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8화 (8/250)

Chapter 8 - 세리아와 릴리네

"그럼 '실전 1'의 소개는 여기까지다. 수업을 선택하는 검술학부 생도들은 다음에 보도록 하자고."

기사학부의 생도들은 내 해결법에 혐오스러운 코즈믹 호러를 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검술학부는 대다수가 놀라면서도 빠르게 그 방법을 납득했다.

성향차이가 극명한 두 학부.

목표를 향한 수단이 될 단순한 수업이었는데 생각외로 재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들 점심 많이 먹어라."

이제 첫 수업까지 아카데미에 올 일이 없다.

그 사이에 주인공은 차원에 대한 마법서가 있다는 소식에 레드 마이어에 다녀오겠지만, 책은 허탕이고 영약은 이미 내가 먹어버렸기 때문에 변화는 없을 것이다.

-

딱. 딱. 딱.

집으로 돌아온 나는 만년필로 탁자를 치며 기록물을 읽어나갔다.

최근들어 평생 읽은 책보다 더 많은 책을 읽는것 같다.

3권 정도를 반복해서 읽고 있지만 가끔은 집중이 무너진다.

"끄응-"

그런 말이 있다.

('아카라이트'에서는 스킬 설명이 추상적일수록 좋다.)

이게 어떤 의미인가 보자면, 내가 가지고 있는 수 많은 스킬들 중.

[ 불스아이 - C ]

▷투척류의 명중률이 50%증가합니다.

이것보다는.

[ 유혈귀(流血鬼) - A ]

▷출혈량에 비례하여 신체능력이 상승합니다.

▷체력이 낮을수록 신체능력이 상승합니다.

▷출혈에 대한 내성이 상승합니다.

이렇게 정확한 언급이 없는 스킬들이 격이 높은 경우가 많다.

주인공은 게임 부제와 어울리게 빛에 관련된 스킬을 가지고 있으며 처음엔 B랭크 스킬이지만 성장을 계속하면 한국으로 귀환하기 직전에 SSS까지 올라간다.

히로인들도 처음에 남부럽지 않은 스킬을 각자 가지고 있지만 그중에서 독보적인 스킬은 현재 리케 스카디가 보유하고 있는 스킬이다.

[ 간파하는 안광 - S ]

▷꿰뚫고 간파합니다.

태생이 S랭크에 추상적인 설명의 끝을 달리는 스킬이다.

본인은 아직 제대로 다루지 못해 끙끙거리고 있을 것이다.

심도있는 교육을 받기 전에 집안이 박살이 났으니.

'아니지- 애초에 그 사건을 겪는 순간 얻어내는 스킬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경우다.'

원래는 사건해결 후 주인공과 다니면서 다루는 법을 익히게 된다.

"수업에서 키워드를 몇개씩 던져주는게 좋으려나····."

생각해보니 이것도 김칫국이다.

그녀가 내 수업을 들어야 그것도 가능한 방법이니.

"에라이 ㅡ 팔자에도 없는 짓을 하려니 쉽지가 않네~"

제어할 수 없는 한숨이 푹 나온다. 책을 인벤토리에 집어던지고 몸을 침대로 내던졌다.

****

세리아 엘렉트라는 태어났을때부터 남작가의 여식이다.

거기에 3남3녀 중 막내.

내가 아무것도 하지않아도 불편함은 없었다.

아버지는 타고난 외모를 살려 가문을 위한 혼담에만 힘쓰라 했다.

그렇게만 하면 지금같은 순탄한 삶을 이어갈 수 있다고.

걱정할 것 하나 없는 삶.

골치아픈 일은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주장 하나 없이 인형처럼 살아가는 인생.

엘렉트라 남작가의 여식으로서 이게 당연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언니는 달랐다. 늘 자애롭고 화 한번 내지않던 언니는 자신의 운명을 거슬렀다.

언니는 자신의 삶을 찾아 가문을 박차고 떠나버렸다.

내게 편지 하나를 남기고.

-

"언니이이이-!"

"세리아!"

그녀가 우다다 달려 릴리네에게 안겨들었다.

릴리네는 자신보다 작은 세리아를 안고 수도광장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시선이 몰렸지만 둘은 신경쓰지 않았다.

세리아가 느끼는 기쁨은 아카데미에 입학한 일보다 릴리네를 예전보다 자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1년에 한번.

운이 정말 좋으면 두번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부모님의 눈에서 벗어났으니 언니와 최대한 가깝게 지낼 수 있다.

언니의 부드러운 손을 잡고 식당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수업이 없나보네?"

언니는 애정을 가득 담은 눈으로 나를 본다.

"내일까지 과목을 정해서 시간표를 만들어야해! 오늘은 그냥 간단한 설명정도?"

"흐응~신기하다."

토마토를 입에 넣으려던 세리아는 갑자기 떠올린 정보에 손을 멈췄다.

"맞다! 그러고보니 모험가 한명이 교관으로 왔는데···어딘가 이상해··."

"아하하-··어,어디가 이상한데?"

웃고있는 릴리네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세리아는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말을 이어갔다.

"나이가 그렇게 많아 보이진 않는데 등급이 백금이라던데? 진짜 그런 사람이 있는걸까? 어쩌면 우리한테 겁을 주려고 거짓말을···."

엘렉트라 남작령은 수도에서 아주 멀다.

완전한 끝과 끝.

게이트를 경로에 끼우지 않으면 한번 가는데 큰 마음을 먹어야 할 정도로.

최강이라 불리는 모험가 우루스가 의뢰를 해결해도 그 소문이 남작령까지 퍼지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거기에 로만은 백금이 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에 본인의 의지로 공표를 최소화 했으니, 모험가에 관심이 있는 세리아라도 바로 알기는 어렵다.

"···그 사람은 아마 백금이 맞을꺼야."

"진짜? 그런 젊은 사람이···그럼 라크 아저씨 보다 강할까?"

릴리네는 난감한 질문에 그저 웃었다.

라크가 이 말을 들었으며 피눈물을 흘렸을지도.

이제 사회에 나온 막내는 모험가 등급이 가지는 권위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듯 하다.

어쩌면 믿기 싫은걸지도 모른다.

세리아가 든든한 전위인 라크를 동경하는걸 알고있으니 이걸 냉정하게 말해줘야 할지 고민이 된다.

"으음···"

릴리네는 로만이 의뢰를 해결하는걸 본 적이 있다.

의뢰를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운 좋게 마주친 것이다.

그 사람은 격이 다르다.

분명 인간의 모습을 하고있지만 인간이라 보기 힘들 정도로.

가끔 잔소리를 하다가도 정신을 차리면 덜컥 겁이 날때가 있다.

'10명이 덤벼도 못이긴다고 하기엔···.'

세리아의 눈망울이 너무 초롱초롱했다.

릴리네는 고민 끝에 당사자에게 짐을 넘겼다.

"···그건 어려운 질문이네. 다음에 라크씨한테 직접 물어볼까?"

"알겠어!"

단촐한 식사를 끝내고 후식을 사서 릴리네의 집에 도착한 세리아는 콧노래를 부르며 아기자기한 그릇에 조각 케이크를 올렸다.

장식이 끝난 동시에 허겁지겁 케이크를 먹는 세리아를 보던 릴리네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번에 터진 아카데미의 사건도 그렇고 수도에 자신이 없으면 세리아를 지켜줄 사람이 없다.

라크 또한 자신과 파티를 이루고 있으니 당연히 자리를 비우게 된다.

"세리아."

"응?"

"언니가 없을때 위험한 일이 생기면···가령 아카데미에서."

"뒤도 안보고 도망갈게! 그런건 알고있어."

귀족에게 사명과 품위란 중요하지만. 그것이 목숨 보다 중요한건 아니다.

릴리네는 이제 완전한 모험가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만날때마다 세리아에게 교육했기에 세리아도 그녀가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하고 있다.

"혹시 도망가기도 힘들고 혼란스러울땐, 그 모험가 교관님 옆에 꼭 붙어있어야 돼. 알았지?"

"···모험가는 무상으로 일을 하지 않는데 그냥 날 두고 가지않을까? 괜히 살려줬다고 돈을 달라고 하면···"

"그건 언니가 어떻게든 할게. 알겠지? 그리고 남자라면 이렇게 귀여운 세리아를 무시할리가 없잖아."

"치···그래도 나 아직 수업을 결정하지도 않았는데. 역시 듣는게 좋겠지?"

미래에 자신도 모험가가 될거라고 말해왔던 그녀다.

릴리네는 모험가의 실태를 알기에 말리고 싶었지만, 자신의 뒤를 따라서 걸어가려고 확정한 그녀를 막을 수 없었다.

"무조건 해야지! 백금한테 가르침을 청하려면···."

혼자서 활동하며 의뢰를 빠른 속도를 해결하는 로만에게 파티를 권한 자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한번도 파티를 이룬적이 없었다.

파티를 이루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자 그에게 제자가 되고자 찾아가는 이도 많았다.

의뢰비도 받지 않을것이며, 잡일거리도 하고 밤일도 해줄 수 있다고 찾아가는 여자들도 많았다.

개중에는 자칭타칭 이쁜 여자들이 많았다.

남자라면 당연히 미인을 원한다.

특히 로만은 그걸 입 밖으로 내고 다녔기에 일어나는 일이었다.

가끔 보여주는 가벼운 행동과 언행도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예상 외로 그것도 전부 거절했다.

천금을 준다해도 가르침을 받기 어려운 '백금'이다.

그 많은 모험가 중에서도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인물.

황실에서도 가끔 의뢰를 준다고 들었으니 신용까지 확실하다.

그런 커리어를 가지고 편하게 부릴 수 있는 제자 하나 두지않은 남자.

실력 여하를 떠나 이 기회는 다신 없을지도 모른다.

수업을 제대로 못받아도 안면이라도 서로 터 놓을 수 있는 기회.

이 수업의 가치를 생도들은 정확히 모르고 있다. 릴리네의 일장연설을 들은 세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알겠어. 그정도로 대단한거구나··. 혹시 언니는 그 모험가랑 아는 사이야? 엄청 자세하게 알고있네."

"···모험가 사이에선 소식이 다 들리니까."

"히히- 모험가는 다들 사이가 좋구나."

로만이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 이상. 알고있다고 말하는 순간 청탁을 닮은 민폐가 된다.

당장 지금 위험한 순간에는 의지하라는 자신의 말도 마찬가지지만.

자신의 동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녀이기에. 눈이 돌아가서 말하긴 했지만 조금 찜찜하긴 하다.

'하아 ㅡ 일단 만나면 사과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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