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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10화 (10/250)

Chapter 10 - 오리엔테이션 -2-

브롬 비스타인지 브로 박스터인지는 뒤에 누워서 박살 난 턱을 막심에게 치료를 받고 있다.

교단이나 로랜드에게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온 건지 막심은 크게 표정변화가 없었다.

이 상황에 놀란 건 생도들 뿐이었다.

상식선에서 생각하자면, 백금이라도 귀족의 자제를 저렇게 만든 건 당연히 정상이 아니다.

수업이라 해도 선을 넘는 타격인 건 사실이었다.

"정신 빠진 놈 하나 때문에 흐름이 끊어졌군."

치료를 받고도 정신을 못 차리는 브롬을 보고 혀를 찼다.

"저 꼴이 나고 싶지 않다면 무기를 진심으로 휘둘러라. 실제로 교관을 죽여도 괜찮다. 생도가 책임질 일은 없으니."

"교관에게 유효타를 한 번이라도 먹인 생도에게는 이번 학기 전부 최고점수를 주겠다. 최고점수를 받은 생도는 출석을 하지 않아도 인정해 주지."

다음은 검술학부였다.

흑마법사 이야기를 하던 당시 내 질문에 답을 했던 생도라 기억하고 있다.

롱소드를 잡은 자세가 기이했다.

앞으로 상체를 기울이고 검을 아래로 늘어뜨린다.

"검술학부 준 크라우더입니다."

반면교사의 경우가 바로 전에 존재했기에 준은 자세를 낮추고 옆으로 걸으며 내 주위를 빙 돌았다.

'독특하군. 사냥꾼 집안인가?'

걷는 방식이나 상체를 기울인 각도가 무척이나 독특했다.

들고 있는 롱소드가 바닥에 닿을 것 같다.

부웅

손에 있던 롱소드를 내게 집어던진 준이 날아오는 롱소드의 바로 뒤에 따라붙었다.

터.

오른손으로 롱소드를 낚아채고 준의 손을 주시한다.

소매에 숨겨두었던 보급형 단검이 흘러나왔다.

'롱소드를 들고 왔을 때부터 블러프였나.'

손에 잡힌 롱소드를 그대로 올려치니 손에 잡히기 직전의 단검이 뒤편으로 날아갔다.

그대로 롱소드를 눕혀 옆면으로 오금을 후려친다.

따악-!

준이 허공에서 반바퀴를 돌아 고꾸라졌다.

쿠당탕-!

회전해서 떨어진 그는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허어···졌습니다."

"신체 내부에서 마나의 이동속도가 느리다. 지금처럼 의외의 수를 생각한다면 속공에 따라갈 수 있게 연공법에 더 집중해라."

"···명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리 한쪽을 잡고 절뚝이며 막심으로 가는 그를 뒤로하고 내 시선이 기사학부로 향했다.

"다음"

-

"하체가 부실하다. 다리힘이 없는데 자세를 그렇게 높이면 목이 달아날 거다!"

"강화에 마나를 과하게 사용한다고 효율이 좋은 게 아니다. 소화하지 못한 마나가 쓸데없이 흘러나오고 있지 않나."

"베는 순간에는 팔꿈치를 안으로 좁혀라!"

"다리를 왜 그렇게 크게 벌리지? 고간을 맞고 싶다는 뜻인가?"

한 명 한 명 부상자가 쌓이면서 막심의 이마에도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

오늘이 맛보기라 했는데 이 정도라면···· 다음 수업에는 놀고 있는 사제 몇 명을 더 데려와야 할 것 같다.

"세리아 엘렉트라입니다."

한 손에 숏소드.

한 손에는 원형 방패.

훌륭한 밸런스를 가진 검과 방패.

방패를 놓치지 않기 위함인지 손잡이를 잡은 손에 천을 덮어 통째로 묶어놨다.

'저런 기백은 나쁘지 않아.'

방패를 앞에 세우고 눈만 살짝 드러내 한 발 한 발 나에게 붙는다.

첫 번째 선택은 찌르기.

거리를 보면 아쉬운 선택이다.

"이 거리에서는 숏소드 날이 다 들어가도 치명타가 되기는 힘들다."

"크윽!"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두른다.

한손검을 이용한 정석적인 콤비네이션.

교본 그 자체다.

"생도는 손목 힘이 부족하니 동격이나 그 이상의 적을 만나면 찌르기로 치명타를 노려라. 이 힘으로는 뼈까지 한 번에 베어내지 못한다. 그때는 어이없이 죽는 거지."

공격을 보면 노력하고 생각한 티가 난다.

열심히 한건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평범한 검사들 사이에선 재능이 있다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지만 로프티 아카데미는 인재들의 집합소.

이 정도로는 앞으로가 힘든 게 사실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나의 고갈과 초조함이 겹쳐 큰 동작이 나온다.

뒤로 한 발짝 빼며 그녀가 휘두르는 검을 피한다.

노출된 팔꿈치를 밀어내니 마나가 실린 검이 방패에 부딪혀 세리아가 벌러덩 넘어졌다.

"윽"

자신의 검에 맞고 넘어져서인지 얼굴이 붉어져 머리색과 비슷해졌다.

지금의 충격으로 검을 막아낸 손목이 완전히 빠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티를 내지 않고 일어나 방패를 드는 모습에는 칭찬해주고 싶다.

독기 어린 눈이 릴리네와는 정 반대다.

"으랴아!!"

검을 다시 휘두르지만 아까보다 박력도 없고 검을 쥔 손이 덜덜 떨린다.

"흥분하지 마라. 베지 말고 찌르라 했을 텐데."

땡그랑!

악력이 바닥난 세리아의 손에서 검이 미끄러졌다.

"가서 치료받아라."

"···감사합니다."

고개를 푹 숙인 그녀가 검을 주워 털레털레 자리를 뜬다.

-

"다음"

이제야 내가 기다리던 주인공 차례였다.

굳은 얼굴로 내 앞에 서서 롱소드를 뽑는다.

-로버트 파이팅!

-이겨!

히로인들이 응원까지 해주다니 확실히 개연성을 가진 주인공답다.

"로버트 볼트입니다."

레드 마이어에 들렸다는 사실로 확실해졌다.

게임 진행대로 몸속에 한국인이 자리 잡고 있다.

내 기록에서 그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기괴하고 때로는 물렁하면서 자기중심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제일 큰 점은 자기 자신에겐 관대하다는 점이다.

게임에선 긍정적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지표가 되지만 현실에선 글쎄···.

'아카라이트' 작품 자체가 연식이 있다 보니 주인공은 구시대 라노벨 주인공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히로인이 중요한 말을 하는 순간엔 귀가 잘 안 들리는 난청이 발동하고.

누구 하나와 결실을 맺지 않고 여러 명에게 엮여있는 상황을 이어간다.

하나를 잡으면 나머지가 떠날까 봐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병신 다 잡으면 되는 것을.

'성인게임이 아니어서 그런 결정을 못 내리는 건가?'

아카데미 3년 차에 이룰 만큼 이루고도 마지막엔 자신이 아닌 '로버트 볼트'의 부모에게 도망치려고 한국으로 여자를 데리고 도망가버리니 내가 보기엔 답답한 결정이다.

'앞에 있던 쓰레기들보다 조금은 하겠지.'

나처럼 세계의 근본이 창작물이라는 건 모르지만, 차원을 떠돌아 온 그에게는 주인공의 천운이 따른다.

가문의 이름을 드높이기 위해 부모가 좋은 건 다 먹이고.

그냥 길을 걷다 보면 우연하게 히든 피스를 찾고 우연찮게 곤경에 처한 히로인을 만난다.

타고난 스킬도 좋고 굳이 숨겨진 영약을 먹지 않아도 신체능력이 높다.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간다 생각하는 게 당연할 정도.

지금 레드마이어에서 절찬리에 허탕을 치고 왔겠지만 타고난 능력은 어딜 가는 게 아니다.

콰앙!!

단단한 바닥에 선명한 발자국을 새기며 들이닥친다.

'속도는 지금까지 중 최고다.'

옆으로 살짝 피하며 다리를 걸었더니 로버트는 혼자서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바닥을 굴렀다.

"크윽!"

몸을 붙이며 롱소드를 휘둘러온다.

이동뿐만이 아니라 휘둘리는 검도 뛰어난 몸을 베이스로 하여 중검에 가깝다.

말 그대로 훌륭한 신체능력이다.

이것을 기반으로 꾸준히 훈련하면 히든 피스가 없어도 이름을 날릴 기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새끼 뭐지?'

나는 표정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당황하고 있다.

이건 검법이라 부를 수 없다.

그냥 힘센 어린아이가 마구잡이로 검을 휘두르는 것이다.

지능이 낮은 몬스터에게나 통할 칼부림이다.

하드웨어는 분명 최상급인데 소프트웨어는 쓰레기였다.

내가 겨우 이런 놈을 이때까지 신경 쓴 건가? 나도 모르게 주먹을 들었다.

'눈을 감아?'

"지금 눈을 감은 거냐? 맞을까 봐? 제발 내가 잘못 본 거라 말해다오."

"····"

쫘악-!

내 손찌검에 로버트의 고개가 돌아갔다.

입에서 피가 한줄기 터져 나왔다.

"다시"

"크아아!!"

검을 휘두를 때 순간순간 옅은 빛이 번쩍였다.

뜻대로 되지 않으니 스킬을 자신도 모르게 끌어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어정쩡한 몬스터나 상대는 스킬 하나로 쓸어버릴 수 있으니.

'자신의 기량보단 스킬 원툴인가···.'

맞는 순간에 또 눈을 질끈 감는 걸 봤다.

이런 게 검을 들고 있다니 눈이 확 돌아갈 것 같았다.

"여기 있는 생도 중에 고통이 두려워 눈을 감는 인원은 없었다. 아주 최악이야."

"저는···"

이건 히든피스고 영약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전생부터 지금까지 평생 몸담고 있는 무(武)의 영역이 모욕당하고 더럽혀지는 기분이다.

"잠깐만요!!"

"뭐지?"

몇 차례 전에 교육을 받고 굴러 떨어졌던 히로인이다.

자기 사람은 잘 챙기지만 욱하는 성격으로 일을 키울 때가 있어 나는 선호하지 않는 히로인이다.

막심의 치료가 끝난 건지 상처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백금이라도 이 많은 귀족들을 건드린 걸 감당할 수 있나요?"

"당연히 할 수 있지."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주인공이 시덥잖으니 히로인도 물들어 가는 건가.

"이런 야만적인 수업은···제가 부모님에게 보고해서 아카데미에 정식으로 이의제기하겠습니다!"

"지금 일개 생도 따위가 - 황제 폐하의 명을 거스른다고 했나?"

"···?"

이 영애님은 내 말이 왜 거기로 가는지 이해를 못 하는 듯했다.

와중에 자신을 위해 나선 히로인이 아니라 리케 쪽을 슬쩍슬쩍 보는 주인공이 진정 레전드였다.

"이 수업은 모두 황실에서 떨어진 칙명에 의거한 것이다. 여기 있는 생도 모두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나. 그런데도 이것에 반기를 드는 건···말 안 해도 알겠지?"

"···아무리 그래도 지금 손속이 과한 건 사실입니다!"

"이게 과하다? 오늘은 첫 수업이라 맛보기인데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내 말에 생도들이 흠칫 떠는 게 느껴졌다.

터진 입술을 씹는 로버트와 옆에서 그걸 위로하는 히로인을 무시하고 나는 검술학부 마지막 대기인원을 불렀다.

"다음"

비척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걸어 나왔다.

"리케 스카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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