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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권총을 쥐고 문 뒤에 숨어 있는 상대. 준열은 부속실 문을 열자마자 바로 옆 벽에 스위치를 켰다. 그리곤 바로 몸을 숙인 채 앞으로 움직였고, 바로 몸을 180도 틀어서 상대를 덮쳤다.
문 뒤에 상대는 선 체 총구를 준열의 상체 쪽에 겨누고 있었고, 설마 그가 거의 쪼그리고 앉은 체 튀어 올라 자신을 덮쳐 올 줄 몰랐기에 그 대응이 늦었다.
준열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작업 중이던 인부가 남은 망치를 한 손에 챙겨 들고 있다가 그 망치를 휘둘렀다.
빠악!
“크윽!”
그 망치가 권총을 쥐고 있던 상대의 손등을 때렸고, 손이 팔에서 떨어져 나갈 거 같은 고통에 상대는 그만 쥐고 있던 권총을 놓쳤다. 하지만 상대도 보통이 아닌 듯 다른 손이 즉시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집으로 움직였고, 그걸 확인한 순간 준열이 쥐고 있던 망치가 다시금 휘둘러지면서....
뻐억!
상대의 머리, 그 중에서도 맞으면 바로 기절하는 관자놀이를 가격했다. 상대는 망치에 관자놀이를 맞는 순간 두 눈을 까뒤집고 그 자리에 픽 쓰러졌다.
척!
준열은 상대가 쓰러지면서 기척을 크게 내지 않게 망치를 쥐고 있지 않은 손을 내 뻗었다. 그 손에 상대의 겨드랑이로 들어가면서 상대의 몸을 겨우 받쳐 든 준열. 그는 소리가 나지 않게 조용히 기절한 상대를 부속실 바닥에 눕혔다. 그리곤 바로 상대의 몸을 수색했다. 하지만 상대에게서는 군용칼과 권총의 예비탄창을 제외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쯧....”
준열은 살짝 아쉬워하면서 일단 권총과 칼을 챙겼다. 그러다 힐끗 기절해 있는 테러범을 쳐다보다가 이내 칼집에서 군용칼을 빼내서는, 앞서처럼 테러범의 입을 한손으로 틀어막은 뒤, 군용칼을 그의 가슴 깊게 쑤셔 넣었다.
“...우웁....”
칼이 심장을 꿰뚫자 기절해 있던 테러범이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 하지만 그 눈에서 생기빠르게 사라지면서 이내 몸을 축 늘어트렸다.
쑤우욱!
준열은 잠시 후 테러범의 가슴에 꽂아 넣은 군용칼을 도로 빼냈다. 그리곤 그 군용칼에 묻은 피를 테러범의 옷에 닦은 뒤 아예 그 군용칼을 챙겨 들고 부속실을 나섰다.
이왕 꺼내 든 군용칼. 그 칼로 천장에 숨어 있는 다른 테러범도 제거할 생각으로 말이다. 그런데 천장에 은신한 테러범이 숨은 위치가 좀 애매했다.
천장재 위에 간신히 자기 몸 하나 겨우 지탱하고 있었던 것. 그 말은 준열이 천장 위로 올라가도 천장재가 부서지거나 떨어져 내릴지 모르는 탓에, 테러범을 상대하고 자실 틈도 없을 거란 얘기다. 즉 저 테러범을 제거하려면 녀석을 밑으로 내려오게 하든지, 아니면 밑에서 녀석을 제거해야 했다.
‘어쩔 수 없군.’
준열이 좀 전에 제거한 테러범에게서 획득한 권총에는 소음기가 장착 되어 있었다. 해서 그 권총을 써도 상관은 없었다. 단지 멀쩡했던 이곳 천장이 곧 엉망이 될 테지만....
준열은 뒤춤에 꽂고 있던 권총을 꺼냈다. 그리고 천천히 그 테러범이 숨어 있는 천장 쪽으로 걸어갔다.
상대는 숨소리까지 죽이고 있어서 설마 저 천장에 사람이 숨어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할 상황. 하지만 준열의 귀에는 미세하나마 그 테러범의 숨소리와 몸의 떨림이 느껴졌다.
피슝! 피슝! 피슝! 피슝!
준열은 천장을 향해서 빠르게 권총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그가 4발을 권총을 쏘았을 때....
콰지직!
천장재가 부서지면서 그 위에서 사람의 떨어져 내렸다. 그 자는 저격총을 들고 있었는데 준열이 쏜 4발의 총알 중 어깨와 허벅지에 한발씩 총을 맞은 상태에서, 잘도 낙법으로 추락해서는 벌떡 몸을 일으켜서 무릎 쏴 자세로 저격총의 총구를 정확히 준열을 향해 겨눴다. 하지만....
휘리릭! 퍽!
상대의 저격총의 총구에서 불이 뿜어지는 것 보다, 준열의 다른 손에 쥐어져 있던 군용칼이 상대의 가슴에 꽂히는 게 더 빨랐다.
“....커억....”
가슴 깊숙이 군용칼이 박힌 테러범은 저격총의 방아쇠를 당길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의 심장에 그 칼에 정확히 꿰뚫렸기 때문에.
털썩!
그대로 무릎 쏴 상태에서 썩은 고목나무 쓰러지듯 옆으로 넘어가는 테러범. 자신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지 두 눈을 부릅뜬 상대를 준열이 멀뚱히 쳐다봤다. 그 눈에서 좀 전 부속실에서 준열이 죽인 테러범처럼 빠르게 생기가 빠져 나가는 걸 보면서 준열은 테러범에게 다가갔다.
* * *
준열이 그자의 목 경동맥에 손을 가져다 댔는데 손끝으로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 사이 테러범의 숨이 완전히 끊어진 것. 준열은 습관처럼 그 테러범의 몸을 뒤졌고....
“오오....”
앞 번 테러범과 달리 저격총을 소지하고 있던 이 테러범의 몸에서는 쓸 만한 게 나왔다. 바로 핸드폰이 주머니 속에서 나온 것이다. 준열이 핸드폰을 확인하니 좀 전에 들어 온 문자 메시지가 있었다.
누군가 곧 여기로 올 테니 그와 같이 타깃을 제거하면 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였다.
“그놈이 온다는 거로군.”
준열은 여기로 올 그 누군가가 바로 타미라에게 수류탄을 던진 그 오토바이 남자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잘 됐네.”
준열은 내친김에 그 오토바이 남자까지 여기서 제거 해 버리기로 하고 시선을 저격총으로 돌렸다. 편하게 놈을 제거할 방법이 있는데 굳이 사서 고생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해서 저격총을 챙기고 테러범의 시신은 동료 테러범이 있는 부속실로 옮겨 놓았다. 그때 휴식 시간이 끝났는지 이곳 사무실 내부 공사 중인 인부들이 돌아오는 소리가 멀찍이에서 준열의 귀에 들려왔다.
준열은 바로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서 타미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구단주로서 그녀에게 지시를 내렸다.
“....니까 빨리 좀 처리 해줘.”
-네. 그러죠.
그 지시는 바로 오늘 하루 내가 있는 이곳 사무실의 내부 공사 중단이었고, 타미라의 지시를 받은 구단사무실 직원이 뛰어나와서 인부들을 가로 막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뭐라 말을 할 때였다.
부릉부릉.....부르르릉....
오토바이 한 대가 등장했다. 양키 스타디움 내부로 오토바이는 들어 올 수 없었다. 그랬기에 구단사무실 직원과 인부들이 다들 의아해 하며 그 오토바이와 그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헬멧 쓴 사람을 쳐다보고 있을 때였다.
“왔군.”
준열이 바로 그 오토바이 남자를 향해 저격총의 총구를 겨눴다. 그리고 빠르게 정 조준한 준열은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피슝!
저격총 역시 소음기가 장착 되어 있었기에 총소리는 거의 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퍽!
그 저격총에서 뿜어져 나간 총탄은 제법 시끄럽게 오토바이 헬멧을 꿰뚫었다. 당연히 헬멧 속에 사람 머릿속을 파고 들어간 총알은 그 사람의 뇌를 곤죽으로 만들어 버렸고.
쿵!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남자는 그 오토바이와 같이 쓰러졌고, 시동이 꺼지지 않은 오토바이와는 달리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준열은 자신의 저격이 성공하자 바로 상태창을 열고 인벤토리의 개컨테이너 속에 저격총을 비롯한 권총과 군용칼을 던져 넣었다.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하니 타미라였다. 그 전화를 받기 전 준열은 구단 사무실 밖으로 나오는 중인 타미라를 발견했다. 아무래도 타미라가 눈치를 챈 거 같았다. 그래서 준열은 타미라의 전화를 받자마자 그녀가 물어왔다.
-너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준열에게 반말이 익숙한 타미라. 하지만 평소와 달리 타미라의 목소리에는 살기가 여실히 느껴졌다. 해서 준열도 말을 돌리지 않고 그대로 얘기했다.
“널 죽이려는 놈들 좀 먼저 때려잡았다.”
-....
그 말에 한 동안 아무 말이 없던 타미라. 그녀가 짧게 한숨을 내 쉬곤 준열에게 물었다.
-그래서 다 때려잡았어?
“아니. 아직 하나 남았어.”
순간 타미라의 두 눈이 번뜩이는 걸 제법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준열은 확실히 봤다. 그래서 준열이 살짝 불안한 마음이 들 때였다.
-그 새끼....어디 있어?
* * *
이동책인 고메스. 그는 실행책이 그 킬러 여자를 잡거나 죽이고 나면 어떻게 뉴욕을 빠져 나갈지 그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갖춰 놓고 대기 상태였다.
부아아아앙!
그런 그의 눈에 오토바이 한 대가 들어왔다. 딱 봐도 저 오토바이를 몰고 있는 사람이 부르가 용병단의 단장인 카이클임을 알아 본 고메스.
“실행책이 곧 움직이겠군.”
그렇다면 고메스도 이제 슬슬 준비를 해야 했다. 여기서 실행책만 챙겨서 뉴욕을 뜨는 건 그에게 있어서 손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유인책인 그 폭파마귀 폴 녀석도 챙겨야 했기에 고메스로서도 지금 신경이 많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런 가운데....당연히 연락이 되어야 할 유인책인 폴과 좀체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 새끼가....또....”
뉴욕에 오는 길에도 이런 식으로 연락이 되지 않아 하루의 시간을 허비하게 만든 녀석이었다. 이번에는 카이클 단장이 직접 나선 마당이라 설마 했는데 그 설마가 역시 나였다.
“이번은 그냥 넘어가지 않아.”
고메스는 실행책이 오면 그 중에 있을 카이클 단장에게 강력하게 항의를 할 생각이었다. 폴을 부르가 용병단에서 쫓아내 달라고 말이다. 제아무리 폴을 아끼는 단장이라도 임무 수행 중에 이런 식으로 연락이 두절 된 폴을 더는 감쌀 수 없을 터였다.
고메스는 잔뜩 굳은 얼굴로 진짜 마지막이라며 폴에게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녀석은 끝끝내 고메스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때였다.
철컥!
고메스가 타고 있던 승합차의 조수석 문이 열렸다. 그리고 누가 봐도 아름답다고 할 만한 금발의 미녀가 그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왜? 누가 전화를 안 받나 봐?”
“헉!”
다른 남자, 그러니까 부르가 용병단 소속의 용병단원들을 제외한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라면, 갑자기 차 문을 열고 환하게 웃으며 먼저 말을 거는, 저 아름다운 금발 미녀를 보고 따라 웃었을 거다. 하지만 부르가 용병단원인 고메스는 그 반대였다.
그 금발 미녀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경악했다. 그럴 것이 바로 저 금발 미녀가 지금 실행책이 잡거나 제거해야 할 그 타깃, 여자 킬러였으니 말이다. 그 말은 곧....실행책이 저 여자를 잡거나 죽이는 데 실패했다는 얘기.
파앗!
그 생각과 동시에 고메스의 손이 운전석 옆 수납장의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권총을 꺼내서 조수석의 열린 문 밖을 향해 총구를 겨눴는데....
“어....”
언제 사라졌는지 열린 조수석 문 밖에 서 있었던 금발 미녀가 사라지고 없었다.
퍼석! 파츠츠츠!
그때 운전석의 유리창이 깨지면서 그 파편이 고메스에게로 쏟아졌다.
“크으으으....”
그 파편 중 일부가 고메스의 얼굴을 때렸고 쓰라림을 느낄 새도 없이, 고메스는 조수석을 겨누고 있던 총구의 방향을 운전석 창문 쪽으로 돌렸다. 그때였다.
“거기 아닌데?”
조수석 쪽에서 금발 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역시나 운전석 창문 너머에는 아무도 없었다. 고메스는 바로 고개를 조수석으로 돌렸고 그의 눈에 조수석 열린 문 앞에 금발 미녀가 서 있는게 보였다. 그때 고메스의 고개와 거의 동시에 금발 미녀를 향해 움직였던 그의 손에 쥐어진 권총에서 불이 뿜어졌다.
타앙!
“....끄르륵....”
하지만 이때 고메스의 손에 쥐어진 권총의 총구가 향한 곳은 금발 여자가 아니었다. 총구는 고메스가 타고 있는 차량의 애꿎은 천장에 구멍을 하나 만들어 놓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턱!
고메스의 손에 쥐어져 있던 권총이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럴 것이 부서진 운전석 너머에서 들어 온 누군가의 손에 쥐어진 군용칼이 고메스의 목에 꽂혀 있었으니까. 그 때문에 고메스의 입에서는 피거품이 연신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다 이내 몸을 축 늘어트리는 고메스.
결국 죽고만 고메스의 목에서 가볍게 군용칼을 뽑아내는 손. 그 손의 주인은 죽은 고메스의 상의에 슥슥 군용칼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그걸 조수석 너머에 있던 금발 미녀가 보고 그 군용칼의 주인에게 물었다.
“정말 저 녀석이 다야?”
그러자 군용칼을 칼집에 꽂아 넣으며 시니컬하게 대답했다.
“뭐 자세히 알아보니....놈들의 패거리가 뉴욕에 더 있기는 하더라고.”
그 대답에 금발 미녀가 그제야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그리고 도저히 저 미인의 아름다운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지, 믿기지 않는 살벌한 말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것들 다 내가 죽일 거야. 그러니 넌 나서지 마.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