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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준열은 마이클에게 이미 「개끗발」과 「개호구」스킬을 사용해 놓은 상태다. 즉 마이클이 전반 내내 절호의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개발 짓을 해 댄 것도 다 준열이 걸어 놓은 「개끗발」스킬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처럼 「개호구」스킬의 효과가 발휘 되면서 준열이 의도한 바대로 마이클은 헛짓거리를 해댔다. 물론 그걸 아는 사람은 세상에 오직 한 명, 준열 자신뿐이었고.
“아아....”
“허어....저걸 못 넣어?”
“미친....저러고도 선수라고....쯧쯧....”
닉 감독과 코칭스태프들, 그리고 홈 팬들 모두 마이클이 드디어 골 맛을 보는구나 싶었다. 마이클이 여유 있게 골에어리어 안으로 드리블해 들어가서 몽레알 골키퍼마저도 젖혔으니 말이다.
“어억!”
그런데 골키퍼를 젖힌 뒤 비어 있는 골대 안으로 공을 차 넣으면 되는 데 마이클이 갑자기 공이 아닌 헛발질을 했다. 그게 다라면 괜찮았다. 어차피 비어 있는 골대. 재차 공을 차 넣으면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뒤 벌러덩 뒤로 자빠지는 마이클. 그 사이 몸을 일으킨 몽레알 골키퍼가 공을 향해 몸을 날렸고, 기어코 그 공을 감싸 안았다. 뒤늦게 일어나서 공을 골대 안으로 차 넣으려던 마이클. 하지만 이미 공은 몽레알 골키퍼의 품안에 들어간 뒤였다.
“우우우우....”
다시 경기장 안을 가득 메우는 야유 소리. 그때 누가 그를 불렀다.
“어이. 마이클. 너 나가야겠다.”
“뭐?”
목소리만 들어도 그게 누군지 간파한 마이클이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준열이 보였다. 당연히 이전처럼 자신을 비웃을 거라 여긴 마이클이 살벌한 얼굴로 준열을 노려 볼 때였다.
척!
준열이 벤치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 새끼가....”
그것이 마이클에게는 너 같은 건 필요 없으니 벤치로 나가란 제스처로 보였다. 발끈한 마이클이 준열을 향해 달려 들 때였다. 누가 그런 그를 막아섰다. 뉴욕 시티FC 팀 동료이자 주장인 잭슨이었다. 눈치 빠른 잭슨이 마이클이 눈이 확 돌아 버린 걸 발견하고 본능적으로 그를 제지하고 나선 것.
“이거 놔. 저 새끼....내가 오늘 가만 안 둬.”
“어이. 마이클. 진정해. 뭔가 오해가 있는 거 같은데....”
“오해. 저 새끼가 아까부터 날 비웃었다고. 저거 봐. 손가락으로 벤치를 가리키는 거. 나보고 나가란 거잖아.”
“그야 교체 신호가 들어왔으니까 그런 거고.”
“뭐? 교, 교체?”
그제야 벤치 쪽을 돌아 본 마이클. 대기심이 교체 번호판을 들고 있는 게 보였다. 그 교체 판에는 마이클의 등번호가 찍혀 있었다. 자신이 오버한 사실을 깨달은 순간 좀 전까지 기세등등했던 그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었다.
잔뜩 풀이 죽어 벤치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마이클. 하지만 열성적인 홈팬 중 누구하나 그에게 격려의 박수를 쳐 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찾아 볼 수 없었다.
* * *
몽레알 감독과 선수들은 후반 들어 비장한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 최약체로 그저 승점 쌓기용이 불과했던 오늘 홈 경기였다. 그런데 전반에만 두 골을 내어주었으니 말이다. 이러다가 덜컥 지기라도 한다면....
우승은커녕 5위권 밑으로 순위가 추락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후반이 시작되고 그 사정은 전반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뉴욕 시티FC에 밀리고 있었던 것.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전술을 바꾸고 선수도 후반 들어 두 명을 교체 했다. 전반에 부진 했던 수비수 한 명, 공격수 한 명을. 하지만 몽레알의 그 탄탄한 수비는 뉴욕 시티FC 선수들의 공격에 숭숭 뚫렸고 농락당했다. 그러니 교체해 들어간 수비수는 영혼이 탈탈 틀렸고, 골을 넣으라고 넣은 공격수는 수비하기 급급했다.
이게 다 저기 뉴욕 시티FC 진여의 중앙에 자리 잡고 팀을 이끌고 있는 한 선수 때문이었다.
“뭐 저런 선수가 다 있지?”
몽레알 감독도 준열란 동양인 선수가 앞선 경기들에서 어떤 활약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그와 싸워보니, 자신이 얼마나 그 선수를 과소평가했는지 알 수 있었다. 뉴욕 시티FC는 완벽한 팀은 아니었다. 아니 모자란 팀이었다. 하지만 준열란 선수가 끼어들면 그 모자람이 채워지고 완벽해져 버렸다.
그 만큼 준열이라는 선수가 시기적절하게 뉴욕 시티FC 선수들을 잘 활용하고 있었고 그로인해 팀 전력이 확 살아나고 있었다. 그게 몽레알 감독의 눈에 여실히 다 보였다. 그러니 이렇게 진실로 감탄 할 수밖에....
“허어....제대로 된 중원의 지휘관이 등장하셨군.”
몽레알 감독은 준열의 중원 장악 능력과 통솔력에 연신 경탄 금치 못했다. 거기다 요소요소 찔러 넣어 주는 킬 패스들은 또 어떤가? 몽레알 선수들은 준열의 경기 운용능력에 완전 농락당하고 있었다. 그러니 무슨 골을 넣고 경기를 뒤집는단 말인가?
다행이라면 뉴욕 시티FC의 공격의 핵인 스트라이커 마이클이 계속 절호의 기회를 날려 먹고 있단 점이었다. 그것 말고 오늘 홈에서 뉴욕 시티FC는 완벽했다. 그런데 그 스트라이커가 다른 공격수로 교체 되었다.
“이, 이거 불안한데....”
아니나 다를까? 바뀐 공격수가 들어간 지 채 2분 만에 골을 터트렸다. 준열이 차 준 킬 패스 한 방을 그대로 골로 연결시킨 것이다. 하지만 그 공격수의 활약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준열의 킬 패스가 좌우 윙어들에게 연결 되었고 그 윙어들이 차 올려 준 크로스를 공격수가 머리도 두 골을 더 뽑아 낸 것이다.
바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것. 그 결과 스코어 5대 0!
“삐이이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FC 몽레알에게는 길고 길었던 후반전이 종료 되었다. 5대 0 참패를 당한 몽레알 선수들은 다들 어깨가 축 쳐진 채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물론 쪽팔렸는지 몽레알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은 그들보다 먼저 안으로 들어가고 벤치에 그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와아아아아!”
“뉴욕 시티FC! 뉴욕 시티FC! 뉴욕 시티FC! 뉴욕 시티FC!"
멀리서 원정 온 뉴욕 시티FC의 팬들이 큰 소리로 자기 팀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런 팬들 앞으로 몰려 간 뉴욕 시티FC 선수들이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박수를 쳤고, 잠시 뒤 벤치에서 끌려 나온 닉 감독을 뉴욕 시티FC 선수들이 헹가래 치기 시작했다.
누가 보면 우승이라도 한 줄 알겠지만 리그 내내 꼴찌였다가 강등을 탈출한 뉴욕 시티FC 선수들에게 있어서 오늘은 우승한 날 만큼이나 기쁜 날이었다. 그건 뉴욕 시티FC의 감독인 닉도 마찬가지였고. 물론 그런 그들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박수를 쳐 주고 있는 응원석의 뉴욕 시티FC의 원정 팬들 역시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기쁜 날로 기억이 될 터였다.
* * *
원래라면 승리한 뉴욕 시티FC는 뉴욕으로 돌아가서 휴식을 취하고, 회복 훈련과 다음 경기에 대비한 전술 훈련을 해야 했다. 하지만 다음 리그 경기 상대인 샬럿 FC와의 경기를 바로 모레 치러야 했다. 왜냐하면 샬럿 FC와의 경기는 예전에 우천으로 연기 되면서 일정이 뒤로 밀렸고, MLS에서 워낙 일을 잘해서 뉴욕 시티FC가 원정 후 이틀 만에 또 다른 원정 경기를 치르게 만든 것이다.
“개새끼들....”
닉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이 그런 MLS의 운영진에게 욕설을 퍼부었지만 미국 축구 협회의 뜻이 그런 걸 어쩌겠나?
울며 겨자 먹기로 뉴욕 시티FC 선수들은 다음 리그 원정 경기를 뛰기 위해서 샬럿 FC의 연고지인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으로 밤 비행기를 타고 날아갔다. 그렇게 다음 날 새벽에 샬럿에 도착한 뉴욕 시티FC 선수들은 호텔을 잡고 짐을 풀었다. 그리고 그날 오후에 바로 샬럿 FC의 홈구장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 스타디움으로 가서 회복 훈련을 실시했다. 그 회복 훈련이 끝나자마자 닉 감독이 선수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자자. 다들 푹 쉬고 내일 오후에 샬럿 FC를 상대로 어떻게 싸울지 전술 훈련을 하도록 하겠다.”
강등 권을 탈출해선지 몰라도 닉 감독의 얼굴에 한결 여유가 넘쳤다. 그렇게 평소보다 좀 더 일찍 훈련을 마친 뉴욕 시티FC 선수들은 숙소라고 볼 수 있는 호텔로 향했고 다음 날 오전까지 푹 쉬었다. 그리고 그날 오후 뉴욕 시티FC 선수들은 닉 감독이 공언한대로 내일 치를 샬럿 FC와의 리그 경기에 맞춰 전술 훈련을 실시했는데, 확실히 이전에 비해 성의가 없다고 할까? 무엇보다 실제 전술 훈련 시 닉 감독의 모습이 아예 보이지 않았다. 그 말은 수석 코치 주도 하에 전술 훈련이 이뤄졌단 얘기고.
준열의 밝은 귀에 닉 감독이 어제 저녁에 뉴욕으로 날아갔고, 지금쯤 구단 사무실에 있을 거라는 코칭스태프들끼리의 은밀한 말이 들렸다.
“역시 재계약 때문이지?”
“그것 말고 지금 감독이 구단 사무실을 자발적으로 찾아갈 일이 뭐겠어?”
“완전 속 보인다. 강등 탈출 시켰으니 재계약 해주던지 아니면 감독 계약 해지해 달라 이거지?”
“뭐 어떤 경우도 닉 감독에게는 나쁘지 않으니까. 재계약 해주면 좋고 아니어도 갈 곳은 이제 많으니까.”
“전자면 좋겠다. 후자면....또 이사해야 하잖아.”
“쩝....그렇기는 하네. 그래도 뉴욕이 살기 좋잖아. 애들 교육에도 나쁘지 않고.”
바늘 가는데 실 간다고 닉 감독이 뉴욕 시티FC를 떠나면 자기들도 닉 감독을 따라 가는 걸 당연시 여기는 코칭스태프였다. 하긴 만약 닉 감독이 그만둔다면 새로 올 뉴욕 시티FC의 신임 감독이 현 뉴욕 시티FC의 코칭스태프들을 계속 써 준다는 보장은 없었으니까.
감독에게 있어서 코칭스태프는 자신의 손발이었다. 그런 손발을 달고 다니는 건 감독으로서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고. 준열도 그 정도는 알았다.
‘코치들....다들 이사 가야겠네.’
준열은 이미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뉴욕 시티FC의 대표에게 리그가 끝나자마자 감독과 계약을 해지하라고 말한 게 바로 구단주인 자신이었으니까.
강등 탈출이 현실이 된 지금 닉 감독은 더 이상 뉴욕 시티FC에 필요 없었다. 따라서 오늘 당장 닉 감독을 경질해 버려도 됐다. 그리고 아마 뉴욕 시티FC의 대표도 그렇게 할 것이고.
‘닉 감독이 꽤 놀라겠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준열은 더는 닉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막바지 팀 훈련에 집중했다. 어째든 내일 샬럿 FC와의 경기도 잡아서 가급적이면 하위권인 순위를 중하위권으로 끌어 올리고 싶은 게 어디까지나 지금 준열의 바람이었다.
* * *
MLS에서 최약체 팀으로 평가 받던 뉴욕 시티FC. 그런 약팀이 막판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전력상 샬럿 FC와 비등하다고 평가 받고 있던 FC 몽레알을 바로 직전 리그 경기에서 잡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오늘로 끝이다.”
뉴욕 시티FC의 수비가 많이 보강 되고 탄탄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샬럿 FC의 공격수인 레온과 카를로스가 못 뚫을 정도는 아니었다. 또한 뉴욕 시티FC의 공격수들이 제법 득점포를 가동하고 있었지만 MLS에서도 최상급 수비수로 평가 받는 토레스와 소리아노의 벽을 뚫진 못할 터였다. 그래도 FC 몽레알을 대파한 뉴욕 시티FC였다. 때문에 방심을 금물이었다.
해서 샬럿 FC 감독은 조심스럽게 1대 0 승리를 점쳤다. 그렇게 리그 37라운드 샬럿 FC와 뉴욕 시티FC의 경기가 샬럿 FC의 홈구장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전반 선공은 샬럿 FC. 스트라이커 레온이 킥오프를 했고 그 공을 받은 미드필더 카를로스가 그 공을 측면으로 돌리며 크게 간격을 벌렸다. 그 사이 레온이 뉴욕 시티FC 진영으로 들어갔고.
퍽!
그때 뉴욕 시티FC 선수 하나가 레온과 강하게 부딪쳐왔다. 레온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 선수를 쏘아보았다. 그런데 그 선수의 외양이 평소 보아왔던 MLS 선수와 달랐다. 거기다가....
‘동양인?’
순간 레온의 머릿속에 떠 오른 것은 요즘 MLS에서 뉴욕 시티FC 돌풍의 핵인 준열이었다. 그는 최근 4경기에서 8골 9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런 준열의 활약 덕에 뉴욕 시티FC는 저번 라운드에서 강등 권을 탈출했고.
하지만 그건 아직 준열이 노출 되지 않아서 일뿐 전력 분석이 제대로 된다면 얘기가 달라졌다. 단지 아쉬운 점은 살렛 FC의 전력 분석 팀에서 준열이라는 동양인에 대한 전력 분석 결과를 아직 내 놓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었다.
‘뭐 그래도....오늘은 다를 거다.’
레온은 현재 샬럿 FC의 수비력이라면 뉴욕 시티FC에 결코 1실점도 허용하지 않을 거라 봤다. 거기에 자신은 오늘 반드시 골을 넣을 테니 샬럿 FC가 승리할 것은 확실했고.
파팟! 팟팟팟팟!
무슨 의도로 자신과 부딪쳤는지 모르지만, 준열을 그대로 지나친 레온은 측면에서 치고 올라오는 샬럿 FC의 윙백을 따라서, 스피드를 올리며 뉴욕 시티FC 진영의 페널티 박스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