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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19화 (19/250)

Chapter 19 - 그녀를 위한 모험가의 사교육 -4-

연공법이란건 결국 무협의 내공심법을 모티브로 한 설정이다.

그렇기에 '아카라이트'에는 히든 피스 중 무협 세계관을 타고 넘어온 수많은 무공서적 중에서 토납법이 존재하는데 모티브가 된 녀석답게 연공법 중에서 최고 효율을 자랑한다.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이것을 익히려면 로버트가 가진 연공법을 한번 지워야 해서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이것도 옛날에 별똥별을 타고왔으려나'

얻을때는 멀쩡한 서적이라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입학식 전에 본 자연현상이 생각났다.

혹시나 그게 히든피스의 신호라면 이것도 유성을 타고 내려왔을텐데 책의 형태를 유지하는게 신기하지 않나.

도대체 무슨 원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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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익히면 그 눈도 문제없이 제어할 수 있을거다."

"부탁드립니다···."

리케에게 복수라는 감정의 순도는 높다.

염치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눈앞의 기회를 놓칠 이유는 되지 않는다.

그녀는 이때까지 다짐했기에 내 권유를 받아들였다.

리케의 뒤로 가서 앉은 나는 가냘픈 등에 손을 올렸다.

"내 연공법의 이름은 토고납신(吐古納新)이라 한다. 이름까지 이해할 필요는 없다."

"읏···"

"토고납신이 보통의 연공법과 다른점은 심장이 아닌 하복부에 있는 단전이라는 공간을 이용해 마나를 축적하는 점이다."

마나를 유도하자 그녀는 작은 신음을 뱉었다.

통증 보다는 가는 실이 전신을 스치는듯한 간지러움이 들것이다.

"내 힘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거스르지 말고 천천히 따라와라. 첫 걸음으로 잔류하는 마나를 한곳으로 모은다."

흔히 연공법은 심장에 마나를 축적하고 박동에 따라 마나를 퍼트려 사용한다.

안정성이 높은 방법이지만 단전에서 마나를 끌어내는 것보다 출력이 약하고 맥 자체를 자극하는 것도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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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기본적인 이해력이 높다. 이게 재능이지.'

리케는 한번도 틀리지 않고 내 인도를 따라오고 있었다.

내가 처음에 토납법을 익힐때 이해를 잘못해서 개고생한 것에 비해 리케는 처음접한 독특한 연공법을 단번에 이해하고 있다.

책에 있었던 문장을 나는 그대로 뱉을뿐이다.

그녀는 내 설명을 완전히 이해하고 한치의 거스름도 없이 내 마나를 따라 움직였다.

"모여든 마나를 담아내는 모양은 자신이 정해야한다. 나는 그릇이라 생각하지만 우물을 생각하는 자도 있을 것이고 구덩이를 표현하는 자도 있을것이다."

"후웁··· 하아···"

"좋아. 지금했던 순서를 잘 기억해라. 다시 한번 보여주마."

기경팔맥이니 십이정경이니 말해봐야 그녀의 머리만 어지러울 뿐이다.

나는 단순하게 번호를 붙여 그녀를 이끌었다.

"이걸 반복해서 단전에 모양을 차근차근 만드는거다. 조급함을 버리고 여기가 첫번째. 그리고···"

-

픽픽 거리는 산새 소리가 들린다.

연공법의 기본을 끝내니 벌써 새벽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이제 눈으로 아주 미량의 마나만 끌어올리는거야."

리케의 눈에 자색으로 안광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제야 스킬을 자기 뜻대로 펼칠 수 있게 된것이다.

"가,감사합니다··허억··!"

토납법 교육이 끝이 나는 순간 리케의 상체가 앞으로 무너졌다.

그녀의 턱선을 따라 땀이 뚝뚝 떨어졌다.

토납법을 하는것도 힘들지만 인도하고 가르치는건 수배로 힘들다. 나도 땀에 흠뻑 젖어 웅덩이에 빠진 생쥐꼴이 되었다.

이걸로 힘들어도 급한 벽은 넘었다.

-

리케는 피곤함에 자기도 모르게 품에서 졸았지만 나는 잠도 안자고 오후까지 미친듯이 달렸다.

그렇게 도착한 트리스탄 공작령.

다른 이름으로 코븐이라 한다.

여기서도 기척을 죽이고 담을 넘어 들어왔다.

방을 잡아 땀으로 축축한 몸을 해결하고 리케의 복장도 편한 것으로 환복을 끝냈다.

그래봐야 로브를 입어야 하는건 변함없지만.

방으로 가져온 스튜로 끼니를 간단히 해결하고 나는 커피 리케는 우유를 마시며 식사를 마무리 지었다.

"오늘부터 시작할거다."

"···네!"

네마 나타스는 세속적이고 제물을 탐한다.

하지만 그 수단이 되는것은 결국 흑마법.

자신이 보유한 마나를 사용해도 되지만 그들은 확실한 결과와 격이 높은 효과를 위해 제물을 사용하는걸 선호한다.

"네마 나타스는 목적에 따라 지부를 가지고 있어. 각 지부에는 필수적으로 간부급이나 실력 좋은 흑마법사 혹은 칼잡이가 최소 하나는 있을거다."

상주를 하며 지부를 지키는 간부가 있고 순회를 하는 간부가 있다.

"우리가 찾는 그 누더기 노인의 이름은 헬 브룸."

"헬 브룸··."

리케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이제는 감정이 제법 얼굴에 그려진다.

"그 망할 할아범은 흑마법 중에서도 전투 보다는 감각기관을 건드리는 혼란에 능통하다. 내가 아티펙트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나와는 상극."

어떤 때는 아름다운 여성, 어떤 때는 중후한 분위기의 남성이 되어서 고객들을 만난다.

달변가의 기질이 없음에도 네마 나타스를 대표하여 고객을 만나러 다니는 이유였다.

네마 나타스의 번영을 위해 대륙에 퍼져있는 각 지부를 돌아다니며 제물을 충당하고 흑마법이 필요한 인간들을 꼬드긴다.

'여기서 바로 만날수있다면 최고인데.'

게임에선 네마 나타스 지부에 따라 변동적인 확률로 헬 브룸이 등장한다.

"순회를 한다해도 명색이 간부이니 쉬지도 않고 일을 하지는 않는다. 어떤 지부에서든 분명 머무는 시간이 있을터."

나는 단순한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게임에서 등장 확률이 높은 지부를 다 뒤집어 보는 것.

"이건 비단 아카데미 출석 문제가 아니라 정말 시간과의 싸움이 될거다."

시간이 길어지면 흑마법사들이 지부에 사고가 터진걸 알아챈다.

그렇게 되면 남은 지부의 방어가 단단해지고 경계가 심해질 것이다.

"지금 하는것도 둘이서 벌집을 들쑤시는 미친 짓이지만. 욕심은 내면 안된다. 일단 목숨을 보존해야 다음이 있는거잖아."

"···제가 도울게 있을까요?"

"당연히 있지. 헬 브룸이 나와 상극이라면 그 노인은 리케랑 상극이라고."

나는 리케의 자색 눈동자를 응시했다.

이 일은 애초에 그녀가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

트리스탄 공작은 부인이 열이 넘을 정도로 여색을 무척 밝히고 미술품에 눈 돌아가는 탐욕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흑마법사에게 넘어가는 인물은 아니다.

그는 날때부터 포식자인 공작.

자존심이 무척이나 강하고 오만하다.

타인의 힘을 빌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한다는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인간이다.

하여 네마 나타스가 찾아왔을때 엮이지 않는다.

오히려 칼을 들고 자신을 돕겠다는 흑마법사를 죽이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공작의 과감한 행보덕에 외적으로 흑마법 청정구역인 코븐이지만.

내가 이곳으로 온 이유는 있다.

'트리스탄 공작이 찾아온 흑마법사에게 분개하여 칼질을 했던건 사실이다.'

그때 공작이 네마 나타스를 거부하고 공격까지 했기에 공작령 안에 흑마법사들의 지부가 만들어졌다.

자신들을 후원하는 귀족의 고혈을 몰래 빠는 것 보다 적이라고 인식한 상대에게 빼앗는것이 당연하다.

공작령에서 질 좋은 제물을 보급하기 위한 적당한 장소.

네마 나타스가 선택한건 보육원이었다.

-

코븐에 존재하는 보육원은 두가지 부류로 나누어진다.

교단에서 운영하는 보육원 그리고 개인이 운영하는 보육원.

교단이 정식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언제나 아이들로 미어터지고 밥 한끼 얻어먹으려는 고아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보육원은 딱히 좋은 인상이 없다.

물론 선의를 가지고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이야기는 그런 형편좋은 내용이 아니다.

··

현재 하룬 제국을 병들게 하는 고질적인 문제.

흉년이 찾아오면 먹을게 없는 부모가 버린 아이나 도적때나 몬스터로 인한 고아들이 포화상태다.

그 사실은 공작령인 코븐도 마찬가지.

트리스탄 공작에게는 문제를 해결할만한 뾰족한 수도 없고 하고싶은 마음도 없다.

그 성격상 딱히 보육원에 지원하거나 관심을 가지지도 않는다.

'땅은 넓지만 번성하다고 보긴 힘들다.'

땅의 주인이 무관심하기에 길거리만 봐도 드러누워있는 노숙자와 고아들이 썩어난다.

몇명 정도는 당장 사라져도 누구도 의심하지도 걱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흑마법사들이 군침을 안흘리는게 이상한 환경이다.

****

"흐으음-"

첨탑 위에 부는 바람이 시원하다.

해가 지고 불이 켜진 보육원에는 아이들이 펄떡거리는게 창문으로 비친다.

겉으로 보기에는 행복을 표방하고 있으며 더 없이 평화롭다.

'게임이랑 역시 똑같은 장소야····.'

근처에 말이 없는 허전한 마구간이 보인다.

짐승 특유의 냄새도 안나고 풀이 완전히 말라있다.

바로 옆은 나무계단이 있는데 타고 내려가면 썩은 물냄새를 풍기는 하수구로 이어진다.

해가 떨어지면 사람 하나가 이 좁은 길을 지나가는건 진짜 많으면 10분에 하나정도.

절대 보육원이 있을만한 장소는 아니다.

'사람이 더 있을만한 곳은 없는것 같네.'

신선한 제물을 보급하는 지부인 이상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게 그들에게도 좋다.

나는 주위를 한번 더 확인한 뒤 숙소로 돌아갔다.

··

··

"할수있다!"

다시 나가야 하지만 우리는 아직 방에 앉아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리케에게 도핑약을 먹이기 위해서다.

아직 두병 남았는데 리케는 구역질이 올라오는지 입을 막았다.

"으읍- 속이 꽉 차서···."

"그래도 먹어야돼"

이때까지 거식증이라 해도 될 정도로 음식을 안먹었으니 그녀의 위는 극도로 쪼그라든 상태라 물약 몇병 마시는 것도 힘겨워 하고 있다.

식고문을 하는것 같아 강요하고 싶지 않지만 그녀의 안위를 위해서다.

안전에 관련된 것은 아무리 그녀라도 양보할 수 없다.

흑마법사를 앞에 두고 겨우 물약에 막히는 기가 차는 상황.

그녀는 들숨 날숨으로 의지를 다지고 남은 두개의 물약을 호기롭게 들이켰다.

"욱ㅡ"

리케가 손으로 입을 급하게 틀어막는다.

잠깐 진정의 시간이 흐르고 그녀는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

[ 고르넥 보육원 ]

오전에도 관계자 외에는 사람이 거의 오지 않는 이곳.

마물들의 시간이 된 밤에 불청객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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