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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레온은 서둘러 킥오프를 한 후 뉴욕 시티FC 진영으로 달려갔다.
파팍!
그런 레온을 그냥 둘 뉴욕 시티FC 선수들이 아니었다. 그런 가운데 샬럿 FC의 미드필더 카를로스가 마치 준열의 흉내라도 내려는 듯 개인 돌파를 시도하며 뉴욕 시티FC 진영으로 돌진해 들어왔다.
파팟! 파앗!
그는 사포로 뉴욕 시티FC 선수 두 명을 순식간에 제쳐 냈다. 하지만 뉴욕 시티FC에는 준열이 있었다. 언제 움직였는지 준열이 카를로스 앞에 나타나서 막 돌파에 선공한 그의 공에 발을 뻗었다.
“이잇....”
카를로스는 눈앞에서 자신의 공을 뺏어 몸을 돌리는 준열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어깨를 붙잡고 달라붙어서 그에게서 공을 뺏어 내려 발악을 했는데, 준열은 그 공을 무심하게 옆으로 툭 차 버렸다.
그 공을 받은 뉴욕 시티FC의 윙백이 그대로 공을 치고 하프 라인을 넘어갔다. 남은 시간은 이제 30여초. 뉴욕 시티FC의 윙백은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터치 라인을 타고 그대로 달리다가 샬럿 FC 선수들이 달려들자 공을 앞으로 툭 차 놓고 속도 경쟁을 벌였다. 그러다 코너 앞까지 가서는 거기서 등을 지고 시간을 끌더니, 결국 자기 발에 맞고 공이 골라인 밖으로 나가자, 자기 할 몫을 다 했다는 듯 되돌아오는 뉴욕 시티FC의 윙백. 그를 향해 벤치에서 잘 했다며 박수를 쳐 주었다. 그 사이 시간은 흘렀고 샬럿 FC의 골키퍼가 길게 공을 뉴욕 시티FC 진영 안으로 차 넣었다.
파앗!
하지만 그 공을 준열이 뛰어 올라 헤딩으로 터치라인 밖으로 내 보내 버렸다. 그와 동시에 주심이 종료 휘슬을 불었다.
“삐이이익~”
스코어 2대 1! 원정팀 뉴욕 시티FC가 MLS 강팀 중 한 곳인 샬럿 FC마저 잡으면서 강등 권 에서 좀 더 떨어진, 무려 15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다.
“또 이겼다아~”
“크하하하하. 4연승이지? 다음 리그 마지막 홈경기까지 이기면 5연승이고.”
“이대로라면 최종 리그 순위를 13위까지도 끌어 올리고 이번 시즌 끝낼 수도 있겠어.”
“잘 됐다. 잘 됐어. 이거 잘하면 구단으로부터 격려금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거야 당연하지. 나는 그 격려금으로 가족 여행 가려고 벌써 계획 잡아놨어.”
“진짜? 빠르네. 나도 뭘 할지 지금부터 생각을 좀 해봐야....”
정작 그 격려금을 줄지 말지를 정할 구단주는 전혀 줄 생각도 없는 데, 자기들 끼리 제대로 헛물켜는 뉴욕 시티FC 선수들을 보고 준열이 피식 거릴 때였다. 라커룸 한쪽에서 전화를 받고 있던 수석코치가 버럭 소리쳤다.
“뭐라고요? 아니 어떻게 그런....”
하지만 자신의 목청이 컸다는 걸 자기 귀로 듣고 깨달은 듯 수석코치가 라커룸 안을 살폈다. 당연히 그의 목소리 톤이 높았기에 선수들 다수가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수석코치가 슬그머니 몸을 돌려 라커룸 밖으로 나가면서 누군가와 계속 통화를 이어나갔다.
“....그래서 뭐라고 하셨는데요? 하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준석의 귀에 수석코치의 통화 내용은 다 들렸다. 그러니까 지금 수석코치와 통화 중인 사람은 바로 뉴욕 시티FC의 감독이었다가 좀 전에 구단으로부터 경질 된 닉 감독이었던 것.
대화 내용은 준열이 예상하고 있었던 대로였다. 어제 새로 부임한 뉴욕 시티FC의 신임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닉 감독이 재 계약 얘기를 꺼냈다가 바로 까이고, 그 자리에서 뎅강 목이 잘린 것.
그 때문에 제대로 빡친 닉 감독이 수석 코치에게 전화를 해서 화풀이 겸 넋두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준열은 딱히 그 대화를 더 듣고 싶지 않아서 신경을 딴 쪽으로 돌렸다. 그런 준열의 눈에 띠인 게 바로 마이클이었다.
그는 앞 번 FC 몽레알에 이어서 오늘 샬롯 FC와의 경기에서도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아니 공격수로 충분히 넣을 수 있는 골을 여러 차례 놓치면서 원정 온 팬들의 공분을 샀다. 그렇다보니 기분이 좋을 리 없는 마이클. 그런 그가 막상 준열과 눈이 마주쳤고....
“Fuck!....뭘 봐?”
준열에게 바로 욕설과 함께 시비조로 나오는 마이클. 그런 마이클에게 준열이 가소롭다는 듯 피식 거리고 웃었다.
“웃어? 너 이 새끼....”
제대로 빡친 마이클이 득달같이 준열에게 달려들었다. 이때 하필 주장인 잭슨이 잠깐 화장실에 간 터라 그런 마이클을 제지할 선수가 라커룸에는 없었다.
“죽어~”
그래서 마이클은 그대로 준열을 향해 몸을 내던졌고 ,그런 그를 빤히 지켜보고 있던 준열의 눈이 섬뜩하게 번뜩였다. 동시에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면서 먼저 자신의 안면으로 날아온 마이클의 주먹부터 슬쩍 고개를 옆으로 틀어 피한 준열.
처척!
그런 그의 두 손에 마이클의 앞 가슴 유니폼이 잡혔고 동시에 준열의 허리가 홱 옆으로 돌아갔다.
휘릭!
“어어~”
그리고 마이클의 몸이 허공으로 부웅 떠오르며 녀석의 입에서 헛바람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이클의 달려 든 기세를 그대로 이용해서 준열이 유도의 허리 메치기로 마이클을 라커룸 바닥에 메다꽂아 버린 것.
철퍼덕!
“....크으윽!”
제대로 허리부터 바닥을 찧었기에 마이클의 입에서 고통에 겨운 신음소리가 바로 흘러나왔다.
그런 마이클을 준열은 더 이상 공격하지 않고 잠시 제자리에 서서 물끄러미 그를 쳐다봤다. 그러자 마이클이 이를 악다물고 몸을 일으켰다. 그때 한 손을 허리에 짚은 채 잔뜩 인상을 쓰고 있는 것이, 딱 봐도 준열에게 메쳐지면서 허리를 제대로 삐끗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내 허리에서 손을 뗀 마이클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서, 준열이 서 있는 쪽을 향해 내 세우며 호기롭게 외쳤다.
“Fuck!....덤벼. 이래봬도 고등학교 때 복싱 선수였던 몸이야.”
그런데 마이클의 그 말에 준열이 오히려 반색을 하며 말했다.
“오오. 선출? 그거 잘 됐군.”
준열이 비릿하게 웃으며 한 걸음 크게 마이클을 향해 다가서자, 긴장한 마이클이 냅다 복싱의 잽을 날리며 그런 준열을 공격했다. 물론 그 주먹은 준열이 서 있는 곳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허공만을 갈랐지만....
* * *
슉! 슉! 슈욱!
복싱했다는 게 거짓말은 아닌 듯 마이클의 주먹이 제법 매섭게 준열의 얼굴 옆을 스쳐 지나갔다.
준열은 자신이 후천적으로 획득한 싸움 능력, 즉 천재 싸움꾼 이제동의 싸움 실력을 끌어냈다. 그렇게 준열은 안전하게 가드를 올린 상태로 머리를 움직였고, 그런 그 위밍 동작에 마이클의 훅 공격이 허공을 갈랐을 때, 어느 새 준열이 내지른 주먹이 마이클 복부를 때리고 있었다.
퍽!
‘으음....’
하지만 준열이 느끼기에 얕았다. 딱 봐도 데미지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음을 직감한 준열에게로 마이클의 날카로운 주먹이 바로 그의 안면을 향해 날아왔다. 일종의 카운터펀치라 할 수 있었다.
촤악!
그 스트레이트 펀치가 준열의 귀를 스쳤다. 이제동의 천부적 회피 능력 때문에 피하긴 했지만 자칫 그 펀치에 맞을 뻔한 준열.
그가 놀란 가슴을 진정 시키며 몸을 뒤로 뺄 때였다. 주먹을 회수한 마이클이 허리를 돌리며 잽싸게 레프트 훅을 휘둘렀다.
부웅!
다행히 몸을 빼던 중이라 주먹은 이번에도, 준열의 눈앞을 스쳐지나갔다.
몸과 같이 방향을 틀면서 움직이자 마이클이 즉시 잽과 원투를 던지면서 준열의 접근을 막았다.
‘제법이네.’
하지만 마이클은 준열의 싸움 상대자 되지 못했다. 타고 난 싸움꾼 이제동의 싸움 실력에 비비기에 마이클의 복싱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걸 당연히 알 턱이 없는 마이클. 그가....
툭!
호기롭게 빠른 잽을 던져오자 준열도 바로 맞서 레프트 잽을 던졌다. 지금 마이클의 눈에서 준열은 강한 자신감을 읽었다. 그래서 준열을 쓰러트리기 위해서 상당히 공격적으로 압박해 왔다.
이에 준열은 마이클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 잽을 던지며 움직임의 범위를 최대한 넓게 잡아갔다.
휙! 휙!
마이클은 왼손 잽으로 준열의 시야를 최대한 좁히려 들었다.
플리커 잽(Flicker jab, 변종 잽)까지 던지며 준열에게 혼선을 주려 했지만, 준열은 이미 마이클의 잽 던지는 패턴을 간파하고는 잽싸게 카운터(Counter)펀치를 찔러 넣었다.
부웅!
이번에도 마이클은 겨우 허리를 숙이며 준열의 펀치를 피했다. 하지만 고개를 숙였던 마이클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로 준열의 레프트 어퍼컷이었다.
뻐억!
숙였던 마이클의 고개가 위로 훅 들어 올려 졌다가 도로 내려갔다.
‘걸렸다.’
이번엔 주먹에 묵직함이 남았다. 준열은 제대로 카운터펀치가 마이클에게 들어갔음을 깨닫고 원투로 마이클을 더 찌르며 몰아쳤다.
퍼퍽! 펑!
준열의 원투 스트레이트에 이은 레프트 훅이 마이클 가드 위를 강타했다. 그러자 뒷걸음치는 마이클에게 훅하니 들어오는 준열의 라이트 바디 블로우!
퍼억!
제법 묵직한 타격 음이 울리고 비틀거리는 마이클.
곧장 마이클을 향해 달려들자 그걸 기다렸다는 듯 마이클의 주먹이 뻗어 나왔다.
부우웅!
순간 풀백으로 마이클의 레프트 훅을 피한 준열. 재차 가드를 올리고 마이클에게 파고 들어간 준열의 주먹이 마이클 왼쪽 옆구리를 강타하는 데 성공했다.
“큭!”
마이클의 가드가 내려오는 걸 본 준열. 그가 라이트 어퍼컷을 날렸다.
뻐억!
준열은 어퍼컷에 그치지 않고 좌우로 훅을 날렸다.
퍽! 뻐억!
준열의 주먹은 마이클의 턱에 한 방, 그리고 다른 한 방이 관자노리에 정확히 꽂혔다.
정석적인 콤비네이션(Combination)펀치였다.
복싱에서 콤비네이션이 있는 이유는 첫째로 상대방에게 타격을 더 주기 위해 여러 번 공격하는 것, 둘째로 정확하게 치기 위해 먼저 펀치를 내질러 거리를 가늠하는 것, 셋째로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 번 쳐 상대방의 빈틈을 노리기 위해서다.
지금 콤비네이션은 그 첫 번째로, 제대로 충격을 받은 마이클의 입에서 침이 대거 튀어나왔고, 다리를 휘청거렸다.
그때 준열이 날카롭게 마이클의 움직임을 살피다가 라이트 훅을 날렸다.
빠악!
그러자 마이클 머리가 크게 흔들리더니 그대로 그 자리에서 허물어졌다.
털썩!
기절한 마이클이 라커룸 바닥에 드러눕자 그제야 준열은 양손을 눈높이에 올리고 뒷손은 오른쪽 뺨에 붙이는 복싱 기본자세를 풀었다. 순간 두 사람이 싸울 때는 쥐 죽은 듯 고요했던 라커룸이 왁자지껄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허얼....”
“맙소사. 마이클이....”
“백! 싸움도 잘해? 대체 저 녀석 못하는 게 뭐야?”
그때 노크 소리 후 문대식을 비롯한 준열의 경호팀원들이 우르르 라커룸 안으로 들어왔고, 준열을 경호해서 그대로 라커룸 밖으로 나갔다. 그런 준열을 라커룸 안의 뉴욕 시티FC 선수들은 넋 놓고 바라만 봤다.
* * *
뉴욕 닉스에서 타미라는 운영팀장을 맡아서 전반적인 구단 운영의 팁을 배웠다. 그런 그녀에게 준열이 원정 경기를 떠나기 전 말했다.
“타미라. 구단 하나를 통째 운영해 보는 건 어때?”
“지금 나보고 뉴욕 닉스의 대표가 되라는 거야? 그건 좀....”
현재 뉴욕 닉스의 대표는 제법 유능한 사람이었다. 그걸 알기에 타미라는 그 대표를 밀어내고 자신이 그 자리 앉는 데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런 타미라를 보고 준열이 슬쩍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그게 아니라....내 말은 뉴욕 시티FC의 대표 자리를 타미라가 맡아보면 어떨까 해서.”
“뉴욕 시티FC? 뉴욕의 프로 축구 팀 말이야?”
“어. 거기 대표 자리가 공석이거든. 구단주인 내 입장에서는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하고....”
“글쎄....내가 그런 큰 구단을 맡아서 제대로 운영을 할 수 있을까?”
자신 없어 보이는 타미라. 그런 그녀에게 준열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구단 운영이야 대표 밑에 연봉 받는 직원들이 다 알아서 하는 거고. 대표는 그런 직원들만 잘 관리하면 돼. 타미라도 뉴욕 닉스에서 일해 보면서 그 정도는 알 수 있었을 거 같은데?”
준열의 말이 맞았다. 뉴욕 닉스의 대표가 구단 사무실에서 뭘 했는지 타미라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딱히 그가 뭘 한건 없었다. 회의실에서 직원들 모아놓고 그들이 뭘 했는지 가만히 듣기만 했을 뿐. 그러다가 구단 운영 방침에서 벗어나는 일이 있으면 그걸 체크해 주고. 준열의 말처럼 구단의 모든 운영은 대표 밑에 직원들이 다 했다.
“으음....”
타미라는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뉴욕 닉스 대표가 하는 것만큼은 자기도 뉴욕 시티FC에 가서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말이다.
“좋아. 할게.”
“그럼 지금 바로 뉴욕 시티FC측에 연락해 둘게. 오늘부터 그쪽으로 출근하면 돼.”
“뭐? 오늘? 나보고 거기 바로 출근하란 거야?”
“어. 대표가 없으니까 업무가 제대로 안 돌아가는 가 봐. 네가 가서 중심을 좀 잡아 줘.”
“하아....알았어.”
그렇게 타미라는 뉴욕 닉스가 아닌 뉴욕 시티FC로 출근을 했고 그날부터 대표 업무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