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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17화 (17/250)

Chapter 17 - 그녀를 위한 모험가의 사교육 -2-

"이번주 수업까지는 안들어가도 괜찮습니다···."

"···"

아카데미 따위는 일절 상관없다는듯 그녀는 당당하게 말했다.

"내가 지금 교관이었다면 훈계 해야겠지만···모험가는 크게 관여할 일이 아니지."

"감사합니다."

나는 자연스럽게 접견실 문을 열고 들어갔고 리케도 뒤따라 들어왔다.

접수원은 그게 마음에 안들어 보이지만 나한테 받은게 있는데 뭐 어쩌겠는가.

태클을 걸만한 길드 책임자들은 다른 곳에서 술판이나 벌이고 있을텐데.

"출발하기 전에 묻고싶은데. 흑마법사에 대해 알고있는게 있나?"

그녀는 더 없을 정도로 신중하게 고민한다.

흑마법사에 대해서는 '위험하다, 사람을 산채로 제물로 쓴다, 악마를 숭배한다' 이외에는 공개된 정보가 적으니 단어를 몇번 고르고 골라봐도 만족스러운 답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이 길을 파고든 관계자만 아는 것들이 있다.

"인신공양을 하거나 사람 혹은 다른생물을 제물로 사악한 마법을 사용하는 자들···?"

"사전에 나올법한 정의지만, 일단 흑마법사를 노린다면 알아야 할 지식은 그게 아니다. 지금부터 잘 들어라 ㅡ"

흑마법사는 제국과 연방국에서 당당하게 활동하는 마법사들과 도달하고자 하는 최종적 목표는 같다.

수단이 완전히 다를뿐이다.

마법을 다루는 자들의 목표는.

마법의 근간을 이루는 지식의 줄기와 정수를 깨우치고 인간이라는 나약한 껍데기를 초월하는 것.

그것이 인간의 모습을 한 불사의 형태든 해골이 되어 영생을 누리는 리치의 형태든 초월이라는 목표는 일맥상통한다.

이 하나의 목표를 두고 수단이 워낙 다양하니 흑마법사들은 내부에서 인디언 부족마냥 다시 한번 쪼개진다.

그들은 절대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다.

첫번째 블랙서클.

자기들이 정도(正道)를 걷는다고 생각하는 미치광이 집단.

공포의 대상인 악마를 발아래 두고 부리는 것이 종의 진화라 믿는다.

두번째 멘데스 펜타그램.

산양의 머리가 들어간 역오망성을 섬기는 자들.

인신공양을 수단으로 지고의 대악마를 강림시키는걸 목표로 하며.

'판데모니움' 즉,복마전을 열어 자기자신도 악마가 되는 진화를 목표로 한다.

세번째 네마 나타스.

흑마법을 기반으로 한 저주를 뿌리고 다니며 이것을 빌미로 제물을 받는다.

의뢰를 받고 저주를 팔기도 하며 권력층에 뿌리깊게 박혀있다.

권력과 유착되어 있어 앞의 두 집단보다 세속적이며 인간의 욕망을 잘 이용한다.

그리고 흑마법사 집단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세가지 집단을 제외하고도 여러 분파가 점조직의 형태로 퍼져있지만 경계할만한 힘을 가진곳은 없다.

"그리고 이 세 집단은 서로 사이가 아주아주 나쁘다. 만나면 못죽여서 안달이지."

"···어째서죠?"

리케는 처음 듣는 황금보다 값진 지식을 기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녀의 눈에 마나가 응축되어 안광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서로가 서로를 하찮게 보는데 대단한 이유는 없지.

흑마법에 있어서는 자기들 방법이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는거다. 당장 밖에있는 제국의 마법사들만 봐도 소속에 따라 사이가 안좋지 않나?"

리케가 눈을 감고 심호흡을 반복한다.

천천히 눈을 떠 나에게 물었다.

"···그럼 저와 관련이 있는 곳이 어딘지도 아시나요?"

"여러가지 증언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눈속임, 얼굴이 반쯤 상한 노인, 그리고 완전하지 못한 변화."

"····"

변화가 자신의 어머니를 말하는걸 알고있을 것이다.

"일단 펜타그램은 아니다. 그들은 악마로 진화를 꿈꾸지만 인공적인 방법이 아닌 판데모니엄에 노출되어 섭리를 따라 변화하는걸 꿈꾸지. 그 이외의 방법은 절대 시도하지 않는다."

정신나간 놈들일수록 신념은 강철처럼 굳건하다.

이런 놈들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무조건 자신이 맞다고 우긴다.

다른 면으로는 신앙이라 할수있다.

"그리고 블랙서클도 아니다. 악마를 부리고 싶어하지만 그건 계약을 토대로 한 사역마를 원하는 거다."

당연하지만 남은 답은 하나다.

나는 애초부터 알고 있었고.

"네마 나타스···."

악몽이 된 날에 누군가의 선명한 악의가 들어있다.

뿌득-

리케의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며 핏물이 흘러나왔다.

"누더기 노인도 네마 나타스에 속해있지. 서로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런 독특한 외견은 흔하지 않거든."

"그 자가 어디에 있는지 아시나요?"

"어디에 있는지 안다면? 지금 뛰어갈건가?"

"····"

리케는 현재 검술학부 생도 중에서 중하위권도 아슬아슬하고 상위권에는 절대 들지 못한다.

제대로 먹지못해 나약한 근력.

반쪽짜리 연공법에 독학으로 익힌 단순한 검.

지금은 가봐야 입구에 있는 경비도 뚫지 못한다.

덤비고 깔끔하게 죽으면 다행이지만 혹시나 사로잡힌다면.

그 이후는 죽지도 못하고 죽는것 보다 못한 삶을 이어가게 될 것이다.

"어떤 말이든 좋다. 내가 돕고싶도록 마음을 움직여봐라. 그럼 두말하지 않고 도와주겠다."

애초에 도울 생각뿐이지만.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그녀의 마음 속을 전부 보고싶다.

*****

"어떤 말이든 좋다. 내가 돕고싶도록 마음을 움직여봐라. 그럼 두말하지 않고 도와주겠다."

나도 알고있다.

내 실력은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다.

형편없다.

강자의 입장에서 보면 역하지 않을까.

'···'

눈 앞에 찾아온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도대체 무슨 말로···'

마음을 움직이라니 자신은 달변가도 아니거니와 말주변은 평범함 보다 아래에 있다.

거기에 자신의 과거는 다 털어놓았다.

( 돈이야 많을수록 좋지만. 정말로 썩어버릴 정도로 돈이 생기다보니 돈 이외의 것을 원하게 되는거라 생각합니다. )

그때 접수원이 말한대로 였다.

백금이라는 태산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흥미를 유발해야한다.

호색한이라 불릴만큼 여자를 좋아하는 모험가를 설득하려면 자신이 내세울건.

"저는··· 처녀입니다."

"알고있어."

원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는지 그는 심드렁하게 말했지만 나는 되려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벌써 5년이 지난 이야기지만. 그때 유니콘의 피를 마셨거든. 덕분에 잔병치레도 사라지고 감각도 날카로워졌지만··· 부작용은 유명하니 알고있지?"

유명한 기사와 상단주가 보양을 위해 유니콘의 피를 마시고 자살한 사건.

그것을 규명하다가 세간에 알려진 효과.

유니콘의 피를 마시면 처녀 혹은 자신이 처녀를 취한 자가 아니면 성욕을 느끼지 못한다.

처녀인걸 알고 있다는건 이미 그는 자신에게 성욕을 느낀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저는···그··."

처녀나 몸 따위는.

복수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재화라 생각했다.

하지만 경험해본적 없는 미지의 세계는 두렵기 마련이다.

시선이 절로 내려갔다.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마. 원하지도 않는데 억지로 하는건 내 취향이 아니거든."

다시 시선을 들어 그를 봤다.

자신을 보며 미미하게 짓고있는 웃음.

이익만을 추구하는 모험가면서- 자신과 만난건 바로 얼마전이면서-

이때까지 만났던 누구보다 자신을 존중해주고 있다는걸 그녀는 알 수 있다.

'정신차리자.'

그는 힘없는 여자 정도는 쉽게 가질 수 있는 모험가다.

자신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지레 겁먹고 눈을 피했다.

얼굴이 타버릴만큼 부끄러운 민폐.

그가 원하는 마음을 움직이는 말이 무엇인가.

대단한 사람이니 나한테 대단한걸 기대할까?

'마음···마음을···.'

'내가 마음이 움직일때가 언제였지?'

생각하려 하니 선명하게 기억난다.

어머니와 정원에 앉아 책을 읽었던 때가.

부끄럽게 사용인들과 어머니 앞에서 눈물을 보였었다.

화려한 미사여구에 감동한게 아니다.

소설 속 주인공의 솔직하고 꾸밈없는 말이 가슴에 틀어박혔기 때문이다.

-

지금와서 그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지 알 것 같다.

그는 자신이 생각을 정리하고 말을 시작할때까지 어떤 압박이나 강요도 하지않았다.

한결같이 따뜻한 눈길로 자신을 응시한다.

"····소중한 사람을 잃어도 시간이 지나면 자리를 털고 일어나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

가슴이 물결처럼 울렁인다.

눈 앞이 안개가 낀듯 하얗게 흐려진다.

"저는 그런 대단한 사람들과 다릅니다. 그렇게 될 수도 없고 되고 싶지도 않습니다···."

목소리가 떨린다.

호흡이 흐트러진다.

"침대에 누우면 그날의 악몽을 꾸고 물을 마셔도 밥을 먹어도 웃고있는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이 일을 어떤 식으로든 끝내고 싶지만, 저는 하찮고 미약한 존재라 혼자서는 무엇도 할 수 없습니다."

뺨을 타고 내려온 액체가 그녀의 손등에 툭툭 떨어졌다.

"염치 없는 것은 잘 알고있습니다···원하신다면 제 전부를 드리겠습니다. 제발 저 좀···도와···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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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나는 아직도 울고있는 리케에게 펑퍼짐한 로브와 후드를 씌우고 줄을 매듭지어주며 물었다.

"이번주 까지는 아카데미 안가도 괜찮다 했지?"

끄덕끄덕

흑마법사 지부를 하나하나 밀어내며 텀을 두고 메인 에피소드를 경계하려 했지만···.

"이번주 안에 할만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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