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888화 (88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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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시간이 없었다. 택시를 잡아 탄 타미라는 자신의 비밀 아지트가 있는 곳의 위치를 택시 드라이버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 비밀 아지트로 가면서 빠르게 생각했다. 준열이 말한 그 부르가 용병단의 잔여 용병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곧 밤이 되니까. 어둠을 이용해서 하나씩 처리해 나가면 되겠군. 단....”

놈들이 흩어져 도망을 친다면 몇 놈은 놓칠 수밖에 없었다. 타미라는 그 몇 놈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하나....결국 조력자가 필요했다. 그러자 그녀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준열!”

그녀의 입에서 자신이 인정한 유일한 남자. 백준열이 거론 됐다. 그가 사람을 죽이는데 거리낌이 없음을 확인한 순간, 타미라는 그와 자신을 가로막고 있던 딱 하나뿐인 장벽이 허물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건 동질감으로 타미라는 안 그래도 좋던 준열이 더 좋아졌다.

“준열에게 서포터를 부탁해야겠군.”

비록 아쉽지만 자신의 남자에게 몇 놈 양보하는 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아마 준열이라면 자신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드릴 터.

“다 왔습니다.”

타미라가 준열에 대해 생각하며 흐뭇하게 웃고 있을 때였다. 언제 도착했는지 택시 드라이버가 택시를 길가에 멈춰 세운 채 타미라에게 말했다. 타미라는 그런 택시 드라이버에게 택시비를 지불하고 그 택시에서 내렸다. 그리고 자신의 비밀 아지트 쪽으로 움직였다. 그때도 타미라는 누가 자신의 뒤를 쫓고 있지 않는지 수차례 확인을 했고, 아무도 자신의 뒤를 쫓고 있지 않음을 꼼꼼히 확인하자, 그제야 비밀 아지트 안으로 들어갔다.

....철컹! 끼이익!

잠금 장치가 무려 다섯 개가 설치 된 녹슨 철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간 타미라.

그녀가 그 안에 스위치를 켜자, 5평정도 되는 좁은 창고의 실내가 훤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창고 안에는 옷걸이와 커다란 트렁크 두 개가 보관 되어 있었는데, 옷걸이에는 방탄조끼와 타미라가 입기 편한 헐렁한 옷가지들이 걸려 있었다. 타미라는 그 자리에서 훌훌 옷을 벗었고, 속옷차림에 방탄조끼부터 착용하면서, 그 다음 차례로 헐렁한 옷들을 몸에 걸쳐 입었다. 그렇게 옷을 다 걸치고 나자 그 몸을 돌려서, 자기 몸이 들어가도 될 만큼 큰 트렁크 두 개를 열었다.

그 트렁크 안에는 총기류와 탄약, 그리고 수류탄과 대전차 공격에 사용되는 로켓 무기인 무반동포와 포탄이 들어 있었다.

타미라는 그 중에서 권총 두 자루와 저격에 특화 된 K-14저격 소총을 챙겼다. 당연히 그들에 필요한 충분한 탄창도 챙겼고. 또한 수류탄도 4개를 챙겨 그 중 2개는 호주머니 속에, 나머지는 탄창들을 챙긴 백팩에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적외선 야간 투시경을 두 개 챙겼다. 그리곤 시간을 확인했는데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쳇! 늦겠네.”

그리곤 어쩔 수 없다는 듯 창고 벽에 걸려 있는 차키 중 하나를 챙겨서 창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녀가 향한 곳은 골목 한쪽에 덮개로 덮여 있는 뭔가가 있는 쪽이었다. 그 뭔가는 그녀가 덮개를 걷어내자 모습을 드러냈는데 딱 봐도 날렵해 보이는 오토바이였다. 타미라는 그 오토바이에 올라서 손에 쥐고 있던 키를 꽂고 시동을 걸었다.

부르릉! 부릉!....부아아아앙!

그러자 굉음과 함께 시동이 걸렸고 머플러에서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그 연기는 이내 사라지고 타미라가 손잡이의 액셀러레이터를 돌리자, 오토바이의 몸체가 확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마침 퇴근 시간이라 뉴욕의 도로는 혼잡했다. 하지만 타미라의 오토바이는 그런 도로 사이를 교묘히 빠져나가며 준열과 만나기로 한 장소에 늦지 않게 도착했다.

“....왔어?”

그런 그녀를 먼저 거기 와 있던 준열이 반겼다. 그러자 오토바이에서 내리지 않은 채 타미라가 뭔가를 휙하니 준열에게 던졌고, 준열은 그걸 가뿐히 받았다. 하지만 그게 뭔지 확인한 순간 준열이 놀라며 외쳤다.

“권총?”

이어서 준열이 어이없어하며 타미라에게 물었다.

“이걸 왜 날 주는 거야?”

그러자 타미라가 시크하게 대답했다.

“그걸로 안에서 도망쳐 나오는 놈들 좀 나대신 처리 해줘.”

“....”

타미라의 그 말에 준열이 한 동안 뻥 쪄서 그녀와 자신의 손에 쥐어진 권총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대답했다.

“그러지.”

타미라는 자신이 예상했던 대로 준열이 자신을 서포터 해주겠다고 하자, 기뻐하며 준열에게 턱짓을 하며 물었다.

“저기 어떻게 들어가?”

그러자 준열이 자신의 호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내가 전화하고 나서....저기로 가면 알아서 통과 시켜 줄 거야.”

그렇게 말한 뒤 준열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고 통화가 끝나자 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도 된다고 말이다. 그걸 보고 타미라는 알았다며 준열을 향해 한 손을 들어 보인 뒤, 그대로 타고 있떤 오토바이를 몰고 삼명전자 직원 아파트촌 입구 출입게이트 쪽으로 향했다.

잠시 뒤 타미라의 오토바이가 출입게이트 바로 앞에 멈춰 서자, 게이트 차단막이 알아서 열렸다. 타미라는 곧장 오토바이를 몰고 아파트촌 안으로 들어갔다. 그걸 쭉 지켜보고 있던 준열. 그가 타미라가 준 권총을 상태창을 열고 인벤토리 안의 개컨테이너 안에 던져 넣고는 직접 끌고 온 차로 들어가서, 그 차를 몰고 타미라가 들어간 아파트촌으로 향했다. 준열의 차는 등록이 되어 있었던지 차단막이 곧바로 열렸고, 그대로 아파트촌 안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 * *

엊그제 칠순을 맞은 최성국. 그는 LA에서 잔뼈가 굵은 재미교포였다. 원래 교직에 몸담았던 그는 불미스런 일로 인해 더는 한국에 살 수 없게 되자 미국으로 이민을 선택했고, LA에 정착하기 전까지 소위 미국에서 힘들다는 일은 다 해봤다. 그러다가 운 좋게 세탁소 사업, 즉 체인점이 대박을 치면서 백만장자가 됐다. 하지만 LA폭동으로 사업이 기울었고, 그 뒤 고생 끝에 다시 숙박업으로 일어섰다. 그렇게 LA한인회 회장 자리까지 꿰차며 미국 사회에서 나름 성공한 교포 사업가로 인정받은 그였지만 세월 앞에 장사는 없었다.

결국 65살에 자신의 숙박 사업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한가롭게 노후를 즐기던 그에게 삼명그룹 측에서 도움을 요청해 왔다. 최성국은 이것이 노년의 그에게 있어서 찾아 온 마지막 절호의 기회임을 직감하고, 삼명그룹의 요청을 최대한 수용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은 게 있었다.

“사람을 처리하는 자들과 연결해 달라니....이 무슨....”

최성국도 미국에서 성공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손에 피를 묻혔다. 그러나 삼명그룹 같은 세계적인 글로벌 그룹에서 이런 부탁을 해 오다니....자기 같은 사람 말고 더 그쪽으로 특화 된 자들이 미국인 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천조국 미국에서 돈으로 되지 않는 일이 없음을 모를 삼명그룹이 아닐 텐데.

“뭐 연결해 주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최성국과는 지금도 자신과 끈끈한 연을 이어나가고 있는, 미국 동부 최대 범죄조직의 보스 아놀드 바르시니를 그들에게 소개해 주는 건 그에게 있어서 일도 아니었으니까. 그 뒤 최성국은 삼명그룹에서 요구하는 바를 노구를 이끌고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서 해결해 나갔다. 그러던 중....

“지하철 폭파 테러범?”

뉴욕시에 실로 끔찍한 테러가 일어날 뻔 한 일이 벌어졌다. 그걸 막은 한 명의 영웅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삼명그룹 부회장이라는 뉴스 보도에 최성국의 안 그래도 자글자글한 이마에 주름의 골이 깊어졌다. 왜냐하면 그가 지금 처리하고 있는 삼명그룹의 일들의 주 타깃이 바로 저 삼명그룹의 후계자라는 부회장 녀석이었으니 말이다.

“젠장....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 건지....”

최성국은 문득 불길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런 느낌은 그가 미국에 와서 겪은 최악의 악재인 LA폭동 때 느꼈던 그 당시의 느낌과 비슷했다. 그랬기에 최성국은 자신이 안전한지 확인 차 그쪽에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한 시간 쯤 뒤 그쪽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네. 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부회장 쪽에서 찾아와도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딱 잡아떼도록 하겠습니다. 네. 네? 아아. 고맙습니다. 이렇게 신경을 써 주셔서....네. 네. 그럼....”

최성국은 그쪽과 통화 직후 자신의 계좌를 확인했다. 그랬더니 방금 50만 달러가 들어와 있었다. 이로써 최성국이 삼명그룹 쪽에서 받아 챙긴 돈이 300만 달러나 됐다. 최성국은 그 돈으로 산타바바라 비치에 그가 봐 둔 레스토랑을 인수할 생각이었다. 당연히 돈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 앞으로도 삼명그룹 쪽 일은 계속해 나갈 생각이었고.

* * *

“뭐? 최 회장이?”

삼명그룹 본사의 눈치를 보면서 최근에 은밀하게 만들어진 부서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삼명 미래재단 소속 컨설팅 사업부였다.

당연히 그 부서는 본사 건물에 자리를 잡을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거기가 뭐하는 곳인지 부회장 쪽에서 바로 견제가 들어 올 테니 말이다. 하여 본사에서 1Km정도 떨어진 백승렬 회장 소유의 한 건물에 사무실을 차리고 거기서 업무를 보고 있던 그곳에 미국 LA에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그 전화를 받은 김명기 부장이 헐레벌떡 이사실로 뛰어갔고, 잠시 후 김 부장의 보고를 받은 박성석 이사가 다급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회장님. LA에 최 회장에게서 좀 전 연락을 받았는데....아아.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열심히 그 상황을 설명했고 그 사람에게 모종의 지시를 받았다. 그렇게 통화를 끝낸 뒤 박성석 이사는 통화 중 계속 그의 곁에 있었던 김명기 부장에게 말했다.

“최 회장에게 연락해서 잘 좀 다독여. 돈도 더 찔러 넣어주고. 특히 부회장 쪽에 우리 정보가 새어 들어가는 건 절대 있어선 안 돼. 무슨 말인지 알지?”

“네. 잘 압니다. ”

만약 부회장 쪽에서 이런 부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여긴 바로 해체 수순을 밟아야했다. 더불어 여기 있는 자들은 그때부터 인생 쫑 났다고 보면 됐다. 삼명그룹의 눈 밖에 나고 어떻게 한국에서 월급쟁이로 살아갈 수 있겠나? 자영업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삼명그룹에서 손을 쓰면 그 사업을 망한 거나 진배없었다. 그러니 삼명그룹과 척을 진 사람들은 다들 짐 싸서 이민을 가는 거고.

박성식 이사야 원래부터 돈이 많으니 미국이나 호주, 캐나다로 이민을 가겠지만, 김명기 부장 같은 흙수저는 카자흐스탄이나 우크라이나, 베트남 정도 밖에 이민 갈 수 없었다.

당연히 김명기는 그런 곳에 가족들을 데리고 이민 가서 개 고생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김명기 부장이 지금 여기 있는 건, 그만큼 이번 일이 성공했을 시 그가 얻게 될 성과가 달콤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김명기는 확신했다. 이번 일이 성공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이다.

‘백 회장이 지금은 상왕 취급받고 있지만 아직 그의 지분이 백준열에게 다 넘어 간 건 아니거든. 무엇보다 백 회장이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를 바라고 있지 않은가?’

김명기는 백승렬 회장이 스스로 내 놓은 자신의 회장자리를 되찾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봤다. 어째든 누가 뭐래도 현 삼명그룹의 회장은 백승렬이었으니까.

단지 부회장이자 차기 회장자리에 오를 게 확실한 후계자 백준열과 그쪽 사람들이 삼명그룹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쿠데타란 게 결국 열세를 극복하고 강자로부터 권력을 탈취하는 행위가 아니겠는가?

김명기는 확실하게 준비 된 무기로 백준열 쪽 세력의 급소를 제대로 찌르기만 한다면, 이번 쿠데타는 성공할 것으로 봤다. 그리고 지금 그 확실한 무기를 이곳 컨설팅 부서에서 열심히 준비 중에 있었고.

급한 면이 있기는 했지만 백 회장의 지원을 받아서 착착 준비가 되고 있는 과정에서, 백준열이 지금 가 있는 미국 측에서 문제가 생기면 곤란했다.

해서 김명기는 LA한인회의 회장인 최성국에게 다시 한 번 기름칠을 해주면서 그를 잘 다독였다. 그의 안전은 이쪽에서 확실히 책임지겠다고 공언까지 하면서 말이다. 그 말이 먹혔는지 최 회장으로부터 긍정적인 대답을 들은 김명기. 그는 그 결과를 자신의 상관인 박성식 이사에게 바로 보고를 했다. 그러자 박 이사가 말했다.

“최 회장. 그 인간 보통 능구렁이가 아냐. 그러니 그와 그의 가족들에게 경호팀을 붙여주라고. 형식적으로라도.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김명기는 이사실을 나와서 곧장 LA에 있는 삼명전자 미국지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거기 직원에게 당연하다는 듯 지시를 내렸다. 최 회장과 그 가족들의 경호 문제를 말이다.

한데 그 직원이 김명기의 그 지시를 순순히 따르려 하고 있었다. 마치 김명기 부장이 자신의 직속 상사라도 되는 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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