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912화 (91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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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비록 최근 들어서 골드만 삭스 출신을 배제하고, 어두운 인상이 거의 없는 ESG에 긍정적 스탠스를 가진 블랙록(세계적인 자산운용사) 출신을 발탁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미국 경제의 핵심인 국가경제위원회(NEC)와 재무부의 고위 인사들 중에는 골드만 삭스 출신이 많았다.

그런 곳에 준열이 왜 김종훈 부장을 보냈는지는 그의 통화를 엿듣고 있던 문 팀장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김 부장이 거기 갔다는 것 자체만으로 준열이 미국을 뜨기 전에 여기서 뭔가 엄청난 짓을 하려 함을 문 팀장은 직감했다. 하지만 준열의 경호를 책임지는 문 팀장은 그걸 겉으로 전혀 티내지 않았고, 준열도 생각보다 빨리 김 부장과 통화를 끝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마자 통화를 끝냈으니 말이다. 그렇게 열린 엘리베이터에 그들은 탑승했고, 1층으로 내려갔다.

1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준열이 곧장 로비를 가로질러 호텔 출구를 막 나설 때였다.

다행히 늦지 않고 준열을 태울 차량이 호텔 입구 앞에 와서 멈춰 섰다. 준열과 같이 세트로 움직이고 있던 문 팀장이 그 차량의 뒷문을 열었고 준열이 그 차에 타자, 차 문을 닫고 자신은 그 차의 운전석 옆 조수석에 탔다. 그리고 바로 옆의 운전석에 경호팀원에게 말했다.

“뉴욕시 조세청으로 가자.”

그렇게 준열을 태운 차가 뉴욕시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조세청으로 출발하고 잠시 뒤 문 팀장이 뒤돌아 준열에게 물었다.

“거기서 얼마나 머물 생각이십니까?”

경호팀을 이끌고 있는 문 팀장에게는 준열이 왜 조세청에 가는지 보다는 그곳에서 머물 시간이 더 중요했다. 그래야 그 시간에 맞춰서 경호 인력을 준열 주위에 배치 시킬테니 말이다. 그걸 알기에 준열이 대충이나마 대답을 했다.

“거기 머무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거야. 조세청장과 같이 점심을 먹으러 나갈 거거든.”

“식사 장소는요?”

“아직 몰라. 아아. 이 번호로 전화 해 보던가.”

준열은 자신의 핸드폰에서 비앙카 남의 전화번호를 찾아서 문 팀장에게 넘겼다. 그러자 문 팀장이 비앙카 남의 전화번호를 따고 준열의 핸드폰을 바로 돌려주었다. 그 뒤 문 팀장이 비앙카 남에게 전화를 걸어서 얘기를 나눴고 그 얘기는 차가 조세청에 도착하고 나서야 겨우 끝났다. 그리고 통화를 끝낸 뒤 새파랗게 질린 얼굴의 문 팀장은 차가 멈춰 섰는데도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때 그런 그에게 나름 눈치를 주던 운전석의 경호팀원. 하지만 그것도 못 알아차리는 문 팀장에, 운전석의 경호팀원이 도저히 안 되겠는지 말했다.

“팀장님. 도착했습니다.”

“어? 뭐라고?”

그때 뒷좌석의 준열이 스스로 차문을 열면서 말했다.

“문 팀장. 당신도 보면 공처가로 살 공산이 커.”

“네?”

그게 무슨 소리냐며 뒤돌아보던 그는 준열이 혼자 차 문을 열고 내리는 걸 보고 기겁하며 차에서 내렸다. 자신이 먼저 내려서 준열이 내리게 차 문을 열어줬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걸 깜빡한 걸 두고 문 팀장이 혼자 자책할 때였다. 준열이 장난 끼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기회에 선 한 번 보는 게 어때? 당신과 잘 어울릴 거 같기도 하고....”

준열과 함께한 세월이 얼마던가? 문 팀장은 지금 준열이 뭘 말하는지 바로 캐치해 냈고 정색하며 대꾸했다.

“절대....싫습니다. 그런 여자는....”

그 말 후 진저리까지 치는 문 팀장을 보고 준열이 피식 웃으며 조세청 출입구를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 * *

“대표님!”

조세청 1층의 널따란 홀에서 준열을 기다리고 있던 비앙카 남이 준열을 한 눈에 알아보고 한 손을 번쩍 든 상태로 그를 불렀다. 한국말로 대표님을 찾았기에 준열도 그게 자신을 부르는 소리란 걸 바로 알아들었다. 그래서 그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어라?’

의외란 듯 준열의 눈에 이채가 드리웠다. 그럴 것이 목소리만으로 준열은 비앙카 남이 상당한 미인일 거라고 봤다. 여태 그가 그럴 거 같다고 생각하면 다 그래왔으니까. 한데 비앙카 남은 요즘 남자들의 미인 기준에 해당 되지 않았다. 그게 무슨 소리냐면 비앙카는 일단 키가 컸다. 175센티는 족히 넘을 거 같았으니까. 한데 너무 뚱뚱했다. 딱 봐도 몸무게가 100Kg은 넘을 거 같았다. 거기다가 몸 뿐 아니라 얼굴에 살이 많다보니 통실한 것이, 얼굴은 귀염상이긴 했지만 예뻐 보이진 않았다.

비앙카 남은 혼혈로 대개 혼혈 1세대는 미모가 출중하기 마련인데 그녀는 그렇지가 못했다. 하지만 준열이 누구던가?

‘살만 빠지면 미인 일 텐데.’

그는 한 눈에 비앙카 남이 저 육중한 몸에서 살만 빼면 대단한 미인일 거란 걸 알아챘다. 하지만....

‘당장....그러니까 현실은 그게 아니거든.’

중요한 건 당장 사람들 눈에 보이는 모습이었다. 비앙카 남은 뚱녀였고 그 비대한 몸 때문에 움직일 때마다 한 손에 쥐고 있는 손수건으로 연신 얼굴에 땀을 닦기 급급했다. 한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저건 또 뭐야?’

비앙카의 등 뒤에 뭔가 시커먼 것이 들러붙어 있었다. 준열은 그것이 혼령, 그 중에서도 악령임을 한눈에 알아봤다. 일반적인 혼령은 저렇게 보기 시커멓지 않았으니 말이다.

‘가지가지 하는군.’

여러모로 문제가 많아 보이는 JYB엔터의 LA지사장이 보낸 직원을 빤히 쳐다보며 준열이 기가 차 할 때였다. 뒤뚱거리며 비앙카 남이 준열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에단 청장님이 청장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우선 그쪽으로 가시죠.”

그리곤 홱 뒤돌아서 엘리베이터가 있는 쪽으로 먼저 걸어갔다. 그런 그녀를 잠시 쳐다보던 준열이 움직였고, 잠시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간 그들은 뉴욕시 조세청의 청장 실 앞에서 잠시 대기를 해야 했다.

청장 비서가 먼저 청장실 안으로 들어갔고, 이내 밖으로 나오더니 비앙카 남을 보고 말했다.

“비앙카양. 들어오시랍니다.”

“네. 대표님.”

비앙카가 준열을 부르며 손짓을 했고, 두 사람은 청장 비서가 열어주는 문 안으로 들어갔다.

* * *

비앙카는 한국인 아빠와 미국인 엄마 사이에 태어났다. 아일랜드계 미국인은 모친은 금발에 파란 눈의 미인이었고 그런 모친을 빼닮은 비앙카는 어디를 가나 예쁘다는 소리를 들었다.

거기다가 똑똑하고 성격까지 좋았던 그녀는 학창 시절 인기가 많았고 무난히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바로 미국 대기업인 월마트에 스카우트 되었고. 하지만 대학 때부터 사귀었던 남친이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웠고, 그 충격에서 쉽사리 헤어 나오지 못하며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기 시작한 그녀.

그녀의 몸은 그때부터 급격히 살이 쪘고 한달도 안 돼 100Kg을 넘어버렸다. 그러자 그녀에 대한 주위 시선이 바뀌기 시작했고, 그녀는 도저히 더는 회사를 다닐 수 없게 되었다.

그때 그녀를 위로하고 또 그녀가 살 수 있게 만들어 준 게 바로 K-팝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들려 온 소식이 있었으니 바로 한국의 대형 연예기획사가 뉴욕에 지사를 열었는데 거기에 직원을 구한다는 것이다.

비앙카는 곧장 그곳으로 달려갔고, 거기가 바로 JYB엔터 LA지사였던 것. 비앙카는 그곳에 지원했고 당당히 합격했다. 그리고 거기서 일하길 몇 개월쯤 되었을까? 갑자기 지사장이 그녀에게 뉴욕으로 가라고 했다. 그래서 비행기 타고 뉴욕으로 날아갔다. 그랬더니 뉴욕에 JYB엔터의 대표가 와 있다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저보고 그분을 도와서 엔터 설립과 법인 사업으로 전환하는 걸 도우라는 말씀이시죠?”

그 정도는 비앙카가 미국 대기업 다닐 때 많이 해왔던 업무라, 그녀에게 있어서 처리하기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거야 원....도통 연락이 안 되니....”

그 대표님을 만나야 그 일들을 처리해도 해 나갈 게 아닌가? 그렇다고 놀고 있을 수만 없었던 비앙카는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서, 다음 날 뉴욕시의 조세청장을 만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청장이 NBA 농구의 광팬임을 알게 되었고, 마침 어제 그녀와는 만나주지 않았지만 뉴욕 닉스의 농구 선수로 미친 활약을 선보여서, 일약 스타 반열에 올라 선 대표님 얘기가 나왔다. 비앙카야 당연히 자랑스런 자신의 대표 얘기를 조세청장에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오 마이 갓! 당신 보스가 그 판타스틱 플레이를 선보인 동양인 선수라고? 당장 그와 만나게 해주시오.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든 다 도와주도록 하지.”

그렇게 해서 뉴욕시 조세청장을 포섭하는 데 성공한 비앙카. 한데 그걸 또 어떻게 알았는지 대표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비앙카는 그 내막을 자세히 대표님에게 얘기했고, 사업가인 그는 좋다며 한 시간 안에 뉴욕시 조세청으로 달려오겠다고 했다.

비앙카는 그 전화를 받고나서 조세청 근처 식당으로 달려가서 간식을 좀 사먹었다. 그 간식의 양이 보통 성인 남성의 한 끼 식사를 훌쩍 넘어섰지만. 뭐 어쩌겠나? 이 뚱뚱한 몸을 움직이려면 먹지 않고서는 안 되는 걸 말이다.

그렇게 간식을 먹고 나서 다시 조세청으로 돌아 온 비앙카가 기다리길 몇 분. JYB엔터의 대표가 나타났다.

어제 농구 경기를 통해 본 그 동양인 선수가 정장을 쫙 빼입고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채 그녀 눈앞에 등장한 것이다. 그를 보고 비앙카는 반갑게 그를 맞았다. 하지만....

“하아....”

늘 그렇듯 비앙카의 모습을 본 대표님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긴 전화로만 통화하다가 이렇게 뚱뚱한 비앙카를 실제로 보고나서 실망하는 남자들이 어디 하루 이틀이던가?

놀라 멀뚱히 자신을 보고 있는 그를 보고 비앙카는 굳은 얼굴로 그에게 다가가서 먼저 아는 척을 하고 그를 데리고 조세 청장 실로 들어갔다.

* * *

비앙카는 조세청장 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준열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준열 역시 그런 비앙카에게 딱히 먼저 말을 걸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비앙카의 등 뒤에 들러붙어 있는 악령에 더 관심을 갔다.

하지만 비앙카는 조세청장실 안에 들어가자 딴 사람이 되었다. 그런 그녀로 인해서 준열은 뉴욕시의 조세청장과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

“에단 청장님. 그럼 점심 같이 먹으면서 얘기를 더 나눠보도록 하죠.”

“그거 좋죠. 그럽시다. 미스터 백.”

덕분에 준열의 입에서 쉽사리 조세청장에게 같이 점심 식사를 하자는 제안을 내뱉을 수가 있었고, 조세청장은 준열의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드렸다. 그렇게 먼저 준열과 비앙카가 먼저 조세청장 실을 나왔고....

“식당은 근처로 미리 예약을 해뒀어요. 조세청장이 자주 가는 단골 스테이크 하우스인데....”

이번에도 비앙카가 앞장서서 움직였다. 조세청장은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어서 두 사람보고 먼저 식당에 가 있으라고 한 상태. 그래서 두 사람은 조세청의 후문을 통해서 먼저 예약 해 놓은 식당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준열의 머릿속에 시스템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디링! 당신도 살만 빼면 미인으로 인정한 비앙카를 당신의 여자로 만드시오. 성공 시 개 지수 20포인트와 「1회용 개 물약-종양치료제」 1개를 지급합니다.

갑작스런 시스템의 미션.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비앙카의 등에 들러붙어 있던 악령이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곤....

-원혼 브랜든 파커의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이를 받아드리게 된다면, 세계적인 투자자 중 한 명인 브랜든 파커의 재능인 ‘투자성공의 눈’을 당신은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받아드리겠습니까?[Y/N]

‘이게 뭔 일이래?’

여태 준열이 시스템과 같이 살아오면서 미션과 원혼이 이렇게 한꺼번에 반응을 보인 적은 없었다.

‘뭐 둘 다 받아드려서....둘 다 처리해 버리면 되지 뭐.’

하지만 준열은 그것들을 처리하는 데 있어 크게 부담은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그것들을 무난히 처리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니까. 거기다가 지금 그는 그리 바쁘지도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때부터는 죽어라 바쁠 테지만. 어째든 한국에 들어가기 전까지 비교적 여유가 있었던 준열에게 시스템의 미션 완수와 원혼의 요청을 들어 주는 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해서 준열은 그 둘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원혼 쪽에서 바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준열에게 전해 왔다.

‘뭐? 비앙카를? 허어....이것 참....후후후후.’

그랬더니 그 원혼 쪽의 요청이 준열을 속으로 절로 웃게 만들었다. 그럴 것이 원혼이 준열에게 요청한 바가 시스템이 준열에게 준 미션과 겹쳤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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