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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22화 (22/250)

Chapter 22 - 그녀를 위한 모험가의 사교육 -7-

로만의 걱정과 달리 로프티 아카데미에서는 그가 떠나고 어떤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진짜 도란의 목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에피소드 1은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빌렸던 책을 읽을만한 마음의 여유가 현재 로버트에게 없었기 때문이다.

'리케···도대체 어디 간 거지?'

로버트는 리케를 찾아 검술 학부 자리를 둘러봤지만 그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여자 기숙사 앞에서도 기다려봤고 주위에 있는 여자들을 써먹어봤지만 목격담이 없다.

그저 수업을 빼먹는 불성실한 태도라기에는 걸리는 게 너무 많았다.

자존심을 접고 리케와 붙어 다니던 여자에게도 먼저 말을 붙였지만.

'···저도 모르는데요?'

무덤덤한 얼굴로 뱉는 어조와 자신을 보는 차가운 시선. 그 자체가 아니꼬움의 극에 달해있었다.

자신의 스킬이 고장 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여자에게 이런 대우는 오랜만이다.

이런 경험은 끔찍했던 전생을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내성 없는 스트레스가 전기처럼 타고 올라 머리를 두드린다.

"로버트~ 오늘 저녁 먹으러 다 같이 나가자!"

"···그래 그게 좋겠어."

유달리 술이 생각나는 날이다.

팔에 매달리는 여생도에게 굳은 입꼬리를 억지로 올려 대답해 주는 게 지금은 최선이다.

설명할 수 없는 불길함과 찝찝한 마음을 지우지 못한 채 로버트는 아카데미를 나섰다.

****

"소각장 맞다잖아."

"무,무슨 말을···."

소름 끼치는 웃음에 크리벤토는 도저히 표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

크리벤토는 눈알만 굴려 뒤에 서있는 인영을 응시했다.

로브 안에서 번쩍이는 보라색 빛. 어딘가 상황이 크게 잘못 돌아갔다는 불길한 직감이 들었다.

"기다려 주지. 검을 들어라."

남자는 탁자 옆에 놓인 검을 턱으로 가리켰다.

"나는···가능성 없는 싸움은 하지 않소···내가 살 방법이 없소?"

"흐음-재미없는 놈일세."

"미안하오. 그래도 나는 이렇게 살아왔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쓸 곳이 없는데···아!"

그는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자비로운 선택지를 주는 척 말한다.

"그럼 교보재가 되는 선택지를 주지"

-

"정말 버티면 살려줄 것이오?"

"의심이 많네. 그냥 살려주지마?"

"실언이었소. 최선을 다하지···."

철컥-!

크리벤토가 검을 뽑더니 방어적인 자세를 잡는다.

공격할 의지는 한 점도 없지만 살고자 하는 의지는 강인하다.

크리벤토의 역은 리케를 위한 교보재. 안 그래도 한 번은 설명하려 했던 마나에 대해서.

마침 적당한 상대가 있으니 지금 타이밍이 좋았다.

내가 크리벤토와 계약한 것은 간단했다.

내 설명이 끝날 때까지 버틴다면 살려주는 약속이다.

[ 바위 숨결 ]

▷무딘 날을 재생할 수 있습니다.

-바실리스크의 눈은 훌륭한 재료다.

지금 내 손에 들린 건 금속으로 만든 검이 아닌 돌로 만들어진 석검(石劍)

그렇다고 날이 무디거나 경도가 낮지는 않은 장비다.

날이 부서지면 널브러진 돌을 무기에 가져다 댄다.

그럼 그걸 먹고 날이 다시 수복되는 흥미로운 녀석이다.

재료 때문인지 베는 맛도 독특하여 워해머만큼 손맛이 좋다.

나는 크리벤토에게 다가가 가볍게 검을 휘두르며 리케를 위한 교육을 시작했다.

쨍-! 챙!

크리벤토는 간부 명찰을 달고 있는 실력자답게 간단히 막아내며 방어적인 포지션을 유지했다.

"마나를 사용하는 행위는 단순히 말하자면 의지의 발현이다. 적을 반 토막을 내고 싶다, 목을 날려버리고 싶다, 화살을 막아내고 싶다, 그 목표를 이루는 수단이지."

팅ㅡ!

"그렇다면 남을 해하고자 하는 의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다루는가? 첫 번째는 흔히 연공법을 익힌 뒤에 누구나 할 수 있는 신체 강화다."

캉!!!

석검이 휘둘리는 속도가 노련함까지 더해져 점점 빨라진다.

"큭···."

"첫 번째 방법이 비대해진 신체능력을 이용해 단단한 병장기를 수월하게 다루는 것이라면 두 번째는 '가시화'다."

화르륵!

석검에서 푸른색 불길이 치솟는다.

동시에 크리벤토의 검에서도 푸른 불길이 치솟았다.

"카아아악 ㅡ!!!"

점잔 빼던 크리벤토의 입에서 투박한 기합이 터져 나왔다.

그때를 기점으로 시작된 검을 주고받는 합은 지금 리케의 눈으로 따라갈 수 없는 속도였다.

"마나를 눈에 가시화 시키는 경지까지만 와도 어디 가서 꿀릴 일은 드물지. 대다수의 칼잡이들이 여기서 올라가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게 현실이다."

"···"

리케는 마른 침을 삼키며 로만을 주시했다.

로만의 주위가 아지랑이가 피는 것처럼 요동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흔히 오러라 불리는 마나의 가시화는 모두가 천편일률적으로 푸른 불길을 보인다. 그런 특색 없는 힘은 개개인을 나타낸다고 할 수 없지."

"흡··자,잠시 멈춰보시오! 경!!"

크리벤토가 석검을 큰 동작으로 밀어내고 크게 뒤로 빠지며 로만을 제지했다.

로만은 그 뒤를 쫓지 않았지만 크리벤토는 수비적인 자세를 풀지 않았다.

그도 지금부터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무언가가 일어날 거라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평생 쌓아왔던 경험과 노력 내 삶. 그 모든 것으로 자신을 정립하고 녹여내어 수단에 뚜렷하게 투영한다."

"삶과 경험이 나와 완벽히 겹치는 자가 없으니 이 힘 자체는 유일하며 독보적인 창조의 영역이라 볼 수 있다."

"무조건 딱딱하고 선명한 형상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나는 변덕스럽고 자유로운 인간이기에 정해진 틀이 없다."

파지지직-!!!!

바위숨결이 덜덜 떨리며 석검의 날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검붉은색의 전류가 날붙이를 타고 내달린다.

그것은 어둡지만 흑마법과 달리 불길한 기운이 아니었다.

불길함이라는 단어마저 찢고 태워버릴 기세.

"여기까지!! 내가졌소!! 교육은 여기까지면 된것 아니오!"

크리벤토의 전의는 먼 옛날에 꺾여 검에서 치솟던 마나도 사라진지 오래였다.

'저건 제국의 5기사들이나 우루스와 같은 백금은 되어야 보일법한···!'

무기를 다루는 인간이 마나로 할 수 있는 극의.

진짜배기 오러다.

저런 괴물은 자신이 몇 명으로 불어나도 감당할 수 없다. 물량이라는 전략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다.

일기당천의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같은 경지에 이른 독보적인 개인이 아니면 안 된다.

'어?'

검을 버리고 무릎을 꿇으려던 크리벤토의 시야가 갑자기 빙글 돌며 뒤집어졌다.

-

목이 떨어진 크리벤토를 그대로 두고 나는 바위숨결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유르게나 디 벤타, 그날 보았던 3석의 기사를 죽이려면 최소 이 단계는 도달해야 한다."

"제가···"

"할 수 있다."

리케가 방금 본 힘은 도저히 인간의 것이라 생각되지 않는 초월적인 무언가였다.

자신에게 수백 년의 시간이 주어져도 도달할 거라는 확신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로만은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자신에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

어쩐지 그의 눈길을 마주보기 힘들어 리케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

"감히··· 이 더러운 족속들이!!!"

트리스탄 공작이 지배하는 코븐이 발칵 뒤집혔다.

거리에 버려져 죽어있는 보육원장을 발견한 건 공작령에서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

원장실에서부터 이어진 핏자국.

누군가 고르넥의 시신을 '일부러' 끌고 나와 거리에 던져둔 것이다.

외진 곳에 사람이 죽어있는 건 코븐에서 흔한 일이었으니 금방 잊힐 것 같았다.

주위 사람들도 하수구 근처에 있으면 언젠가 벌어질 일이었다고 납득하는 분위기였다.

허나 사태를 수습하던 경비들이 원장실에 있는 문을 발견하고 사건의 심각성은 완전히 달라진다.

-

"치료는 눈으로 봐도 성인이 되지 않은 어린아이들부터 시작하겠다. 고르넥 보육원의 아이들은 모두 교단의 보육원에서 관리 감독한다."

교단의 인원들이 들이닥쳐 백치 상태가 되어버린 사람들을 구조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정신을 망가뜨리는 건 너무나 간단하지만 그걸 치료하는 건 막대한 자금과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교단은 그들을 하나하나 치료하기로 결정했다.

이건 여신상을 보고 웃으며 하는 봉사의 영역이 아니다. 흑마법사에게 납치되었던 그들의 증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수득이라곤 하나 없을지도 모른다.

천문학적인 돈만 날아갈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흑마법사를 추적할 가능성이 있다면 교단은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개인이 벌인 걸까요?"

"능력이 출중한 하나의 집단이라 예상됩니다."

수녀의 질문에 성기사 하나가 답했다.

그 답에 수녀도 긍정한다는 듯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개인이 했다기에는 공통분모가 없다. 무기의 다양성부터 방법까지.

자신이 무엇에 당한지도 모르는 얼굴.

저항도 못하고 죽은 시체가 대다수였다.

완전히 사람을 죽이는 게 도가 튼 손길이었지만 흑마법사의 제물을 보급하는 지부를 궤멸시킨 행위 자체는 신성하니 뭐라 비판할 수 없었다.

"···이분들의 손속은 과할 만큼 자비가 없군요."

수녀는 들개들이 달려들어 목을 물어뜯은 것 같은 상처를 보고 눈을 돌렸다.

사람이 낸 상처가 맞기는 한 걸까? 그게 맞다면 어떤 가학적인 무기를 쓴 건지도 모르겠다.

"흑마법사들에게 원한을 품은 것 아니겠습니까··· 수녀님에게 이런 말씀드리긴 죄송하지만 전 이해가 갑니다···."

그러고 보니 그가 성기사를 지원한 이유도 흑마법사들을 처단하기 위해서였구나.

자세한 이야기는 모르지만 그의 마음에 품은 원한이라는 감정이 지독하다는 건 알고 있다.

"그렇군요···이분들의 길 끝에 불행이 아닌 행복이 존재하도록. 자애로운 여신님의 은총이 함께하길 기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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