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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897화 (89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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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내 코가 석자인 상황이었다. 백승렬 회장이 자기 자리를 되찾으려 난린데 하루라도 빨리 한국으로 들어가서 흔들리는 삼명그룹의 중심을 잡아야 할 나. 한데 그런 내가 지금 미국에서 연예 기획사를 만들고 현지 연예인 1호와 계약을 맺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건 내가 봐도 무리수였다.

한데 내가 이렇게 무리를 하면서 그렇게까지 하려는 이유는 있었다. 바로 그게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이 시기 저스틴 비버가 얼마나 벌어들였을까? 아니 준열로 빙의하기 전까지 내가 아는 한, 저스틴 비버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연평균으로 따져서 2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냈다.

그러니까 저스틴 비버가 한창 벌어들일 때는 한해 50억 달러도 넘게 벌었고, 나이가 들어 점점 더 인기가 식어가면서 준열로 빙의하기 직전 년에는, 7-8억 달러까지 밖에 벌지 못했다. 그 밖에 벌지 못했다는 수익도 억만 장자를 7-8명 만들어 낼 수 있을 만한 큰 돈이었지만....

하여튼 저스틴 비버라는 탑 스타 하나만으로도, 앞으로 내가 만들 미국의 연예 기획사는 엄청난 돈과 명성, 그리고 기회비용을 창출해 낼 수 있게 될 예정이었다. 문제는 그 기회비용은 내가 활용하기에 따라 100배, 아니 1,000배 이상의 효용성을 거둘 수 있단 점이다.

“그걸 삼명그룹에서 잘 이용한다면....”

두말 할 거 없이 삼명그룹이 미국 내에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겠지. 어차피 삼명그룹은 해외에서 돈을 벌어들여야 하는 한국의 캐시 카우, 글로벌 대기업이었다. 그렇다보니 미국 시장에서 어떤 포지션에 있는가가 전 세계 시장에 끼칠 영향력을 좌지우지 할 수밖에 없었다.

“쳇....나도 어쩔 수 없군.”

삼명그룹의 부회장으로서 장차 삼명그룹의 오너가 될 예정인지라, 나로서도 그쪽으로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어째든 저스틴 비서의 효과를 오스틴을 통해 보는 것에 대해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테오도로의 집을 나와서 내가 묵고 있는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이미 거기 도착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김종훈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는 좀 망설여졌다. 하지만....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니까.”

나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내가 쓰고 있는 VVIP룸 옆에 같은 로얄 스위트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김종훈에게 말했다.

“김 부장. 수고 많아.”

“아닙니다. 받는 만큼 일하는 걸요. 그런데 갑자기 부장은....”

“능력이 되면 그 만큼 그 지위도 올라가야 하는 거 아니겠어?”

“그렇기는 한데....지위가 오른다는 건 그 만큼 더 책임감을 요구하는 일을 해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역시 김종훈은 눈치가 빨랐다. 내가 그를 부장으로 승진 시킨 이유를 바로 알아차렸다. 뭐 그러던 말든 나는 내 할 말을 이어 나갔다.

“내가 시킨 정리 작업은 어떻게 되어가?”

“정리하라고 직접적으로 말씀 하신 사업체는 얼추 다 정리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 드렸던 대로 그 일을 제대로 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얼마나?”

“짧으면 일주일, 길면 한 달까지는....”

그때 준열이 김종훈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한 달의 시간을 주지.”

준열의 한 달이란 말에 김종훈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번졌다. 여태 준열은 무슨 일을 할 때 김종훈에게 길게 시간을 준 적이 없었다. 물론 김종훈도 짧게 잡은 시간 내 일을 해결하는 데 찬성한 적은 없었지만. 해서 두 사람은 그 중간 쯤 되는 기간을 일 할 기간으로 잡았다. 그걸 아는 김종훈이다 보니 그는 이번 일을 대략 보름에서 20일 사이에 처리하는 걸로 가닥을 잡고 있었다. 한데 준열이 한 달이나 시간을 준다니 김종훈으로서는 기뻐할 수밖에. 하지만 이어지는 준열의 말에 김종훈의 얼굴이 팍 일그러졌다.

“단, 한 가지 일을 더 해줘야겠어.”

* * *

필라델피아에서 자신의 일정을 겨우 다 소화하고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날아가던 김종훈.

비행기에서 만큼은 쉴 만도 한데 그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벌써 네 번이나 스튜어디스가 그에게 필요한 게 없는지, 또 식사에 대해 물어왔지만 그는 그때마다 괜찮다고 말하고 일에 집중했다. 그만큼 준열이 미국에 벌려 놓은 일은 많았다. 문제는 그 일들이 다들 수익성이 좋다는 거다. 못해도 투자 수익이 5배 이상이 되다보니, 김종훈으로서도 그 일들을 허투루 다룰 수가 없었던 것. 덕분에 일처리는 그만큼 더딜 수밖에 없었고.

“....죽겠네. 여기 커피 좀....”

김종훈이 드디어 스튜어디스를 불렀다. 당연히 일등석의 그의 요구에 스튜어디스가 즉각 반응하며 그에게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김종훈은 그 커피를 마시며 마저 하던 일을 하려 했다.

뚝! 뚝!

그때 그의 코에서 흘러내린 진득한 뭔가가 그가보고 있던 서류 위에 떨어졌다.

“어머머....코피가....”

당사자는 그 코피를 보고 별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뒤로 젖혔는데, 그걸 본 스튜어디스가 난리법석을 떨었다. 그 결과 기내에 의사까지 김종훈 앞에 나타나는 해프닝이 있었고, 그 의사의 조언에 따라서 김종훈은 더는 일을 하지 않고 강제로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으으음....”

잠깐 눈을 감았는데 비행기가 뉴욕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야 잠에서 깬 김종훈.

“허얼....두 시간이나 잤군.”

원래 김종훈은 30분 정도 쉬고 나서 마저 하던 일을 마저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리 두 시간을 자 버림으로 해서 오늘도 잠자는 시간을 줄여야 할 것 같았다.

김종훈은 비행기에서 내렸고 공항에 마중 나온 준열의 경호팀원과 같이 준열이 묵고 있는 호텔로 향했다.

김종훈은 그 이동 시간에도 일을 했다. 그리고 호텔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준열이 그를 위해 특별히 잡아 준 로얄 스위트룸에서, 외출 중인 준열이 돌아오기 전까지 김종훈은 일에 집중했다. 그 결과 준열이 왔을 때 그는 비행기에서 하지 못한 일들을 다행히 다 끝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나마 기분이 좋았는데 준열과 만나고 나서 얼마 가지 않아 그의 얼굴이 완전 딱딱하게 굳었다. 왜냐하면 준열이 그에게 또 일을 떠 맡겼기 때문에.

“그, 그러니까 지금 저보고 그 일들을 처리하는 와중에 연예 기획사를 만들란 말입니까?”

김종훈이 기가 차다는 듯 준열을 쳐다보자 준열이 낯빛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히 대답했다.

“어어. 일단 사업등록부터 해. 계약 할 소속 연예인이 있거든.”

김종훈은 뻔뻔한 준열의 얼굴에다가 냅다 죽빵을 먹이고 싶었다. 하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그걸 참아내며 준열에게 말했다.

“연예 기획사라면 LA에 JYB엔터 지사가 있지 않습니까?”

“JYB엔터는 한국 기획사잖아? 내가 원하는 건 미국 연예 기획사야. 내가 김 부장보고 괜히 사업 등록하라고 했겠어?”

김종훈도 알았다. 그가 궁금한 건 왜 한국에 잘 나가는 연예 기획사가 있는데 굳이 미국에 연예 기획사를 또 차리려하느냐는 거였다. 물론 준열도 김종훈의 그런 의도는 알았다. 그랬기에 바로 그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JYB엔터는 안 돼. 미국에서 벌어서 미국에다 다 써야 되거든. 그래야 미국 정부가 지랄하지 않지.”

속된 말이었지만 준열의 그 해명에 김종훈도 찌푸리고 있던 얼굴을 풀었다.

“뭐 엔터 사업이면....수출입에 따른 관세 문제로 골치 아프지 않게 돈을 벌수 있긴 하겠네요.”

일부 사업만 남기고 그 동안 준열이 해 온 투자 사업을 다 정리 중인 김종훈이었다. 이대로 미국을 떠나게 되면 김종훈의 앞으로 역할이야 뻔했다. 삼명그룹에 들어가서 해외파트, 그 중에서 삼명전자 반도체 수출 부분에서 중요한 자리를 꿰차고 죽어라 일해야 할 테지. 하지만 그때는 한국의 대기업인 삼명그룹의 직원으로 전 세계를 상대로 반도체를 팔아야 하기에 각국의 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미국 법인의 사업은 얘기가 달랐다. 미국 안에서 다 해결이 될 테니 말이다. 김종훈이 할 일은 미국 최고 로펌이 어딘지만 알아내서 거기에 일을 맡기기만 하면 끝이었다. 나머지는 미국 안에서 그들의 법과 원칙에 따라 잘 알아서 돌아가게 되어 있었으니까.

단지 그 체계가 갖춰지기까지 그걸 구축하는 과정에 김종훈이 계속 개고생을 해야 한다는 건데....

“이태원에 빌딩이 하나 있는데....왜 용산 구청 맞은편에 CGB가 있는 건물 말이야.”

“설마 1층에 농협과 별 다방 있는 그 건물 말입니까?”

“맞아. 거기....요즘 빌딩 값이 올라서 5백억도 넘는다더라고.”

준열의 5백억이란 말에 김종훈의 두 눈이 번뜩였다. 그리고 꼴깍 군침을 삼켰는데 그런 그에게 준열이 말했다.

“거기 목이 워낙 좋아서 임대 수입이 꽤 짭짤하다던데....”

준열이 좀 전 언급한 그 빌딩은 사실 매물이 나올 일이 없었다. 왜냐하면 거기는 지어진 이후 공실률이 제로였다. 가지고 있으면 매달 알아서 일정 금액의 임대료가 척척 들어오는 데 그런 건물을 팔 정신 나간 건물주는 없었으니까. 즉 건물주인 준열이 5백억에 그 빌딩을 내 놓으면 그걸 사려고 재력가들이 줄을 설 터였다. 물론 준열이 그 가격에 그 빌딩을 팔 일 따윈 없을 테지만.

“으음....”

김종훈의 입에서 묵직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한마디로 서울에 제대로 된 건물주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앞서 준열과 내기에서 개피를 본 뒤 김종훈은 억척스럽게 일을 해서 이렇게 준열로부터 새로운 제안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저번처럼 욕심에 눈이 멀어서 눈앞에 밥 그룻을 차 버리는 멍청한 짓은 다신 할 생각이 없는 김종훈. 그가 준열을 향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원하시는 게 뭡니까?”

그러니까 이태원의 그 빌딩을 자신에게 넘겨주는 조건으로 준열이 자신에게 원하는 게 정확히 뭔지를 묻는 김종훈. 그런 그에게 준열이 바로 대답했다.

“한 달 안에 미국에서 내가 지시한 일들을 다 처리하고 국내로 들어와서 내 일을 돕는 거지 뭐.”

준열의 그 말에 김종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예상하고 있었던 범주 안에서 준열이 대답을 한 것이다. 그때였다.

“그 이태원 빌딩 옆에 3성급이긴 하지만 제법 건실한 호텔이 있거든. 그 호텔까지 얹어서 나랑 내기 하나 하는 거 어때?”

김종훈은 준열의 내기란 말에 욱하니 화가 치밀었다. 준열은 보나마나 김종훈이 혹할만한 조건의 내기를 제안 할 것이었다. 김종훈이 생각하기에 분명 상식적으로 그가 이길 수밖에 없는 내기를 말이다. 하지만 그 상식이 뒤집어지고 자신이 절망하는 결과를 김종훈은 다시는 맡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아뇨. 됐습니다.”

김종훈은 단호하게 준열의 제안을 거절했고 그런 김종훈을 본 준열이 아깝게 됐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걸 보면서 김종훈. 그가 속으로 생각했다.

‘또 속으면 내가 병신이지.’

그러며 김종훈은 다시 한 번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을 머릿속에 되새겼다.

* * *

비록 김종훈에게 던진 미끼를 그가 물지 않아, 아까운 건물 한 채 날아가게 되어 살짝 속이 쓰리긴 했지만, 준열은 김종훈에게서 그 동안 그가 정리한 결과 치를 전해 듣고 흡족한 얼굴로, 자신이 그를 위해 잡아 준 로얄 스위트룸을 나섰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자신이 묵고 있는 로얄 스위트룸으로 들어갔다.

방안은 조용했다. 하긴 시간이 자정을 훌쩍 넘긴 터라 준열과 같이 여기 묵고 있는 여자들은 다들 자기 방에서 꿈나라에 가 있었다. 준열도 가급적 소리를 내지 않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는데, 그의 방의 침대 옆 협탁 위에 쪽지가 하나 있었다.

“뭐지?”

준열이 그 쪽지를 살피니 타미라가 남긴 메모였다. 메모의 내용은 간단했다.

[내일....잘 부탁해.]

준열은 그녀가 자신에게 뭘 부탁하는지 바로 알아챘다. 실제로 그 때문에 내일 오전과 오후 스케줄을 다 비워 놓았고. 또 내 몸도 꾸준히 농구를 위한 몸 상태로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내일부터 있을 예정인 NBA 파이널 경기. 그 전에 펼쳐질 이벤트 성격의 친선 경기에서 준열은 뉴욕 닉스의 선수로 뛰어야 했다. 그것도 한 경기도 아닌 무려 3경기나 말이다.

즉 준열은 내일 뿐 아니라 모레와 글피까지 농구 선수가 되어야만 했다. 이게 다 준열의 소유인 뉴욕 닉스를 위한 일이다보니 어쩔 수가 없었다. 열심히 뛸 수밖에 말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준열은 그 3경기를 전부 이길 생각이었다. 그 직후 한국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았기에 준열의 입장에서는 그게 미국에서 그의 마지막 이벤트가 될 공산이 컸다. 그 이벤트에서 준열은 확실하게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다. 자신이 뛰는 농구 3경기를 전부 이기면서 말이다.

“이제 자자.”

내일 농구 선수로 사람들 앞에서 뛰어야 했기에 준열은 침대에 누웠고, 눈을 감기 무섭게 깊은 수면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으으음....”

그랬던 준열이 다시 눈을 떴을 때 벌써 날이 훤히 밝아 있었다. 준열은 시간을 확인하기 무섭게 바로 욕실로 가서 샤워를 한 후 방을 나섰다. 그러자 출근을 위해 먼저 식사 중인 쥬리와 타미라와 마주쳤고, 그녀들과 인사 후 자신의 먹을 음식을 룸서비스로 주문한 준열은 다시 자기 방으로 가서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그 준비를 끝낸 준열이 뭔가 생각이 난 듯 핸드폰을 꺼내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의 전화를 기다렸다는 듯 상대가 전화를 받았고....

“네. 지사장님. 어떻게 됐습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준열의 물음에 JYB엔터의 LA지사장이 곧바로 대답했다.

-말씀하셨던 엔터 설립과 법인 사업으로 전환에 경험이 있는 직원을 오늘 중으로 그쪽에 보내겠습니다. 지금 계신 곳이 어딘지 말씀을 해 주시면....

준열은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이 어딘지 LA지사장에게 얘기해 준 뒤 통화를 끝냈고, 그 사이 그가 먹을 룸서비스 음식이 도착했다. 준열은 그 음식을 먹고는 농구 경기에 뛰기 위해서 뉴욕 닉스의 홈구장인 매디슨 스퀘어 가든을 향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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