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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871화 (86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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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내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총성이 요란하게 일었다. 그리고....

“어쭈?”

타미라가 탄 차량을 들이 받고 그녀에게 총질까지 해 대던 작자가, 도로 자기 차를 몰고 달아나는 게 아닌가?

“내려!”

나는 그걸 보고 내가 타고 있던 차에서 내려서 운전석의 경호 팀원에게 명령했다.

“네?”

“빨리!”

내 압박에 운전석의 경호팀원이 내렸고 나는 잽싸게 그 운전석에 오르자마자 그 시동이 걸려 있는 차를 몰고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끼이이익!

그리곤 U턴 표식도 없는 곳에서 급 브레이크를 밟은 뒤 차선을 넘어 차의 방향을 180도로 돌려서 질주를 시작했다. 그렇게 뉴욕의 복잡한 샛길을 요리조리 잘도 운전하며 몇 분을 질주하던 내 눈에 4차선의 큰 도로가 보였다. 그리고....

부아아아앙!

내 발이 안 그래도 지그시 밟고 있던 액셀러레이터를 꾹 밟았다. 그러자 질주하는 차량이 더 빨리 앞으로 쏘아져 나갔고....이내 큰 도로로 뛰어들었다. 당연히 내가 질주한 샛길과 큰 도로 사이에는 신호등이 있었고, 그 신호등은 붉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신호를 무시하고 그대로 큰 도로로 진입해 들어갔고....

쿠콰아앙!

내 차처럼 무법자처럼 큰 도로를 질주하고 있던 차량. 앞 범퍼가 떨어져 나가고 여기저기 총구멍이 숭숭 뚫린 차량의 옆구리를 정확히 들이 받았다.

어찌나 세게 들이 받았던지 그 차는 그대로 경계석까지 밀려가서 차체가 벌러덩 뒤집어졌다. 그런 가운데 그 차는 굉음과 함께 바퀴가 여전히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으윽!”

그때 나는 충돌 때 내 차 안에서 터진 에어백을 치우고 운전석의 안전벨트를 풀었다.

경호차량이지만 미국에서도 단연코 최고 수준의 차로 렌트한 덕에, 내가 탄 차의 차체는 들이 박은 앞부분을 제외하고 나면 크게 손상을 입은 곳은 없어보였다. 그 말은 곧 그 차 안에 사람도 그리 큰 데미지를 입지 않았다는 소리였고.

그걸 증명하듯 나는 가볍게 허리와 목을 풀면서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내 눈앞에 뒤집어져 있는 차체로 다가가자, 운전석에 그 놈이 의식을 잃은 채 축 늘어져 있었다. 보아하니 안전벨트도 차고 있지 않았다.

“쯧쯧....”

혀를 차며 바로 녀석이 살아있는지 목에 경동맥부터 짚어봤는데, 다행인지 맥박이 힘차게 뛰고 있었다.

“휴우....”

안도의 한숨과 함께 나는 그 차의 운전석 문을 열었다.

달칵!

그리고 벨트를 매지 않고 있는 녀석을 손쉽게 밖으로 끄집어낸 다음 녀석을 내 어깨에 들쳐 멨다.

“읏차!”

그리곤 내 차 쪽으로 걸어가면서 트렁크를 열고 그 안에 녀석을 넣은 다음 트렁크 문을 닫았다. 그때 문대식이 직접 차를 몰고 달려와 내 차 옆에 차를 대고는 허겁지겁 차에서 내려서 내게 물었다.

“대표님. 괜찮으십니까?”

나는 대답 대신 그 놈을 트렁크에 실은 차의 차키를 문대식에게 던지며 말했다.

“트렁크 안에 그 새끼 있으니까 어디 조용한 곳에 데려 다 놔.”

그리곤 문대식이 타고 온 차로 가서 그 차 운전석에 탔다. 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차를 정차시키고 급하게 차에서 내린 문대식. 그래서 나는 그 차를 몰고 사고가 난 현장으로 돌아갔고 거기서 타미라를 만났다.

한데 그녀와는 제대로 얘기도 나누지 못하고 그녀에게 내가 타고 온 차를 뺏겼다. 그리고 귀찮은 경찰들을 상대해야 했고. 물론 내 전화 한통에 삼명전자 뉴욕 지사장이 변호사들을 줄줄이 대동하고 나타나서 내 대신 경찰들을 상대했지만. 어쨌든 오늘 오전의 내 일정이 꼬여버렸다. 경찰청에 발목 잡힌 채 말이다.

* * *

뉴욕의 번화가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 번화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뉴욕 시내에서 차량 연쇄추돌과 총기 난사 사태가 벌어졌다. 그렇다보니 뉴욕 경찰에서 제법 강경하게 나를 조사하려 들었다. 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권력의 도움을 받았다. 바로 안소니 상원의원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그렇게 차기 뉴욕 시장이 유력한 안소니 상원의원이 나서주자, 그제야 뉴욕 경찰이 아차 싶었던지 나를 풀어주었다.

뭐 어쨌든 오전 내내 뉴욕 경찰청에 붙들려 있었지만. 안소니 상원의원이 나서주지 않았다면 아마 오후, 심하면 내일까지 뉴욕 경찰청에 잡혀 있어야 했을지 몰랐다.

“죄, 죄송합니다.”

경찰청 앞에서 내게 직각으로 허리를 굽히는 삼명전자 뉴욕 지사장. 그에게 현지 고문 변호사비로 얼마나 들어가는 지 묻고 난 나는 싸늘하게 그에게 말했다.

“변호사들 다 바꿔요. 그리고 자문 료 절반으로 삭감하고.”

나 하나 제대로 빼내지 못하는 현지 변호사들. 한데 그들에게 1년에 500만 달러가 넘게 자문 료가 들어가고 있었다. 능력도 인맥도 없는 그런 허접한 변호사들에게 그만한 돈이 들어가는 건 흡사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거나 다름없었다.

“네.”

한국말로 했기에 뉴욕 지사장 뒤에 서 있는 변호사들은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한 채 떨떠름한 얼굴로 멀뚱히 서 있었다. 지금 막 그들에게 있어 제법 큰 호구 클라이언트 하나가 떨어져 나간 것도 모르고 말이다.

나는 그 길로 곧장 타미라가 지금 있는 뉴욕 닉스의 구단 사무실로 향했다. 그 사고 후에도 뉴욕 시티FC의 구단 사무실로 출근했던 타미라. 그녀는 점심식사 후 뉴욕 닉스의 구단 사무실로 옮겨가서 거기 일을 챙기고 있었다.

“고마워.”

나를 보자마자 그녀가 한 말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내가 물었다.

“몸을 괜찮은 거 맞아?”

그래도 차에 들이 받혔는데 타미라는 괜찮다며 평소처럼 일을 해 나가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걱정이 돼서 물었는데 ,그녀가 싱긋 웃으며 두 팔을 좌우로 벌려 자신의 건장함을 내게 보여주면서 말했다.

“끄떡없으니까 걱정일랑 접어두셔.”

그런 그녀에게 내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래 보이네. 근데 그 놈을 어떡할래?”

“그 놈?”

“너를 차로 친 놈 말이야.”

“설마....잡았어?”

갑자기 눈에 이채를 띠며 내게 묻는 타미라.

“당연하지.”

나는 굳이 그 놈을 내가 직접, 그녀가 당한 방식 그대로 사로잡았다는 건 말하지 않았다. 내 자랑 같았고 또 내가 어떻게 녀석을 잡았는지 그걸 일일이 그녀에게 설명하는 것도 번거로웠고 말이다. 다행히 타미라는 녀석을 어떻게 잡았는지에 대해서 내게 꼬치꼬치 캐묻지 않았다.

“어디 있어. 그 새끼?”

“보려고?”

“봐야지. 나를 죽이려 한 놈인데. 잠깐만.”

그 말 후 타미라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이후 자신의 스케줄을 줄줄이 취소 시켰다. 그리곤 내 앞으로 다가와서 말했다.

“가자.”

“어?”

“그 새끼 보러 가자고. 앞장 서.”

나는 그렇게 타미라에게 등 떠밀려서 오늘 아침 댓바람부터 그녀를 죽이려 한 녀석을 보러 뉴욕 닉스 구단 사무실을 나섰다.

* * *

내 지시대로 문대식은 뉴욕 외곽의 한 폐 공장에다가 그 녀석을 잡아두고 있었다. 나는 타미라와 같은 차를 타고 그쪽으로 향했다. 거기로 하는 동안 나는 타미라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대화는 중간 중간 끊겼다. 왜냐하면 그녀에게 걸려 온 전화 때문에 말이다.

말이 스케줄 취소지 그녀는 이동 중에도 일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하자 타미라는 핸드폰 전원을 껐다. 그리고 나와 같이 폐 공장 안으로 들어갔고 잠시 후 내가 폐 공장 안에서 나오면서 그 안에는 타미라와 그 새끼만 남게 되었다.

“가자.”

그리고 그곳을 빠져 나올 때 밝은 내 귀에 그 새끼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보통 사람은 들리지 않을 소음이었지만 개 특성이 이제 10차까지 업그레이드 중인 내 귀에는 또렷하게 들려왔다. 하지만 그 소음도 나를 태운 차가 폐 공장에서 멀어지면서 더는 들리지 않았다.

“뭐....알아서 하겠지.”

킬러인 타미라였다. 아마 고문에도 자신이 있으니 나보고 가라고 한 걸 테고. 나는 더는 그녀와 그 새끼에게서 신경을 끄고 호텔로 향했다.

내가 묵고 있는 호텔의 로얄 스위트 룸으로 들어가자, 김 비서가 쌍심지를 켜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

그런 그녀에게 내가 퉁명스럽게 대꾸하자....그녀가 사납게 말로 나를 쪼아댔다.

“아침에 그렇게 나가고....경찰청에 있다는데 내가 걱정 안하게 됐어요?”

물론 그녀는 오후에 내가 경찰청을 나온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경찰청에서 나와서 무얼하다 이제야 호텔로 돌아왔는지 김 비서에게 말하지 않았다. 막말로 김 비서가 내 상관도 아니고 말이다. 물론 그녀가 내 여자이긴 맞지만 그렇다고 내가 뭘 하고 다니는지 그녀에게 일일이 보고하는 건 좀 아니지 싶었다. 그건 하고 싶으면 하고 살기로 한 내 신조와 어째 맞지 않는 거 같기도 했고 말이다. 김 비서도 내게 그렇게까지 상세한 얘기를 듣는 건 바라지 않는 모양이었다.

“씻어요. 저녁은 내가 한식으로다가 알아서 시켜 놓을 테니까.”

역시 김 비서. 내가 지금 한식, 그 중에서도 얼큰한 게 당기는 걸 눈치 차린 거 같았다. 그때 김 비서의 말이 이어졌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반응했다.

“얼큰하게 소고기 육개장 어때요?”

“소고기 육개장? 그게 돼?”

“되니까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거죠. 알아보니 뉴욕 한인 타운 맛집 중에 요즘 소고기 육개장이 핫 하다더라고요. 그래서 거기 직접 연락해 보니 배달도 된다기에 그때 주문해뒀고....곧 올 시간이에요. 그러니 빨리 씻고 나오기나 해요.”

“알았어.”

나는 곧장 내 방으로 들어갔고 훌훌 옷을 벗고 내 방 욕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구석구석 몸을 깨끗하게 씻고 새 옷으로 갈아 입은 다음, 로얄 스위트룸의 거실용 공간으로 나오자....

“오오....”

맛있는 냄새가 이미 그곳을 장악하고 있었다. 내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그 냄새를 쫓아 주방 공간으로 향했고 거기 식탁에 김 비서가 주문한 한식이 그녀의 손길에 차려지고 있었다.

“거기 앉으세요.”

김 비서가 자리를 권했고 내가 그 자리에 앉자 김 비서가 내 앞에 밥과 국을 놓고 숟가락, 젓가락을 건넸다. 나는 숟가락을 받자마자 한국식 투박한 뚝배기 그릇에 담긴 육개장 국물부터 맛을 봤다.

“....크으으으!”

바로 얼큰한 맛에 내 입에서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칼칼한 국물이 생각났었는데 그걸 충분히 만족시키고도 남았다. 거기에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맛까지 나는 게, 한국에서도 흔치 않는 제대로 된 육개장 맛이었다. 미국에서 이런 육개장을 먹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는데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김 비서가 말했다.

“알아보니 한국에서 놀러 온 친척이 특별히 소고기 육개장 하나만 끓인다더라고요. 그 친척 다음 주에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 거기 주인장이 저보고 있을 때 많이 시켜먹으라 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저도 곧 한국에 갈 거라서 그럴 필요 없다고 말이죠.”

역시나 미국에서 맛 볼 수 있는 육개장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육개장이 든 뚝배기에 밥을 말았다. 그리고 후루룩 맛있게 한 뚝배기 금세 비워냈다.

* * *

한식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내가 디저트로 김 비서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을 때였다.

“쥬리!”

“어머! 아이스크림 먹고 있었네?”

평소보다 쥬리가 일찍 퇴근했고 우리의 디저트 타임에 쥬리가 끼었다.

“와아! 민트초코다.”

“헉! 설마 쥬리. 너 민트파?”

“킴. 너도?”

갑자기 아이스크림 먹다가 쥬리와 김 비서가 의기투합했다. 나는 치약 맛 나는 민트가 별론데 말이다. 어쨌든 둘이 오늘 점심에도 별 다방의 민트 초코 콜드 블루를 마셨다며 뭐가 그리 좋은지 재잘 거릴 때 타미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그녀에게서 향수와 함께 피 냄새가 훅하니 풍겨왔다.

보아하니 피가 튄 옷도 싹 갈아입고 향수까지 뿌린 듯 했지만 그녀에게서 나는 짙은 피 냄새만큼은 잡지 못한 모양이었다. 물론 나 말고 다른 두 여자, 쥬리와 김 비서는 그 피 냄새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했지만. 눈치 빠른 타미라는 내가 자신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리자 바로 말했다.

“나 먼저 씻고 나올게.”

그렇게 알아서 자기 방으로 들어간 타미라. 그녀는 그 방 욕실에서 몸을 깨끗이 씻었다. 그리고 나온 그녀에게서 그래도 옅은 피 냄새가 풍겨왔다. 그 만큼 그녀가 혹독하게 그 새끼에게 고문을 가했음을 나는 지례 짐작할 수 있었다.

“식사는?”

“....”

내 물음에 절레절레 고개를 내 젓는 타미라. 하긴 그렇게 다른 사람의 피를 보고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면 그게 어디 사람이겠나? 그래도 먹어야 사니 나는 그녀에게 목으로 잘 넘어갈 부드러운 스프와 빵을 룸 서비스로 시켜주었다. 근데 그걸 먹고 난 타미라가 식욕이 폭발하면서 스테이크와 스파게티를 더 시켜 먹는 걸 보고 내가 혀를 내두르자 타미라가 말했다.

“이거 다 먹고 나랑 얘기 좀 해.”

피를 본 그녀가 내게 할 말이 뭐겠나? 나는 알았다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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