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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어디....시험 삼아 한번 스킬을 써 볼까?”
준열의 얼굴에 장난 끼가 가득 차오르며 동시에 그가 상태창을 열고, 그 안에 보유 스킬 중 「개털」스킬을 곧장 사용했다. 바로 지금 그의 방밖의 통로 쪽에서 준열의 경호팀원과 티격태격 거리고 있는 금발의 중년 남성과 그 옆에 빨간 머리의 젊은 여성에게 말이다. 그래 놓고 준열은 귀를 쫑긋 세우고 그들 사이의 대화를 집중해서 듣기 시작했다.
“....데 여기 한국의 대기업 삼명그룹의 백준열 부회장이 묵고 있다는 정보를 듣고 왔소. 그와 만날 수 있게 해 주시오.”
“그건 안 됩니다. 부회장님과 따로 약속을 잡고 오신 것도 아니고.”
“어허....나 몰라요? NBS의 간판 아나운서 브라운 힐이요. 당신들은 몰라도 백 부회장은 알 테니까. 비키시오.”
“안 됩니다.”
“하아....그렇다면....일단 그에게 내가 보잔다는 말이라도 백 부회장에게 전해 주시오.”
금발 중년 남자의 그 말에 백준열의 경호팀원들이 서로의 눈치를 봤다. 만약 상대의 말이 맞아서 백준열이 눈앞에 중년 남자를 만나주기라도 한다면....
그런 갈등하는 경호팀원들의 모습을 보고 자신을 NBS의 간판 아나운서고 말한 중년 남자가 옳거니 하며, 자신의 정장 안주머니로 손을 넣었다. 거기에 그의 지갑과 함께 그가 NBS의 아나운서임을 증명할 사원증을 꺼내려 했다.
“어....”
한데 그의 정장 안주머니에 당연히 들어 있어야 할 지갑과 사원증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없었다. 당황하는 중년 남자. 그런 남자를 보고 그 옆에 젊은 여자가 말했다.
“브라운. 왜 그래요?”
“내 지갑과 사원증이....없어졌어.”
“뭐라고요?”
불과 몇 분 전에 여기 호텔 레스토랑에서 중년 남자와 같이 저녁을 먹은 젊은 여자 케이트.
그녀는 방송국 PD로 곧 회사 임원이 될 브라운의 정부였다. 원래 둘은 저녁 식사 후 미리 예약해둔 방으로 올라가서 뜨거운 시간을 가질 생각이었다.
한데 하필 이곳 호텔에서 브라운의 옛 정보원을 만났고, 그로부터 핫한 정보 하나를 전해 듣게 되었다. 바로 삼명그룹의 부회장이 이곳 호텔 VIP룸에서 장기 투숙 중이란 사실을 말이다.
브라운은 내친김에 그 삼명그룹 부회장과 인터뷰를 하겠다고 나섰고, 그의 고집을 잘 아는 케이트는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라 나설 수밖에 없었다.
“아아. 맞다. 케이트. 당신의 사원증을 보여줘.”
“네?”
브라운이 자신의 신분을 노출 하라는 말에 케이트는 어이가 없었다.
브라운이 유부남만 아니었어도 케이트도 당당하게 그와 만났을 거다. 하지만 브라운에게는 변호사인 와이프와 토끼 같은 딸이 있었다. 브라운은 그 가정을 아꼈다.
당연히 케이트도 자신 때문에 그 가정을 깨지기를 원치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브라운에게 원하는 건 그녀가 윗선의 외압 없이 자신의 프로그램을 연출 하는 것. 딱 그거 하나뿐이었다. 그걸 위해 브라운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필요했다. 그리고 좀 생각해 보니 브라운이란 남자가 생각보다 섬세하면서도, 제법 섹스를 잘하는 것도 그와 정부 관계를 이어 오고 있는 중요한 이유였고.
하지만 또 이런 식으로 자신에 대한 배려가 부족할 때면, 케이트는 브라운이란 인간에 대해 넌덜머리가 났다.
‘아무래도....정리를 해야 할 거 같네.’
케이트는 이제 슬슬 브라운과 관계를 정리할 때가 된 거 같다는 생각과 함께 자신의 핸드백을 열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브라운은 고집이 더럽게 셌다. 자기가 맞다고 믿는 건 반드시 관철 시켜야만 직성이 풀렸다. 때문에 여기서 케이트가 자신의 사원증을 꺼내지 않으면 크게 화를 낼 터.
“어?....어?....”
그런데 케이트의 핸드백이 텅 비어 있었다. 그리고....
“이, 이게 뭐야?”
그녀의 핸드백 속에 들어 있어야 할 지갑이며 핸드폰, 파운데이션, 그리고 거울 등이 사라지고 대신....
“이건....개털 같은데?”
자신의 집에서 개를 키우는 케이트였다. 그래서 매일 자신의 집을 청소하는 게 퇴근 후 그녀의 첫 일과였다. 그랬기에 누구보다 개털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했다. 그때였다. 케이트가 손에 개털을 들고 멍하니 서 있는 걸 보고 브라운이 나섰다.
“뭐, 뭐야? 케이트. 너도...."
그의 손이 케이트의 빈 핸드백을 뒤졌고 그런 둘을 어느 새 준열의 경호팀원들이 에워쌌다.
“하하하하....”
브라운은 억지로 웃었지만 준열의 경호팀원들은 자신의 신분조차 증명하지 못하는 두 사람을 조금 거칠게 쫓아냈다.
* * *
“흐흐흐흐....”
준열은 자신의 경호팀원들에 의해서 떠밀려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간 금발의 중년 남자와 적발의 젊은 여자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밑으로 내려가면서 나누는 얘기를 들으며 낮게 조소를 흘렸다.
그럴 것이 그들은 어디서 자신들이 털렸는지 그걸 서로 따져 보고 있었는데 결론은 그들이 식사를 한 이곳 호텔 레스토랑이었다.
금발의 중년 남자는 레스토랑을 나오기 전 자신의 지갑의 카드로 계산을 했고, 적발의 젊은 여자는 그때 화장실에서 살짝 화장을 고쳤다는 것이다. 그리고 곧장 준열이 묵고 있는 VIP룸이 있는 층으로 올라왔고.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 누군가에게 털렸다는 건데, 두 사람의 말에 따르면 그 사이 그들이 다른 사람과 접촉한 적은 없었단다. 따라서 그들은 레스토랑에서 누군가에게 작업을 당한 게 틀림없다는 결론을 내린 듯 했다. 그리고 그 레스토랑은 CCTV가 설치되어 있었고.
“어디....암만 찾아봐라. 그걸 턴 사람을 찾을 수 있나.”
하긴 자신들의 소지품이 개털이 되어버린 걸 그들이 어떻게 알겠나? 준열은 이번에 새롭게 생긴 「개털」스킬의 효용성에 다시 한 번 감탄을 했다.
“으아아아함....”
그리고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나서 급격히 몸에 피로감이 몰려오는 걸 느꼈다. 하긴 오늘은 확실히 평소보다 긴장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농구경기를 뛴 것도 그렇고 경기장의 VIP석에서 자신의 여자들과 빠구리 한 것도 그렇고 말이다. 거기에 강력한 자신에게 적대적인 존재와 세력이 또 등장했고.
그때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김 비서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준열의 귀에 들려왔다. 즉 김 비서도 막 잠이 든 것이다.
“그럼....나도 자야지.”
VIP석에서 김 비서와는 관계를 갖지 않은 상태였다. 해서 호텔에 오면 김 비서가 섹스를 요구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오늘 밤은 김 비서가 그냥 넘어갈 모양이었다. 준열은 속으로 잘 됐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침대에 몸을 던졌고....
“음냐냐냐....씻고 자야 하는데....”
그러나 그를 덮친 수마가 쉽사리 그의 몸이 움직이는 걸 허락지 않았다. 그렇게 준열은 그대로 잠이 들었고....새벽쯤에 그에게 찾아든 몽마가 그에게 미래에 일어날 일을 알려 주었다.
준열에게 「개꿈」아이템의 능력이 잠든 사이 그에게 발동 된 것이다.
“으으으으....”
준열은 잠을 자긴 했지만 어째 찌뿌듯한 상태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가볍게 목을 돌리고 어깨와 허리를 풀어주고 나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씨발....미국 뜨기 전에 다 처리 하려면 좆 빠지게 뛰어 다녀야겠네.”
* * *
NBA파이널은 뉴욕에서 3경기, 그리고 보스턴에서 3경기를 치른다. 그리고 그때까지 챔피언이 결정 되지 않으면 파이널의 파이널 경기는, 이번 년도 디비전 시리즈 승률에서 앞선 보스턴 셀틱스의 홈구장인 TD 가든에서 열리게 되어 있었다.
당연히 서부 컨퍼런스의 우승팀인 브룩클린 네츠로서는 7차전까지 가기 전에 우승을 확정 짓고 싶었고, 반대로 동부 컨퍼런스의 우승팀인 보스턴 셀틱스로서는 적진인 뉴욕에서 최소 1승은 거두고, 자신들이 홈구장인 TD 가든이 있는 보스턴으로 가고 싶어 했다.
그렇기에 1차전의 2점차 패배는 보스턴 셀틱스로서는 뼈아픈 패배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 2차전은 반드시 우리가 가져 와야 한다.”
보스턴 셀틱스의 감독이 비장하게 말했고 그런 감독 주위에 모인 셀틱스 선수들 역시 얼굴이 다들 진지했고 분위기가 사뭇 엄숙했다. 그때 셀틱스의 주장인 브룩스가 나서며 외쳤다.
“셀틱스. 오늘 코트에서 죽자!”
“죽자! 승리가 아니면....”
이에 선수들이 호응했고 셀틱스의 사기가 확실히 올랐다. 그런 선수들을 보며 보스턴 셀틱스의 감독인 제시 브라운의 입 꼬리가 슬쩍 올라갔다가 원래 근엄한 얼굴로 되돌아갔다.
그렇게 일찌감치 묵고 있던 숙소인 뉴욕의 한 호텔에서 나온 보스턴 셀틱스 선수들은 자신들의 전용버스를 타고 뉴욕대학으로 이동, 그곳의 농구장에서 가볍게 몸들을 풀었다. 그리고 점심 식사 후 휴식을 취하다가 NBA파이널 경기 2차전을 치르기 위해서 적진인 매디슨 스퀘어 가든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 어웨이 팀의 전용 주차장에 버스를 대고 막 차에서 내릴 때였다.
와아아아아!
갑자기 경기장 안에서 엄청난 함성이 울렸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경기장 밖의 주차장의 셀틱스 선수들에게도 생생하게 들려왔다.
“뭐, 뭐야?”
“그러게. 저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이런 함성이....”
보스턴 셀틱스의 감독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선수들은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막말로 저 경기장 안에서 NBA파이널 경기가 지금 진행 중인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때 코치 중 한 명이 뭔가 생각이 난 듯 보스턴 셀틱스의 감독에게 말했다.
“제가 알기로 저희 경기 전에 이벤트 형식으로 NBA팀들간의 친선 경기가 열리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코치의 그 말에 보스턴 셀틱스의 브라운 감독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메인 경기에 앞서 열리는 이벤트 형식의 경기에 관중들이 저렇게 난리가 났다는 건, 흡사 메인 요리 앞에 에피타이저 요리가 더 요란을 떨고 있다는 얘기.
당연히 메인 요리의 주방장 격인 보스턴 셀틱스의 감독으로서 브라운이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 데리고 먼저 라커룸에 들어가 있어.”
단단히 뿔이 난 브라운 감독. 그는 수석 코치에게 선수들을 인솔해서 먼저 라커룸으로 들여보내고, 자신은 경기장 밖에 남아 구단인 보스턴 셀틱스의 운영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네? 아아....그건 브룩클린 쪽에서 매디슨 스퀘어 가든을 쓰는 조건으로 뉴욕 닉스 쪽에서 요구한 바라서....네. 감독님의 심정을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감독님도 아시듯 어웨이 경기는 의례....대신 보스턴으로 오면 이쪽 텃새를 브룩클린 쪽에 제대로 맛보여 주겠습니다. 네. 네. 저와 구단이야 늘 감독님의 전술과 철학을 존경해 마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 경기....꼭 잡아 주십시오. 네. 그럼....”
보스턴 셀틱스의 운영 팀장인 피터 데일. 그는 셀틱스의 브라운 감독의 전화를 받고나서 두통이 심한지 책상서랍 속에서 두통약을 꺼내서 먹었다. 브룩클린 쪽의 상황을 잘 아는 피터는 이미 그쪽과 얘기를 끝내 놓은 터라 브라운 감독의 연락을 받고도 막상 그쪽에 항의하거나 따질 수가 없었다.
따지려 든다면 따질 수는 있겠지만 브룩클린 쪽에서야 분명 그걸 뉴욕 닉스쪽으로 떠넘길 게 뻔했으니까. 그런 이벤트를 구상하고 실현 시킨 건 뉴욕 닉스였으니까. 그리고 그 뉴욕 닉스의 운영팀장인 그 타미라라는 여자는. 찔러도 피한방울 나오지 않을 독한 인물이었다.
사실 피터는 타미라라는 여자와 상종하는 거 자체가 싫었다. 해서 감독의 어필에도 상대 쪽에 그걸 따질 맘이 전혀 없었다. 단지 브룩클린이 보스턴으로 넘어오면 그때는 제대로 매운 맛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
“타미라. 그 여자만 아니면....”
피터는 그 여자를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진저리가 쳐졌다. 그래서 생각을 딴데로 돌리기 위해서 브라운 감독에게 걸려오기 전에 하던 일에 다시금 집중을 했다. 그 사이 셀틱스 구단 쪽에 나름 항의를 한 브라운 감독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선수 전용 통로를 통해서 어웨이 팀의 라커룸에 들어선 브라운 감독. 그는 라커룸 안에서 넋 나간 얼굴로 다들 라커룸 천장에 달려 있는 TV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는 셀틱스 선수들을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때였다. 브라운을 발견한 수석 코치가 그에게 후다닥 뛰어와서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TV에서 놀라운 장면들이 나오는 바람에....”
다급히 변명을 늘어놓는 수석코치. 지금쯤이면 선수들 유니폼 다 갈아입고 농구화를 신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선수들 대부분이 아직 입고 있던 트래이닝 복을 벗지도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벗다가 말고 TV를 보고 있었다. 왜 이런 장면을 자신이 보고 있어야 하는지 브라운 감독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차갑게 수석코치를 쏘아보며 말했다.
“대체 뭐가 얼마나 놀랄 장면이 나왔기에 선수들이....”
쾅! 와아아아아!
그때였다. TV에서 리플레이 장면을 보여 주었는데, 다각도에서 보여주고 있는 한 선수의 플레이를 브라운 감독도 보게 되었고....
“허어....허어....”
그 역시 TV에 넋이 나간 채 연신 입에서 절로 흘러나오는 탄식과 함께 벌어진 입을 한동안 다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