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869화 (867/921)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현재 이곳 미국에서 나는 3가지 일을 병행해 나가고 있었다.

하나는 삼명그룹 부회장으로서 미국 지사를 총괄하며 무역 전쟁을 지휘하는 일이었고, 또 하나는 내 사업, 즉 미국 내 투자 사업을 이끌어 나가는 일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쩔 수 없이 인수한 스포츠 구단 때문에 선수 생활을 해 나가고 있었다.

며칠 전에야 축구 선수 노릇을 하다가 겨우 끝냈는데, 오늘 아침 타미라로 부터 부탁이 있어 또 선수 생활을 해야 할 거 같았다. NBA 뉴욕 닉스의 구단주이기도 했던 나로서는 그녀의 그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었다.

“하아. 알았어. 하지만 딱 세 경기야!”

“그럼. 나 약속은 칼 같이 지켜. 그럼 오늘 당장 NBA사무처에 너의 선수 등록을 할게.”

뉴욕 닉스는 올해 성적이 저조해서 NBA파이널에 오르는 건 실패했다. NBA 애틀랜틱 디비전(Atlantic Division)에서도 꼴찌를 겨우 모면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NBA에서 파이널 경기 전에 관객 몰이 형태로 NBA구단끼리의 이벤트 성격의 친선 경기를 치르기로 했단다. 그 친선 경기에 뉴욕 닉스가 3경기를 뛰게 되었고.

뉴욕 닉스의 운영 팀장이었던 타미라가 그 친성 경기 유치에 상당히 공을 들였고, 다행히 성공을 했는데 문제는 뉴욕 닉스 선수들이 과연 제대로 된 경기를 뛰어 주는 가였다.

당장 감독부터 그 경기에 뛰는 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나?

결국 타미라가 믿을 사람은 나뿐이었고, 나는 그 친선 경기를 통해 앞으로 뉴욕 닉스가 얻게 될 낙수효과를 타미라로 부터 세뇌, 아니 설득 당했고, 결국 선수로 뉴욕 닉스에서 뛰기로 한 것이다.

당연히 그런 귀찮은 짓은 뉴욕 시티FC에서 선수로 뛰는 것으로 충분했던 나는 타미라의 부탁을 정중히 거절했었다. 그랬더니....

“뉴욕 시티FC는 되고 뉴욕 닉스는 안 된다는 거야?”

타미라의 그 말에 나는 내가 보유한 구단에 대한 형평성 문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뉴욕 닉스에서 농구 선수로 뛸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모든 것이 앞서 말한 타미라의 세뇌, 아니 설득도 충분히 감안을 한 결정이었고.

“하아....”

그렇게 타미라가 자신의 목적을 성취하고 웃는 얼굴로 출근하는 걸 보고서 내 입에서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때 김 비서가 그런 나를 보고 피식 거리며 말했다.

“이제는 축구 선수에서 농구 선수로 변신을 하는 건가요?”

“....”

김 비서의 그 물음에 나는 대답대신 찌푸린 얼굴로 그녀를 째려봤다. 하지만 김 비서는 그런 내가 귀엽다며 잼을 바른 바게트를 입속에 넣고 오물거렸다. 졸지에 NBA에서 농구 선수로 뛰게 생긴 나는 축구 선수의 몸에서, 농구 선수의 몸으로 바꾸기 위한 트레이닝부터 당장 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축구 천재 호세 가르시아에서 농구 천재 드라코 블룸의 능력으로 갈아타야 할 거고 말이다. 그때였다.

“뭐?”

시스템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 울려왔고,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벌떡 아침 식사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표님. 왜 그러세요?”

그런 나를 식탁 맞은편에 앉아 있던 김 비서가 놀란 토끼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김 비서에게 뭐라 대답을 해줄 수가 없었다. 아니 그럴 시간이 없었다고 하는 게 맞을 거다.

정신없이 후다닥 식사 자리를 빠져 나온 나는, 곧장 내 방으로 달려갔고 외출복으로 갈아입자마자 그대로 로얄 스위트룸 밖으로 나갔다. 내 뒤에서 김 비서가 나에게 뭐라고 말을 했지만 내 귀에는 그 소리가 정확히 들리지 않았다.

* * *

로얄 스위트 룸 밖으로 나온 내가 빠르게 복도를 걷자, 문대식이 당황한 얼굴로 나를 보고 내 옆에 따라 붙으며 물어왔다.

“대표님. 무슨 일입니까?”

그런 그에게 나는 빠르게 말했다.

“빨리 차대기 시켜.”

내 지시에 문 팀장은 곧장 핸드폰을 꺼내서 연락을 취했고 그 사이 나는 엘리베이터 앞에 다다랐다. 나보다 먼저 움직인 경호팀원이 이미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놓은 터라 몇 초 기다리지 않아 엘리베이터문이 열렸다. 내가 그 열린 엘리베이터 안에 타자 문 팀장의 통화도 끝이 난 듯 핸드폰을 손에 들고 내 옆에 섰다. 그리고 1층 버튼을 누르며 그가 내게 또 물었다.

“어디로 가실 겁니까?”

나는 그 물음에 바로 목적지를 밝혔다.

“미드타운 사우스 쪽에서 6th로 가는 도로 중간쯤으로 가자.”

내가 생각보다 훨씬 정확한 위치를 얘기하자 문 팀장이 잠깐 이채를 띤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하지만 나는 그런 문 팀장의 시선 따위를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시스템이 내게 알려준 경고가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에.

-당신의 서양 암캐가 곧 사고로 인해 죽을 위험에 처하게 될 거 같습니다. 그 사고가 일어날 위치는 미드타운 사우스 쪽에서 6th로 가는 도로 중간쯤으로 특정되니 그녀가 크게 다치거나 죽는 일이 없게 빠르게 대처하십시오.

시스템이 말한 서양 암캐라면 쥬리와 타미라였다. 그 둘 다 지금 출근 중이었고. 하지만 사고가 일어날 위치로 봐서 타미라일 공산이 컸다. 쥬리가 일하는 갤러리는 남쪽이 아닌 서쪽에 위치한 버드랜드 쪽이었으니까.

나는 바로 호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타미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누가 여자 킬러 출신 아니랄까? 말투부터가 다른 여자와는 달리 퉁명스런 타미라였다.

“지금 어디야?”

나는 지금 출근 중에 있는, 그녀가 탄 차의 위치를 물었다. 그러자 타미라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디긴. 출근 중이니까 차안이지.

“그러니까 그 차가 어디쯤 달려가고 있냐고.”

내 목소리가 심각함을 눈치 차린 타미라. 그녀가 바로 진지해진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지금 막 미드타운 사우스 쪽에서 6th로 가는 도로에 접어들었어. 근데 왜 그래?

“곧 사고가 날 거야.”

-사고?

“어. 몇 분 안에. 지금 그쪽으로 가니까 안전벨트 안 메고 있으면 메고. 알아서 대비 좀 해.”

다른 여자 같았으면 좀 더 많은 얘기를 해줬을 거다. 하지만 지금 내가 통화하고 있는 여자는 현직 킬러 출신이다. 나보다 지금 자신이 처한 위급 상황에서 더 확실한 대비를 할 수 있는 능력자였다. 그런 그녀에게 지금으로서는 길게 통화하는 거 자체가 민폐인 셈. 나는 그렇게 말하고 타미라와 통화를 끝냈다.

* * *

출근길 타미라는 기분이 좋았다. 왜냐하면 그녀가 맡고 있는 뉴욕의 두 구단 중 한 곳인 뉴욕 닉스의 리빌딩 작업이 탄력을 받게 생겼으니 말이다.

“준열이 그렇게 농구를 잘한다니....”

그가 뉴욕 시티FC에서 보여 준 활약만큼만 뉴욕 닉스에서 보여 준다면, 뉴욕의 농구팬들에게 홈 팀 뉴욕 닉스의 예전 모습을 분명 되살려 줄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 끼는 금방 사라졌다.

“뉴욕 시티FC의 새로운 감독 인선과 선수 영입이 문제인데....”

하나의 난제를 해결하고 나니 또 새로운 난제가 그녀를 골치 아프게 만들었다. 그걸 두고 차 안에서 한창 고민 중이었던 타미라. 그런 그녀의 핸드백 속에서 핸드폰 소리가 울렸다.

“누구지?”

혹시 구단에 문제가 생겼나 싶어 재빨리 핸드백에서 핸드폰을 꺼낸 타미라. 하지만 확인하니 준열이었다. 그녀는 짧게 안도의 한숨을 내 쉰 뒤 준열의 전화를 받았다. 그랬는데....

“사고라고?”

준열과 통화 후 타미라는 자신이 타고 있던 차 뒤 좌석에 풀려 있는 안전벨트를 멨다. 그리고 운전석의 기사에게 말했다.

“차 속도 줄여요. 빨리!”

타미라의 지시에 운전석의 기사가 브레이크를 밟으며 달리던 차의 속도를 현저히 줄였다. 바로 그때였다.

콰앙!

갑자기 건물 사이 협소한 도로 사이에서 튀어나온 차가 타미라가 탄 차의 옆을 들이받았다. 그 충격에 타미라의 몸이 옆으로 튕겨나가려다가 안전벨트에 붙잡혀 제자리로 돌아왔고 재차 뒤쪽에서 충격이 가해져 왔다.

부딪친 차량이 옆 차선으로 넘어가면서 뒤쪽에서 달려오던 차에 부딪친 것. 덕분에 앞으로 쏠렸던 몸이 또 안전벨트에 붙잡혀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때였다. 제일 먼저 타미라가 탄 차의 옆구리를 들이 받았던 차량. 그 차에서 선글라스를 낀 검은 점퍼 차림의 남자가 운전석에서 내리더니 타미라가 탄 차로 걸어 오는 게 보였다. 그런데 그 자가 뒤춤에서 권총을 꺼내는 게 보였다. 권총은 아예 소음기가 장착 되어 있었고 그 총구가 타미라가 타고 있는 차의 뒷좌석의 깨진 유리창을 향했다.

“젠장....”

타미라는 잽싸게 안전벨트를 풀고 차 뒤쪽 시트 밑으로 몸을 던졌다.

피슝! 피슝! 피슝! 피슝!

네 발의 총알이 깨진 차 유리 창 사이로 정확히 날아왔다. 만약 타미라가 안전벨트를 메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면 그녀의 머리와 상체에 네 발의 총알이 박혔을 터였다. 그 정도로 정확히 권총을 쏜다는 건 상대가 전문가라는 얘기.

타미라는 자기 머리 위를 스치는 그 네발의 총알을 피하면서 앞으로 기어 반대 쪽 자동차 문을 열었다. 그걸 본 듯 타미라가 탄 차량 쪽으로 달려오는 권총 든 남자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하지만 타미라는 그 사이 타고 있던 차 밖으로 나갔고 허리를 굽힌 채 빠르게 앞쪽으로 뛰었다.

피슝! 티앙! 티잉! 피슝!

그런 그녀에게 총탄이 날아들었다. 첫 발과 끝 발이 타미라의 귀와 어깨를 스쳤고 중간의 두 발은 타미라의 앞쪽 차량에 맞으며 그 차의 차체에 구멍 두 개를 만들었다. 어째든 타미라는 무사했고 상대로부터 족히 10미터 이상은 떨어졌다. 그때였다.

탕! 탕! 탕! 탕! 탕!

총성이 일었다. 그 소리에 타미라가 몸을 숨긴 체 뒤를 살폈다. 그랬더니 자신을 향해 총을 쏴대던 자와 준열의 경호팀원들이 교전을 벌이는 게 보였다. 준열의 경호팀원들은 5명이었고 뒤에서 더 많은 자들이 권총을 들고 이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이 적절한 간격을 두고 빙둘러 오는 게 딱 봐도 포위하려는 움직임이자, 그걸 눈치 차린 타미라를 죽이려 든 자가 자신의 차 쪽으로 움직이더니 그 차를 타고 현장을 빠져 나가려 들었다.

탕! 탕! 탕! 탕!

그 차를 향해 준열의 경호팀원들이 화망을 집중했는데....

쿵! 쾅! 부아아앙!

그 차는 주위 자량과 몇 차례 충돌 후 자신이 튀어나온 건물 사이 협소한 도로로 차를 몰아들어갔고, 그 뒤를 준열의 경호팀원들이 탄 차가 추격에 나섰다. 그때였다.

“괜찮아?”

언제 나타났는지 타미라 옆에 나타난 준열이 그녀에게 물었고 움찔 놀란 타미라가 잠시 빤히 준열을 쳐다보다가 대답했다.

“괜찮지 그럼. 온다더니 빨리도 왔네.”

“당연하지. 네가 다치는 꼴을 내가 어떻게 봐.”

“....”

준열의 그 대답에 타미라는 한동안 말없이 그를 쳐다다가, 갑자기 달려들어 그를 와락 끌어안으며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거칠게 포갰다.

“....우웁....웁....”

그렇게 열정적으로 준열과 키스 후 그녀가 준열에게 손을 내밀었다.

“뭐?”

그 손을 보고 준열이 어리둥절해 하자 타미라가 버럭 소리치며 말했다.

“차키 달라고. 나 늦었어. 빨리 가 봐야 해.”

준열은 그런 타미라를 보고 기가 차 하다가 자신이 타고 온 차를 타미라에게 내 주었다. 그렇게 타미라를 보내고 나서 준열은 뒤늦게 나타난 시끄럽게 거추장스러운 존재들, 뉴욕 경찰들을 상대해야만 했다.

* * *

부르가 용병단의 단장 카이클. 그가 죽은 자신의 동생과 용병단원들의 복수를 위해서 아프카니스탄에 있는 자신의 용병단에 지원을 요청했을 때였다. 그 말고 또 다른 사람이 타미라를 알아봤다.

그는 카이클을 뉴욕으로 부른 미국 동부 최대 범죄조직의 보스 아놀드 바르시니 밑에 조직의 중간 간부인 멘시니였다.

이탈리아인 부친과 미국인 모친 사이에 태어난 멘시니는 사실 마피아 조직에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패밀리 개념의 마피아 조직에서는 혼혈인 그를 거부했고 어쩔 수 없이 아놀드 바르시니 밑에 들어가서 조직원으로 활약하던 그는 보스인 아놀드 바르시니의 눈에 띠어 중간 간부가 되었다.

그런 그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누구를 닮은 건지 어른도 되기 전에 살인까지 저지르며 악명을 떨쳤다. 그런 아들이 어느 날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 되었고 누구 짓인지 알아내려고 혈안이 된 멘시니. 그가 그 동안 조직에 몸담으며 모아 온 돈을 전부 다 쓰고 나자 겨우 알아 낼 수 있었다. 흉수는 바로 미국 내에서 활약하는 전문 킬러 중 여자 킬러.

그년이 사람을 죽일 때 스타일이 아들이 죽었을 때 모습과 대부분 일치를 했던 것이다.

멘시니의 아들인 조르지오는 변태성향이 강했고 여자를 거칠게 다뤘다. 실제 녀석 때문에 죽은 여자도 있었다고 들었다. 그 때문일까? 누군가 킬러를 고용했고 그 킬러에게 당한 것이다.

당시 조르지오는 남근이 잘리고 온몸이 칼에 난자당한 채 죽었다. 그 잘린 남근은 입에 물고 말이다.

근데 여자 킬러가 종종 그런 식으로 사람을 죽여 온 사실을, 멘시니가 거금을 들여서 뉴욕 경찰에게서 알아 낸 것.

“그년이 틀림없어.”

문제는 그 여자 킬러 짓이라 확신이 들었건만 정작 그 여자 킬러가 누군지 모른 다는 것. 해서 멘시니는 자기 사는 집까지 팔았고, 그 돈으로 뉴욕 경찰에게 그 여자 킬러의 사진을 한 장 받을 수 있었다.

“반드시 찾고 만다.”

그러나 넓은 미국에서 사진 한 장으로 찾기란 모래 사장에서 바늘 찾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그렇게 찾기는 했지만 1년 넘게 여자 킬러를 찾는데 실패 중이었던 멘시니.

“찾았다.”

그런 그의 손에 아침 일간 신문이 들려 있었고, 그 신문 일면을 장식하고 있는 환하게 웃고 있는 금발 미인. 그 금발 미인과 자신의 아들을 무참히 죽인 그 여자 킬러의 사진 속 모습은 완전 판박이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