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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김 비서는 한국에서 알아주는 먹빵 유튜버 2명의 동영상을 타미라에게 보여주었다.
이때 혹시 타미라가 남녀의 체격적인 차이를 두고 공정하지 않음을 주장할 것을 염두에 둔 듯, 김 비서는 그 2명의 유튜버들을 전부 여자로 골랐다.
그 첫 번째 유튜버, 닉네임 히드라. 그녀는 세숫대야만한 냄비에 라면 10봉지를 넣어 그걸 10분도 되지 않아 다 먹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그녀는 세숫대야 라면을 한 번 더 끓여 먹고 다시 5봉지를 더 끓여 먹은 뒤 입가심으로 햄버거 30개를 먹었다. 타미라는 히드라가 햄버거 20개째를 먹어 치울 때, 도저히 참지 못하고 경악성을 내 뱉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히드라는 디저트로 소곱창 30인분을 더 먹어치웠고, 그걸 끝까지 본 타미라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나 많이 먹어?”
그때였다. 그 말을 듣고 피식 거리던 김 비서. 그녀가 다른 동영상을 틀었다. 그 동영상에 등장한 여자 먹방 유튜버, 쯔라시는 소곱창, 대창, 막창 25인분과 라면 20봉지를 먹어치우고 역시나 디저트로 초밥 240개 먹었다.
“허얼....”
그걸 보고 나서 타미라가 두 손을 들었다. 그리고 김 비서를 향해 사과의 말을 건넸다.
“미스 김. 내가 실언을 했어. 앞으로 먹는 걸로 까불지 않을게.”
타미라의 그 사과를 김 비서는 흔쾌히 받아드렸다. 마치 자신이 그 두 명의 먹빵 유튜버라도 된 거처럼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체 말이다.
“거봐요. 내말이 맞죠? 앞으로 내가 맞다면 맞는 줄 좀 아세요.”
“....”
하지만 김 비서의 그 말에 타미라는 동의할 수 없다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 그렇게 자존심 하나는 어디가도 뒤지지 않는 기센 두 여자를 번갈아 쳐다보며 준열이 말했다.
“타미라. 출근 안 해?”
준열의 그 말에 황급히 시간을 확인한 타미라. 그녀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이런....늦었다.”
후다닥 자기 방으로 뛰어 들어간 타미라. 그녀는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자신의 방에서 나왔다.
식사하기 전에 이미 출근 준비를 끝내 놓은 타미라였다. 그랬기에 식후 간단히 화장만 고친 뒤 바로 출근길에 오른 타미라. 준열은 그런 타미라를 로얄 스위트 룸 밖까지 배웅을 했다.
그때 복도를 따라 엘리베이터 쪽으로 쭉 걸어가는 타미라를 보고 준열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좀 이따가 보자고.”
마치 곧 다시 만날 거처럼 말이다. 그리고 실제 준열은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어디 가게요?”
그런 준열을 보고 김 비서가 물었고 준열이 바로 대답했다.
“어. 좀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준열은 타미라가 출근하고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로얄 스위트 룸을 나섰다. 그런 그를 김 비서가 아까부터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가 그를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
“급한 일 빨리 처리하고 오세요.”
준열은 대답대신 알았다며 가볍게 손을 들어 보이고는 타미라가 타고 내려간 엘리베이터 쪽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 * *
준열의 미래예시 능력인 「개꿈」아이템이 보여 준 대로라면 타미라가 탄 차량들이 호텔을 빠져 나갈 때 오토바이 한 대가 그 차량 뒤를 따라 붙어야 했다. 하지만....
“그 경찰이 제대로 녀석을 붙잡고 있는 모양이군.”
준열은 흡족해 하면서 타미라의 차량과 멀찍이 떨어져서 그녀 뒤를 밟았다. 당연히 준열이 혼자 운전하겠다고 하자, 문 팀장이 안 된다고 했지만 준열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하여 문 팀장과 준열의 경호팀원들은 지금 줄줄이 준열이 운전 중이 차량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준열도 그것까지 막지는 못한 가운데 타미라의 차량이 뉴욕 브롱스 East 161st Street를 향해 비교적 막힘없이 빠르게 움직였다. 아무래도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인지라 도심의 거리가 그 만큼 한산했던 것.
“저기로군.”
그때 준열이 갑자기 차를 도로 옆으로 빼더니 근처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 계단 옆에 자신의 차를 정차시켰다. 그리곤 차에서 내려서 후다닥 그 지하철역 계단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대, 대표님!”
그걸 보고 기겁한 문 팀장과 경호팀원들. 그들은 차를 지키기 위해 한 명의 경호팀원만 남기고 죄다 뛰어서 준열을 쫓아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갔다.
“저기 계신다.”
그때 문 팀장의 눈에 준열이 누군가를 덮치고 있는 게 보였다. 누가 봐도 지하철역사에서 근무하는 직원 같아 보이는 자를 말이다.
둘은 같이 지하철역 바닥을 뒹굴었고 준열이 직원으로부터 뭔가를 뺏어 그걸 휙 하니 지하철 선로 쪽으로 던져 버렸다. 그러자 지하철 직원이 뭐라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준열에게 달려들었고, 그걸 보고 문 팀장 주위의 경호팀원들이 일제히 준열에게 달려가려 할 때였다.
“멈춰!”
문 팀장이 되레 자신의 팀원들의 움직임을 막았다. 그러나 문 팀장과 제일 가까이 있던 팀원이 바로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그러자 문 팀장이 보란 듯 준열이 있는 전방을 향해 턱짓을 하며 말했다.
“봐라. 대표님이 어디 당하실 분이더냐?”
그 말에 경호팀원들이 일제히 전면에 준열이 지하철 직원과 싸우는 모습을 봤고, 다들 문 팀장의 말이 이해가 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준열은 한국에 있을 때부터 싸움을 잘했다. 그런 그가 1대 1로 싸우는데 질 리가 없었다. 그러니까 문 팀장은 괜히 그들이 끼어들면 지금 상황에서 준열에게 좋을 게 없단 걸 자신의 경호팀원들에게 알린 것이다.
주위에 벌써 여러명이 준열과 지하철 직원이 싸우는 걸 동영상으로 찍고 있었다. 이럴 때 문 팀장과 경호팀원들이 나선다면....그건 추후 한국 대기업의 횡포로 비쳐질 수 있었다.
삼명그룹 후계자가 지하철 직원을 상대로 갑질을 한 거로 말이다. 하지만 개인끼리, 즉 두 사람의 싸움이라면 그건 설혹 나중에 이슈가 된다고 해도 얼마든지 커버가 가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준열의 강함을 알기에 문 팀장과 경호팀원들은, 당장 눈앞에 총기류 등이 나오지 않는 이상 준열의 신변에 이상이 있을 거란 생각은 거의 하지 않고 있었다. 그때였다.
“헉! 폭, 폭탄이다!”
“미, 미친....”
지하철역 안의 분위기가 갑자기 돌변했다. 바로 준열과 싸우던 그 지하철 직원의 몸에서 딱 봐도 폭탄으로 보이는 게 튀어 나와서 말이다. 그걸 본 순간 문 팀장과 경호팀원들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었다.
* * *
준열이 미리 본 미래, 그러니까 지금의 이곳 지하철역에 처음 폭탄이 설치되었다. 그리고 그 폭탄을 설치한 놈은 이곳 지하철역을 시작으로 뉴욕시 번화가 5곳에 폭탄을 설치하고는, 뉴욕시를 순식간에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준열은 녀석이 이 지하철 선로에 폭탄을 설치하기 전에 녀석부터 처리하려고 지하철역으로 내려왔고 손쉽게 녀석을 찾을 수 있었다.
“저기 있네.”
녀석은 선로에서 작업을 할 수 있는 몸, 즉 지하철 직원으로 변신해 있었다. 그런 녀석을 찾는 건 준열로서도 쉬웠다. 작업복장을 한 채 선로로 내려가는 임시 사다리가 있는 쪽으로 다가가고 있는 사람. 양손에 커다란 가방 두 개를 들고 있어선지 녀석의 움직임은 느렸고, 반대로 준열은 가볍게 뛰어서 금방 녀석을 따라잡았다. 그리고....
휘익!
준열이 몸을 던져서 그 녀석을 뒤에서 덮친 채 앞으로 나뒹굴었다. 그 과정에서 준열은 녀석이 들고 있던 커다란 가방 두 개에서 녀석의 손이 떨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녀석의 품속에서 기폭장치를 빼냈다. 그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3초 만에 이뤄졌다.
“크으으....너....뭐야?”
준열에게 덮침을 당한 녀석이 갑자기 자신의 가슴을 만졌다. 하지만 가슴에 있어야 할 것이 없는지 바로 준열을 쳐다보는 녀석. 그런 녀석에게 준열이 좀 전 자신이 녀석의 가슴에서 꺼낸 기폭장치를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걸 찾나?”
“너....그, 그것 내 놔!”
벌떡 몸을 일으킨 녀석이 준열을 향해 뛰어오려 할 때, 이미 기폭장치는 준열의 손을 떠나서 선로로 날아가고 있었다.
“안 돼!”
그걸 보고 버럭 소리를 친 녀석. 녀석이 살기등등한 눈으로 홱 준열을 쏘아보더니, 좌우로 빠르게 고개를 돌려 좀 전까지 자신이 들고 있었던 큰 가방을 확인했다. 그리곤 냅다 준열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걸 보고 준열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죽엇!”
그런 준열을 향해 녀석이 주먹을 내질렀다. 하지만 준열이 그걸 가볍게 피하면서 툭하니 녀석의 다리를 걸었다.
“어엇!”
그러자 녀석이 휘청거리며 하필 준열 바로 옆에 있던 기둥에 얼굴을 들이박았다.
“크아악!”
녀석이 몸을 움츠리며 고통스러워 할 때, 준열이 그런 녀석의 훤히 드러난 옆구리를 발로 걷어찼다.
뻐억!
“커어억!”
녀석이 눈을 부릅뜨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턱하니 막힌 숨에 한동안 제대로 호흡을 하지 못한 체 켁켁 거리기만 하던 녀석을 내려다보고 준열이 말했다.
“새끼....잡았다.”
* * *
부르가 용병단의 폭파전문가 폴 메디슨. 그는 제대로 된 축제를 즐기기 위해서 좀 더 폭넓게 폭파의 화망을 넓힐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정해졌고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그 만큼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 수상쩍은 움직임을 보이면 바로 신고가 들어가고 설치 된 폭탄이 들킬 우려가 있었다.
일단 하나라도 폭탄이 설치 된 게 들통 난다면 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컸다. 따라서 절대 들키지 않고 폭탄을 설치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당연히 시간이 많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 모든 것을 감안했을 때 뉴욕시 여러 곳에 2시간 안에 폭탄을 설치하려면....
“지하철....그래. 지하철 밖에 없어.”
하여 폴은 지하철을 이용해서 움직이고 또 지하철 안에 폭탄을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해도 폴이 지하철에 설치할 수 있는 폭탄의 개수는....
“다섯 개....그 이상은 어려워.”
폭탄 설치에는 섬세한 조립 과정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설치하다가 폭탄이 폭파해 버릴 수도 있었으니까. 물론 폭파마귀의 별명을 가진 폴에게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지만.
“자아. 그럼 움직여 보자.”
우선 폴은 지하철 선로에 폭탄을 설치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신분. 즉 지하철 직원으로 변신을 꾀했다. 그건 쉬웠다. 그저 지하철 직원 사무실 근처에 숨어 있다가 안에서 지하철 직원이 나오자 바로 그 직원에게 다가가서....
“어이?”
“!!”
순간 그 직원이 어리둥절해 하며 그를 쳐다봤다. 동시에 폴의 손날이 그 직원의 목덜미를 후려쳤다.
퍽!
“으윽!”
그 자리에 주저 앉는 그 직원의 머리를 잡은 폴이 그대로 옆 벽에 그 머리를 박았다.
쾅!
그리고 기절한 그 직원을 들고 한쪽으로 움직인 폴은 그 직원의 옷을 벗겨 입었다. 그리곤 혹시 몰라 기절한 그 직원이 빨리 깨어 문제를 일으킬지 몰랐기에....
“미안!”
푹!
그 직원 심장에 칼을 쑤셔 넣었다. 물론 그 전에 그 직원의 입을 다른 손으로 단단히 틀어막은 채....그렇게 그 직원을 제거하고 나서 근처에 세워둔 승합차에서 폭탄을 챙겨 지하철로 내려 온 폴.
그는 곧장 지하철 선로로 내려가기 위해 움직였다. 그런데....갑자기 등 뒤에서 누가 그를 덮쳤다.
“허억! 뭐, 뭐야....”
그리고 그로인해 그가 오늘 세워 놓은 축제를 위한 준비에 문제가 생겼다. 폴을 덮친 자가 폭탄 설치 시 제일 중요한 기폭장치를 빼 간 것이다. 폴이 일부러 자신의 품속에 넣고 다닐 정도로 소중하게 챙겨 다니던 것을 말이다.
“그, 그거 내 놔!”
폴은 당연히 그 기폭 장치를 그자에게서 되찾으려 했다. 하지만 그자가 먼저 그 기폭장치를 휙 선로로 던져버렸다.
순간 폴은 자신이 챙겨 내려온 폭탄이 든 가방들을 확인하고 득달같이 그자에게 달려들었다. 지금으로서 최선은 눈앞의 저 자를 제압한 뒤 선로의 기폭장치를 확보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크으으으....”
그자와의 싸움 결과 폴이 맥없이 당했다. 비록 다른 용병단원들에 비해 전투실력은 약한 편이지만 그래도 보통 남자 한 둘은 가볍게 제압할 정도의 복싱 실력을 갖춘 폴이었다. 하지만 그자에게는 쨉도 되지 않았다. 특히 옆구리에 그자의 발차기를 맞는 순간 숨이 턱 막히며 온몸에 힘이 쫙 풀릴 때 폴은 직감했다.
그자가 이런 싸움에 특화된 프로페셔널한 자란 걸 말이다. 이렇듯 사람의 신체 약점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걸로 봐서, 그자는 확실히 예사 놈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