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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18화 (18/250)

Chapter 18 - 그녀를 위한 모험가의 사교육 -3-

'아카라이트'에서 흑마법사 집단 네마 나타스를 조지는 방법은 정해져있다.

시간제한이 걸려있는 리케를 1학기에 구해내야 하는 이상 주인공의 성장은 한계가 있어 결국 외부의 힘을 빌려야 한다.

주인공은 흑마법사의 천적인 교단에 도움을 청하지만.

아직도 흑마법사와 유착관계라는 소문이 도는 스카디 가문이다.

해결되지 않은 소문을 껄끄러워 하는 교단의 도움을 받기위해 게이머는 로버트를 움직여 귀찮은 연계 퀘스트를 수행해야 한다.

그 과정은 결코 짧지않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기도 하고 애초에 교단에 손을 빌릴 생각은 없다.

스토리상 연계 퀘스트가 끝나면 교단의 여자들이 로버트를 돕자고 나서는걸 생각해야 한다.

그 여론을 잘 밀고나가야 겨우 도움을 받는다.

허나 나에게 스킬 [옴므 파탈]이 없는 이상 뜻대로 굴러가지는 않을 터.

교단은 기각이다.

*****

아직도 코를 훌쩍이는 리케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그녀가 내 집에 오는건 항상 원하던 그림이었는데 지금 흥분을 느낄 여유가 없다.

리케를 완벽하게 지켜야 한다.

지금 그녀의 수준을 생각하면 말그대로 스치면 치명상.

그녀가 온전하지 못하면 애초에 이번 의뢰는 의미가 없다.

거기에 네마 나타스의 어떤 곳 부터 찔러야 할지 머리가 터질것 같다.

"이번주 안에 할만큼 해보자."

얼굴을 가릴 수 있는 로브를 입히고 후드를 매듭으로 고정시켰다.

그 모습이 한마리의 펭귄 같아서 진지한 와중 웃음이 나올뻔했다.

"지금부터 아카데미 정복은 밖에서 보이면 안된다. 다른 마을에 도착하면 그때 새로운 옷을 사던가 하자. 최대한 신분은 숨겨야해."

끄덕끄덕-

"손 내밀어 봐."

그녀가 팅팅 부은 눈가를 문지르며 한손을 내밀었다.

[ 각인용 반지 ]

▷마법이 각인 되어 있는 반지.

▷마법이 발동 되는 순간 반지는 파괴됩니다.

오토 실드가 각인된 일회용 반지. 인벤토리에 옛날부터 짱박아둔 물건이다.

급이 낮은 것이라 나에겐 오히려 방해가 되는 물건이지만.

리케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방어력이랑 체력 도핑 물약은 나중에 전투시작 전에 먹이고···도플갱어라도 있으면 리케의 알리바이를 만드는게 베스트인데.'

일이 터지면 그들은 당연히 범인을 찾으려 할 것이다.

꼬리가 길면 잡힐 위험이 있다.

제국 깊숙히 침투하고 있는 그들이 역추적을 시작하여 헛발을 차면 다행이지만.

정말 운이 안좋으면 내가 모험가 길드에서 리케와 만난걸 의심할 수도 있다.

그러니 혹시 의심받을 때를 대비하여 최대한 혼란을 줘야한다.

인벤토리에 쌓아둔 무기들을 이용해 흔적을 아주 난잡하게 남겨주면 용의선상을 벗어나 의심조차 안받을지도 모른다.

'아예 박멸을 할수있으면 이런 고민도 안하는데··.'

네마 나타스를 전부 소탕하는건 게임에서도 불가능하다.

보이는 대로 다 죽여도 잔당은 게임이 끝날때까지 어디에나 있다.

불가능한 목표는 접어두고 선택에 집중해야한다. 이번 외출의 목표는 집단의 파멸이 아닌 누더기 면상 노인을 잡는 것.

'그거 하나면 충분하다.'

"출발하기 전에 하나 약속을 정하자. 아카데미에 돌아가기 전까지 우리는 이 집에 같이 있었던거야. 누가 묻지않으면 최고겠지만 혹시 물어보면 답은 그걸로 통일하는거다. 알았지?"

쿨쩍-

그녀가 이해했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출발하자."

준비해뒀던 로브를 나도 뒤집어쓰니 수상하기 그지없는 2인조가 탄생했다.

마당으로 나오니 주위에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수도 외곽에 위치한 곳이라 도로변은 항상 한적하다. 오히려 골목길이 양아치들로 바글바글하지.

"업힐래? 아니면 들어줘? 이제부터 전력으로 뛰어갈 예정이라 따라오는건 불가능할텐데."

"···로브라서 업히는건 힘들지 않을까요."

하긴 로브는 월남치마처럼 발목까지 내려가 있으니 업는 순간에 로브는 엉덩이까지 말려올라간다.

"그럼-"

"으앗!"

리케를 번쩍 안아 올리고 마나를 발에 휘감았다.

마당을 박살내지 않도록 마나를 세밀하게 조절하여 지면을 찬다.

통-

지붕을 한번 밟은 뒤 더럽게 높은 성벽을 그대로 넘었다.

"···!"

리케가 아래를 슬쩍 보더니 떨어지는 높이에 놀랐는지 숨을 들이켰다.

꾸욱.

내 팔을 부여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게 느껴진다.

'저 아저씨는 오늘도 졸고있네.'

나는 외곽 끄트머리에서 선 채로 졸고있는 경비를 보고 안심했다.

외곽쪽 성벽에서 경계를 서는 병사들은 서로 간의 거리도 멀고 집중력도 없다.

이때까지 수백번을 넘으면서 한번도 걸린적이 없는 나만의 출입구다.

탁-!

얇은 나뭇가지 위에 성인 두명이 안착했으나 가지만 살짝 흔들릴뿐 부러지지 않았으니, 무협지라면 가히 초상비라 불릴 마나활용이다.

성벽에서 내려다보면 여기는 폭이 좁은 물이 흐르고 정리되지 않은 나무들로 시계가 좋지 않다.

가까이에 길도 없고 해가 지는 순간 제일 먼저 어두워지는 장소.

그러나 매번 이곳을 이용하는 나에겐 더없이 익숙하고 밝은 곳이다.

빠르게 숲을 내달렸다.

'이제 시작이다.'

편의를 위한 게이트나 수도의 출입구를 이용했다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게 첫걸음이다.

모험가 길드야 계약의 허점을 역으로 이용하면 어떻게든 결백을 증명할 수 있다.

접수원 하나 두고 실무를 내팽겨치고 놀러다니는 놈들이 혹시 나를 압박하려 해도 애초에 상대가 안된다.

'짜증나게 굴면 리케를 꼬드겨서 연방국으로 가버릴까.'

****

"후우···후우···."

거친 숨결이 숲에 메아리친다. 벌써 얼마나 달렸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저 요람에 담긴 아기처럼 가만히 있는게 전부지만 그는 해가 떨어지고도 한번의 휴식을 제외하곤 달리는걸 멈추지 않았다.

옆을 보면 나무가 번진 물감처럼 휙-휙- 지나간다.

혈통 좋은 군마도 이정도는 못달린다.

인간이 이 속도로 긴 시간을 달리는게 가능하다니 그저 경이로울 따름이다.

인외라 평가될 그의 체력도 점점 힘에 부치는지 서늘한 바람을 맞고도 땀이 한방울씩 흘러내린다.

그걸 멍하니 올려보다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서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아··."

손을 그의 얼굴에서 때고 나서야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고 머리가 하얘졌다.

그는 놀란 눈으로 나를 내려다 보더니 밝게 웃었다.

"안그래도 간지러웠는데 고맙다."

"····"

그가 뜀박질을 멈춘건 달이 한창 더 이동했을 때.

부락이라 할만한 작은 마을에 도착한 것이다.

무두질이 주력인 사냥꾼들의 마을인지 입구에 가죽을 보란듯 걸어둔게 보였다.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

그는 이곳이 익숙한듯 머리에 두꺼운 띠를 두른 산적같은 남자와 이야기를 하더니 은화 하나를 건냈다.

은화 하나를 받은 남자는 호탕하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는 흐트러진 로브의 매무새를 다듬으며 내게 돌아왔다.

"허락도 받았으니 자리부터 잡자."

*****

이 마을 자체는 겉으로 보면 착실하게 가죽과 훈연육포를 팔아 먹고사는 것 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비싼 값에 음식과 소모품을 판매 하는게 제일 큰 수익이다.

여기서 다음 목적지인 공작령은 마차로 한창을 가야하고 되돌아가기도 먼 거리.

그렇기에 행상인과 모험가에겐 유명한 마을이며 독립되다시피 떨어져 있어 인간들도 유별나다.

나도 이쪽 길을 지나야 할때 몇번 들른 적이 있다.

이것들은 자기 땅도 아니면서 마을 근처에서 허락을 받지않고 야영을 하면 개지랄을 턴다.

최대한 조용히 가고싶은 우리에겐 최악인 인간상이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선 먼저 다가가 돈 한푼 주면 악마에서 천사로 변해 아무 트러블 없이 지낼 수 있다.

'다음부터는 인벤토리에 우유도 넣고 다녀야겠는데.'

은화 하나에 리케가 좋아하는 우유 한통과 야영의 허락이라는 미친 바가지.

이또한 상술이라는 한분야의 극의라고 나는 감탄했다.

나는 마을에서 빌려온척 인벤토리에서 침낭을 꺼내 그녀에게 건냈다.

꾸준히 관리는 해왔기에 상태도 좋고 먼지가 쌓이지도 않았다.

"밥은 먹을수 있겠어?"

리케가 미약하게 고개를 저었다.

"우유는?"

그녀는 후드를 꾹 누르며 눈을 가리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이라면···."

"불부터 만들고 식사도 해결하자."

모닥불을 만드는건 모험가의 실력과 연륜이 드러난다.

마른 가지와 잎을 모으고 있으니 리케가 쭈그려 앉아 나무를 쌓고 있었다.

나름 열심히 쌓으려 해도 이런 경험이 없으니 모닥불을 만들기에는 부족한 모양새였다.

옆에 앉아서 같이 나무를 쌓는다.

'참기 힘들긴 하네.'

리케의 살내음이 은근하게 코를 간지럽힌다.

그것만으로 하반신에 피가 쏠릴 정도니 내가 최근에 얼마나 하지않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정신차려야 한다.

여긴 야외고 그녀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기다림이라는 영양을 먹고 자란 과실의 맛은 각별할 것이다.

그리고 당장 해야할 과제가 산맥처럼 높이 쌓여있는데 성욕에 눈을 돌릴 시간이 없다.

-

"피곤하겠지만 자기 전에 해야할게 있어."

"···저는 피곤하지 않아요. 말씀하세요."

"연공법을 지금 완성시키자."

리케는 연공법이 완성 되기 바로 전에 멈춘 상태.

몸에 마나를 담아내는 거처를 만드는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담기지 못하고 잔류하는 마나가 몸을 떠돌며 감정의 고하에 따라 스킬이 불규칙하게 발동하고 있으니.

본인이 원할때 스킬을 사용하는 것도 단지 운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워낙 미미한 양이라 아직 문제는 없어보이지만, 이렇게 두면 몸에 과부하가 오는건 필연적이며 이번 일을 깔끔히 마무리 짓기도 힘들다.

내가 누더기 노인이라 부르는 '헬 브룸'을 찾아내려면 리케의 눈이 필요하다.

그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장시간에 걸친 엄청난 소모전이 될것이다.

"내 앞에 앉아."

그녀는 나와 마주보고 앉았다.

연공법이라는건 결국 토납법이나 내공심법을 판타지로 컨버전한 용어이다.

'완성을 안한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몸 안에 고정적인 하나의 형태가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 다른것을 배우기 어렵다.

집이 완공되고 그 자리에 다시 집을 지으려면 부수고 정리까지 해야할게 많지 않은가.

리케는 현재 집을 지을 재료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몸안에 돌아다니는 형태.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건 두 가지."

"첫번째를 말하기 전에- 나는 스카디 후작가에서 어떤 연공법을 전수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걸 옆에서 보고 어느정도 완성으로 이끌어줄수는 있다. 이건 완벽하지는 않을거다."

"두번째는 나의 연공법을 익히는거다. 아직 자리를 잡지 않았으니 가능하지. 내가 비록 모험가라도 여타 귀족들이 익히는 연공법에 비해서 부족하지는 않을거라는 점은 장담한다."

후드 안에서 날 주시하는 리케의 눈동자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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