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877화 (87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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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그 중 카이클은 자신의 동생 세드릭과 동료 용병들을 죽인 여자 킬러를 잡기 위해 움직이기 직전, 자신을 도와 줄 5명의 부르가 용병단원들과 함께 자신의 숙소에 모여 있었다.

어제 모처에서 그들과 은밀하게 미팅 타임을 가진 뒤, 자신의 숙소가 어딘지 그들에게 알려주고 여기로 오게 만든 카이클. 그가 다들 비장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5명의 용병단원들을 빙 둘러보고 나서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부단장에게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그 동안 우리 동료들을 죽여 온 깜찍한 여자 킬러가 누군지 드디어 알아냈다. 오늘 우리는 그 여자 킬러를 잡는다. 생포를 우선으로 하되, 그게 어렵다 싶으면 죽여도 좋다.”

타깃의 생사여탈권을 사실상 5명의 용병단원들에게 주겠다는 카이클의 말에, 정작 5명의 용병단원들의 얼굴이 더 굳었다. 그럴 것이 이는 단장인 카이클이 주도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였으니 말이다.

카이클이 누구던가? 실제 여기 있는 5명의 용병단원들은 그가 짠 계획 하에 움직여서 실패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당연히 이번 일도 성공할 것을 확신했고. 한데 그 실패를 모르는 카이클이 스스로, 자기 입으로 실패의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하며 그 대책을 내 놓은 것이다.

이는 그 만큼 그 여자 킬러를 잡는 게 어렵다는 얘기였고, 5명의 용병단원들 입장에서는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걸 눈치 채지 못한 카이클이 아니었다. 그가 먹은 용병 짬밥이 얼만데....

“뭐 그렇다고 이렇게 긴장할 것까지는 없다. 잡으려니 어려운 거지, 그년 하나 죽이는 건 너희 중 한 명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까.”

카이클의 그 말에 그제야 5명의 용병단원들의 굳었던 얼굴이 풀렸다. 카이클의 말에서 느낀 것이다. 그 여자 킬러를 잡는 그 과정의 상황이 어려운 거지, 결과적으로 그 여자 킬러를 제거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을 5명의 용병단원들도 알게 된 것이다. 카이클은 자신의 말을 바로 알아듣고 5명의 용병단원들의 얼굴이 풀리는 것을 보고는 대견해하며 본격적으로 자신의 계획을 그들에게 풀어 놓기 시작했다.

“시큐리티 매니지먼트에 VIP전담팀이 붙긴 했지만....너희들이 내 지시에 따라 움직여 주기만 한다면....그 여자 킬러를 생포하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우선 도미니크와 솔레오가....고메스가 지하철역에서 놈들의 이목을 끌어주면....여기서 중요한 게 바로.....”

그렇게 집중해서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던 카이클. 그가 얘기 도중 갑자기 말을 멈추고 5명의 용병단원들 중 한 명을 쳐다봤다. 그러자 카이클이 설명하는 동안 멍 때리고 가만히 앉아만 있었던 그 용병단원이 자신의 귀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그제야 움찔하며 시선을 돌리다가 딱 카이클과 눈을 마주쳤다.

“죄, 죄송합니다. 단장님.”

그 용병단원을 바로 머리를 숙이며 카이클에게 사과를 했다. 그러자 카이클이 피식 웃으며 그 용병단원에게 말했다.

“죄송하긴. 이럴 경우 얌전히 앉아 있기만 하라고 너에게 말한 게 바로 난데. 폴.”

폴 메디슨. 부르가 용병단의 폭파전문가. 다국적 용병들 사이에서 ‘폭파마귀’로 불리는 녀석의 위명은, 아무래도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중동에서 더 자자하게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오늘 이후 녀석은 미국에서도 그 악명을 떨치게 될 터였다. 바로 오늘 카이클이 그렇게 만들 테니 말이다.

카이클은 바로 눈앞의 폴을 이용해서 눈엣가시 같은 시큐리티 매니지먼트에 VIP전담팀을 쓸어버리고, 더불어 그 여자 킬러까지 사로잡을 계획을 짰다. 당연히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 폴의 역할이 그 만큼 중요 할 수밖에 없었다.

“앞에 얘기는 네가 듣던 말든 상관없다. 하지만 여기서 부터는 네가 잘 들어야 해. 왜냐하면 이제부터 네가 그 무대의 주인공이거든.”

카이클의 주인공이라는 말에 여태 흐리멍덩한 눈으로 앉아 있던 폴의 두 눈이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런 폴을 보고 카이클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 폴. 화려한 축제의 시간을 만들어 보자고.”

그 말에 벌써 흥분이 되는 지 폴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축제라....좋죠.”

카이클은 그런 폴에게만 시선을 집중한 채 녀석이 뭘 해야 하는지 디테일하게 얘기를 시작했고, 그렇게 약 5분 뒤 폴의 입에서 자신만만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폭약만 확실히 챙겨 주십시오. 단장님이 원하시는 결과를 만들어 보여드릴 테니.”

폴의 그 말에 카이클은 마치 그가 그 말을 하기를 기다렸다는 듯 웃으며 호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어딘가 전화를 걸더니....

“....부탁드린 거....네....지금 그 친구 내 보내겠습니다.”

간략하게 통화 후 카이클이 폴을 향해 말했다.

“폴. 지금 모텔 밖으로 나가면 검은 승합차가 한 대 올 거야. 그 차타고 가면....그들이 네가 원하는 것들을 챙겨 줄 거다.”

그 말 후 카이클이 방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걸 본 폴이 카이클의 말을 척하니 알아듣고는 곧장 몸을 일으켜서 방 밖으로 나갔다.

* * *

카이클은 폴이 자신의 숙소 방을 나가자 강하게 손뼉을 쳤다.

짝!

그러자 폴 때문에 나가 있던 정신이 차리고 곧장 카이클에게 시선을 집중 시키는 남은 4명의 용병단원들. 카이클은 그들 4명의 시선이 자신에게 모이자 바로 입을 뗐다.

“자아. 내가 어디까지 얘기했지?”

그러자 4명의 용병단원들 중 가장 덩치가 큰 용병이 말했다.

“저보고 지하철역에서 놈들의 이목을 끌라고 하셨습니다.”

“아아. 맞아. 고마워. 고메스. 고메스 네가 지하철역에서 인질을 잡아서 이목을 끄는 사이....”

카이클은 마저 자신의 계획을 4명의 용병단원들에게 설명을 했고, 대략 10분 뒤 얘기를 끝마친 카이클이 4명의 용병단원들에게 말했다.

“여기까지 내 말에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라.”

“....”

하지만 4명의 용병단원들 중 누구도 카이클에게 묻는 사람은 없었다. 그 만큼 카이클이 그들에게 상세히 설명을 했다는 얘기였고, 이에 흡족한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던 그가 바로 다음으로 넘어갔다.

“저 방에 들어가면 4개의 박스가 있을 거다. 그 박스에 필요한 게 다 갖춰져 있으니 그걸로 무장하고....10분 뒤에 보자.”

그 말 후 카이클은 숙소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고 4명의 용병단원들은 좀 전 카이클이 손으로 가리켰던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에는 카이클이 말한 대로 커다란 박스 4개가 있었다.

4명의 용병단원들 중 가장 덩치가 큰 용병단원 고메스가 성질도 제일 급했던지, 먼저 박스 하나를 열었다. 그러자 그 안에 방탄조끼부터 시작해서 용병들에게 꼭 필요한 무장 세트가 그 안에 다 들어 있었다.

그걸 보고 고메스가 바로 겉옷을 벗고 자기 몸에 무장을 갖추기 시작했고, 그런 고메스를 일별한 나머지 3명의 용병단원들도 각자 박스로 가서 박스를 열고, 고메스처럼 자기 몸에 무장을 시작했다.

그렇게 정확히 10분 뒤, 4명의 용병단원들이 그 방에서 나오자 먼저 나와 있던 카이클이 그들에게 말했다.

“준비 다 된 거 같군. 그럼 이제 나갈까?”

“네.”

4명의 용병단원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자 카이클이 흡족해하며 방문 쪽으로 움직였고, 그런 그의 뒤를 4명의 용병단원들이 묵묵히 따랐다.

카이클은 그대로 방문을 열고 나갔고 일부러 계단을 통해 모텔 지하까지 내려간 카이클. 그가 지하 주차장에 미리 준비해 둔 차량들을 손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도미니크와 솔레오는 저 SUV....고메스는 저기 경차....부르노. 너는 저 검은 세단을 타고 가라.”

그렇게 지시한 후 카이클은 지하실 주차장의 한쪽에 오토바이 쪽으로 갔다. 그 오토바이 손잡이에 걸려 있던 헬멧을 챙겨 든 카이클이, 각자 그가 지정해 둔 차량으로 이동한 4명의 용병단원들을 향해 외쳤다.

“다들 살아서 만나자.”

그 외침에 4명의 용병단원들이 일제히 외쳤다.

“부르가여! 영원하라!”

그 모습이 무슨 광신도 신도들 같았지만 그들의 단장인 카이클의 눈에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그때 카이클은 속으로 생각했다.

‘히틀러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광기어린 자신의 나치 추종자들을 보는 카이클은 묘한 희열감에 부르르 몸이 떨렸다.

* * *

부르가 용병단은 사실 카이클이 만든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다국적 용병단으로 키운 건 카이클 자신이었다. 그 과정에서 용병단의 단합을 위해서 카이클은 이념과 마약을 적절히 사용했다.

그 결과 부르가 용병단은 끈끈한 조직력을 갖췄지만, 마약의 부작용으로 인성을 상실한 용병단원들이 미쳐 날 뛰면서 잔인하고 흉악하다는 악명의 꼬리표가 붙었다.

물론 그런 악명이 필요한 독재정권이나 단시간에 적들을 소탕하기를 원하는 곳에서는 오히려 그런 부르가 용병단을 더 원했지만....

폴이 부르가 용병단의 단원이 된 건 순전히 그 스스로의 의지였다. 사관생도 시절 사고를 쳐서 거기서 퇴학 당한 뒤 폴은 다국적 용병단에서 쭉 일 해왔다.

폭파 쪽으로 뛰어난 면이 있었던 폴을 용병단에서는 다들 반겼다. 하지만 약쟁이 폴을 좋아하는 용병단은 없었다.

“약이 뭐 어때서?”

용병단에서는 폴이 약을 하고 다니는, 특히 임무 수행중에 약을 하는 것에 기겁을 했다. 하지만 폴은 약을 하고 일을 하는 게 좋았다. 사실 그래야 더 효율이 좋았다. 그러나 약을 하고 미쳐 날 뛰는 폴의 모습에 동료 용병들은 질겁했고, 다시는 그와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폴은 1년, 아니 반년을 넘기지 못하고 속해 있던 용병단을 나와야했다. 그게 타의든 자의든....

그러던 중 우연히 듣게 되었다. 한 용병단에서 용병단원이 마약을 하는데 대해 전혀 터치가 없다 얘기를 말이다.

폴은 그 즉시 확인 작업에 들어갔고 실제로 그런 용병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순간 폴은 그 용병단을 찾아갔,고 그 용병단의 단장을 만난 그날 바로 그 용병단원이 되었다. 당시 폴이 그 용병단장에게 물은 건 딱 하나였다.

“약 빨고 일해도 돼요?”

“No problem!”

전혀 상관없다는 용병단장의 그 대답에 폴은 드디어 자신이 뼈를 묻을 용병단을 찾았다 싶었다. 그렇게 부르가 용병단의 단원이 된 폴은 마침내 용병계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폭파마귀’라는 닉네임까지 생겼다.

실제로 폴은 부르가 용병단에서 행복했다. 다른 건 차치하고 용병단장은 자신이 약속한대로 폴이 일을 할 때 마약을 할 수 있게 했다. 그것만으로도 폴은 다른 그 어떤 불편함이나 불이익이 감수되었다. 하지만 폴의 그 더러운 성질머리는 어디 가는 게 아니었다. 하여 부르가 용병단 내에서 그는 늘 분란과 소동을 일으켰다. 수틀리면 터트려버렸기에 동료 용병단원들도 그를 겁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그에게 마약을 허락해 준 부르가 용병단장인 카이클에게만큼은 폴도 고개를 숙였다. 그가 시키는 건 뭐든 다 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카이클이 가보라고 해서 모텔 밖으로 나온 폴. 그런 그 앞에 카이클이 말한 대로 검은 승합차 한 대가 와서 섰다.

촤르르륵!

그리고 그 승합차의 차문이 열리더니 그 안에 딱 봐도 갱 단원 같이 보이는 자가 폴에게 물었다.

“폴?”

“그런데?”

“타!”

갱 단원이 그 말 후 승합차 안쪽으로 들어갔고 폴은 카이클의 지시가 있었기에 그대로 그 승합차에 탑승을 했다. 그러자 바로 그 승합차가 움직였고 폴은 졸지에 뉴욕 시내 투어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 폴을 태우고 달리던 승합차가, 뉴욕 외곽의 한 공업지역에 위치한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공장 안에는 대 놓고 무장하고 있는 자들이 보였고, 그들 중 하나가 멈춰 선 승합차의 차문을 밖에서 열더니 차 안에다 대고 말했다.

“다 내려.”

그러자 차 안의 갱 단원과 폴이 승합차에서 내렸고 갱 단원이 턱짓으로 폴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녀석이야. 그걸 보여주고 필요한 거 챙겨 줘.”

“그러지. 가자.”

폴은 그렇게 공장 안에 무장한 자들에게 인계가 되었고 그들을 따라 공장 깊숙이 들어간 폴이 한 창고 안에 들어가자마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럴 것이 거기에 그가 원하는 폭약들이 그 창고 안에 가득했으니까. 폴도 잘 아는 군사용 폭탄을 비롯해서 사제 폭탄까지 두루두루 말이다.

그걸 본 폴의 입이 바로 호선을 그리며 입 밖으로 그가 기분 좋을 때 절로 터져 나오는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호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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