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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862화 (8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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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아앗!”

그런데 준열이 너무도 간단히 뎀벨레를 돌파 해 버렸다.

“스톱 앤 턴(Stop ans Turn)?”

화려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쉽지 않은 드리블 동작으로 말이다. 준열은 앞서처럼 양발 드리블을 한 것처럼 보였지만, 왼쪽 발로 공을 멈춘 뒤 오른쪽 뒤로 뺐다. 그게 바로 스톱 앤 턴으로, 이건 기술이라기보다 드리블 과정이라고 봐야 했다.

스톱 앤 턴은 왼쪽 발로 수비수 사각으로 공을 보내기 때문에 제대로 먹혀들면, 이렇게 상대 수비수가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파파파팟!

하지만 뎀베레는 준열의 드리블을 보고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준열이 그 뒤 파죽지세로 DC 유나이티드 진영을 꿰뚫고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말이다.

“어딜....”

당연히 준열이 드리블을 치고 들어가는 걸 보고 다른 DC 유나이티드 선수가 그의 앞을 가로 막았다.

휙! 파팟!

하지만 준열의 간결한 인사이드 드리블에 DC 유나이티드 선수는 넋 놓고 맥없이 뚫렸다.

“어엇!”

준열은 그 DC 유나이티드 선수가 눈 깜짝 할 사이 그 옆을 스쳐 지나갔다. 물론 공은 준열의 발에 그대로 있었고 말이다.

툭! 툭!

준열은 그 공을 앞으로 차 놓고 또 다시 뛰기 시작했다. 이번엔 DC 유나이티드 선수 둘이 준열을 막아섰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파팟! 팟! 파파팟!

준열의 현란한 드리블에 이은 페인팅 동작에 DC 유나이티드 선수 둘이 맥없이 농락당하고 젖혀졌다. 준열은 그 둘을 돌파하고 페널티에어리어 안으로 유유히 진입해 들어갔다. 그리고 한 명 더 제쳐냈다. 그런데 그 선수가 바로 DC 유나이티드의 주장이며 센터백인 클린턴이었다.

“제기랄....”

준열은 마르세유 턴으로 클린턴마저 가볍게 벗겨 낸 뒤 클린턴이 다급히 내 뻗은 손은 피해서는 그대로 골대를 향해 강하게 슈팅을 날렸다.

뻐엉!

DC 유나이티드 골키퍼가 떡하니 골대를 지키고 있었지만 과감히 한 가운데로 찼다.

쐐애애애액!

준열의 대포 슛을 DC 유나이티드 골키퍼가 막으려 팔을 뻗었을 때 그 공은 벌써 골키퍼의 얼굴 앞에 와 있었다. DC 유나이티드 골키퍼는 예상 밖의 빠른 공의 속도에 놀라 그만 질끈 두 눈을 감았고, 그 사이 공이 골키퍼의 귀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골망을 갈랐다.

철썩!

“우와아아아아!”

그 골 만큼은 뉴욕 시티FC 선수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환호성을 내지르며 일제히 준열에게로 몰려들었다.

무려 70미터를 혼자서 드리블 한 뒤 터트린 골이었다. DC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그런 준열을 막아내지 못했고.

이 한 번의 플레이로 준열은 자신과 DC 유나이티드 선수들의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를 일깨워 주었다.

“헐! 이거야 원....”

“Fuck! 완전 잘하네.”

“아주 우릴 가지고 노네. 놀아.”

당연히 DC 유나이티드 선수들의 기세는 그걸로 확 꺾여버렸다.

* * *

“젠장....”

DC 유나이티드 주장 클리턴. 그는 충분히 4대 3으로 역전 된 스코어를 4대 4로 만들 수 있을 거로 봤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팀원들을 독려했고, 그 결과 금방이라도 골이 터질 거 같았다. 그런데....

“저, 저놈 때문에....”

후반에 교체해 들어와서 채 절반도 지나지 않아 동점에 이어 역전까지 이뤄 낸 저 백이라는 자는, 단지 골만 잘 넣는 게 아니었다. 축구 전반에 걸쳐서 맹활약을 선보였는데 그 중 특히 길목에서 패스를 끊거나 패스 받은 선수에게 들러붙어서 공을 뺏어내는 걸 잘 했다.

좀 전만 해도 그렇다. 뎀벨레가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공격수에게 킬러 패스를 찔러 넣었는데 그걸 저 백이란 놈이 차단했다. 물론 백이 측면으로 찬 롱 볼을 뉴욕 시티FC의 측면 윙어가 제대로 볼 컨트롤을 하지 못한 탓에 시간을 끌었고, 그 사이 클린턴의 동료 풀백이 달려들어서 공을 뺏어 냈기 망정이지....그대로 측면이 또 뚫렸다면 위험한 순간을 맞았을지 몰랐다.

“빨리 올라가.”

뭐 어째든 클린턴은 동료 DC 유나이티드 선수들을 독촉하며 DC 유나이티드 공격을 이끌었다. 센터백인 그가 직접 공을 몰아서 하프라인을 넘었고, 나름 적진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한 채 기다리는 전방의 공격수를 향해 한 번에 공을 넘겼다.

파앗!

하지만 동료 공격수가 있는 거기에 언제 나타났는지 준열이 보였다. 순간 그쪽으로 패스한 클린턴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휙!

그 공격수보다 족히 머리 하나 더 높이 점프한 준열의 헤더에 맞아, 클린턴이 패스한 공은 아쉽게 터치라인 밖으로 나갔다.

시간이 없었던 터라 그 공을 잡은 DC 유나이티드 선수가 바로 스로인을 하고 또 그 공을 받은 DC 유나이티드의 미드필더가 어떡하든 공격수에게 연결하려고 했지만, 역전에 추가골까지 넣은 뒤 뉴욕 시티FC 선수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더 적극적으로 DC 유나이티드 선수들을 압박하면서 도저히 전진 패스를 할 수 없게 된 DC 유나이티드의 미드필더는 결국 공을 뒤로 찼다. 그 공을 받은 센터백 클린턴. 그의 눈빛이 갑자기 번쩍였고, 동시에 그의 발이 강하게 전방을 향해 공을 찼다. 그리고 그 공은 DC 유나이티드에서 가장 발재간이 뛰어난 중앙미드필더 뎀벨레의 앞가슴에 정확히 전달되었다.

턱!

앞가슴으로 능숙하게 볼트래핑 후 공에 발을 가져간 뎀벨레. 팀의 갑갑한 공격 전개에 뎀벨레는 스스로 측면으로 움직였고 이렇게 측면 윙어 노릇을 자청하고 있었다.

파파파팟!

뎀벨레가 빠르게 공을 몰아 측면을 돌파해 들어가자, 그걸 보고 DC 유나이티드 공격수들이 일제히 페널티박스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때 백준열이 뎀베레를 막기 위해 움직였다.

“쳇!”

준열을 본 뎀벨레가 얼굴을 굳히며 감히 준열을 뚫을 생각은 하지 못하고 공을 옆으로 찼다. 그러자 그 패스를 받은 클린턴이 저돌적으로 페널티박스 안으로 치고 들어갔다. 이에 뉴욕 시티FC 수비수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클린턴에게로 쏠렸다.

“잭슨!”

뉴욕 시티FC 골키퍼가 소리칠 때 뉴욕시티 FC의 센터백이자 주장이기도 한 잭슨은, 이미 점점 안쪽으로 들어오는 클린턴을 확인하고 몸을 날리고 있었다.

그렇게 클린턴이 페널티박스 안으로 저돌적으로 밀고 들어오자, 뎀벨레를 마크하고 있던 뉴욕 시티FC 수비수가 협력 수비 차원에서 잭슨 쪽으로 움직였고, 그 순간 노련한 뎀벨레가 더 기민하게 옆으로 이동하며 패스 받을 공간을 확보했다.

클린턴은 그런 뎀벨레에게 바로 공을 찔러 넣었고, 뎀벨레가 그 공을 잡지 않고 바로 슈팅을 때리려 할 때였다.

툭!

그보다 간발의 차이로 누군가가 먼저 그 공을 건드렸고, 그로 인해 공의 방향이 틀어지면서 허공에다가 냅다 헛발질을 하고 만 뎀벨레.

뻥!

그 사이 뉴욕 시티FC의 센터백 잭슨이 그 공을 좌측면 터치라인 쪽으로 걷어내 버렸다. 그리곤 뎀벨레 옆에 서 있던 동료에게 다가가서 그 동료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외쳤다.

“백! 잘했어!”

* * *

위기 뒤에 찬스가 오는 법. 실점한 뉴욕 시티FC의 킥오프로 후반전 경기가 재개 되었다. 스트라이커 마이클이 수비에 가담했다가 공격하러 올라가는 길에 준열에게 공을 넘겼다. 그리고 다른 뉴욕 시티FC 선수들과 같이 DC 유나이티드 진영으로 밀고 올라갔다. 그러자 DC 유나이티드 수비수가 각각 한 명씩 그들을 커버했는데, 순간 준열의 눈이 반짝 빛났다.

“후후후....”

그리고 이 사이로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고 동시에 준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툭! 툭! 투욱!

준열이 직접 공을 몰아 하프 라인을 넘어 오자 필드의 DC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다들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뭐해? 빨리 막아!”

그런 그들 사이에서 DC 유나이티드 주장 완장을 찬 선수, 클린턴이 버럭 소리쳤다.

주장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인지 아니면 준열에게 겁을 집어 먹어서인지 모르지만, DC 유나이티드 주장 클린턴의 외침에 근처 DC 유나이티드 미드필더들이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앞쪽과 옆에서 DC 유나이티드 공격수들이 협력해서 준열을 압박해 들어왔고.

파파팟!

하지만 그들이 움직일 때 준열 역시 움직였다. 그 결과 준열 전면의 DC 유나이티드 중앙 미드필더 뎀벨레가 제일 먼저 그와 부딪쳤다.

“헉!”

그러나 분명 부딪쳤는데 준열은 뎀벨레를 살짝 벗겨 내고 계속 앞으로 돌파를 해 나가고 있었다. 그 만큼 준열의 움직임이 빨랐던 것이다.

“못 막으면 붙잡기라도 해!”

준열이 뎀베레를 통과해서 단숨에 페널티 박스 앞까지 쭉 밀고 들어가는 걸 보고, 뒤쪽에서 DC 유나이티드 공격수가 버럭 소리쳤다. 그 소리를 들은 DC 유나이티드 수비들이 진짜 준열을 붙잡을 기세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준열은 자신을 잡으려드는 DC 유나이티드 수비수들을 지그재그로 공을 꺾어 방향을 틀어가며 잘도 피해내고는 슈팅을 때렸다.

뻐엉!

준열이 찬 공은 빨랫줄처럼 쭉 뻗어나갔다. 그 뻗어 나가는 각도만 보면 골대를 벗어 날 거 같았다. 그래서 뒤에서 그 슈팅을 본 DC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다들 안도해 할 때였다.

슈욱!

골대 위를 통과 할 거 같아 보였던 공이 갑자기 뚝 떨어져 내렸고 그대로 골포스트 구석으로 들어가더니 골망을 갈랐다.

철썩!

“우와아아아!”

준열의 돌파에 이은 슈팅으로 간단히 한 골을 만회한 뉴욕 시티FC 벤치에서 함성이 일었다. 그 함성 중 가장 큰 소리는 단연 뉴욕 시티FC 임시 감독 데이빗이 내질렀다.

“그렇지. 이게 백이지. 크하하하.”

데이빗의 그 웃음에 옆 벤치의 DC 유나이티드 닉 감독의 얼굴이 흉살악신처럼 일그러졌다. 그리고 벤치에서 몸을 일으켜서 터치라인으로 다가가서 경기장 안의 DC 유나이티드 선수들을 향해 외쳤다.

“빨리 킥오프하고 최대한 라인 끌어 올려. 이대로 강등 당할 거야? 어?”

완전 신경질적인 닉 감독의 그 외침에 정작 경기장 안의 DC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시무룩한 반응만 보일 뿐, 닉 감독의 지시대로 빨리 움직이지 않았다. 하긴 이미 스코어가 세 골 차로 벌어졌고 남은 시간이라고 해봐야 추가 시간까지 합쳐서 겨우 10분. 그 10분 사이에 자신들이 세 골을 넣을 역량이 되지 않는다는 건 누구보다 DC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더 잘 알았으니 말이다.

“Fuck! 끝났군.”

터치라인 밖에서 그런 DC 유나이티드 선수들의 반응을 보고 닉 감독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곤 뒤돌아 벤치로 돌아가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옆 자리의 토미 수석코치에게 말했다.

“토미. 100만 달러 날아갔다.”

그러자 토미 수석코치가 허탈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돈도 돈이지만....아무래도 저희 또 실직자 신세가 될 거 같은데요?”

“뭐?”

그게 무슨 소리냐며 토미 수석코치를 돌아보는 닉 감독. 그런 그에게 토미 수석코치가 시선을 그대로 전면, 즉 경기장에 둔 채 힘없이 말했다.

“오늘 지면 강등 확정인데....그 강등에 대한 책임을 과연 구단에서 질까요?”

“그, 그 말은....지금 DC 유나이티드가 강등의 책임을 물어 나를 경질할 거란 얘기야?”

“....”

토미 수석코치가 대답 대신 시선을 경기장의 하프라인에 두었다. 거기 패스를 받은 백준열이 또 어디로 공을 넘겨 골을 넣을지 살피고 있는 게 보였다.

“하아아....”

그걸 보고 있자니 절로 입 밖으로 긴 한숨이 흘러나오는 토미 수석코치였다.

* * *

3골 차로 이기고 있다가 3골 차로 지고 있는 현 상황이, 당연히 DC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믿기지 않았다. 즉 DC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다들 멘붕 상태에 빠져 있는데, 지독하게도 준열은 그런 DC 유나이티드의 약점을 후벼 팠다.

적극적으로 DC 유나이티드의 측면을 돌아 들어가며 돌파를 시도했고, 그런 준열을 막는 다는 건 DC 유나이티드 선수들의 역량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이....”

별수 없이 준열을 막기 위해 DC 유나이티드 최종 수비수 격인 센터백 클린턴이 움직였고, 준열은 무리하게 슈팅을 가하는 대신 빈틈으로 공을 찔러 넣었다.

“엇!”

그런 준열의 킬러 패스는 뉴욕 시티FC의 스트라이커 마이클에게로 향했고 마이클은 일체 수비의 방해도 없는 상태에서 준열의 공을 차분히 인 프런트로 다시 감아 찼다.

철썩!

마이클이 제대로 감아 찬 공에 DC 유나이티드의 골키퍼는 멍하니 서 있었다. 그가 몸을 날린다고해서 막을 수 있는 슛이 아니었던 것이다.

“와아아아아!”

뉴욕 시티FC 벤치는 그 골에 환호했고 DC 유나이티드 벤치의 닉 감독과 코칭스태프들, 그리고 DC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할 말을 잊은 채 다들 깊은 한숨만 푹푹 내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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