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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2천만 달러나 되는 돈을 한 번에 지급할 만한 재력가를 만나는 건 이 당시 미국에서도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다.
브루노 마스는 미 전역 순회공연 때문에 전용 비행기를 구입했다. 하지만 그 비행기와 자신은 맞지 않았다. 그 비행기를 타고나서 내리면 꼭 브루노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기 때문에.
처음에는 가벼운 상처로 시작 되었던 그 불운은 유럽 공연을 갔을 때 다리를 다치고 미국으로 돌아와서는 팔을 다쳤다. 하지만 저번 필라델피아 공연에서 브루노는 더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처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브루노의 목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서 공연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만 것이다. 가수가 노래를 못 부른다? 그건 곧 그가 제대로 된 경제 활동을 못하게 된다는 얘기고 그의 몰락을 의미했다.
“도저히 안 되겠어. 저 비행기 말고 다른 비행기로 바꿀래.”
미신을 잘 믿는 편인 브루노였다. 그걸 알기에 그의 매니저도 어쩔 수 없었고, 급하게 전용 비행기를 내 놓고 새로운 비행기를 계약하게 되었다. 한데 그 새 비행기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그 비행기를 예약해 둔 사람이 돌연 그 예약을 취소해 버림으로 해서 브루노가 그 비행기를 넘겨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그 비행기를 인수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그럴 경우 새 비행기를 넘겨 받기까지 3개월은 더 기다려야 했고, 하필 이번에 낸 브루노의 앨범이 대박을 터트리면서 그의 인기가 폭발, 그를 원하는 곳이 많아졌다.
“빨리 비행기 인수해서 그거 타고 투어에 나서자고. 그럼 비행기 10대 값은 금방 벌수 있어.”
해서 브루노는 은행 대출을 받아서라도 새 비행기를 인수하려 했다. 한데 은행에서 대출해 줄 수 있는 돈이 2천만 달러까지 라고 못 박았다. 브루노의 인기를 감안하더라도 그게 은행에서 해 줄 수 있는 한도란 것이다. 그래서 급하게 2천만 달러를 더 구해야 했는데, 마침 브루노의 그 마(魔)가 낀 전 비행기를 구입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당장 만나!”
그 얘기를 듣자마자 브루노는 점심 식사를 하다 말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브루노. 이렇게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네. 뭐....제 비행기를 사시겠다고요?”
“네. 조건만 맞는다면 당장이라도 구입하겠습니다.”
브루노는 ‘당장’이라는 말을 내 뱉은 눈앞에 젊은 동양인 남자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동양인 남자가 말한 조건도 들어보니 별거 아니었다. 친구 먹자나?
“좋죠. 안 그래도 동양인 친구 한 명 쯤 있었으면 했으니까.”
“그럼 지금부터 우리 친구하는 겁니다.”
“그래. 친구하자. 내가 널 뭐라고 부르면 될까?”
“내 이름이 준열이니까....Jun. 어때?”
“준? 좋네. 그럼 나는....브로라고 불러.”
“브로? 알았어. 브로.”
브루노가 자신을 브로라고 부르라는 말을 근처에서 들은 매니저가 놀란 눈을 했다. 그럴 것이 브루노는 진짜 친한 사람이 아니고선 자신을 브로라고 부르는 것을 허락지 않았으니 말이다. 실례로 현 매니저인 그도 브루노를 브로라 부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 오늘 처음 만난 저 동양인 남자에게 브루노가 자신을 브로라 불러도 좋다고 허락한 건, 매니저가 봐서 정말이지 이례적인 일이었다.
* * *
-현 미국의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싱어송 라이터 브루노 마스와 친구가 되어 봅시다. 성공 시 개지수 20포인트 지급에 새로운 아이템을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준열이 브루노 마스의 전용비행기를 인수하기로 마음 먹자 시스템이 그에 적합한 미션을 제시했다.
‘좋아. 그 미션....받아드리지.’
준열은 속으로 시스템에게 대답을 했고 곧장 브루노 마스를 만나러 약속 장소로 향했다. 브루노 마스의 전용 비행기를 소개해 준 다쏘 항공의 직원은 알고 보니 브루노 마스의 사촌 형이었다.
브루노 마스는 푸에르토리코계이면서, 아슈케나짐이고 필리핀계 미국인이었다. 음악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브루노는, 어릴 때부터 밴드하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쉽게 음악을 접할 수 있었는데, 그 사촌인 테오도르는 반대로 음악보다는 장사나 영업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런 관심이 반영 된 탓인지 브루노는 음악으로 성공했고 테오도르는 항공사업 쪽으로 승승장구 중이었다.
“허어....이런....당신이 다쏘 항공의 부 사장인 줄 몰랐군요.”
브루노 마스를 만나러 가는 길에 준열은 테오도르의 명함을 받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반면 테오도르는 늘상 있어 온 일은 듯 준열의 반응에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명함을 건네면 그걸 본 사람들은 다들 당신처럼 말들 하죠. 그리고 의이해 합니다. 부 사장이 왜 직접 영업을 하느냐고 말입니다.”
테오도르의 말에 준열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테오도르가 그런 준열을 보고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체하던 말을 마저 이어서 해 나갔다.
“근데 비행기를 만들어서 팔아 얻는 수익만큼이나 완성된 비행기를 영업으로 팔아 얻는 수익이 크다는 점이죠. 왜 부동산이 비쌀수록 중계수수료도 많아지는 거처럼 말입니다.”
그 말을 하면서 테오도르가 익살스런 웃음과 함께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이는 그를 보면서 준열은 그가 얼마나 돈에 진심인지 알 수 있었다.
‘하긴....저렇게 돈에 집착하니 저 나이에 부사장이 될 수 있는 거겠지.’
오히려 천조국인 미국이니 더 더욱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없는 걸 테지. 준열은 동행중인 일종의 브로커 테오도르 덕분에 브루노 마스를 만나러 가는 길이 전혀 심심하거나 무료하지 않았다. 그리고 테오도르는 중개인의 역할을 톡톡히 해 주었고, 준열은 2천만 달러에 자신이 원하던 전용비행기를 구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브루노 마스에게 2천만 달러를 쏴 주면서 동시에 중개수수료로 200만 달러를 테오도르의 계좌로 이체해 주었다. 그랬더니 테오도르가 크게 기뻐하면서 준열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주었다.
“저야 좋죠.”
준열은 테오도르의 초대를 흔쾌히 받아드렸고 곧장 테오도르의 집으로 향했다. 거기서 준열은 브루노 마스를 또 만날 수 있었다. 왜냐하면 테오도르가 사는 옆집에 브루노 마스와 그의 가족들이 살고 있었던 것.
테오도르가 파티를 열자 그 집 식구들이 자연스럽게 그 파티에 참석을 해 왔고, 뒤늦게 집으로 귀가한 브루노 마스도, 자신의 가족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테오도르의 파티 장에 올 수 밖에 없었던 것. 근데 준열에게서 받은 돈으로 새로운 자신의 전용 비행기를 인수하고 돌아와서 피곤했던 브루노.
“이, 이게 무슨....”
그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그가 오늘 새로 사귄 동양인 친구 준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 * *
인간은 즐거우면 그 흥에 취해 자연스럽게 입에서 노래가 나오고, 그 노래에 맞춰 몸이 흔들리기 마련.
한데 준열이 초대 받은 집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니 파티 내내 음악이 끊이지 않았다.
준열은 테오도르와 얘기를 나누다가 알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테오도르를 제외한 그의 가족들도 모두 음악을 하고 있단 걸 말이다.
테오도르 자신은 음악에 재능이 없었지만 듣는 것은 좋아했기에 식사하면서 음악을 듣는 것을 즐기는 거 같아보였다. 하지만 그가 초대한 손님은 혹시 몰랐기에 테오도르가 식사 전 준열에게 물었다.
“준열. 식사 할 때 음악을 좀 들어도 될까?”
“물론. 나야 좋지.”
준열이야 노래뿐 아니라 작곡 능력까지 갖춘 만능아티스트라 볼 수 있었으니 밥 먹을 때 음악 듣는 게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테오도르 가족들과 같이 음악을 들으면서 식사를 했는데 갑자기 준열의 귀에 익숙한 노래가 들려왔다.
‘이 노래는....’
바로 K-POP으로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번 아웃(burnout)’이라는 한국의 보이그룹 블랙홀의 노래였다. 3년 전이던가 블랙홀은 이 노래로 빌보드 차트 탑 10 안에 드는 쾌거를 이뤄냈다.
보아하는 테오도르의 가족 중 누군가가 블랙홀의 팬인 거 같았고, 그게 누군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테오도르의 큰딸인 제이시. 하이스쿨에 다니는 그녀는 자유분방하고 반항적이었기에 테오도르의 다른 가족들은 가급적이면 그녀를 건드리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준열도 눈치가 있있으니 딱 봐도 건드리면 터지는 폭탄인 제이시에게 일부러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한데 그게 제이시를 더 자극한 모양이었다.
“당신....한국 사람이라고?”
그녀가 먼저 준열에게 말을 걸었고....그게 신기한 듯 테오도르의 가족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봤다.
“어. 맞아.”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 되다보니 준열로서도 제이시의 물음에 제대로 대답을 해 주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때였다. 제이시의 입에서 준열도 잘 아는 사람의 이름이 불쑥 튀어나왔다.
“혹시 R드래곤 알아?”
당연히 잘 알지. 무려 그의 작곡 천재 능력을 자신이 가졌는데 말이다. 그러다보니 준열은 그만 말실수를 하고 말았다.
“R드래곤? 아아. 계용이 말이구나. 잘 알지.”
“뭐, 뭐라고? 당신 지금 R드래곤을 안다고 했어?”
제이시의 눈깔이 확 뒤집어졌다. 그걸 보는 순간 준열은 속으로 ‘아차!’ 싶었다. 광팬들에게 있어서 자신이 신봉하는 아티스트는 신(神)자체였다. 한데 제이시의 그 신을 내가 잘 안다고 하니 그녀의 눈이 훼까닥 돌아버리는 수밖에.
“그, 그게....내가 한국에서 엔터 사업을 크게 하고 있어서....”
“엔터? 회사 이름이 뭔데?”
“JYB엔터라고....”
“뭐? 당신이 JYB엔터 대표란 말이야?”
깜짝 놀라는 제이시. 그녀가 준열에게 급 관심을 보이면서 준열은 테오도르가 초대한 비즈니스 손님에서, 가족들이 전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는 호감 손님으로 바뀌었다.
* * *
R드래곤이 살아 있었을 때만 하더라도 그가 속해 있던 YH엔터가 JYB엔터보다 더 크고 유명한 곳이었다. 하지만 최근 JYB엔터가 급성장하면서 이제 한국에서 최고의 연예기획사는 JYB엔터로, YH엔터는 JYB엔터에 비빌 바가 못됐다.
그 정도는 K-POP에 푹 빠져 있는 제이시도 알았다. 근데 그 JYB엔터의 대표가 지금 그녀의 집에 와 있었다.
‘대박! 이건....애들에게 알려야 해.’
제이시는 화장실을 핑계로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곧장 자기 방으로 간 다음 자신처럼 K-POP을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그 친구들이 놀라며 다들 JYB엔터 대표를 만나러 오겠다고 난리였다.
“에이. 나도 몰라.”
그런 친구들을 제이시는 도저히 말릴 수가 없었다. 그 결과....
“허어....”
제이시의 친구과 그 친구의 친구들이 몰려왔고 그 수가 20명도 넘어보였다. 그걸 보고서 테오도르가 어이없어하다가 준열에게 사과를 했다.
“준열. 정말 미안해.”
“아니야. 난 정말 괜찮아. 그것보다 K-POP의 인기가 이 정도일 줄 몰랐군.”
당연히 준열은 K-POP이 이때도 그렇지만 이후 더 인기를 끌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병페가 바로 올해부터 시작 되는 것도.
아마 올해 후반기부터 일 것이다. 한국인 없는 K-POP, 한국어 없는 K-POP, 한국에 없는 엔터테인먼트의 K-pop도 등장하는 등 한국 국적을 완전히 초월한 사례가 등장하면서, K-POP을 뚜렷한 기준에 의해 정의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워진다.
즉 K-POP도 아니면서 K-POP스러움을 어필하여 K-pop으로 위장한, 가짜 K-POP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는 비단 K-POP뿐만이 아니라, 패션, 특히 화장품 등의 문화 산업에서 절도당한 국가적 브랜드 이미지의 피해가 생겨나는 건데 실제 그 피해가 막대했다.
‘그것만 잘 막아도 K-POP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만으로, 가히 국가사업이 될 수도 있을 텐데 말이야.’
하지만 무능한 한국 정부와 근시한적인 눈의 연예기획사들이 행여나 그걸 잘 막아내겠다. 준열은 애당초 그걸 기대도 하지 않았다. 물론 자신이 나서서 그렇게 만들고자 하는 생각도 없었고.
‘내가 미쳤어?’
그걸 하려면 준열이 그야말로 좆 빠지게 그 일에 매진해야 할 텐데, 그렇게 해서 준열이 얻는 게 뭔가? 명성? 돈? 그거라면 지금도 넘쳐났다.
준열은 자신의 머릿속에 떠 오른 K-POP의 미래에 대한 걱정 따윈 훌훌 털어버리고 테오도르와 와인을 마셨다. 그때 테오도르의 큰딸인 제이시가 슬그머니 준열 앞으로 다가와서 말했다.
“친구들이 당신에게 보여 줄게 있다는데....”
“뭐?”
제이시가 대표로 등 떠밀려서 준열에게 이 자리에서 오디션을 봐 달란 요청을 해 온 것이다.
“제, 제이시....”
그런 큰딸 때문에 테오도르가 곤란해 하며 준열을 쳐다봤다. 하지만 테오도르를 뺀 그의 나머지 가족들은 다들 기대어린 시선으로 준열을 쳐다봤다. 왜냐하면 원래부터 음악을 하는 그들에게 즉석에서 열리는 현장 오디션은 그다지 특별할 거 없는 행사였고, 그걸 여기서 하는 데 전혀 부담이나 불편함 같은 건 느끼지 않았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