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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26화 (26/250)

Chapter 26 - 그녀를 위한 모험가의 사교육 -11-

뽑아든 무기는 검 하나에 창 하나요.

하지만 검은 땅에 박아둔다.

짐승을 상대하기 좋은 창을 잡고 자세를 취한다.

푸화악-!

창 끝에서 푸른 불길이 터져나온다.

"몬스터 퇴치야 말로 내 전문 분야거든"

-

마나가 가시화 되어 창끝에서 그로토의 눈이 시릴만큼 푸른 불길을 내뿜고 있다.

저것만 봐도 보통 녀석이 아니다.

하지만 창과 검 둘다 쓴다는 실력자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럼 하나는 속임수인가?

속임수라 하니 순간 헬 브룸이 떠올라 짜증이 난다.

'여기까지 겁도 없이 두명이 올 정도니 한가닥 있을거라 예상은 했지만···.'

저 파괴적이고 선명한 오러는 무엇인가.

신원이 떳떳하지 못한 녀석들이니 이 정도까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을 바꿔야할것 같다.

그리고 이 녀석을 처리해도 저 뒤에 서슬퍼런 흑검을 들고 가만있는 하나가 신경쓰이지 않는가.

'앞에 있는 놈보다 강한 실력자일지 모른다.'

흑마법사에게는 제물의 분배 또한 중요한 전투요소다.

다음 전투가 이어질게 확정인 이상 대책없이 소비하는건 절대 안된다.

콰앙-!

"날 두고 한눈을 팔아?"

창을 들고 흙바닥을 한걸음에 뒤집으며 쇄도.

타오르는 푸른 마나가 사역마의 검은 불길을 크게 휘저었다.

-깨애앵!!!

"칫!"

퍼뜩 정신을 차린 그로토는 이를 악물고 사역마를 기민하게 움직인다.

벌어진 상처는 함에 비축해둔 제물을 먹고 금세 아물었다.

강인해도 체력의 한계가 존재하는 인간.

수 많은 시체를 제물로 쌓아둔 흑마법사와 판데모니움의 사역마.

누가 봐도 결과가 뻔한 소모전이었다.

생각을 끝마친 그로토는 해골벽 안에서 입꼬리를 올렸다.

"기세등등하게 날뛰는 것도 지금뿐이다."

*****

'그냥 뚫어서 죽이기에는 보상이 아깝지.'

저 해골로 쌓인 방벽은 오러를 담아 일점으로 뚫으면 갈라지고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원하는 게 있다면 귀찮은 길을 가서라도 쟁취해야 하지 않겠나.

꽈악-

한 손으로 창대를 쥐고 손아귀에 강한 힘을 준다.

한 발을 뒤로 빼고 반동을 사용해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전방을 향해 내던진다.

[ 불스아이 ]

타앙-!

전생의 사람들이 들었다면 총의 격발음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마나가 타오르는 창을 내던지는 순간 폭발음과 바람을 찢는 소리가 울렸다.

-크륵!!

창은 내 손을 떠나 늑대를 정확하게 겨냥했다.

하지만 연기를 뚫은 것처럼 그 부위는 바로 차오르며 수복한다.

"그래 인정하마. 실력은 훌륭하지만··· 반대로 머리는 아둔하구나. 가망이 없다는걸 자각해라!!"

늑대가 고통에 낑낑대는 것도 아주 짧은 찰나에 불과하다.

함에 저장된 제물이 바닥나기 전까지는 끝이나지 않을 것이다.

'거리가 있으니 본체를 두고 화덕까지 가서 제물을 끌어오기는 힘들거고··· 전법을 한번 바꿔야겠어.'

저건 짐승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짐승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실제로는 악마와 정령의 혼종에 가까운 몬스터다.

'예상은 했지만 상성이 안좋아.'

피가 흐르는 살점도 장기도 존재하지 않으며.

몸 전체가 불길로 이루어져 있으니 깔끔하게 꿰뚫는 상처보다는 거칠게 베는게 효율이 좋을터.

쿵! 쿵! 쿵! 쿵! 쿵!

검은 꼬리가 쭉 늘어나며 내가 서있던 자리를 따라오며 내리찍는다.

-크와아앙!!

녹색 화염을 내뿜어 퇴로를 차단하고 나를 향해 아가리를 쩍 벌려 집채만한 몸통을 내던진다.

노련한 경험이 느껴지는 전술이다.

콱!

늑대의 이빨이 왼쪽 팔을 관통하며 피가 흘러나온다.

이빨이 마나를 뚫고 제법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그걸 유지한 채로 오른팔에 있는 검을 아래에서 위로 처올려 턱을 가른다.

푸쉬익-!

-크륵크륵

아가리가 갈라진채로 뒤로 물러난 늑대는 피가 흥건한 내 왼팔을 보며 여섯개나 되는 눈을 반달모양으로 접었다.

노골적인 비웃음.

"···사람 무는 개새끼한테는 칼침이 약이지"

[ 유혈귀(流血鬼)가 발동합니다. ]

-

몇 달 만에 발동 하는 스킬이다.

힘이 끓어오르고 왼팔에 흐르던 출혈이 멈춘다.

[ 유혈귀(流血鬼) - A ]

▷출혈량에 비례하여 신체능력이 상승합니다.

▷체력이 낮을수록 신체능력이 상승합니다.

▷출혈에 대한 내성이 상승합니다.

'아카라이트' 게임에서는 스피드런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스킬.

피를 딱 한칸만 남겨둔 뒤 한번도 맞지않고 월등한 공격력으로 빠르게 스토리를 박살내는 것이다.

컨트롤이 뛰어난 게이머라면 어디에 올려 자랑하기 좋은 영상을 찍을 수 있겠지.

하지만 이건 현실에선 매우 위험하다.

현실은 한번 죽으면 끝.

게임처럼 다시 할 수 없다.

그래서 의도하고 사용하기 시작하면 자신을 점점 먹어치우는 아귀같은 스킬이다.

고조되는 감정부터 신체능력까지.

이건 맛들이기 시작하면 감당하기 힘들다.

유혈귀에 중독되면 강한 적을 만날때마다 공략법은 생각하지 않게 될 것이다.

결국 나는 바닥에 가까운 아슬아슬한 체력으로 적을 상대하는게 버릇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이 스킬을 얻고 다짐한 첫번째가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말 것이었다.

*****

그로토는 차가운 병장기를 다루는 법을 모른다.

관심도 없으며 흑마법 이외에 전투수단이 필요한 적이 없다.

그러나 무기를 든 상대를 굴복시키는 법은 안다.

비결이라 할 것도 없다.

압도적인 힘과 공포로 짓누르면 된다.

그 방법이 얼마나 효과적이고 잘 통하는지 알기에 그는 세자리가 가볍게 넘는 제물을 바치고 뛰어난 사역마와 계약했다.

부를때도 제물을 한가득 바쳐야 하고 자신의 생명줄까지 내어주는 계약으로 겨우 고삐를 잡았다.

결과는 언제나 만족스러웠다.

인간을 초월한 존재가 된 것 같았다.

전능감이 몸을 감돌고 제국에서 황제의 검이니 5기사니 하는 것들과 싸워도 이길 수 있을것 같았다.

자신은 이제부터 지려해도 질 수 없다.

분명 지지 않는다.

그러니 이 녀석에게도 당연하게 이길 것이다.

-

로브는 이미 다 찢어져서 얼굴이 드러났지만 확실한 초면이다.

제국의 5기사도 아니고 이름 난 베테랑 기사도 절대 아니다.

'뭐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분명 본 것 같은 얼굴이지만 정신이 없으니 명확하게 대조가 되지 않는다.

집중을 조금만 돌리면 기억이 날 것 같은데 상대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크아!

바위도 우습게 분쇄하는 발톱을 코 앞에 두고 검으로 흘린다.

치이이익-!

검에서 새빨간 불똥이 튀었다.

'저런 미친놈!'

흐르는 피로 안구까지 적셔진 붉은 눈은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영혼을 구속하러 온 판데모니움의 악마 같았다.

"도대체 네놈은···!"

분명 인간이라면 확정적으로 죽을 출혈량이다.

하지만 죽지않는다.

이만큼 장기전이 이어지고 있는데 검이 느려지기는 커녕 이제는 눈으로 쫓기도 힘들만큼 빨라졌다.

끝이 보이지 않았던 제물이 바닥이 보이면서 사역마의 회복도 느려지고 있다.

"버러지가···이제 죽으란 말이다!!!"

촤아악ㅡ!!

뛰어드는 사역마 아래로 남자가 미끄러지며 배를 정확하게 반으로 가른다.

"크윽."

처음 겪는 상황에 조급했다.

방금 큰 공격을 기점으로 그로토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이 오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있을리가···.'

강철도 버터처럼 잘라버리는 앞 다리가 두개.

땅을 녹이는 불을 뿜는 아가리.

두꺼운 나무에 구멍을 내는 날카로운 꼬리가 한쌍.

인간의 두 팔로는 완벽하게 막을 수 없는 5개의 무기들.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이 모든걸 가지고 검 하나 든 인간에게 치명상을 가하지 못하고 있다.

제물을 소모하면서 동귀어진의 형태로 공격을 이어갔지만 급소만은 귀신같이 피한다.

무리한 동작을 하면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그로토는 조바심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백명을 담아뒀던 제물함이 진짜 끝이 보이기 때문이다.

*****

-깨갱!!

검을 하나 더 꺼내 쌍검으로 늑대의 목과 가슴을 가르는 순간이었다.

"커헉-! 쿨럭···!"

해골벽을 뚫고 들려오는 각혈이 섞인 기침소리.

그로토에게 진짜 한계가 찾아온것이다.

'이제 곧이다.'

A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유혈귀의 효과는 확실했다.

급소를 피하기 위해 살을 내주는 것으로 우위를 빠르게 점했다.

그래도 출혈은 인간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상처.

스킬 덕에 출혈내성이 있음에도 코와 입에서 피가 차오르며 호흡을 하는데 거슬렸다.

"퉷ㅡ! 후우··· 빡시네."

끝이 보이지 않는 소모전이라 정신까지 몰리는 기분이었지만 아직은 여유가 있는 단계에서 그로토에게 먼저 신호가 온 것이다.

기민하고 까다로웠던 늑대의 움직임과 동작이 미세하게 단순해지고 커지면서 치고 빠지기를 할 구간이 생겼다.

"으아아아!! 이 몸은 여기서 지지 않는다!!!"

-아우우우!!!

그로토의 핏물 섞인 기합에 제물함이 덜덜 떨리더니 늑대의 몸이 하울링과 함께 불어났다.

애초부터 사역마의 강화나 진화가 가능했다면 중간에 아낄 필요가 없었다.

저건 마지막 발악.

쿠웅!!! 쿠웅!!!

비대해진 덩치와는 별개로 늑대의 발은 전보다 빨라졌다.

지금까지 없었던 속도의 돌진.

-그르아아아!!!

땅을 갈아버리는 발톱 끝에서 느껴지는 우직한 전진.

엎어지면 코 닿을 위치까지 와서도 변칙점은 없다.

지금 뻗으면 확실하게 들어간다.

세상이 선명해지고 시간이 느려지는 이 느낌.

왔다.

'승기!'

아직은 장시간 지속할 수 없는 힘.

고도의 집중력과 틀림없는 선택이 필요하다.

이때까지 쌓아온 경험이 최선의 결정을 내린다.

흘러들어온 혈액으로 따가운 눈을 최대한 크게 뜬다.

오러가 향할 곳은 손에 들린 검이 아니라.

팍! 팍!

양 손에 들고있던 검을 미련없이 땅에 박아뒀다.

로만은 생각했다.

늑대는 그저 겉으로 갖추어진 형상이다.

깔끔하고 선명한 상처는 수복에 수월한 점.

변칙적이면서 최대한 복잡한 상처를 내야한다.

쿵-!

두배는 커진 앞발이 몸 전체를 도려낼듯 날아온다.

어깨에 커다란 발톱이 파고드는게 선명하게 보였다.

[ 육참골단(肉斬骨斷)을 발동합니다. ]

[ 공격을 받는 동안 공격력이 증가합니다. ]

파지지직!!!

발 끝에 검붉은 오러가 맺힌다.

[ 교룡각(嚙龍脚)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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