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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25화 (25/250)

Chapter 25 - 그녀를 위한 모험가의 사교육 -10-

"기사는 절제와 감내가 자신을 더욱 높은경지로 이끌것이라 믿지만. 나는 모험가 입장으로 자유로운 표출과 행동이 내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생각한다."

"둘 중 무엇이 더 뛰어나다 할 수 있나요?"

"애초에 저 두가지만 있는것도 아니고 그 둘에 절대적인 우위는 없어. 하지만 상대적으로 개인이 가지는 우위는 있겠지. 내가 절제를 키워드로 삼았다면 아마···화병으로 죽지 않았을까? 나는 하고싶은 말은 해야 성이 풀려서."

"하고싶은 말을 다 한다··· 그래서 여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하셨군요."

뚜둑-

나도 모르게 놀라서 손에 힘이 빡! 들어갔다.

이미 죽은 녀석의 목이 다시 한번 꺾였다.

"···?"

"접견실에서 만난 이후에 로만님을 알아보다 들은거라···접수원분의 말로는 메이드랑 그··· 여러가지를 들었어요."

자기가 시작해놓고 놀랐는지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리케를 보고 나는 입술을 꽉 물어 표정을 근엄하게 유지했다.

내 말이 업보마냥 되돌아왔지만 나는 당당하다.

"···남자는 예외없이 다 그렇지. 오히려 자기 성벽에 솔직하지 못한 인간이 더 음습한 변태라고."

"그런가요···?"

"진짜다. 남자는 백명이 있으면 백명 다 변태야."

선술집용 모험가 토크를 어떤 의리없는 자식이 유출한건지 모르겠다.

화르르-

나는 목이 두번 꺾인 녀석을 화덕에 집어 던지고 정리를 거듭하며 간단한 수업을 이어갔다.

이 산에서 네마 나타스가 지배하고 있는 반경이 워낙 넓어 퍼져있는 인간들의 거리가 멀찍했다.

거기에 흑마법사를 몇번 본 적이 있는건지 당당하게 로브를 쓰고 돌아다녀도 그러려니 하는 녀석들이 대부분이라 일이 너무 수월하다.

*****

아아! 그로토 이 아둔한 것아!!

어쩌다가 이런 음흉한 늙은이에게 건수가 잡혔을까.

아무리 피도 눈물도 없는 흑마법사라도 같은 집단에 속해있는 인간에게 동료의식 따위는 없는건가.

'기회만 오면 피를 다 뽑아서 죽여버리겠다···.'

저 아름다운 미인의 속이 곰팡이 냄새나는 노인이라 생각하니 절로 속이 뒤집어진다.

"아직 망가지지 않은 어린 아이가 있으면 좋겠는데."

"···몇명이면 되겠습니까?"

"자네도 바쁠텐데 많이는 필요없네. 이쁘장한 아이들로 적당히 열 명 정도 부탁하지."

"준비해 보겠습니다···."

멀쩡하고 이쁜 어린아이를 열이나 다시 납치하라고?

'적당히'라는 단어선택에 살심이 치솟는다.

현장일을 모르는 너구리 같으니.

그게 그리 쉬운줄 아는건가.

'기껏해봐야 장난질 밖에 못하는 쓰레기가···'

헬 브룸은 네마 나타스의 성장에 분명 큰 기여를 했지만 자신은 그를 흑마법사라고 인정할 수 없다.

저건 그냥 마법을 익힌 사기꾼이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럼 그때까지만 여기서 실례 좀 하겠네."

"···편히 쉬실 수 있게 준비하겠습니다."

크리벤토와 입을 맞춰서 헬 브룸을 그냥 죽이면 안될까?

달에 한번씩 와서 내 속을 다 뒤집고 가버리니 이제 화를 참기가 힘들었다.

'젠장···젠장···!'

분명 제물함(函)과 얼굴가죽에 수십번의 어레인지를 거쳤는데 자신이 옛날에 블랙서클에 속했던걸 어떻게 알았는지 지금도 미스테리다.

헬 브룸을 여기서 죽이고 모른척 뻔뻔하게 있을까 했지만.

혹시 자신의 정보를 다른 자들에게도 알려두지 않았을까 두려웠다.

다 버리고 도망가도 답은 없다.

블랙서클과 네마 나타스의 진짜 '괴물'들이 자신을 어떻게든 찾아내서 평생을 고통에 몸부림 치게 하겠지.

'····앞으로가 두렵군.'

사방에서 거대한 벽이 천천히 다가오는 압박감이다.

지금은 헬 브룸의 기분에 맞추는게 답이라는걸 알기에 밖에 있는 부하 하나를 부르려 했다.

'응?'

갑작스러운 변화에 그로토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무슨 일이 있나?"

"사역마들에 조금 문제가 있는것 같아서··· 잠시만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헬 브룸은 품에 안은 어린 여자를 주물럭 거리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욕망을 푸는데 집중했다.

그의 본모습을 알기에 미인의 모습으로 여자를 만지는 모습이 그로토에게는 구역질을 동반한 괴리감으로 다가왔다.

끔찍한 그림에 그로토는 눈을 질끈 감고 밖으로 나왔다.

썩은 시체 앞에서 식사도 즐길 수 있는 그로토지만 저건 힘들었다.

-

한층을 내려와 문을 열자 자신을 환영해주는건 부하의 시체였지만 그로토는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분노로 치솟았던 마음이 가라앉는다.

-나와라.

그로토의 손짓에 해골 두체가 땅에서 올라오더니 죽어있는 부하들을 밀어내며 길을 만들었다.

"뭐하는 녀석이지? 다 죽이고 문 앞에서 다시 내려가다니."

그로토는 머리통이 박살난채 죽어있는 시신들을 지나 바깥까지 내려왔다.

끝에는 로브를 쓴 인영 하나가 한손에 워해머를 들고 서있었다.

저 멀리 나무 밑에도 하나.

보는 것 만으로 눈이 베이는것 같은 기묘한 흑검을 든 인영이 하나 더 있었다.

'···저건 내가봐도 위험하다.'

전투력 측정기인 크리벤토가 있었으면 가늠이라도 할텐데 꼭 필요할때 없는게 녀석답다.

"어이가 없군. 교단에서 온 건가?"

무기를 타고 흐르는 은은한 신성이 그로토의 신경줄을 건드린다.

그러나 교단은 대놓고 자신을 증명하지 음침하게 로브를 쓰지 않는다.

높은 확률로 교단을 사칭하는 신원불명의 인물.

'그래봐야···'

우습다.

자신을 여기서 잡으려면 최소 성기사단장이 왔어야지.

블랙서클에 있을 당시 실전은 지겹도록 겪고 살아남은 인물이 나다.

테이블에 앉아 추잡한 짓만 하는 보통의 흑마법사와는 다르다.

건물 안에 있는 헬 브룸을 생각하니 갑작스럽게 찾아온 적이 오히려 반가웠다.

'제물함도 만전.'

급하면 땡겨 쓸 제물이 여기저기 퍼져있다.

반항심 없는 제물이 썩어나는 이곳에서 흑마법사는 그 자체로 재앙이거늘.

치익.

말이 없던 녀석이 갑자기 한발을 뒤로 빼더니 어디서 생겨났는지 모를 검을 내던졌다.

"흡-!"

콰직!

앞을 막아선 해골에 검이 박혔다.

조금 놀랐지만 대처는 늦지않았다.

"계속 보니까 드디어 기억나네. 시끄럽고 빨리 까만 멍멍이나 꺼내."

"하···뭐라?"

이놈이고 저놈이고 자신을 마치 다 안다는듯 말한다.

발가벗고 도시에 던져진 기분.

자신의 출신까지 파악한 헬 브룸도 모르는 숨겨진 패를 아는 녀석이 갑자기 나타났다.

어이가 없지 않은가.

세상이 가만있는 자신을 발로 차고 물어뜯는다.

"하- 하하하···!! 오늘 아무래도 다 정리를 해야겠군···."

드디어 확실하게 결심이 섰다.

*****

인간의 기억력은 정말 대단하다.

전생에 내가 아무리 리케의 구원을 1회차 이후로 필수로 해왔다지만.

기억나지 않을것 같았던 사항이 보는 순간에 머리가 간질간질 하더니 팟! 하고 떠오른 것이다.

한번 정보가 떠오르니 뒤따라오는 내용이 많았다.

소각장에 있는 보스의 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 어떤 마법을 사용하는지는 안다.

퀘스트를 진행할때 성기사들이 단체로 와도 고전할 만큼 흑마법을 다루는 실력이 좋았다.

그만큼 이 녀석을 죽이는데는 기형적인 패턴이 일어난다.

주인공과 리케는 쏟아지는 사역마의 패턴을 피하는데 집중하고.

그 사이에 성기사들이 몰매를 때려 해골벽을 무너뜨려 본체를 찌르면 클리어.

이제 그걸 혼자 해야한다.

-

"하- 하하하···!! 오늘 아무래도 다 정리를 해야겠군···."

쿵!

그의 옆에 붉은색 관짝 같은게 솟아올랐다.

흑마법사들의 주력 무기라 불리는 제물함.

함이 썩은 시체냄새와 비릿한 피냄새를 사방으로 흩뿌리며 존재감을 키워간다.

저 함의 기형적인 외형 또한 아주 불길하다.

검은 십자가가 거꾸로 그려져있고 가시덩굴이 칭칭 감겨져있다.

살짝 열린 틈 사이로 피가 줄줄 흘러나와 땅을 적신다.

누가봐도 위험한 냄새를 풀풀 풍기는 물건이지만.

지금 당장 달려들어 죽이는것 보다 계약한 사역마를 꺼낼때까지 기다리는게 좋다.

이놈을 급습해서 죽여봐야 얻을게 없다.

-나와라

땅에서 수십마리의 해골이 뼈만 남은 손으로 흙바닥을 벅벅 긁으며 기어오른다.

대지라는 어머니의 속박을 벗고 자유를 찾은 뼈다귀들이 흑마법사 주위에 모여 두꺼운 벽을 이루어낸다.

"호오···역시 실력이 좋아. 단단하겠네."

그것을 경계하면서도 건물에서 몰래 빠져나오는 인물이 없는지 확인해야한다.

혹시나 내가 놓쳐도 리케가 건물만 계속 보고있으니 헬 브룸이 있다면 이미 독안에 든 쥐.

"누군지 모르지만 침입자여 고맙구나 덕분에 결심이 섰다. 미래가 어찌되든 오늘 여기 있는 것들은 다 죽여야 이 몸의 직성이 풀리겠어."

뼈다귀에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남자의 목소리는 선명하게 들렸다.

"확인차 묻는건데 헬 브룸은 역시 건물 안에 있지?"

"····그래 있긴하지. 네놈도 그 쓰레기가 목적이었나? 아쉽게 됐구나 저것도 이미 내가 점찍은 목숨이다."

-모두 나오너라

파스슥. 파스슥.

아까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많은 해골들이 건물 전체에 세균처럼 증식한다.

건물이 완전히 뼈에 둘러싸여 순식간에 감옥처럼 되어버렸다.

그걸 지켜보면서도 왜 이렇게 된건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런 상황은 처음 보는데?'

"후후후····목표가 같은 줄 알았다면 이야기를 좀 더 해볼걸 그랬군."

"얼씨구? 흑마법사끼리 내분이냐?"

"이제와서 그걸 설명해봐야 의미가 없다. 그래··· 이건 어찌보면 헬 브룸 목숨 쟁탈전이군."

딱-!

흑마법사가 손가락을 튕기자 마나가 움직인다.

끼이이익ㅡ!!!

함을 묶고있던 가시덩굴이 흩어지며 제물함이 열린다.

흑마법사의 입에서 이명을 닮은 사특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니.

-■■ ■■■ ■

바닥을 적시던 피가 안으로 역류하여 생기를 미친듯이 흡입한다.

건물 안에도 상당한 양의 인간을 숨겨두었는지 핏물이 파도처럼 넘실거리며 제물함으로 철썩철썩 들이닥친다.

꾸드드득-!

단단한 물건을 강제로 비트는 소음.

피를 잔뜩 마신 함이 까맣고 거대한 무언가를 뱉어냈다.

쿵-! 쿵-!

-크르르르르

사람 하나 겨우 들어갈만큼 좁은 함에서 흙먼지를 퍼트리며 집채만 한 늑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털이 흑색 불길로 타오르고 붉은색 눈이 여섯개.

두개로 갈라진 꼬리는 독이 바짝 오른 전갈마냥 날카롭게 꺾여 어지간한 검보다도 날카로워 보인다.

늑대가 숨을 내쉴때 마다 녹색 불길이 아가리 주위에 넘실거린다.

"아아-!! 언제봐도 훌륭하군."

해골 사이에서 황홀하게 젖어있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애초에 뼈를 뚫을 필요가 없어. 저 늑대만 잡으면 클리어.'

저 흑마법사는 사역마와 생명을 공유하고 직접 조종까지 해야한다.

역시나 그 사이에 해골벽이 더 빡빡하게 뭉쳐있다.

이제는 뼈 사이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만큼 기다려줬으니 시작해도 되나?"

거사를 치르기 전에 나는 습관적으로 목과 어깨를 몇번 회전시켰다.

이번에는 괜찮은 보상이 걸린만큼 한두번의 공격으로 쉽게 끝낼만한 상대가 아니다.

"기다려 줘? 어이가 없군···여기있는 나약한것들 몇 마리 죽였다고 겁을 상실한건가. 이 위용이 보이지 않느냐!!"

-그아아아!!!

사역마도 자신이 무시당한다 생각했는지 불길이 섞인 하울링을 거칠게 내뿜었다.

뿜어진 불길에 한발 크게 빠지며 나는 검 하나와 창 하나를 빼들었다.

"크으- 이제야 내 일다운게 나왔네."

"웃어? 마주한 공포에 정신이 망가진건가. 아까부터 알 수 없는 말만 하는군"

검은 땅에 박아두고 창을 제대로 잡는다.

푸화악-!

창 끝에서 푸른 불길이 터져나온다.

"몬스터 퇴치야 말로 내 전문 분야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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