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891화 (88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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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적어도 지금까지 삼명그룹이라는 거대한 배의 선장은 나였다. 물론 그 배를 이끌고 있는 것은 그 배의 일등항해사 정도 되는 이동훈 실장이었지만. 한데 나에게 선장 자리를 넘겼던 전임 선장인 내 부친 백승렬 회장이 다시 선장 자리, 그러니까 삼명그룹 회장 자리를 되찾길 원하는 듯 했다.

“그러니까 이 실장이 보기에 아버지가 노망이 났다는 거네?”

-노, 노망이라니요? 말씀이 좀....

“노망이 아니고서야 아들에게 넘긴 회장 자리를 왜 도로 가져가려는 건데?”

-그, 그건....

이동훈 실장이 백승렬 회장도 아닌데 그 양반의 의도를 어떻게 알겠나?

어차피 타미라 때문에 이 실장과 길게 통화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해서 나는 백 회장의 동태를 파악해서 보고하라는 말로 이 실장과의 통화를 대충 끝마쳤다. 그리고 타미라에게 가니 그녀가 이 실장과 내 통화 내용을 엿들은 모양이었다.

이동훈 실장이 지금까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백 회장이 제법 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곁으로 끌어 모은 거 같단다. 그게 무슨 소리냐면 나와 회장자리를 두고 싸울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는 얘기고, 따라서 이 실장은 내가 가급적 빨리 한국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 그에 나는 며칠 내로 한국에 들어가겠다고 대답했었다. 아무래도 타미라가 그 얘기를 들은 듯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설마 그게 시스템에서 미션까지 제안할 정도의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

한국으로 들어가는 그 며칠 안에 타미라를 설득해야 하는데 나는 자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내 곁에는 타미라 말고 두 여자가 더 있었고 그들은 오롯이 내편이었으니까. 특히 요즘 타미라와 많이 친해진 김 비서가 나서 준다면 타미라를 설득하는 게 생각보다 더 쉬울 수 있었다. 해서 호텔에 가자마자 나는 타미라 몰래 김 비서를 불러내서 그녀에게 부탁을 했다.

“그러니까 저보고 타미라가 한국에 같이 들어갈 수 있게, 잘 좀 설득을 좀 해달라는 거네요?”

“그렇지. 부탁 좀 할게.”

“알았어요.”

내 예상대로 김 비서가 나서주었고, 나는 타미라에 대한 미션 수행 문제는 그때부터 머릿속에서 지웠다. 왜냐하면 지금은 타미라가 문제가 아니었다.

“백 회장. 대체 왜....”

백승렬 회장이 왜 내게 넘겼던 삼명그룹을 되찾으려 하는지 그 이유부터 알아내야 했다. 그래야 나도 제대로 된 대처를 할 테니 말이다. 일단 그러려면 내가 당장 만나봐야 할 사람이 있었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두 명이나.

“잘 자.”

나는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고 먼저 내 방으로 들어가서 자는 척을 했다. 그러자 내 여자들도 자기 방으로 들어갔고, 그녀들에게서 규칙적은 숨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내 여자들이 깊게 잠든 걸 확인한 후, 나는 순간 이동 능력을 사용해서 호텔 밖으로 나갔다.

“와우....”

좀 전까지 호텔 내 방이었는데 순간 이동 능력을 쓰자마자 내 시야가 싹 바뀌었다. 어둠 속에 띄엄띄엄 불이 밝혀져 있는 공원의 전경이 내 눈에 보였다.

24로 레벨 업이 된 후 내 순간 이동 능력의 이동 거리가 500미터까지 늘어나 있었다. 그래서 호텔에서 제법 떨어진 거리에 순간 이동해 있었고.

나는 공원 관리자의 눈에 띠지 않게 조용히 공원 밖으로 나갔고, 잠시 후 공원 가까이 있던 택시 승강장에서 택시를 타고 내가 뉴욕에서 만나야 할 두 사람 중 한 명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얼마 전 삼명전자 강성수 LA지부장이 갑자기 사표를 내고 한국으로 들어간 일이 있었다. 그 얘기를 나는 뉴욕에 있는 삼명전자 미국 지사장인 표성수에게서 직접 들었다. 당시 표 지사장이 강 지부장의 와이프가 암 진단을 받아서 아내 간병을 위해 한국으로 들어간 거 같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하지만....

“표성수....그 인간 백 회장의 대표적인 수족 중 하나였는데....”

나는 그 점이 걸려서 엊그제 이 실장에게 부탁해서 강성수 LA지부장이 왜 한국으로 들어갔는지 알아보게 했다. 그랬더니 오늘 오전에 이 실장과 통화 했을 때, 이 실장이 그랬다. 강성수 지부장과 그 가족들의 행방이 오리무중이라고. 또한 강 지부장의 아내는 암 진단 같은 걸 받은 적이 없었단다. 그러니까 표성수 지사장이 나를 속인 거다. 그렇다면....

“표성수라면....백 회장이 왜 자기 자리를 되찾으려는 지 알거야.”

나는 확신을 가지고 표성수 삼명전자 미국 지사장이 살고 있는 맨해턴으로 향했다. 맨해턴의 대표적인 고급 주택가. 그 중 그린위치 빌리지 입구에 정차한 택시에서 내린 나는 호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표 지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법 길게 통화 연결 음이 울리고 표 지사장이 내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입니까“

표 지사장이 딱딱하니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고, 나는 그런 그에게 아무렇지 않게 안부를 물었다.

“잘 지내셨죠? 같은 뉴욕에 있는데 지사장님 한번 뵙기가 어째 쉽지 않네요.”

-크음....제가 워낙 좀 바쁜지라....언제고 시간 나면 같이 식사나 하시죠.

저번에도 같이 식사를 하자더니 그 말을 되풀이하는 표 지사장. 하지만 그가 진심으로 나와 같이 식사를 하고 싶을까? 내가 그 생각을 할 때였다.

-그런데....부회장님께서 이 시간에 왜 제게 전화를....

누가 능구렁이 아니랄까? 내가 자기에게 전화 건 용건을 물어오는 표 지사장.

“아아. 맞다. 내일 모레 양키스 스타디움에서 뉴욕 닉스와 브루클린의 친선 경기가 있는데 보러 오시겠습니까? 오시겠다면 티켓을 보내 드릴까 해서요.”

-....

내 그 말에 잠시 말이 없던 표 지사장. 그가 예의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씀은 고맙습니다만....저는 됐습니다.

“아네. 그럼 혹시 가족 분들이라도....농구 좋아하시면 티켓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내 그 말에 표 지사장의 핸드폰 너머로 누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보통 사람이라면 들을 수 없는 미세한 소리였지만 내 귀에는 그 소리가 명확히 들렸다.

-그게....농구보다는 골프를 좋아하는 편이라....

“아아. 뭐....아쉽군요. 그렇다면 다음에 프로 골퍼와 라운딩 할 일이 있으면 그때 연락드리죠.”

-그래 주시면 야 고맙죠.

그 뒤 또 연락하자는 형식적인 대화가 있고 나는 표 지사장과 통화를 끝냈다.

* * *

표성수 지사장과 통화 직후 준열은 잠시 그가 살고 있는 연립 주택을 쳐다봤다. 표 지사장은 그 연립 주택의 3층에 살고 있었는데 거기 거실 쪽에 아직 불이 밝혀져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표 지사장은 저 안에 있었다. 시간을 확인하니 자정이 다 되어갔다. 그때 거실의 불이 꺼졌다. 그걸 보고 준열이 피식 웃었고....

스르륵!

그의 모습이 그야말로 눈깜짝 할 사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런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 낸 곳은 바로 표 지사장이 사는 연립 주택의 3층 홀이었다.

“이거 진짜 편하네.”

순간 이동 능력을 얻기 전의 준열이었으면 담을 뛰어넘고, 또 벽을 탔어야만 겨우 이 안으로 들어 올 수 있었을 터. 하지만 순간 이동 능력이 생긴 뒤로 어디든 침투하는 게 손쉬워졌다.

스르륵!

3층 홀에서 다시 홀연히 사라진 준열. 그가 모습을 드러 낸 것은 바로 표 지사장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 안의 널따란 거실이었다.

불과 몇 분 전까지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던 이곳은 깜깜하니 어둠에 잠겨 있었고 쥐죽은 듯 조용했다. 그때 귀를 쫑끗 세운 준열이 익숙한 발걸음으로 넓은 거실을 가로질러서 출입문의 정면에 위치한 방으로 향했다. 그 방의 방문은 잠겨 있었지만 준열에게 방문 여는 것만큼 쉬운 일도 없었다.

준열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서 간단히 그 잠긴 방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안방으로 보이는 그 방의 한쪽 침대에 중년의 남자와 금발의 젊은 여자가 한 몸으로 뒤엉켜 있었다.

금발 여자를 밑에 깔고 그 위에 올라탄 중년의 남자가 열심히 허리를 흔들어 대고 있었는데....

“헉헉헉....헉헉....헥헥헥....”

“아하아앙....허니....너무 좋아요....더, 더....아아앙....아아아아....”

어째 위에서 진심으로 좋아서 헐떡대는 중년 남자와 달리 그 밑에 금발 여자는 대충 남자의 움직임에 동조하면서 가식적으로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준열은 그런 그들에게 들키지 않고 조용히 그 방안으로 들어가서 잠시 한편의 성인영화의 베드씬을 감상했다.

그 정도로 중년 남자와 금발 여자의 섹스는 단조롭고 별 볼 게 없었다. 하지만 저들에게 들키는 건 좋을 게 없었다. 저들이 시끄럽게 소리라도 내지르면 이 집안에 있는 경호원뿐 아니라 집 밖의 경호원들까지 준열이 다 상대해야 될지 몰랐으니까.

해서 준열은 저들을 조용히 잠재우기로 했다. 그 다음 표 지사장을 깨워서 물어 볼 거 물어봐도 될 테니 말이다. 그때 마침 표 지사장의 헐떡대는 소리가 급박해졌다. 그러자 그 밑에 금발 여자의 신음소리의 톤이 확 바뀌더니, 덩달아 방안이 떠나가라 소리를 내질렀다.

“헉헉헉....어헉....어어어....크으으윽!”

“....아흐흐흑....아아아....아악....아아아악!”

그리곤 중년 남자가 움직임을 멈추고 부르르 몸을 떨어대다가 이내 밑에 깔린 금발 여자를 끌어안았다. 그런 중년 남자를 금발 여자도 밑에서 두 팔로 같이 끌어안으며 한 손으로 그의 등을 토닥여주었고....

“대디....좋았어....안젤리나 죽는 줄 알았어.”

좀 어설프지만 놀랍게도 금발 여자가 한국말을 했다. 준열은 준비해 둔 강제 수면 능력을 사용했고....중년 남자와 금발 여자는 그대로 깊게 잠들었다. 그들이 내 쉬는 숨소리를 통해 그들이 깊게 잠들었음을 확인한 준열. 그가 침대로 다가가며 중얼거렸다.

“허얼. 아까 들었던 그 소리가 그럼....씨발....딸이 아니고 저 여자였었나?”

준열이 표 지사장에게 전화를 한 이유는 그가 자기 집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때 표 지사장의 옆에서 농구는 싫다고 골프면 또 모를까라고 말한 앳된 여자의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좀 전까지 떡쳤던 저 금발 여자였던 것이다.

준열은 당연히 그 여자가 표 지사장의 딸인 줄 알았다. 왜냐하면 한국말을 쓰고 있었으니까. 한데 막상 와 보니 그게 아니었다. 표 지사장이 미국에서 넘치게 현지처, 아니 현지 첩을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게 가능하려면 얼마나 많은 돈은 저 금발 여자에게 쏟아 부었겠나? 준열이 방안을 살피니 여자의 물건들이 온통 명품들이었다. 거기에 화장대에는 차 키가 두 개나 있었다. 근데 그 차 키의 엠블럼이 딱 봐도 페라리와 포르쉐다.

“우리 표 지사장....백 회장에게서 돈 꽤나 뜯어냈겠네.”

준열은 곧장 침대의 왼편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금발 여자 위에 포개 있던 표 지사장을 자기 쪽으로 끌어 당겼다. 그러자 표 지사장의 몸이 옆으로 치워지면서 그 밑에 깔려 있던 금발 여자의 몸이 확연히 드러났다.

“오오....”

준열도 감탄할 정도로 금발 여자의 몸매는 끝내 줬다. 표 지사장 같은 늙은이가 탐하기에 확실히 아까운 미녀였다. 준열의 시선이 그녀의 커다란 가슴과 매끈한 아랫배와 금발의 수풀림, 그리고 그 밑에 살짝 도드라지게 튀어나와 있는 수밀도로 자연스럽게 옮겨 갈 때였다.

“얼씨구?”

준열이 팍 인상을 찌푸렸다. 그럴 것이 금발 미녀의 사타구니 사이에서 침대 시트로 흘러내리고 있는 허연 애액을 보고서 말이다. 저건 누가 봐도 표 지사장의 정액이었다. 준열은 당연히 금발 미녀가 표 지사장의 자지에 콘돔을 끼게 했을 거로 봤다. 자신이 저 금발 여자라도 저 늙은이의 아이를 가지고 싶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한데 아니었다.

“이 여자 뭐야?”

준열은 어리둥절해 하면서 일단 이불로 그녀의 아름다운 몸을 덮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섹시한 저 몸뚱이가 그의 시선을 자꾸 끌어서 말이다. 지금 그가 여기 온 건 따로 볼 일이 있어서다. 해서 준열은 그 볼일부터 보기 위해서 금발 여자에게서 떼어 낸 표 지사장의 몸을 두 팔로 번쩍 들었다. 그리곤 몸을 틀어서 움직였다. 욕실 쪽을 향해서.

* * *

욕실 안은 준열이 생각한 거 보다 더 넓었다. 최고급 월풀 욕조까지 설치되어 있었고.

한달 월세가 엄청나다더니 그 값은 충분히 하는 최고급 주택 같았다. 준열은 안아 들고 있던 표 지사장을 욕조 안에 내려놓고, 상태창의 인벤토리 안에서 군용칼을 꺼낸 뒤 그를 깨웠다.

툭툭툭!

“으으으으....”

준열이 표 지사장의 뺨을 건드리자 그가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리고 멀뚱히 준열을 쳐다보다가 갑자기 동공이 커지고 입을 쩍 벌렸다. 준열은 손을 뻗어서 표 지사장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곤 음산한 목소리와 함께 그의 목에 군용칼을 갖다 대면서 경고를 했다.

“소리 내면 이걸로 그어버리는 수가 있다.”

복면을 쓰고 있는 준열은 자신의 목소리까지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변조를 했다. 때문에 표 지사장은 절대 지금 그의 목에 칼을 갖다 대고 있는 자가 백준열 임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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