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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어휴....”
그 뒤 나는 열 접시의 스테이크를 먹는 동안 「개 알약」아이템의 알약을 세 알이나 더 꺼내 먹었다. 반면 비앙카는 열 접시의 각기 다른 메뉴의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틈틈이 샐러드와 수프를 곁들여서 먹었다. 그리고....
“너무 고기만 먹으면 그러니....밀가루도 먹어줘야죠.”
말 같지도 않은 소리와 함께 내게 윙크를 하더니 미리 주문해 둔 파스타를 먹기 시작했다.
나 역시 그녀와 같은 음식을 주문해 둔 터라, 비앙카와 똑같이 나온 봉골레 파스타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죽겠군.’
얕게 썬 편 마늘에 잘 익은 조갯살이 더해진 파스타면은 사실 먹을 만했다. 하지만 앞서 먹은 열 번째 접시의 스테이크 때문에 배가 불렀던 나로서는 이 맛있는 봉골레 파스타를 먹는 게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어쩔 수 없군.’
해서 나는 「개 알약」아이템의 알약을 하나 떠 꺼내서 먹었다. 물론 나와 같은 VIP실에 있는 두 사람 몰래 말이다.
‘휴우....이제 좀 살겠네.’
「개 알약」아이템의 알약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먹자마자 더부룩하던 내 배 속이 마치 공복 전 상태로 돌아갔고 동시에 입에 군침이 돌았다. 덕분에 나는 남은 파스타를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이런....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군. 나는 이제 그만 조세청에 들어가 봐야 할 거 같소.”
에단 청장의 말에 막 파스타를 다 먹고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던 비앙카가 아쉽다는 듯 말했다.
“그러시군요. 후식은 아직 시키지 않았긴 한데....”
그러며 힐끗 나를 쳐다보는 비앙카. 그 뜻을 모를 내가 아니었다. 나는 여기서 더 먹을 생각이 없었다. 그게 제 아무리 맛있는 디저트 음식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하긴 배터지게 먹었다가 공복 상태로 돌아가는 걸, 한 시간 안에 무려 4번이나 반복하고 나면 나처럼 후식의 ‘후’자만 꺼내도 입 밖으로 절로 욕설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을 터였다. 그걸 겨우 참으며 나는 비앙카의 시선을 무시하고 에단 청장에게 말했다.
“바쁘신 분을 계속 잡고 있을 순 없죠. 그만 일어나실까요?”
“그럽시다.”
이 자리의 주인은 에단 청장과 나다. 비앙카는 내 회사의 일개 직원일 뿐이고. 따라서 우리 둘이 자리를 파하겠다고 하면 그녀는 그걸 따를 수밖에 없었다.
“9,750달러입니다.”
무슨 한 끼 식사에 만 달러에 가까운 돈이 나왔다. VIP실을 나올 때부터 입이 대빨로 튀어나와 있던 비앙카. 아마도 내가 후식을 먹지 않아서 그런 모양인데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음식값을 계산할 때는 내게서 등을 돌린 채 딴 쪽에 먼 산을 봤다. 그렇게 계산을 마치고 서로 주고받을 것을 챙긴 다음 에단 청장이 먼저 조세청으로 향했다.
그런 에단 청장을 나와 같이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던 비앙카. 그녀가 내게 불쑥 말했다.
“여기 에그타르트도 죽이지만 휘낭시에랑 케이크도 끝내 준다는데....”
여전히 먹는 타령인 비앙카. 나는 그런 그녀를 돌아보았고 그런 나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쳐다보는 그녀와 눈이 딱 마주치는 순간....
“하아아....”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걸 본 비앙카가 불쾌한 듯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지금 그 한숨 뭐죠?”
“....”
나는 내가 왜 한숨을 내 쉬었는지 사실대로 그녀에게 얘기할 수 없었기에 침묵했고, 그게 더 그녀를 기분 나쁘게 한 모양이었다. 홱 몸을 돌린 그녀가 혼자서 걸어가 버렸고 나는 그런 그녀를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멍하니 쳐다만 봤다.
* * *
준열이 비앙카를 보고 한숨을 내 쉰 이유는 그녀가 단지 많이 먹어서가 아니었다. 중요한 건 그녀의 식탐이 준열이 예상한 것보다 더 강하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그녀에게 「개 스트레스」 스킬을 사용해서 식욕부터 억제 시킨 다음, 「개 알약」 아이템의 알약을 매일 한 알씩 먹이면 한달 안에 그녀를 어디가도 미인 소리 들을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약해졌다.
왠지 그걸로는 힘들 거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뭔가 더 있어야겠는데 막상 그게 머릿속에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 생각 때문인지 준열은 떠나가는 비앙카를 잡지 못했다. 뒤에 문 팀장에게 물으니 비앙카가 택시를 잡아타고 먼저 떠나버렸다는 거다. 해서 준열이 뒤늦게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일은 일이니까, 오늘 중으로 딜라이트(Delight) 엔터테인먼트의 사업자등록과 법인 등록은 제가 어떡하든 매듭짓도록 할게요.
원래대로라면 준열은 비앙카의 이 얘기에 만족해하며 통화를 끝냈을 터였다. 그가 조세청장까지 만나서 점심까지 같이 먹은 데는, 다 그가 미국에 설립할 연예기획사와 그 법인화 때문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거기에 더해서 비앙카 남의 살을 빼줘야 했다. 그래야 미션을 완수하고 개지수와 함께 투자 귀재였던 브랜든 파커의 능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러려면 일단 비앙카를 자신의 곁, 그러니까 준열의 가까이로 다시 오게 만들어야 했다. 해서 준열은 그녀에게 새로운 일을 시켰다.
“잘 됐네요. 그럼 딜라이트 엔터의 사업자등록증과 법인등록증을 오늘 중에 내 방으로 가져오도록 하세요.”
-네? 그, 그걸 어떻게 오늘 중으로....
“에단 청장이 도와준다고 했으니 아마 가능할 겁니다.”
조세청장이 그러라고 하면 조세청 직원들은 얼마든지 하루 만에 사업자등록증과 법인등록증을 만들어 줄 터였다. 비앙카도 그걸 아는 지 더는 못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준열은 속으로 잘 됐다고 생각하며 비앙카와 통화를 끝냈다. 이러면 어째든 오늘 밤 중으로 비앙카는 준열이 묵고 있는 호텔방으로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비앙카 문제는 그때 해결하면 될 거고....”
준열은 점심 식사 중에 타미라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그때 타미라가 뉴욕시티FC의 선수 영입에 문제가 생겼다며 자신을 좀 도와 달란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준열은 타미라가 있는 뉴욕시티FC의 구단 사무실로 향했다.
그때 준열의 머릿속에는 앞서 재기가 되었던 비앙카의 살 빼는 방식의 문제점에 대해 깊은 고찰이 이뤄졌다. 그래서 자신이 탄 차가 목적지인 뉴욕시티FC의 홈구장 양키 스타디움에 도착한 것도 몰랐다.
“대표님. 다 왔습니다.”
“어?”
앞쪽 조수석의 문 팀장의 말에 어리바리하게 대꾸하는 준열. 그런 그에게 문 팀장이 재차 말했다.
“양키 스타디움입니다.”
그 말에 어리둥절해하던 준열이 그제야 차창 밖을 봤고, 뉴욕시티FC의 홈구장인 양키 스타디움이 그의 눈에 들어오자 그가 말했다.
“빨리도 왔군.”
하지만 현재 시간을 확인 한 준열은 여기까지 오는데, 얼추 한 시간이나 걸린 걸 알고 나서는 달리 말을 내뱉었다.
“시간 참 빨리도 가네.”
그때 조수석의 문 팀장이 어느 새 먼저 내려서 차 뒷문을 열었다. 준열은 그 열린 차문 밖으로 내렸고 곧장 타미라가 기다리고 있을 뉴욕시티FC의 구단 사무실로 향했다.
* * *
뉴욕시티FC처럼 리빌딩이 반드시 필요한 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유능한 감독의 선임이었다. 그렇게 뛰어난 감독을 영입했다면 그 다음이 그 감독과 손발을 맞춰 줄 코치들의 엄선,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감독과 코치들의 지시대로 움직여주면서, 매 경기 승점을 따낼 수 있게 열심히 뛰어 줄 필드 위의 선수들.
현재 뉴욕시티FC구단은 새롭게 감독과 코치진을 영입, 제대로 된 사령탑을 구축했다. 한데 뉴욕시티FC의 낮은 인지도 때문인지 몰라도 쓸 만한 선수 영입이 영 타마리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이번 주말에 타미라는 미국을 떠나 한국에 가야했다.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일뿐 아니라 그 전에 그녀가 했었고, 여전히 지금도 하고 있는 그 일, 킬러 노릇 역시 접어야만 할 터였다.
그래서 타미라는 뉴욕닉스에 이어서 뉴욕시티FC도 마찬가지로 내년에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전력을 갖춰 놓고 싶었다. 그래야 미국을 떠날 때 마음이 홀가분할 거 같아서 말이다.
“뭐라고요? 분명 우리랑 계약하기로 했잖아요?”
하지만 선수 영입 문제는 앞서 감독 선임 문제에 비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뭐 사실 알고보면 감독 선임 문제도 그리 쉽지만은 않았지만. 유능한 감독을 원하는 구단은 뉴욕시티FC 말고도 꽤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뛰어난 선수 영입 전에는 그보다 훨씬 경쟁이 치열했다.
“네. 그랬죠. 내일 뉴욕으로 와서 메디컬 테스트 받고 문제 없으면 바로 계약하기로 했으니까요. 하지만....첼시에서 막판에 하이 재킹해 가 버리는 바람에....”
“첼시라고요? 하아....”
타미라도 뉴욕시티FC와 계약하려던 선수가 다른 곳도 아니고, EPL의 그 첼시에서 하이재킹 해 갔다는 말을 듣고서는 더 화를 내지 않고 한숨을 길게 내 쉬었다. 그럴 것이 첼시라는 구단 자체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워낙 하이재킹을 많이 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어디 첼시에 당한 구단이 한 두 곳이던가? 거기다가 첼시는 챔피언스리그(UCL)에 늘 나가는, 단골손님으로 세계적인 축구클럽이었다.
그런 곳과 미국 프로 축구 리그(MLS)에서도 우승권과 거리가 먼 뉴욕시티FC 중 어디에서 뛸지를 선수에게 묻는다면,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다 첼시에서 뛰고 싶다고 할 거다.
“그래서....그 선수를 대체할 선수로는 누가 좋겠어요?”
첼시가 하이재킹 했다면 그 선수에 더 미련을 둘 필요는 없었다. 해서 타미라가 그 선수를 대신할 만한 선수 얘기를 꺼내자....
“그, 그것이....”
스카우트 팀장이 곤란하단 얼굴로 말했다. 왜냐하면 그 선수 말고 스카우트 팀에서 알아 본 선수들은 다들 B급이거나 유망주들 밖에 없었으니까. 여기서 B급이란 즉시 전력감이 아닌 교체로 쓸 만한 선수를 말했다.
흔히들 1.5군으로 분류되는 선수들이었다. 그리고 유망주는 긁지 않은 복권과 같았다. 데려와서 1군에 기용해 보고 감독이 쓸 만하다 싶으면 그대로 주전 멤버로 뛰는 거고, 그게 아니면 2군으로 내려 보내거나 다시 팔아치우는 용도였으니 말이다.
현재 뉴욕시티FC에는 그런 B급 선수와 유망주가 넘쳐났다. 때문에 스카우트 팀장이 타미라 앞에서 난색을 표하는 것이었고. 타미라는 그런 스카우트 팀장의 입에서 기어코 그가 왜 지금 곤란해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뱉어내게 만들었다. 그렇게 스카우트 팀장으로부터 그 이유를 들은 뒤 그녀가 길게 한숨을 내 쉰 뒤 말했다.
“하아아....그러니까 팀장님 말씀은 헛돈 들여서 쓸모 없는 선수를 영입하기보다 현재 저희 팀에 있는 선수들 중에서 그 선수를 대체할 만한 선수를 찾아보자는 말씀이시군요?‘
“네. 그러려면 스카우트 팀에 인력을 더 보충해 주셔야만....”
“아뇨. 그럴 필요는 없을 거 같네요.”“네?”
그게 무슨 소리냐며 그녀를 빤히 쳐다보는 스카우트 팀장. 하지만 타미라는 확신에 가득 찬 얼굴로 스카우트 팀장에게 말했다.
“현재 뉴욕시티FC의 선수 중, 그 옥석을 확실하게 가려 줄 사람을 내가 잘 알고 있거든요.”
그렇게 말한 뒤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웃는 타미라. 그런 그녀를 스카우트 팀장이 어처구니 없어하며 쳐다봤다. 설혹 그런 사람이 있다고 치자. 하지만 그가 뭐가 아쉬워서 뉴욕시티FC 같은 델 와서 옥석을 가려 준단 말인가? 하지만 이어진 타미라의 말에 스카우트 팀장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내가 오후에 구단주님을 부를 테니 팀장님은 한명 빠짐없이 선수명단을 작성해 주세요.”
“....”
“점심시간 끝나고 바로 받아 볼 수 있죠?”
“물, 물론입니다.”
뉴욕시티FC에 속한 선수 명단이야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프린트만 하면 됐다. 단지 오후에 구단주가 구단사무실을 찾아 올 거란 게 스카우트 팀장은 부담이 되는 거 같았다. 그걸 캐치한 타미라가 말했다.
“구단주님은 내가 다 상대할 테니까, 스카우트 팀장님은 밑에 스카우트들과 미국 내에 쓸 만한 선수가 있는 지나 더 찾아보세요.”
“그, 그래주시겠습니까? 그럼 저는 스카우트들 데리고 필라델피아에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스카우트 팀장을 대표실에서 내 보내고 나서 타미라는 대표로서 밀린 일을 처리했다. 그리고 점심을 먹으러 갔고 식사 후에 준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준열이 그녀 전화를 바로 받았고 그녀는 준열에게 오후에 잠깐 뉴욕시티FC의 구단사무실에 들어와 줄 것을 요청했다.
준열은 당연히 그 이유를 물었고 타미라가 그에 대답하자 그가 그러자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와 통화 한 지 한 시간이 좀 넘은 시간에 준열이 뉴욕시티FC의 구단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