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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FC 몽레알과의 원정 경기 승리로 인해 완전히 강등 권을 탈출하게 된 뉴욕 시티FC.
“와아아아!”
“됐다. 됐어.”
뉴욕 시티FC의 구단 사무실은 그 결과에 고무 되어 사실상 축제 분위기가 연출 되었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그날 저녁 구단 직원들끼리 축하 파티가 열렸다. 파티 장소는 구단 운영팀장인 레덕스의 집이었고. 그럴 것이 대표가 없는 지금 뉴욕 시티FC의 최고 권력자는 운영 팀장인 레덕스였기 때문에.
“자자. 다들 마셔!”
그걸 과시하며 레덕스가 오늘 자신의 집에 초대한 뉴욕 시티FC의 구단 직원들 앞에 나서며 외쳤다. 그러자 어느 조직이나 꼭 있는 아부와 아첨으로 권력자의 혀처럼 구는 부역자, 운영팀 소속 아놀드가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이로써 내년에도 저희 팀이 MLS에서 뛸 수 있게 되었네요. 대표님. 아아. 이런....죄송합니다.”
아놀드는 자신이 말 실수를 했다며 조금 호들갑을 떨었다. 한데 그런 아놀드를 보고 레덕스는 전혀 기분 나쁘거나 화난 얼굴이 아닌, 오히려 웃는 얼굴로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어허. 대표라니. 아놀드. 자네 말조심하게.”
“하지만 팀장님이 아니면 누가 대표 자리에 앉겠습니까? 안 그래요?”
아놀드가 주위 사람들에게 그렇게 티 내며 물어대자, 피티 자리의 뉴욕 시티FC 직원들로서도 레덕스 눈치를 보느라 어쩔 수 없이 대답을 했다.
“그, 그렇죠. 레덕스 팀장님 만큼 우리 뉴욕 시티FC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은 없으시니까요.”
“입사 연차로 봐도 레덕스 팀장님이 제일 오래되긴 했죠.”
그 대답에 레덕스는 흐뭇하게 웃으며 아놀드를 향해 슬쩍 엄지를 치켜세워 보였다. 그러자 아놀드가 기뻐하며 환하게 웃었다. 오늘 제대로 레덕스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축하 파티가 끝나고 뉴욕 시티FC 구단 직원들은 각자 집으로 갔고 마지막까지 남아서 파티 후 뒷정리를 돕던 아놀드. 그런 그에게 레덕스가 웃으며 말했다.
“아놀드. 오늘 수고 많았어.”
“아닙니다. 같은 팀의 팀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어죠.”
“하하하하.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아놀드 팀장.”
“네? 팀, 팀장이요?”
“뭘 그리 놀라나? 내가 대표가 되면 자네가 팀장이 돼야 나를 옆에서 돕지. 안 그런가?”
“그, 그야 그렇죠. 고맙습니다.”
“고맙긴. 우리는 같은 팀이 아닌가? 하하하하.”
그렇게 레덕스로부터 자신이 기대한 것 이상의 대답을 듣고 들뜬 얼굴로 집으로 향한 아놀드. 그는 집에 가자마자 지친 몸을 침대에 뉘였다. 그리고 아침이 되자 겨우 몸을 일으켜서 어제 씻지 못한 몸을 씻고 아침 식사 후 출근길에 올랐다.
“후후후후....팀장이라....”
평소와 달리 곧 자신이 승진해서 팀장이 될 거란 생각에 아놀드는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출근한 그의 직장에는 아침부터 대형 악재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뭐? 누, 누가 와?”
“새로운 대표. 지금 출근하셔서 대표실에 계셔.”
“말, 말도 안 돼. 그럼 운영 팀장님은....”
“레덕스 팀장? 신임 대표님이 불러서 지금 대표실에 들어가 계실 걸?”
동료 직원의 그 말에 졸지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된 아놀드. 그때 허탈해 하는 그의 어깨를 동료 직원이 다독이며 말했다.
“안 됐다. 뭐 어쩌겠어? 구단주의 뜻이 그런 걸.”
위로랍시고 말하는 동료 직원의 말이 어째 아놀드에게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몇 분 뒤 시뻘개진 얼굴로 대표실을 나온 운영 팀장 레덕스. 그가 자기 자리에 앉자마자 버럭 소리부터 쳤다.
“뭘 봐? 다들 일 안해?”
* * *
새로 뉴욕 시티FC에 부임한 대표는 새파랗게 젊은 여자였다. 하지만 구단주가 그런 여자를 대표에 앉힌 이유를 그녀는 하루 만에 증명을 했다.
기존 구단의 임원들이 죄다 그녀와 만난 뒤, 꼬리를 말았고 그녀 지시대로 구단이 원활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딱 하루 만에 말이다. 즉 그녀가 출근한지 이틀째부터 구단은 신임 대표 체제에 의해 제대로 굴러가고 있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원정 경기 중임에도 팀을 이탈해서 구단 사무실에 나타난 닉 감독.
그는 평소 친하던 운영 팀장 레덕스에게로 바로 갔고 그에게 말했다. 그리고 장난 끼 어린 어조로 그에게 물었다.
“새로 온 대표님은 어때요?”
“뭐요? 하아....”
당연히 닉 감독이 자신을 비웃고 있다는 걸 모를 레덕스가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서 화를 내어봐야 덕 될 게 전혀 없었기에 레덕스는 끓어 오르는 화를 꾹 참으며 닉 감독에게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그러자 닉 감독이 당연하다는 듯 레덕스에게 말했다.
“전에 말했잖습니까? 강등 탈출 하면 재계약 해주겠다고.”
닉 감독의 그 말에 레덕스가 상당히 곤욕스러워 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 그게....그때 내가 그렇게 말을 하긴 했는데....”
당시는 그랬다. 꼴찌 팀이니 강등은 확실했고 전 대표의 생각도 레덕스와 같았으니까. 그랬기에 닉 감독이 분발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말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대표님도 바뀌었고....또 팀 리빌딩 계획이 수립 중에 있어서....”
“그래서요? 지금 저와 재계약 못해주겠다는 겁니까?”
“아, 아니. 그건 아니고. 대표님께 일단 말씀을 드려보고....”
“알았습니다.”
닉 감독도 바로 눈치를 챘다. 자신의 재계약에 대한 결정권이 운영 팀장에게 없다는 걸 말이다. 그렇다면 굳이 여기서 이러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닉 감독은 바로 대표실로 향했다.
“잠, 잠깐만 닉 감독....”
그런 그를 레덕스가 붙잡으려 했지만 그보다 닉 감독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그렇게 자신이 구단 사무실에 온 사실이 비서를 통해 신임 대표에게 알려지고....
“들어 가시죠.”
비서가 열어주는 대표실 문 안으로 닉 감독이 들어갔다.
“반갑습니다. 저는....뉴욕 시티FC의 감독 닉입니다.”
대표실 안에 들어간 닉 감독은 두 가지 사실 때문에 놀라서 잠시 말을 끊었다가 겨우 자신을 소개했다.
“네. 만나서 반가워요. 대표님.”
그리고 신임 대표가 내민 손을 잠깐 잡았다가 그녀가 권하는 자리에 앉으며 얼떨떨한 기분을 겨우 추슬렀다. 그때 그런 그에게 신임 대표가 물었다.
“음료 뭐로 하실래요?”
“네? 아아....아무거나....”
“그럼 시원한 콜라로 마시죠. 안 그래도 속이 좀 답답했거든요.”
신임 대표가 인터폰으로 비서에게 얼음 넣은 콜라 두 잔을 내어 오라고 지시하는 걸 멍하니 지켜보던 닉 감독. 그런 그의 머릿속에 좀 전 든 두 가지 의문이 다시 떠올랐다.
‘뭐가 저렇게 젊어? 거기다가 저 몸매는....’
“꿀꺽!”
책상 위 인터폰에 대고 말하는 중인 신임 대표의 글래머러스한 몸매에 닉 감독은 자기도 모르게 군침을 삼키고는 움찔하며 황급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럴게 비서와 인터폰 통화 후 슬쩍 고개를 돌린 신임 대표와 딱 눈이 마주쳤기 때문에.
정작 신임 대표는 아무렇지 않게 자기 자리로 돌아와 앉으며 닉 감독에게 말했다.
“내가 알기로 지금 원정 차 샬롯에 가 계신 걸로 아는데?”
여기는 어쩐 일인지 닉 감독에게 바로 대 놓고 묻는 신임 대표. 당돌한 그녀의 반응에 닉 감독이 느긋하게 대답했다.
“내가 다 알아서 챙겨 놓고 왔으니 대표님은 경기에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분히 신임 대표를 무시하는 대답. 하지만 신임 대표의 반응은 다분히 냉소적이면서 무덤덤했다.
“그래요? 뭐 그러시다면야....”
그 점이 오히려 닉 감독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는데 그러던 말든 신임 대표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똑바로 닉 감독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래서. 저는 왜 보자고 하신 건가요?”
아직 비서가 음료도 가져 오지 않았는데 신임 대표가 자신을 찾아 온 용건을 떡하니 묻자 닉 감독이 잠깐 어이없어하다가 입을 뗐다.
“운영 팀장에게 얘기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닉 감독은 운영 팀장이 자신에게 한 약속을 빌미로 삼아 신임 대표에게 재계약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재계약이요? 그건 안 됩니다.”
신임 대표가 가차 없이 닉 감독과 재계약은 불가함을 선언했다.
“네?”
그 단호함에 닉 감독이 황당해 할 때였다. 신임 감독의 입에서 그보다 더 한 말이 튀어나왔다.
“잘 됐네요. 말 나온 김에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정리하죠. 그 동안 팀을 위해 헌신해 주신 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부디 딴 곳에 가시더라도....”
“잠, 잠깐만....”
닉 감독이 기가 차 하며 신임 대표의 말을 중간에 끊었다. 그리고 격노해서 외쳤다.
“지금 날 자르겠다고?”
“....”
그러자 신임 대표가 말 대신 날카로운 눈빛으로 닉 감독을 쏘아봤다. 그런 신임 대표를 닉 감독도지지 않고 노려봤는데....
‘뭐, 뭐야?’
순간 움찔하며 몸을 바르르 떠는 닉 감독. 그는 자기 몸이 왜 이러는지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곧 그 이유를 깨달았다.
‘무, 무슨 눈빛이....’
자신을 매섭게 쏘아보고 있는 저 신임 대표의 눈빛을 보면서, 닉 감독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자신의 감정이 뭔지 이내 알 수 있었다. 그건 바로 두려움이었다. 그리고 그가 여태 살아 온 연륜으로 미뤄, 저 젊은 여자가 지금 자신을 향해 내뿜고 있는 건 명백한 살기였다.
‘미친....저런 젊은 여자가 어떻게....’
살인을, 그것도 한두 번도 아닌 여러 번 해 본 살인마나 보일 수 있는, 지독한 살기를 내뿜고 있는 신임 대표 앞에서 닉 감독은 꼼짝달싹 할 수 없었다. 그건 마치 뱀을 맞닥트린 쥐 신세 같달 까?
결국 닉 감독은 신임 대표의 경질 통보를 겸허히 수용한 채 대표실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 * *
당당히 대표실 안으로 들어갔던 닉 감독. 그가 사색이 된 채 대표실을 나와서는 후다닥 구단 사무실을 빠져 나가는 걸 보고 구단 사무실 직원들이 다들 의아해 할 때였다.
“네? 닉 감독을....경질하셨다고요?”
대표로부터 전화를 받은 운영 팀장 레덕스의 입에서 구단 사무실이 뒤집어질 소리가 흘러나왔다. 레덕스가 퍼트리지 않아도, 닉 감독이 재계약 때문에 오늘 구단 사무실을 전격적으로 찾아 온 사실은, 이미 구단 직원들도 다들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신임 감독과 노회한 감독 간의 기 싸움 결과를 두고 구단 직원들끼리 이견이 갈리고 있었는데....
정작 그 결과는 그들의 예상을 훌쩍 벗어난....감독 경질이라는 다분히 극단적인 신임 대표의 결정이었다. 그래서 구단 직원들이 다들 신임 대표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를 두고 궁금해 할 때였다.
“그러니까....법무팀장의 말이....팀 리빌딩 계획안의 인적 쇄신에서 현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의 교체가 선행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는 군.”
“뭐라고요? 그럼 대표님이....”
“닉 감독이 재계약 해 달란 말에 바로 그 자리에서 잘라 버린 거지.”
“허얼....그래서 닉 감독이 그렇게 사라진 거로군.”
“가만....그럼 그 팀 리빌딩 계획안에 혹시....”
“설마....”
구단 직원들의 관심사가 삽시간에 닉 감독 경질에서 리빌딩 계획안에서 구단 직원들에 대한 인적 쇄신이 어떻게 되는지로 바뀌었다. 그리고....
“맙소사. 구단 직원들 중에 근무 평가를 기준으로 미비한 직원에 대해 대표가 직권으로 해고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있다네.”
“젠장....그럼 우리 중 누가 잘릴 수도 있다는 거 아냐?”
순간 뉴욕 시티FC 구단 사무실에 차가운 한파가 몰아쳤다. 그리고 다들 새로 취임한 대표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때 뉴욕 시티FC 구단 사무실의 구단 직원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었던 대표 타미라. 그녀가 일하고 있던 대표실 안에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닉 감독과 만남 후 급하게 처리해야 할 서류를 살피고 결재하고 있었던 타미라. 그녀가 누구 전화인지 확인하고는 바로 손을 뻗어 핸드폰을 받았다. 조금은 퉁명스럽게....
“왜?”
-닉 감독 거기 갔다던데. 만나봤어?
준열인줄 알고 받았지만 막상 그의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울리자 타미라의 입 꼬리가 절로 위로 올라갔다.
“어. 좀 전에 와서 재계약 해 달라기에....그냥 잘랐어.”
-잘했다. 거기 일은 어때? 할 만 해?
“할만은 해. 근데 선수 수급 문제는 정말 빼도 돼? 내가 봤을 때 축구단에서 그게 제일 중요한 거 같은데? 여기 스카우트 팀장도 그것 때문에 난리고.”
-그거야 나도 잘 알지. 하지만 선수 스카우트 부분은 내가 직접 챙길 테니까 그건 신경 쓸 거 없어. 그 점을 대표인 네가 스카우트 팀장에게 잘 얘기해. 그럼 스카우트 팀장도 더는 널 귀찮게 하진 않을 거야.
구단주인 준열이 그렇다니 대표인 타미라도 딱히 그 부분에 대해 더 뭐라고 할 말은 없었다.
“그래. 알았어. 스카우트 팀장에게 그렇게 말할 게. 경기 끝났으니 지금 오는 중이겠네?”
-어. 비행기 타기 직전이야. 뉴욕 공항에....새벽 2시 쯤 닿을 거 같다네.
“그래? 그럼 내일 아침에 봐.”
잘 자는 데 깨우면 못 참는 타미라였다. 그걸 알기에 준열도 뉴욕에 가면 자는 그녀를 깨울 생각은 없는 듯 했다.
-어. 수고하고. 내일 보자.
그렇게 통화를 끝낸 타미라. 그녀는 마저 읽던 서류를 읽고 거기 대표 결재란에 사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