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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같은 동부 컨퍼런스의 마이애미 히트를 상대로, 뉴욕 닉스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친선 경기를 갖고 있었다. 한데 어제와 다른 점이 있다면 마이애미 히트가 무려 한 시간 가까이 늦게 경기장에 나타나면서 친선 경기 시간도 한 시간 딜레이 되었단 점이었다.
“이거 본 경기에 피해를 주는 거 아냐?”
“그렇다고 갖기도 되어 있는 친선 경기를 치르지 않을 수도 없고....”
“운영위 측에서 하겠다는데 뭐 어쩌겠어?”
이곳 매디슨 스퀘어 가든의 운영은 전적으로 뉴욕 닉스 구단 측에 있었다. 한데 그 뉴욕 닉스 구단 측에서 NBA파이널 경기와 상관없이, 원래 잡혀 있던 친선 경기를 밀어 붙이겠다고 정한 이상, 나머진 이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은 그런 결정을 내린 뉴욕 닉스 구단 측에서 책임 질 테니 말이다.
그렇게 해서 뉴욕 닉스와 마이애미 히트 간의 친선 경기가 예정보다 한 시간 늦게 시작 되었고, 경기는 예상 밖으로 양 팀이 박빙의 활약을 선보이며 관중들을 열광케 만들었다.
특히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뉴욕 닉스의 동양인 선수의 맹활약은 계속 이어졌고, 이미 노출이 된 그 동양 선수에 대한 마이애미 히트 쪽의 견제가 경기의 재미를 더 배가 시키고 있었다.
-오오....정말이지 놀랍습니다. 4쿼터 시작과 동시에 3점 슛을 터트리며 기어코 40득점을 올리는 등번호 99번의 JY선수. 정확한 국적은 사우스 코리아고 이름은 준열로 알려진 이 선수....1, 2, 3쿼터에도 훌륭했지만 4쿼터의 그는 과히 괴물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거 같습니다.
준열은 1, 2, 3쿼터에 혼자 38득점을 올렸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괴물 소리를 들을만한 활약이었지만, 준열은 그뿐만 아니라 11어시스트에 10리라운드를 기록, 이미 트리플 더블을 달성해 있었다. 그러니 중계중인 아나운서가 그를 괴물이라고 한 것을 두고, 그 누구도 그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후욱, 후욱....후욱....”
40득점을 넘어서며 거친 숨을 몰아쉬는 준열. 그때 그런 그의 옆에서 제임스가 쉬지 않고 같은 팀원들, 즉 뉴욕 닉스 선수들에게 소리쳤다.
“다들 간격 유지해. 브래드. 넌 거기 가만히 있어. 위치 지키라고!”
그런 제임스의 외침을 신기하게도 뉴욕 닉스 선수들이 들어 먹고 있었다.
“저, 저....존. 커버 부탁해.”
“쯧. 패스다. 사람 잡아. 레들리 따라 움직여야지.”
그리고 서로 원활하게 얘기를 주고 받으며 움직였다. 수비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소통이다. 그걸 지금 뉴욕 닉스 선수들은 당연하다는 듯 하고 있었다. 그 결과 그들의 팀 수비가 제법 견고해졌고, 그건 상대인 마이애미 히트 쪽에 있어 결코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안 그래도 경기가 끝나갈 무렵 다들 발이 무거워져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애미 히트 선수들은 프로답게 끝까지 득점을 하기 위해 뉴욕 닉스의 스크린을 뚫고 들어왔다.
휙!
그리고 시선을 림을 항하면서 공은 밑으로 찔러 넣어 주는 노 룩 패스. 그 방향에 상대 포인트 가드가 있었는데....
툭!
어느 새 움직였는지 준열의 손이 패스 길에 불쑥 튀어나와서 그 공을 건드렸다. 그러자 그 공의 방향이 마이애미 히트의 포인트 가드가 아닌 뉴욕 닉스의 센터에게로 틀어졌다.
파앗!
그 공을 받은 뉴욕 닉스의 센터의 시선이 빠르게 정면으로 향했고....
파파파파팟!
어느새 센터서클로 달려가고 있는 제임스. 그런 그를 향해 냅다 공을 던지는 뉴욕 닉스의 센터.
자기 머리 위로 날아 온 공을 그대로 질주하며 내뻗은 손으로 잘도 받아 낸 제임스. 그가 잡은 속공 플레이를 크게 무리하지 않고 그대로 레이업 슛으로 연결, 안 그래도 벌어진 마이애미 히트와의 점수 차를 좀 더 벌렸다.
* * *
승부의 추는 애초에 기울었다. 4쿼터 3분여 남은 상황에서 스코어가 98대 83. 무려 15점이나 차이가 났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이애미 히트 선수들은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뛰었다. 그걸 관중들이 알아줘서일까? 아니면 약자에 대한 배려라고 해야 할까?
“마이애미! 마이애미! 마이애미!”
갑자기 관중석의 관객들이 일제히 마이애미 히트를 일방적으로 응원하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 잘한다. 마이애미!”
그리고 그들이 멋진 플레이를 선보이면 경기장이 떠나가라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것이 기폭제라도 된 것일까? 양 팀 선수들이 경기 결과보다는 관객들의 눈요깃거리 제공을 위한 농구 기예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농구하면 역시 덩크슛 아니겠나? 야구의 홈런과 삼진처럼, 농구의 꽃이자 상징이 덩크슛이다.
처음에는 양쪽 수비가 형식적으로 서 있는 가운데 공격하는 쪽에서 멋진 덩크슛 쇼가 펼쳐졌으나 경기 종료가 1분여 남았을 때는 그 수비마저도 사라졌다. 말 그대로 덩크슛 경연 대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우와아아아....”
“죽인다. 죽여! 크하하하하!”
경기장 안의 관객들 중 많은 수가 이런 호쾌한 덩크 슛을 보고 농구의 팬이 된 사람들이었다.
그걸 알기에 거의 모든 농구 리그에서 덩크슛 경연대회는 올스타전의 필수요소로 자리매김 하고 있었던 것이고.
특히 묘기 수준에 가까운 덩크 슛은 남자의 로망을 자극한다. 농구라는 스포츠가 신체 피지컬의 영향이 큰 스포츠다 보니 인간의 신체능력과 힘을 폭발시킨다는 점에서 덩크 슛의 매력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휘익! 파팟! 쾅!
“오오! 엘리웁 덩크!”
엘리웁은 바스켓 근처에서 점프한 공격수가 공중에서 패스를 받아 착지하기 전에 슛으로 연결하는 동작으로, 점프력은 물론 패스하는 선수와 슛하는 선수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덩크슛으로 연결했을 경우를 우리는 앨리웁 덩크(alley-oop dunk)라고 불렀다.
마이애미 히트 쪽에서 선보인 엘리웁 덩크에 환호하는 관객들. 이에 뉴욕 닉스 측에서도 가만있지 않았다.
“맙소사! 저, 저건....인 유어 페이스 덩크!”
인 유어 페이스(in your face)라는 말 그대로 상대가 수비를 하고 있음대로 그냥 무시한 채로 찍어버리는 덩크가 바로 인 유어 페이스 덩크다.
블락 슛을 하기 위해 수비를 한 선수 위에서 그냥 찍어버리는 덩크 말이다. 원래는 덩크 하게 수비가 없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마이애미 선수 하나가 슬쩍 방해를 놓자 그걸 보고 즉석에서 제임스가 보여 준 덩크슛이었다.
인 유어 페이스 덩크는 상대방을 철저히 깨부수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제임스의 그 한 방으로 인해 마이애미 히트 측의 사기가 급격히 위축 될 수도 있는 순간....
“오 마이 갓!”
“저, 저게 뭐야?”
마이애미 하트의 센터가 윈드밀 덩크를 선보였다. 그것도 360도를 돌아서 말이다.
묘기에 가까운 그 한 방이 성공을 하면서 마이애미 히트의 사기가 다시 활활 불 타 올랐다. 그때 불쑥 중앙선을 넘어서며 등장한 동양인 선수.
키가 190센티에도 미치지 못하는....보통 사람들 사이에서는 단연코 큰 키 였을 그 동양인은, 2미터가 넘는 선수가 절반을 넘고 있는, 오늘 이 코트 안에서 그는 단연코 최단신 선수였다. 그런 그가 누가 봐도 덩크슛을 위해 바스켓으로 달려가는 모습은, 뭐랄까? 안타깝다고 할까? 애잔하달 까?
뭐 아무튼 그 동양인을 보는 대부분의 관객들 다들 별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아보였다. 적어도 그가 림에 농구공을 꽂아 넣기 직전 까지는....
* * *
농구에서 193cm이하 선수들은 보통 단신 덩커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NBA가 어떤 곳이던가? 워낙 괴물들의 집합소라 그런지, 178cm인 선수들도 별 어려움 없이 덩크를 하곤 한다.
때문에 NBA선수들 중 덩크를 못하는 선수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됐다. 그걸 알기에 190센티가 안 되는 동양인이 덩크에 성공하는 거 자체는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실제 작년만 해도 저 동양인 보다 겨우 4-5센티 더 큰, 191센티의 한 선수가 덩크 콘테스트에서 1점차이로 준우승을 한 사례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슈아아아아! 콰앙!
동양인이 선보인 덩크는 요즘 농구팬이라면 누구라도 다 아는 슬램덩크였다. 하지만 동양인이 뛰어 오르기 시작한, 그러니까 동양인이 도움닫기 후 디딤 발의 위치가 문제였다.
“미친....지금 우리가 뭘 본 거지?”
“분, 분명 3점 라인 밖이었지?”
“맞아. 어, 어떻게 사람이....”
동양인은 3점 라인 밖에서 뛰어 올라서 정확히 림에 들고 있던 공을 꽂아 넣었다. 그때 스코어 보드에 득점이 2점 올라갔다. 의례 그래왔던 덩크슛이 성공하면 거두는 2득점이었다.
웅성웅성!
하지만 경기가 잠시 중단 되고 심판과 운영위가 모여서 얘기를 나누었고, 이내 그 득점이 3점으로 바뀌었다. 왜냐하면 동양인이 분명 3점 라인 밖에서 뛰어 올라 득점을 했기 때문에.
이는 이론상 3점 라인 밖에서 뛰어 성공시키면 3점으로 인정됨을 처음으로 심판과 운영위가 합의 하에 인정을 한 것이다.
이런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은 지금까지 3점 덩크슛이 나온 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긴 현재 멀리뛰기 세계기록이 9m가 조금 안되는데, 3점 라인보다 거의 2m가량 길긴 하지만, 멀리뛰기는 오직 앞으로 멀리 가려고 추진력을 거의 다 쓰는 반면, 덩크슛을 성공시키려면 위로도 뛰어야만 했다. 당장 3점 라인보다 훨씬 가까운 자유투 라인(4.5m)에서 덩크 하는 것조차 제대로 해낼 선수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 실정. 사실 성공가능성이 있어도 쓸데없는 체력낭비이며 더 중요한 건 부상위험이 큰 그 짓을 할 선수가 있을 리 없었다.
자유투 라인과 자유투 라인 한 발짝 안에서 하는 덩크의 난이도 차이가 넘사벽이란 걸 생각하면, 3점 라인 밖에서 덩크가 나올 확률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했다. 한데 동양인이 그걸 해 내 버린 것이다.
삐이이이!
동양인이 만든 그 희대의 대 사건 때문일까? 몇 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상대편, 즉 마이애미 히트 쪽에서는 더 공격을 하지 않았고 그대로 경기가 종료가 되었다. 그리고....
“우와아아아....”
“99번! JY! 최고다! 최고!”
관중들은 오늘 경기 내용은 전부 다 잊은 듯 오직 한 사람만 연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미친 짓을 코트 위에서 저지른 동양인은, 가타부타 어떤 말도 행동도 없이 무책임하게 양 팀 선수들 중 제일 먼저 라커룸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로인해 곤란해 진 것은 그와 같이 뛴 뉴욕 닉스의 팀 동료들이었다.
다행히 눈치 빠른 뉴욕 닉스의 스미스 감독이 나서서 재치 있게 말했다.
“오늘 맹활약을 한 99번 JY선수는....너무 많이 뛰어선지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갔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그 동양인 선수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병원에 실려 갔다는 식으로 말해서 일단 관중들의 초미에 관심을 빗겨 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바로 이어지는 NBA파이널 2차전 경기로 인해 관중들의 동양인 선수에 대한 관심은 확실히 많이 줄어들었고 그 사이 뉴욕 닉스 선수들은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그 중에는 동양인 선수도 있었고.
* * *
원래 준열은 어제처럼 오늘도 VIP석에서 자신의 여자들과 NBA파이널 2차전 경기를 직관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가 저질러 놓은 그 롱 슬램덩크 사태 때문에 그럴 수 없게 되어버렸다.
해서 준열은 뉴욕 닉스 선수들과 같이 먼저 매디슨 스퀘어 가든을 빠져 나왔고, 그의 여자들도 그의 뒤따라 호텔로 돌아왔다.
그렇게 호텔 로비에서 준열은 자신의 여자들과 만났고 자신들이 묵고 있는 방으로 가기 위해서 엘리베이터로 향할 때였다. 갑자기 두 여자, 그러니까 쥬리와 타미라가 농구 룰을 두고 언쟁을 벌였다. 한데 그 언쟁의 발단이 바로 준열의 덩크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농구에는 실린더 룰이라는 게 존재하거든. 그게 뭐냐면....”
농구에 실린더 룰이라고 선수를 중심으로 수직 상으로 공간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 공간을 침범하면 심판을 파울을 불게 되어 있었다. 이는 선수가 슛을 시도해 공이 수평위치상 림보다 높이 있으면서 림 안에 가상으로 그려지는, 원통형 공간(실린더)에 공이 있을 때는 어떤 선수도 공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수비자가 공을 건드렸을 때는 골 텐딩이 선언되어 득점으로 인정되고, 공격자가 공을 건드렸을 때는 바스켓 인터페어가 선언되어 즉시 공격권이 넘어가게 된다. 놀랍게도 쥬리가 그 점을 꼬집으면서 덩크슛 자체가 룰 위반이라는 식의 말을 했고, 이에 누가 NBA농구팀이 있는 구단의 운영 팀장 아니랄까? 타미라가 즉시 반박을 했다.
“....이긴 해. 하지만 덩크 슛의 등장으로 그 실린더 룰은 덩크 시도와 앨리웁 시도에 한해서만은 용인된다는 예외가 생겼단 거지.”
“뭐? 예외? 그런 게 어딨어? 룰은 지키라고 있는 건데.”
“하아....쥬리. 농구는 스포츠야. 스포츠에는 예외가....”
그렇게 자신의 두 여자가 농구로 티격태격 거릴 때 준열은 곤란한 얼굴로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핸드폰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거기에는 준열이 오늘 선보인 그 3점 라인 밖에서의 롱 슬램 덩크 장면이 찍힌 동영상이, 계속해서 리플레이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