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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885화 (88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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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빠악!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자신의 눈 아래, 폭탄가지고 장난치는 놈을 죽이고 싶었다. 꿈에서 녀석이 설치한 폭탄에 죽은 뉴욕 시민이 천여 명이 넘었다. 그런 놈을 이렇게 살려둬야 하다니....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 준열 주위에 지켜보는 눈이 몇이던가? 그뿐만 아니었다. 자신과 놈이 싸우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사람들도 간간히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준열이 그 놈을 죽여 봐라. 꼼짝없이 살인죄로 미국 감옥에 들어가야 할 터였다. 그럴 수야 없는 노릇이니, 준열은 대신 강하게 발뒤꿈치고 녀석의 안면을 찍었다. 그 결과....

털석!

그대로 기절해서 널브러진 녀석. 준열은 그런 녀석 뒤로 걸어가서 녀석이 떨어트려 놓은 두 개의 가방을 들어다가, 녀석 곁으로 가져다 놓고 주위 사람들이 보란 듯 그 가방을 활짝 열었다.

“어어....”

“저, 저게 뭐야?”

“세, 세상에....저거 폭탄 아냐?”

요즘 사람들은 액션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지 딱 봐도 가방 속에 가득 들어 있는 게 폭탄이란 걸 한 눈에 알아봤다. 더불어 자신들이 자칫 저 폭탄의 폭발에 휘말려 죽을 뻔했던 사실을 떠올린 주변 사람들. 그들이 알아서 경찰에 연락을 하며 호들갑을 떨어댔다. 그런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준열이 희미하게 웃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여기는 이쯤이면 된 거 같군.”

준열은 첫 번째로, 어쩌면 그가 본 미래 예지 속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지하철역 폭발 테러를 해결하자, 바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움직였다.

“대, 대표님!”

그런 준열의 앞에 문 팀장과 그의 경호팀원들이 나타났다. 그 중 문 팀장에게 준열이 말했다.

“문 팀장이 남아서 여기 뒤처리 좀 해 줘.”

“네?”

그게 무슨 소리냐며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문 팀장. 그런 그에게 준열이 살짝 귀찮다는 얼굴로 말했다.

“곧 여기로 경찰과 기자들이 몰려 올 텐데, 나대신 그들에게 뭐라도 해명해 줄 사람이 여기 남아야하지 않겠어?”

“하, 하지만....”

“나는 가 볼 때가 있어서 그래. 그러니 문 팀장이 여기 남아서 뒤처리 좀 잘 해 줘.”

준열은 당부의 말을 끝으로 곧장 지하철역을 빠져 나갔다. 그리고 도로가에 정차해 둔 자신이 타고 온 차를 몰고 어디 론가로 휑하니 달려갔다.

그때 준열 대신 지하철역에 남게 된 문 팀장. 그가 자신의 주위에 있던 경호팀원들에게 다급히 외쳤다.

“너희들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어서 대표님 모시지 않고?”

문 팀장의 말에 그제야 경호팀원들이 우르르 준열의 뒤를 쫓아 지하철역을 빠져 나갔다. 그리고 경호팀원들이 도로가에 정차해 둔 차량들에 도착했을 때 홀로 그곳을 지키던 경호팀원이 외쳤다.

“대표님. 저쪽으로 가셨어.”

그는 준열이 차를 몰고 어디로 가는 지 쭉 지켜보고 있다가, 동료 경호팀원들이 나타나자 손짓으로 그곳을 가리켰다. 덕분에 경호팀원들은 헤매지 않고 준열의 뒤를 계속해서 쫓을 수 있었다.

* * *

뉴욕 경찰청이 발칵 뒤집어졌다.

“뭐, 뭐라고? 에뷔뉴가 지하철역에서 다량의 폭발물이 발견 돼?”

이건 미국 대도시에서 테러가 발생할 뻔한 대형 사건이었다. 다행히 한 히어로의 활약으로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경찰 입장에서는 이건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다. 때문에 경찰청장은 시장에게 그 사실을 직접 알린 뒤, 곧바로 경찰 특공대와 폭발물 해체 반을 그 폭발물이 발견 된 지하철역으로 보냈다. 그리고 경찰만큼이나 빨리 뉴욕의 언론 매체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 결과 준열이 지하철역을 떠나고 채 10분도 되지 않아, 폭발물이 발견 된 그곳에 경찰과 기자들이 나타났다.

“당신입니까? 폭발물을 발견한 사람이?”

“저 사람이 가방에 폭발물이 들어 있다는 걸 어떻게 안 거죠?”

그들은 준열이 예상한대로 폭파 테러범을 잡은 사람을 찾았고, 이에 문대식이 기다렸다는 듯 선뜻 나서서 대답을 했다.

“일단 저 테러범을 잡은 건 제가 아닌 제가 모시고 있는 분이십니다.”

“모시고 있는 분? 그러니까 그분이 누군데요?”

“그 분은 바로 한국의 삼명그룹....”

문대식은 준열이 왜 자신을 여기 남겼는지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뉴욕을 구한 영웅이 대한민국 대기업의 부회장이란 사실은, 분명 향후 삼명그룹의 미국 진출에 있어 충분한 호재로 작용할 터였다.

준열은 바로 그 점을 염두에 두고 문대식을 현장에 남겨서, 자신과 삼명그룹을 홍보하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건 바로 먹혀들었다.

“맙소사. 삼명그룹의 후계자가 폭발 테러범을 때려잡다니....”

“이거 대박인데?”

언론은 문대식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삼명그룹 부회장 백준열을 과대 포장하더니, 뉴욕을 구한 영웅으로 미화시켜 뉴욕은 물론 미국 전역에 대대적으로 그 사실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반응을 보고 경찰도 가만있지 않았다. 성명서를 내고 준열을 영웅으로 띄웠고, 뉴욕시장이 감사패와 함께 준열을 내일 시청으로 초대했음을 밝혔다.

그렇게 일약 차별 받던 동양인에서 미국인이 다들 추앙하는 히어로가 되어 버린 백준열. 그는 이러한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하철역에서 나와서 어디로 갔고, 이후로 그가 뭘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어졌다.

“하아....왜 전화를 안 받으시는 거지?”

문대식이 아무리 전화를 해도 준열이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으니까. 문대식이 딸려 보낸 경호팀원들은 결국 준열의 뒤를 쫓다가 그를 놓쳐버렸다. 그래서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문대식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문대식은 곧 준열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 거로 봤다. 왜냐하면 준열이 폭발 테러범을 잡자마자 바로 움직인 것을 두고 문대식은 생각했다. 그가 다른 테러범을 잡으러 움직인 것이라고 말이다. 하여 그 테러범을 잡으면 경찰에 연락을 할 것이고, 자연히 자신과 경호팀원들도 준열이 있는 곳이 어딘지 알 수 있을 거라 본 것이다. 하지만 준열이 다른 테러범을 잡았다는 소식은 이후로 들려오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서서히 날이 저물었고....

-뭐해? 빨리 오지 않고.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은 문대식. 한데 그 전화에서 백준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 지금 바로 갑니다.”

문대식은 수하 경호팀원들을 데리고 황급히 준열이 묵고 있는 호텔로 향했다.

* * *

폭발 테러범은 어쩔 수 없이 사로잡아서 경찰에 넘겼던 준열. 하지만 나머지 테러범들은 달랐다. 확실히 놈들을 사로잡는 거보다 죽이는 게 준열에게 있어 더 편했다. 그리고 빠르기도 했고. 놈들이 정한 테러 시간까지는 이제 한 시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물론 폭발 테러범을 잡았으니 인명 피해는 확실히 줄였다. 하지만 자신의 여자인 타미라가 죽는 걸 아직까지 그가 막은 건 아니었다.

“내가 본 게 맞다면....저긴데....”

준열은 지금 타미라가 있는 뉴욕시티FC의 구단 사무실이 있는 양키 스타디움에 있었다. 뉴욕시티FC의 구단 사무실의 맞은편에 위치한 내부 수리중인 다른 사무실 안에 두 명의 테러범들이 숨어 있었다.

준열이 본 미래 예시대로라면 저들은 타미라가 구단 사무실을 나올 때 그녀를 저격한다. 하지만 눈치 빠른 타미라가 갑자기 몸을 옆으로 움직이면서 총알이 그녀의 심장이 아닌 어깨에 박힌다. 그리고 타미라의 경호원들과 총격전이 벌어지고, 그때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테러범의 기관총 난사에 이어 던진 수류탄에 타미라가 그만 죽고 만다.

그러니까 지금 준열이 저 수리중인 사무실 안에 숨어 있는 두 테러범들을 제거해 버리고, 좀 있다가 등장한 오토바이 테러범까지 처리해 버리면, 이동 책 테러범 하나만 남았다.

놈들은 치밀하게 이번 테러에 계획을 짰다. 우선 유인책이 지하철역 폭발로 인해 뉴욕시의 시선을 모두 그쪽으로 돌리게 만들고, 실행책이 타미라를 죽이고 나면 그 즉시 이동책이 미리 확보해 둔 안전한 길로 실행책과 유인책을 데리고 뉴욕을 빠져 나가는....

준열의 미래 예시에서 놈들은 목표했던 타깃, 타미라를 죽이고 유유히 뉴욕을 빠져 나가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준열로 인해 그들의 계획은 어긋났고, 저 안에 있는 테러범들도 곧 그의 손에 죽게 될 터였다.

터벅터벅!

준열은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는 발걸음으로 한창 내부 공사가 진행 중인 사무실 쪽으로 움직였다. 그때 마침 휴식이라도 취하려는 듯 공사 인부들이 우르르 사무실 밖으로 나와서 매점과 휴게실이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 그러니까 지금 저 사무실 안에는 몸을 숨긴 두 테러범들만 있는 상황이었다.

준열은 그대로 공사 중인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후후후후....”

놈들은 나름 잘 숨어 있었다. 하지만 그 상대가 나빴다. 그들이 아무리 잘 숨어도 준열에게는 들킬 수밖에 없었으니까.

‘한 놈은 저기....다른 놈은....’

준열이 서 있는 곳에서 불과 10여 걸음 떨어진 곳에 두 명의 테러범 중 한 명이 숨어 있었다. 바로 사무실에 딸린 부속실로, 이 사무실에 새로 들어 올 사람들에게는 부속실까지 고칠 생각은 없었던 모양이었다.

준열은 내친 걸음에 곧장 그 부속실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러자 부속실 안에서 미세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던 테러범이 갑자기 숨소리까지 죽여 가며 꼼짝달싹 않고 있었다.

준열은 자신의 여타 능력들은 전혀 쓰지않고 개특성 만으로 부속실 안의 테러범의 움직임을 충분히 간파할 수 있었다. 그렇게 준열이 부속실 문 앞에 다다랐을 때였다.

‘어쭈?’

부속실 안에 테러범이 갑자기 움직였다. 손에 뭔가를 들고 말이다. 준열은 테러범이 손에 든 게 권총임을 바로 눈치 챘다. 테러범의 검지가 방아쇠에 닿는 그 미세한 소리를 듣고서 말이다. 그것 말고 흥분한 듯 테러범이 내 쉬는 숨소리와 빨라진 심장박동소리까지 죄다 준열의 귀에 들렸다. 그러니 준열이 테러범에게 당할 일은 없었다. 되레 녀석의 그런 세세한 움직임을 다 간파하고 있는 준열에게 당할 공산이 높았으면 높았지.

* * *

부르가 용병단 소속 용병단원인 도미니크와 솔레오는 뛰어난 저격수들이었다. 그중에서도 도미니크의 저격 실력은 단연 최고라고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솔레오도 저격 실력이 뛰어났지만 주로 도미니크를 서포터하는 역할을 많이 맡았다. 뭐 그러다가 도미니크가 저격에 실패하면 솔레오가 종종 그 뒤처리를 했고. 그러다보니 어디 적 진영의 주요 인사를 저격하러 갈 일이 생기면 용병단에서 둘을 꼭 묶어서 보냈다.

용병단장인 카이클도 막상 도미니크와 솔레오를 보자 기뻐했다. 아프가니스탄의 부단장이 카이클도 인정하는 확실한 저격수들을 자신에게 보낸 것에 말이다.

도미니크와 솔레오는 카이클 단장의 계획에 따라 바로 뉴욕 시티FC의 홈구장인 양키 스타디움으로 움직였고 카이클로부터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물론 카이클의 연락이 없어도 타깃이 구단 사무실 밖으로 나오면, 그 즉시 저격을 할 테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타깃인 타미라라는 뉴욕 시티FC의 운영팀장은 좀체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두 사람은 수시로 저격 포인트를 옮겨 다니다가 한곳에 정착을 했다.

도미니크가 봐서 가장 저격하기 좋은 장소로 말이다. 다행히 그곳이 내부 공사 중이었고 부속실과 천장의 경우 그대로 쓰기로 한 모양이었다. 하여 도미니크는 천장에 숨고 솔레오는 부속실에 들어가 있었다. 그때 공사 인부들이 잠깐 쉬었다가 일하자며 사무실을 나섰고, 솔레오는 이때다 싶어서 부속실 밖으로 나가서, 도미니크와 얘기를 나눌 생각이었다. 그래서 막 부속실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Fuck!....누구야?’

갑자기 사무실 안으로 누군가 들어왔고 때문에 솔레오는 부속실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그런데....

‘뭐, 뭐야? 왜 이쪽으로 와?’

그 갑자기 사무실 안으로 들어 온 자가 솔레오가 숨어 있는 부속실 쪽으로 걸어오는 게 아닌가? 기겁한 솔레오. 그가 품속에 권총을 꺼내서 손에 꽉 쥐었다. 그러며 속으로 생각했다.

‘설마....이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지만 점점 더 부속실에 가까워지는 발걸음 소리에 솔레오는 문 옆으로 움직였다. 혹여 갑자기 사무실 안으로 들어 온 자가 부속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다면 바로 제거해 버리기 위해서 말이다.

철컥!

그때 부속실 문이 열렸고 솔레오는 그 자가 안으로 들어오면 그 즉시 그 자의 머리나 가슴에 총알을 박아 넣어 줄 생각이었다. 그 다음 문을 닫고 시체를 부속실 안쪽으로 치워버리고 말이다.

이때 부속실 안은 당연히 불이 꺼져 있어서 어두웠다. 그래서 문이 열리자마자 그 문을 연 사람이 문짝 옆벽에 스위치부터 켰다. 그러자 부속실 안이 환해졌고 부속실 안으로 그 사람이 성큼 들어왔다.

‘죽어!’

그 자를 향해 열린 문 뒤에 서 있던 솔레오가 막 총을 쏘려는데....솔레오의 시선에 보여야 할 그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 사람이 밑에서 위로 솔레오를 향해 쇄도해 왔고 무언가가 휘둘러진다 싶더니 솔레오의 손에 쥐고 있던 권총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헉!”

기겁한 솔레오. 그가 바로 허리에 차고 있던 칼집에서 군용칼을 뽑으려 할 때 다시 그 사람이 무언가를 휘둘렀고, 거기에 머리를 맞은 솔레오는 그대로 픽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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