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861화 (85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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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후반전이 시작되고 채 10분도 되지 않아 두 골을 집어 넣은 뉴욕 시티FC.

당연히 팀의 분위기가 좋아졌고 그건 선수들이 뛰는 폼에도 영향을 미쳤다.

파팟! 툭!

전반전 내내 소극적으로 상대 앞을 막기에만 급급했던 뉴욕 시티FC의 선수들이 더 적극적으로 상대 DC 유나이티드 선수들을 압박했고 그게 먹혀들었다.

“아앗!”

패스할 곳을 찾느라 잠깐 한눈을 팔았던 DC 유나이티드의 미드필더. 그가 공을 빼앗기자 당황해서 눈앞의 상대 다리로 발을 깊게 넣었고....

“아악!”

그 발이 하필 공을 뺏은 뉴욕 시티FC 윙어의 다리를 걸어버렸다. 그 장면을 바로 근처에서 지켜본 주심이 바로 휘슬을 불면서 반칙을 선언했다.

그렇게 공격권을 다시 가져 온 뉴욕 시티FC 선수들. 그들은 이제는 한골 차로 뒤지는 상황이지만 급하지 않게 공을 돌렸고, 그 공이 당연하다는 듯 준열에게 연결 되었다.

뻥!

그러자 준열이 지체 없이 얼리 크로스를 올렸고, 그렇게 뒤쪽에서 찬 준열의 공이 다다란 곳에는 어느 새 뉴욕 시티FC의 스트라이커 마이클이 서 있었다.

“타앗!”

마이클은 크게 소리를 내지르며 아크로바틱한 자세로 공중으로 몸을 띄워서는, 준열이 찬 공을 향해 발을 휘둘렀다. 그 발에 공이 맞으면서 공의 방향이 골대 쪽으로 향했다. 공의 속도며 정확도에서 골키퍼가 막기 결코 쉽지 않은 강력한 슈팅. 하지만....

터엉!

아쉽게도 마이클의 그 슈팅은 크로스바를 맞고 골대 밖으로 튀어 나왔다. 순간 DC 유나이티드 수비수들이 골을 넣기에 혈안이 된 상대 공격수들에게, 세컨 찬스을 주지 않기 위해서 급히 그 공을 라인 밖으로 걷어냈다.

“쳇!”

그걸 보고 아쉬워하며 몸을 일으킨 마이클이 골키퍼 바로 앞쪽에 가서 섰다. 그 사이 코너킥을 차기 위해 뉴욕 시티FC의 미드필더가 코너 쪽으로 달려갔고, 잠시 후 마이클을 향해 날아 온 공이 마이클의 머리에 맞긴 했지만 방향이 좋지 못해 골라인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렇게 공격권을 잃은 뉴욕 시티FC 선수들이 뒤로 물러나는 가운데, DC 유나이티드 골키퍼가 손에 든 공을 재빨리 DC 유나이티드 센터백에게 넘기면서 DC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기민하게 뉴욕 시티FC 진영으로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비록 이기고는 있었지만 한 골차의 격차로는 DC 유나이티드 선수들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촤아아악!

그때 DC 유나이티드의 패스 기점 역할을 하던 중앙미드필더에게 공이 연결됨과 동시에, 마치 그걸 기다렸다는 듯 뉴욕 시티FC 선수의 거친 태클이 들어왔다.

“아앗!”

놀란 DC 유나이티드의 중앙미드필더는 그 태클을 피하면서 동시에 공을 뺏기고 말았다. 그렇게 적극적인 플레이로 재차 공격권을 찾아 온 뉴욕 시티FC. 하지만 DC 유나이티드도 가만있지 않았다. 사이드로 공을 몰고 가던 뉴욕 시티FC의 윙어를 마크하던 DC 유나이티드 풀백이 다소 거친 태클을 가했고, 공은 터치라인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으아악!”

그 전에 먼저 뉴욕 시티FC 윙어가 DC 유나이티드 풀백의 다리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주심이 태클을 가한 DC 유나이티드 풀백에게 빠르게 다가오는 걸 보고 다들 카드가 나올 거라 예상을 했다. 하지만....

“한 번만 더 거친 플레이를 하면 카드 나올 테니 그런 줄 알아.”

주심은 구두 경고로 끝냈고 반칙 선언조차도 하지 않았다. 그러며 빨리 스로인으로 경기를 진행하라고 뉴욕 시티FC 선수들을 재촉했다.

2대 3으로 지고 있던 뉴욕 시티FC로서는 주심에게 따지고 자실 시간조차 없었다. 뭐 어차피 따진다고 해도 한번 내 뱉은 판정을 뒤집을 주심도 아니었고.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뉴욕 시티FC 쪽에서 바로 스로인을 했고, 그 공을 받은 팀 동료 측면 미드필더가 언제 움직였는지 페널티 박스 앞쪽에 가 있던 준열에게 강하게 패스를 찔러 넣었다.

턱!

다소 투박한 그 공을 준열이 가슴으로 잘 트래핑 한 뒤 골문을 노렸다. 거리는 아까 넣은 장거리 슈팅 때보다 훨씬 가까웠다. 하지만 대 놓고 슈팅을 때릴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미 DC 유나이티드 수비수 두 명이 그의 앞을 가로 막고 있었기 때문에.

“어림없다.”

“어딜......”

준열은 살짝 미간을 좁혔다. 하지만 그의 결정을 빨랐다. 상대 수비수가 그와의 거리를 좁히는 것을 보고 바로 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툭!

왼쪽 인사이드로 터치한 공이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퍼스트 터치가 환상적이었다.

“오른쪽이다. 돌파를 허용하면 안 돼!”

뒤쪽의 DC 유나이티드 센터백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릴 때 준열의 좌우 다리가 기민하게 움직였다. 그 다리를 따라 공이 움직였고 눈앞의 공이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 사이, 수비수는 그 공의 현란한 움직임에 시선을 빼앗겼고 순간 사람인 준열을 놓쳤다.

“헉!”

놀란 수비수들이 준열을 잡으려 했을 때 이미 준열은 그들 보다 한 걸음 앞에서 용수철처럼 튕겨 나가고 있었다.

“젠장... 양발 드리블에 당했다.”

준열은 드리블로 간단히 두 수비수를 벗겨 내고 골문을 향해 돌진 했다.

“어림없다.”

촤아아아악!

그때 DC 유나이티드의 주장이자 센터백이 태클로 준열을 저지하려 했다. 하지만 준열은 공을 더 빠르게 치고 들어가며 상대의 태클을 훌쩍 피해버렸다.

“빨, 빨라!”

상대 센터백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이 순간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준열은 더 이상 그가 노는 물이 다르단 걸 말이다.

사실상 마지막 수비수였던 센터백을 돌파 해 버린 준열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골키퍼뿐이었다. DC 유나이티드 골키퍼는 비장한 얼굴로 각을 좁히려 들었다. 이때 준열은 충분히 혼자 골을 만들어 낼 수 있었지만 슬쩍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그의 눈에 빈 공간으로 움직이는 마이클이 보였다.

‘그래. 너도 한 골 넣어라.’

준열은 적선 하듯 그쪽으로 패스를 했고 그 패스를 받은 마이클은 비어 있는 골대 안으로 가볍게 공을 차 넣었다.

촤악!

골을 넣은 마이클은 자신에게 골을 만들어 준 준열에게 손짓으로 고마움을 표한 뒤, 관중석으로 달려가서 자신만의 꼴값 세레머니를 펼쳤다.

* * *

뉴욕 시티FC의 세컨 스트라이커의 이름이 랑글레라는 걸 준열은 후반전 시작하고 정확히 12분 뒤에 알게 되었다. 즉 뉴욕 시티FC가 후반에만 세 골을 몰아넣으면서 스코어를 3대 3으로 만든 직후 녀석이 준열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백! 나도 한골 넣게 해 줘.”

“뭐?”

마치 자신에게 빚이라도 받으러 온 거처럼 너무도 당당하게 구는 녀석이 황당해서 눈살을 찌푸리던 준열. 그런 그에게 녀석이 이어 말했다.

“마이클만 주지 말고. 제발 나한테도 기회를 줘. 백.”

그러며 간절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긴 금발머리 녀석이 흡사 제주도에 준열의 애완견 엘베와 닮아보였다.

‘그러고 보니....엘베도 지금쯤이면 무지개다리를 건넜겠군.’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엘베를 봤으면 했는데, 이곳 미국에서 이렇게 오래 체류할지 몰랐던 준열이었다. 지금쯤 죽었을 녀석을 생각하니 뭐랄까? 녀석에 대한 미안함, 고마움, 그리고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애틋한 감정이 치밀어 오르면서, 녀석을 떠올리게 해 준 눈앞의 세컨 스트라이커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 일었다. 해서....

“이름이 뭐야?”

“나? 랑글레. 클레이튼 랑글레야.”

“좋아. 랑글레. 골 넣을 기회를 주도록 하지.”

“진짜? 오 예스!”

좋아서 폴짝폴짝 뛰면서 긴 금발머리를 유유히 휘날리며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녀석을 보자니 또 한 번 엘베가 생각나는 준열이었다. 그리고 랑글레라는 녀석과 약속을 지키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몇 분간 이어진 DC 유나이티드의 맹공을 막아낸 뉴욕 시티FC가 공격권을 갖자 곧장 준열에게로 패스가 왔고 준열이 매섭게 상대 진영의 좌측면을 질주하며 외쳤다.

“랑글레! 이쪽으로 와!”

준열의 외침에 세컨 스트라이커 랑글레가 그가 부르기를 기다렸다는 듯 준열이 있는 쪽으로 달려왔고, 준열은 그와 2대 1패스 후 그대로 거침없이 상대 진영을 뚫고 들어갔다.

퍽!

그리고 DC 유나이티드의 풀백과 부딪쳤다. 덩치에서는 준열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던 DC 유나이티드의 풀백. 하지만 준열과 단 한 번의 어깨 싸움에 필드에 나가 떨어져버렸다. 그러자 그 빈자리를 막기 위해 다른 선수들이 급히 달려들었다. 하지만....

퍼억!

“어어헉!”

하지만 쓰러진 풀백의 뒤에 달라붙은 DC 유나이티드의 수비형 미드필드도 준열의 어깨 밀치기에 필드에 나뒹굴었다. 그리고 사실상 준열을 가로막는 DC 유나이티드 선수로는 마지막이라고도 볼수 있는 센터백도 준열이 반대쪽 어깨로 힘을 줘서 밀어버리자, 그대로 벌러덩 뒤로 나자빠졌다.

무려 DC 유나이티드 수비수 세 명을 필드에 나뒹굴게 만든 준열. 당연히 정당한 몸 싸움인지라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그때 골 에어리어에서 다급히 뛰쳐나온 DC 유나이티드 골키퍼. 그가 급격히 각도를 줄이며 준열의 발 앞에 공을 향해 덮쳐 올 때였다.

툭!

준열이 옆으로 공을 찼고 거기에는 준열과 같이 골대를 향해 짓쳐들고 있던 세컨 스트라이커, 랑글레가 있었다. 그는 텅 비어 있는 골대 안으로 가볍게 공을 차 넣었다. 그리고는 곧장 관중석으로 달려가서 마이클 못지않은 꼴값 골 세레머니를 펼쳤다. 그걸보고 준열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말했다.

“구관이 명관이라더니....”

그래도 마이클은 어시스트를 해주면 세레머니 전에 준열에게 고맙다는 시늉은 해 주었다. 하지만 랑글레라는 저 녀석은 그런 것도 없었다. 마치 골을 넣은 게 다 자기가 잘해서 넣은 거처럼 거만하게 관중석의 홈팬들에게 자신을 어필하고 있었다.

당연히 저런 배은망덕한 놈에게 준열은 다시 골을 넣게 해 줄 생각은 없었다.

뭐 어째든 랑글레가 골을 넣으면서 드디어 역전에 성공했다. 스코어 4대 3. 남은 시간은 이제 15분여. 봐서 더 골을 넣어도 되고 아니면 이대로 시간을 끌면서 경기를 끝내 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선수교체!”

뉴욕 시티FC에서 경질 되자마자 DC 유나이티드로 넘어간 닉 감독이, 끝까지 준열의 신경을 긁었다.

사실 준열의 입장에서 닉 감독과 그를 따르는 코칭스태프들이 어디를 가던 상관없었다. 하지만 뉴욕 시티FC와 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러야 할 팀에 가는 건 예의가 아니지.

DC 유나이티드가 왜 그들을 받아드렸겠나? 이쪽의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 그걸 알면서 준열에게 아무 말도 없이 DC 유나이티드로 넘어간 건, 준열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철저히 무시한 처사로밖에 받아드려지지 않았다.

근데 뉴욕 시티FC에 있을 때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감독 노릇을 하지 않았던 닉 감독이, 오늘 승리에 혈안이 되어 선수교체까지 단행하자 준열의 심기가 더 불편해져버렸다. 그러면서 소극적으로 남은 경기를 치르려 했던 준열의 마음이 싹 변했다.

“어이! 여기 공 줘.”

측면 미드필더에게 공을 요구하는 준열. 그에게 당연히 패스가 왔고 그때부터 준열의 원맨쇼가 펼쳐졌다.

툭! 툭!

준열은 혼자 공을 치고 DC 유나이티드 진영으로 넘어갔다. 당연히 그런 그 앞을 DC 유나이티드 선수가 막아섰다.

툭!

준열은 왼발 인사이드로 공을 터치했다. 공의 방향은 오른쪽. DC 유나이티드 선수는 준열의 드리블을 보고 재빨리 대응했다.

‘양발 드리블이다. 오른쪽으로 치고 나와서 왼쪽으로 돌파인가? 그런 패턴은 나한테 안 통해.’

DC 유나이티드 선수는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제스처를 취한 뒤 빠르게 왼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준열의 페이크에 DC 유나이티드 선수도 페이크로 맞대응을 한 것이다.

준열은 예상대로 오른발을 이용해 왼쪽으로 공을 보냈다. 그걸 보고 DC 유나이티드 선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됐다.’

DC 유나이티드 선수는 준열을 막았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 순간 준열의 왼발이 뒤로 움직였다.

툭!

그리고 보고도 믿기지 않을 장면이 연출 되었다. 준열이 앞쪽이 아니라 뒤쪽으로 공을 빼서 오른쪽으로 숨겼다. DC 유나이티드 선수는 다급히 오른 발을 뻗었지만 그의 발에는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준열은 그대로 오른쪽으로 돌파를 했고, DC 유나이티드 선수는 어이없이 뚫려 버렸다. 한마디로 자기 꾀에 자기가 속아 넘어간 것이다.

* * *

DC 유나이티드 센터백은 준열이 공을 받아서 대놓고 하프라인을 넘어 오는 걸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저 녀석 때문에 3대 0이었던 스코어가 4대 3으로 뒤집어져서 속이 뒤집어져 있는 상태였으니 말이다. 근데 또 저 녀석이 직접 나서는 걸 보고 불길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런 준열 앞으로 팀의 중앙미드필더 뎀벨레를 막아섰다. 뎀벨레는 DC 유나이티드 선수들 중에서 발재간이 제일 좋았다. 또한 빨랐고. 때문에 준열도 쉽게 뎀벨레를 떨쳐 낼 수 없을 거로 봤다.

즉 뎀벨레가 준열을 강하게 물고 늘어지는 사이, DC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주변 뉴욕 시티FC 선수들은 대인 마크해버리면, 패스할 곳이 없어진 준열이 뎀벨레에게 공을 뺏기든지, 아니면 패스 미스를 저지르게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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