼기도 늦었군."

"그 날 일어난 모든걸 말해. 그럼 조금만 가지고 놀다 죽여줄게."

리케의 얼굴을 보고 체념하고 있던 헬 브룸의 표정이 바뀌었다.

"····이상하군. 그걸 모르는데 여기까지 어떻게 온거지?"

내가 예상했던 대로 리케와 나의 행적은 말도 안되는 것이다.

중간 정보를 다 건너뛰고 결과에 도착한 것이니.

"말해 말하라고"

푹- 푹- 푹-

"끄으윽···!"

리케는 검을 헬 브룸의 어깨에 넣었다 빼기를 반복했다.

"말해 말해 말해 말해 말해"

팍! 팍! 푹! 촥!

"카아악··! 자,잠깐! 끅! 악!! 아악!!"

내게 건내받은 포션을 헬 브룸에게 부으면서 그녀는 검을 뽑고 넣기를 반복했다.

'뭔가···게임이랑 분위기가 다른데?'

무표정하게 검을 찍고 빼는 그녀를 보고 나도 살짝 놀랐다.

"이제부터 방식을 바꿀테니 말하고 싶으면···."

리케가 자리를 옮겨 헬브룸의 다리 쪽으로 가더니 검을 번쩍 들었다.

헬 브룸이 리케의 살기어린 표정을 보더니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자,잠깐만!! 내가 다 말한다해서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겠소? 카학···!"

통증과 공포에 헬 브룸이 떠는게 내 발 밑에서 느껴진다.

길어질 것 같은 분위기에 나는 헬 브룸의 머리채를 잡아 억지로 고개를 들게 만들었다.

"이해하기 쉽게 계약서를 꺼내던가. 했잖아?"

"그,그걸···모험가인 당신이 어떻게?!"

"너희 같은 흑마법사 한두번 상대하는거 아니거든. 네마 나타스가 일을 벌이면서 계약을 하지 않을리가 없잖아."

사실 스토리를 알기에 하는 말이지만.

흑마법사는 기본적으로 평범한 마나계약을 하지 않는다.

악마를 집행자로 하여 계약서를 작성하며.

타인에게 누설하지 않겠다는건 아주 기본적인 약조다.

계약서를 꺼내서 우리에게 보여주는 순간 헬 브룸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내가 본 경험상 죽지는 않더라. 지금 위기라도 넘기는게 어때?"

"···제가 할게요. 금방 다 꺼내고 싶어질거에요."

내 이야기를 기다려주던 리케가 다시 검을 들더니 잘려나간 헬 브룸의 다리를 더 잘라냈다.

"끄아아악!!!!"

조금 더 짧아진 다리에 헬 브룸이 육지로 올라온 물고기마냥 팔딱거렸다.

리케는 표정 하나 안 변하고 포션을 다리에 부으며 다시 검을 들었다.

서걱-!

포션 세병이 동났을때 헬 브룸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꺼,꺼내겠소! 제발 그냥 좀 죽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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