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893화 (891/921)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또 자신의 여자가 죽고 자신이 다치는 꿈이었다. 이번에는 복면한 자들이었는데 내 경호팀원들이 맥도 못쓰고 나가 떨어졌다. 그런 그들을 상대로 나는 처절하게 싸웠고 그 과정에서 심각하게 다쳤다. 그리고 나와 같이 있던 내 여자, 쥬리가 죽고 말았고.

그 모든 일은 선상에서 벌어졌다. 누군가 나를 선상 파티에 초대했고 그 파티가 열리던 밤, 놈들이 대 놓고 나를 노렸다.

결과적으로 놈들이 나를 죽이려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내 싸움 실력이 그들보다 나았으니까. 하지만 몇 놈 더 있었다면 나 역시 무사하진 못했을 상황이었다.

“이거이래서야....미국에 더 있기 무서울 지경이로군.”

아무래도 총기규제가 없는 미국이다 보니 나를 노리는 놈들을 상대하기가 그만큼 더 까다로웠다. 꿈에서도 내가 다친 건 피한다고 피했지만 스치는 총탄에 내가 여러 발을 맞았고, 끝에 가서 그 무섭다는 눈 먼 총알에 허벅지까지 맞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미래 예지 능력을 통해서 내가 죽지 않는다는 건 알게 되었지만, 다치게 될 거란 사실을 아는 것 역시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만약 그런 상황이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있었다면 내가 다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테지. 아무래도 한국에서 총기가 난사 되는 상황은 일어나기 힘들 테니 말이다. 해서 나는 가급적 빨리 미국 땅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내가 미국에서 맞은 내 두 여자들에 대한 설득이 필요했다.

“쥬리. 나와 같이 한국에 들어가서 살지 않을래?”

그래서 아침 식사 때 일찍 출근해야 한다며 혼자 식사 중인 쥬리가 앉아 있는 식탁으로 간 내가 그녀에게 대 놓고 물었다. 그러자....

“그래. 한국에서 살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 같아.”

쥬리가 흔쾌히 내 제안을 받아드렸다. 뭐 이건 나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던 바였다. 왜냐하면 간밤에 꾼 그 예지몽에서 쥬리가 그랬다. 언젠가 내가 그녀를 데리고 한국에 들어가 살게 될 거란 걸 말이다. 해서 내가 그녀에게 한국에 같이 가자고 했을 때 흔쾌히 그러자고 대답했다고.

즉 나는 쥬리가 내 제안을 받아드릴 것을 알고 조금 전 그녀에게 한국에 같이 가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고마워. 네가 불편하지 않게 잘 챙길게. 그리고 언제든 미국에 갈 일 있으면 가도 돼.”

생각 같아서는 내 전용기라도 한 대 구입할까 싶었다.

‘아니지. 이번 기회에 아예 전용기 한 대 구입하자.’

미국에서 내가 벌어들인 돈만해도 비행기 한 대 구입하기에 충분했다. 그 만큼 내 대리인으로 열심히 영업을 뛰고 있는 김종훈 과장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투자 대비 그 성과가 아직 대박을 터트린 건 아니다. 하지만 그 투자처의 미래를 아는 내가 아니던가? 지금 내 지시로 투자처를 방문해서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은 짧으면 1년, 길어도 3년 안에 대박을 터트리는 기업들이었다.

그 중에서 금 현물과 국제 유가의 하락세를 통해 공매도를 친 내 투자가 성공을 거두면서, 나는 이미 1억 달러나 되는 돈을 벌었다. 물론 그 돈을 한국으로 가져 갈 수는 없지만, 그 돈으로 미국에서 전용비행기를 구입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했다.

‘쥬리에게 깜짝 선물로 제격이겠군.’

나는 아침 식사 후 출근 하는 쥬리를 배웅하면서, 그녀에게 그 전용비행기를 선보였을 때 그걸 보고 기뻐할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서 나도 모르게 빙긋 웃고 말았다.

* * *

나는 내친 김에 쥬리가 떠난 식탁에서 내가 룸서비스로 주문한 음식들이 오기 전에 내가 살 전용비행기에 대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다. 그랬더니....구골을 개발하고 설립해 운영 중인 창립자 2명이 소유한 비행기가 제일 먼저 내 눈에 들어왔다. 바로 B767기로 2천5백만 달러에 구입이 가능했다.

“구골이 지금 한창 바쁠 때이긴 하지.”

바쁜 일정만큼이나 하늘을 날아다니기 바쁠 두 사람이었기에 당연히 전용비행기가 필요 할 테지. 그것 말고 인터넷에 나오는 개인 전용비행기의 주인들은 다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예인들이 많았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즉 연예인에 별 관심이 없었다. 해서 그들 전용비행기가 뭐든 관심 없이 넘어갔고....

“오오....”

그때 내 눈에 띄인 게 바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가 소유한 자가용 비행기였다.

“다쏘 팔콘 7X....”

금액도 적당했다. 4천1백만 달러로 내가 미국에서 번 돈으로 질러도 충분했다. 사실 1억 달러를 한국으로 가져가려면 미국에 게워내야 할 세금이 전용 비행기 값보다 더 나올 터였다.

그럴 바에야 여기서 시원하게 전용 비행기 사고, 미국 안에 유명한 휴양지에 별장을 여러 채 사 두는 게 나았다.

“김 과장 오면 비행기 사고 남은 돈으로 별장을 사라고 해야겠군.”

미국에서 번 돈을 나는 미국에다 다 쓰고 한국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럼 미국 정부도 나를 건드리지는 않겠지.

그렇게 내가 전용 비행기로 다쏘 팔콘 7X를 구입하기로 결정을 내렸을 때, 내가 룸서비스로 주문한 음식이 도착했다. 그 음식을 직접 본 순간 내 입안에 절로 군침이 감돌았다.

“꿀꺽! 이거 아침부터 기름지게 시작하는군.”

내가 이침부터 호텔 주방의 한국 셰프에게 특별히 부탁한 음식은 바로....

“모듬전....”

맞다. 한국의 전통시장이나 가야 볼 수 있는 갖가지 전들의 환상적인 향연. 한국 셰프는 VVIP고객인 나를 위해 제대로 된 모듬전을 주방에서 만들어 보내왔다.

“허얼....육전에 동태전, 김치전, 고추전, 깻잎전, 맛살전, 애호박전, 수제 동그랑땡전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모듬전 세트였다. 이건 그냥 있을 수 없었다. 해서 나는 프런트에 전화해서 주방으로 전화를 연결한 뒤 한국 셰프에게 극찬을 해주었다.

더불어 그와 호텔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100달러의 팁을 선물했다. 당연히 그 말 후 주방 안에서 환호성이 일었다. 한국 셰프가 나와 통화를 스피커폰으로 한 모양이었다. 뭐 여러 사람들이 좋다니 나도 기분 좋게 통화를 끝내고 아직 식지 않은 모듬전을 먹기 시작했다. 그때....

“어머....이게 다 뭐예요?”

김 비서가 귀신 같이 냄새를 맡고 나왔다.

“모듬전. 같이 먹자고.”

“좋죠.”

신나 보이는 김 비서와 나는 같이 모듬전을 맛있게 먹었다. 그때 내가 슬쩍 그녀에게 물었다.

“타미라는 어떻게 됐어?”

그러자 김 비서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걱정 마세요. 거의 다 넘어 왔으니까.”

김 비서가 자신만만해 하기에 그걸 보고 나도 안심이 되었다. 김 비서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았으니까. 그녀는 확실하지 않은 일에 이렇게 자신감을 내비치지 않았다. 그 만큼 김 비서가 타미라를 잘 설득하고 있다는 얘기. 나는 김 비서를 믿고 타미라의 일을 그녀에게 완전히 일임했다.

“아아. 배불러.”

한국말로 전을 부치거나 지진다고 하는 데, 그 말은 전이 불에 달군 판과 기름에 적당히 익혀진다는 얘기다. 고로 기름기가 제법 많은 전은 느끼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김 비서는 콜라를 달고 모듬전을 먹었다. 그렇다보니 생각보다 많이 먹지도 못하고 먼저 먹기 시작한 나보다 먼저 배부르다며 젓가락을 놓았다. 그리곤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먼저 일어날게요.”

그 말 후 김 비서는 곧장 타미라의 방으로 향했다. 그걸 보고 나는 흡족하게 웃으며 마지막 남은 동그랑땡전을 입에 넣고, 얼음이 들어간 시원한 콜라로 마지막 입가심을 한 후 식탁에서 몸을 일으켰다.

* * *

내친김에 준열은 전용비행기를 구입하기 위해서 외출 준비를 했다. 준열이 자기 방에서 씻고 옷을 챙겨 입는 사이 타미라는 출근을 했다. 준열은 일부러 나서지 않았고, 대신 김 비서가 타미라를 배웅했는데 그 직후 김 비서가 준열의 방으로 와서 노크를 했다.

똑똑똑!

“들어와.”

누군지 알기에 준열이 바로 말했고, 그 말을 들은 김 비서가 준열의 방문을 열고는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외출 준비 중인 준열을 보고 말했다.

“어디 가게요?”

“어. 뭐 좀 살게 있어서.”

평소의 김 비서라면 준열이 나갈 때 잘 다녀오라고 하지 따라 나서지는 않았다. 비서로서 그를 배웅하는 게 몸에 배 그게 몸에 배어있어 그런 건지 몰라도....한데 오늘은 좀 달랐다.

“그럼 저도 같이 갈게요.”

“어?”

김 비서가 선뜻 자신을 따라가겠다고 하자 준열이 어리둥절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러자 김 비서가 왜 자신이 그를 따라가겠다고 했는지 그 이유를 말했다.

“저도 한국에 들어가기 전에 사야할 게 있어서요. 그리고 가는 길에 타미라에 대해서 얘기도 하고요.”

준열은 김 비서의 입에서 타미라라는 말이 나오자 눈빛이 반짝 빛났다. 그리고 흔쾌히 자신의 외출에 그녀의 동행을 허락했다.

“그래. 그러자고.”

그렇게 10여분 뒤 준열은 김 비서와 같이 호텔을 나섰다. 보통의 여자라도 갑작스런 외출에, 아무리 빨리 준비해도 30분 이상은 시간이 걸린다. 풀 메이크업에 헤어하고 드레스까지 제대로 갖춰 있으려면 한 시간으로는 어림도 없다. 하지만 김 비서는 달랐다.

풀 메이크업을 하지 않아도, 헤어 손질이 없어도, 드레스 차림이 아니어도, 그녀는 예뻤으니까.

까만 모자에 흰 티, 그리고 청바지 차림, 딱 봐도 편해 보이는 하얀 스니커즈를 신은 그녀는 준열이 묵고 있는 호텔의 1층 로비에서 풀 메이크업에 제대로 힘준 헤어, 거기에 딱 봐도 비싸 보이는 화려한 드레스 차림의 여자들보다도 단연 돋보였다.

“가요!”

김 비서가 적극적으로 준열의 팔짱을 끼고 로비를 가로 질러 갈 때 로비 주위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집중 되었다. 그 중 절반이 넘는 남자들의 눈에는 준열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의 시선이 가득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호텔 밖으로 나가자, 대기 중이던 문 팀장과 경호팀원들.

“타시죠.”

문 팀장이 준열이 탈 차에 뒷문을 열어주었고, 준열이 자신의 팔짱을 끼고 있던 김 비서에게 말했다.

“먼저 타.”

그러자 김 비서가 준열에게 끼고 있던 팔짱을 풀고 먼저 차에 탔고, 그 뒤로 준열이 탑승하자 문 팀장이 차문을 닫고는 앞쪽 조수석에 탔다. 그 사이 준열이 탄 차의 앞차와 뒤차에 경호팀원들이 탑승했고, 조수석에 탄 문대식이 무전기에 대고 출발이라고 말하자 앞쪽의 차가 먼저 움직였고 그 뒤를 준열이 탄 차가 뒤따랐다.

* * *

“저기에 내려주세요.”

준열의 차가 뉴욕 맨해튼의 한 유명 쇼핑몰 센터 앞에서 멈춰 섰다. 거기서 김 비서를 내려 준 뒤 준열의 차가 향한 곳은 다쏘 항공이었다. 비행기는 워낙 비싸기에 선주문하고 생산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최대한 빨리 받고 싶은데....”

“제작이 완료 된 팔콘 7X가 있기는 한데....프랑스에서 여기로 가져 오는 데만 일주일이 필요하고 미국에서 승인 심사 등에 필요한 시간이 일주일은 걸립니다.”

그러니까 다쏘 항공에서 준열이 팔콘 7X를 넘겨받기까지 최소 보름 가까이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 준열에게는 그 정도 기다려 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너무 긴데....”

준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 것을 본 다쏘 항공의 직원. 준열이 팔콘 7X에서 마음이 떠나는 게 느껴지기라도 한 것일까? 그 직원이 재빨리 말했다.

“고객님. 그렇다면 오늘이라도 당장 팔콘 7X를 인수하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오늘 당장이요?”

준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동시에 그가 급 관심을 보이자 다쏘 항공의 직원이 준열에게 말했다.

“드레이크라고 아시죠?”

“요즘 미국에서 가장 핫한 힙합 아티스트잖아요?”

올해 힙합시장에서 최대어는 누가 뭐래도 드레이크였다. 힙합 아티스트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힙합 열품을 일으킨 건 에미넴 이후로 드레이크가 처음이었다.

“네. 바로 그 드레이크가 브루노 마스, 브루노도 아시죠? 암튼 드레이크가 브루노의 팔콘 7X를 인수하기로 했는데....아직 계약금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얘기를 제가 오늘 들은 거 같아서 말입니다.”

“허얼....그러니까 지금 나보고 브루노 마스의 전용비행기를 사라는 거요?”

“네. 브루노 마스는....새로운 전용기를 원하고 있고, 그 잔금을 치르기 위해 지금 돈이 필요하거든요.”

드레이크도 유명하지만, 이때 브루노 마스가 낸 앨범이 열풍을 일으키며 대성공가드를 달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브루노는 2013년과 2016년에 낸 앨범들이 줄줄이 다 성공을 거두며 명실 공히 미국의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싱어송 라이터가 될 사람이다. 이건 준열이 필요한 전용비행기를 당장 구입하는 것과 동시에, 그런 브루노와 안면을 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니 준열로서는 이 거래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