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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852화 (8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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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잭슨은 이혼 소송 중인 아내와 원만하게 이혼을 하길 바랐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내와 자신 사이에서 태어난 소중한 딸 소피아. 그 아이에게 더는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는 그걸 아는 아내가 끝까지 그를 물고 늘어졌다. 변호사도 충분하다고 한 이혼 조건이었는데 그걸 훨씬 상회하는 위자료를 요구를 해오고 있었던 것. 아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면 당장 잭슨의 가족들이 먹고 살 길이 막막해졌다.

스포츠 선수 가족들이 그렇듯 잭슨도 가족들의 가장이었다. 잭슨 하나만 보고 희생한 가족들에게 그는 지금껏 생계비를 지원하고 있었던 것. 그리고 앞으로도 쭉 지원해 줄 생각이었고. 한데 아내가 원하는 위자료를 지급하고 나면 가족들에게 줄 돈이 없었다. 해서 잭슨도 다른 가족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내와 이혼 소송을 벌이게 되었고.

그런 복합적인 문제들로 인해 잭슨의 사고는 일정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채 계속 아내에게 끌려 다녔다.

한데 그런 잭슨에게 팀 동료인 백준열이 귀가 솔깃한 힌트를 주었다. 그 힌트를 듣는 순간 잭슨은 막혔던 숨통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해서 일단 자신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제시카가 딴 놈이랑 붙어먹은 건 확실해. 거기다가 나는 원정 경기 때문에 집에 잘 들어가지 않았고. 그렇다면....”

아내는 분명 그 놈을 자신의 집에 들였을 공산이 컸다.

“맞다. 그, 그게 있었지!”

그때 1년 전의 기억이 홀연히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때도 원정 경기 후 집으로 돌아갔는데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침실이 엉망이었다. 아마 가사 도우미가 오늘 오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 때문에 깨끗이 청소 되어 있었어야 할 침실이 지금 이 상태인 것이었고. 특히 침대 위아래에 딱 봐도 기분 나쁜 것들이 당시 잭슨을 기분 나쁘게 했다.

침대 시트 위에 널려 있는 털들, 그리고 침대 아래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는 휴지들.

털 중의 절반은 아내의 털이었는데, 나머지 반은 누가 봐도 다른 사람의 털이었다. 그리고 휴지에서는 밤꽃향이 풀풀 풍겼다. 그게 정액 냄새라는 걸 모를 정도로 잭슨은 멍청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잭슨은 너무 피곤했다. 거기다 팀은 패배했고 주장이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잭슨은 자괴감마저 들었다. 그래서 처방 받아 둔 우울증 약과 수면제를 먹고 다른 방에 들어가서 그냥 잤다.

그렇게 그때 일은 흐지부지 됐고 잭슨은 어차피 신경 쓰지 않았던 가정 보다는 팀에 더 집중했다. 근데 당시 자신이 한 일이, 운전 중 그의 머릿속에 잊고 지냈던 기억이 거짓말처럼 떠올랐던 것.

“빙고! 됐다. 됐어. 크하하하하!”

왜냐하면 그때 무슨 생각에선지 잭슨은 밀폐용기 속에 침대 위에 털과 침대 아래 휴지를 넣어 자신만 아는 곳에 숨겨 둔 것이다. 거기다가 자신의 예전 핸드폰에는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두기까지 했다.

그 두 가지 증거가 있고 그 증거물에서 그 털과 휴지에 묻은 정액이 지금 아내의 정부인 그 새끼의 것과 일치만 한다면....

“위자료? 흥....”

위자료 따윈 아내에게 줄 필요가 없을지 몰랐다. 잘하면 아이의 양육권도 자신이 가져 올 수 있을 공산도 컸고.

그렇게만 된다면 마이클은 당장이라도 아내와 이혼을 해서 타인이 되어 줄 수 있었다. 물론 그 증거에는 CCTV에 찍힌 그 불륜 커플이 자기 집을 드나든 장면들도 첨가 되겠지만.

집에 도착한 잭슨. 그는 자신이 숨겨 둔, 오직 자신만이 아는 곳에서 1년 전 그 밀폐용기를 꺼냈다. 그리고 그걸 들고 변호사를 만나러 갔다. 자신의 얘기를 전부 들은 변호사는 크게 기뻐하며 밀폐용기 속의 증거물들을 재판의 증거로 등록하고 전문 기관에 검사를 바로 의뢰하겠다고 했다. 그러며 자신 있게 말했다.

“만약 그 증거들이 아내 정부의 것이 맞다면....양육권도 저희가 가져 올 수 있을 겁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네. 이혼의 귀책사유가 불륜으로 아내 분에게 있는 만큼 재판부에서 그 점이 크게 작용될 겁니다. 하지만 양육권을 확실하게 가져 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잭슨씨가 양육할 환경을 갖추고 있어야만 합니다.”

변호사의 그 말에 잭슨도 그 정도는 생각하고 있었다는 듯 바로 변호사에게 말했다.

“그 점은 염려 마십시오. 본가로 들어가서 살 테니까요.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삼촌과 고모가 소피아의 든든한 가족이 되어 줄 겁니다.”

잭슨의 그 말에 변호사가 급 방긋 웃었다.

“하하하하. 잘 됐군요. 그럼 문제없습니다.”

그렇게 잭슨은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와서 짐을 챙긴 뒤 푹 자고 다음 날 아침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상태로 오전 훈련을 하러 뉴욕 시티FC의 홈구장인 양키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 * *

크게 우려한 건 아니었다. 어차피 세 여자 모두 내 여자들이었으니까. 그런데....

“호호호호. 킴 언니는 말을 너무 재미있게 하는 거 같아.”

“맞아. 같은 말인데 킴 언니가 하면 왜 그렇게 웃기는 걸까?”

“이것들아. 그거야 다 이 언니가 재미있게 얘기를 하니 그렇지.”

내가 듣기에 전혀 재미있지 않았다. 그런데 김 비서의 그 별 말아닌 말이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쥬리와 타미라는 깔깔 거렸다. 뭐 어째든 김 비서가 두 서양인 내 여자들과 잘 지내는 건 나로서도 반가운 일이었다. 단지 내가 빠구리 해야 할 여자가 두 명에서 세 명으로 늘어나면서 내가 1.5배 바빠졌다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특히 나는 축구선수 노릇까지 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보니 육체적으로 슬슬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원정 경기 떠나기 전날에 나는 내 방문을 걸어 잠그고 귀마개를 한 채 일찌감치 잠들었다. 물론 그런다고 내 방을 두드리는 세 여자들의 노크 소리를 내가 듣지 못한 건 아니었다. 들어도 모른 척 한 거지.

그렇게 원정 경기 전날 나는 뉴욕 시티FC 선수들과 같이 구단 전용 비행기를 타고 캐나다로 날아갔다.

우리가 상대할 FC 몽레알이 바로 캐나다의 프로 축구단이었으니까. FC 몽레알은 퀘벡주 몬트리올을 연고지로 하고 있으며 콤플렉스 스포르티프 클로드-로비야를 홈 경기장으로 사용 중이었다.

늘 그렇듯 전날 원정 온 곳에서 가볍게 몸을 푼 뉴욕 시티FC 선수들은 준비 된 호텔로 가서 푹 쉬고 다음 날 적진, FC 몽레알의 홈구장으로 가서 본격적으로 몸을 풀고 경기에 뛸 준비를 했다.

그렇게 경기 시작 전 드레싱 룸에서 뉴욕 시티FC 닉 감독의 간단한 브리핑이 있었다.

“뭐 다들 알겠지만....FC 몽레알을 강팀이다. 그래서 사실 별 약점이 없다. 그 만큼 팀워크도 좋고 공수 밸런스도 좋다. 기본적으로 4-4-2 전술을 들고 나올 게 뻔하고, 수비에 강점을 둔 안정적인 팀이지만 선취 골만 넣는다면....충분히 해볼 만한 팀이라고 본다.”

그 말을 하면서 힐끗 내 눈치를 살피는 닉 감독. 그런 닉 감독의 반응에 뉴욕 시티FC 공격수들과 윙어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마치 자신들이 평가 절하 된 것 같은 느낌이 든 모양이었다. 내가 볼 때 하찮은 자존심에 불과 했지만 요즘 연승을 거두며 나름 잘 나가고 있었던 터라 그들 입장에서 충분히 기분 나쁠 만 했다.

현재 FC 몽레알의 감독은 이탈리아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이었다. 빗장 수비로 유명했던 그 이탈리아 국가대표 출신인 만큼 수비 중심적인 팀 컬러를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이에 우리는 4-3-3전술로 맞붙는다. 요 며칠 동안 충분히 연습을 했으니 다들 이 전술에 익숙해 졌을 것으로 보고....”

닉 감독의 그 말을 듣고 나는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감독이 요 며칠이라고 했지만 4-3-3 전술로 경기를 해 본 것은 이틀뿐이었다. 그래 놓고 충분히 연습을 했다고 하니 나로서도 웃음이 날 수밖에 없었다.

뭐 어쨌든 바뀐 새로운 전술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지는 순전히 내 몫이 크다는 걸 모를 내가 아니었다. 그건 닉 감독과 코칭스태프들도 마찬가지였고. 그래서일까? 브리핑 마지막에 닉 감독이 선수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준열을 중심으로 잘 들 해 봐. 백?”

“네.”

“기회가 되면 망설일 거 없이 골을 넣어. 내가 앞서 말했지만 오늘 경기에서 첫 골이 중요해. 무슨 말인지 알지?”

“물론입니다. 맡겨 주십시오.”

내가 자신 있게 대답하자 그제야 환하게 웃는 닉 감독이었다. 하긴 그 동안 내가 이긴다고 해서 진 적이 없다보니, 내 말이 곧 닉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에게는 승리의 여신의 말처럼 들릴 테지.

* * *

그 뒤 닉 감독은 전술적 지시는 그만 두고 선수들 개개인들에 대한 주문을 시작했다.

그게 준열의 귀에는 잔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지만. 그렇게 오늘 선발 출전하는 11명의 선수들에게 일일이 잔소리를 늘어놓은 닉 감독이 마지막으로 당부를 했다.

“이 경기를 이기면 우린 더 이상 강등 따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다들 죽어라 뛰어서 이기자. 특히....필드 안에서 준열의 말을 잘 듣도록.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에!”

준열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는 모든 뉴욕 시티FC 선수들이 일제히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닉 감독도 흡족해 하며 더는 선수들에게 뭐라고 하지 않고 드레싱 룸을 먼저 나갔다. 그 뒤 선수들이 유니폼을 비롯한 경기장 입장전의 준비를 마쳤고, 경기 시간이 다 되자 일제히 필드로 나섰다.

주심이 양 팀 주장을 불러서 동전 던지기 후 코트 선정을 시켰다. 그 뒤 몽레알의 선공으로 경기가 시작 되었다.

“삐이이익!”

주심의 휘슬에 센터 스팟에서 몽레알 공격수가 공을 밀었다. 그 공을 받은 몽레알의 미드필더들이 공을 돌렸고, 그 사이 몽레알 공격수들이 뉴욕 시티FC 진영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체격이 제법 좋은 몽레알 공격수들. 하지만 그들은 뉴욕 시티FC의 제법 견실한 수비벽에 가로 막혔다.

“으윽....”

이어진 강한 압박 수비에 몽레알 공격수들이 밀려나자, 몽레알 진영에서는 즉시 측면으로 공을 돌렸다. 이에 몽레알의 윙어가 뉴욕 시티FC의 왼쪽 사이드라인을 파고들었다.

파파파팟!

몽레알의 윙어는 수비도 좋았지만 돌파에도 일가견이 있는 선수였다. 하지만 뉴욕 시티FC의 윙백 역시 만만찮았다. 두 선수는 어깨 싸움을 벌이면서 라인을 따라 달렸다. 그러다 몽레알의 윙어가 크로스를 올리려 할 때 뉴욕 시티FC의 윙백이 다리를 뻗어 그걸 막았다.

그로 인해 라인 밖으로 나간 공. 그 공을 바로 센터링으로 연결하며 공격의 흐름이 끊기지 않게 만드는 노련한 몽레알의 플레이에 준열은 미간을 좁혔다.

‘확실히 강팀이라 다르군.’

하지만 뉴욕 시티FC의 수비력은 예전의 그 꼴찌 팀이었던 뉴욕 시티FC가 아니었다. 확실하게 몽레알 공격수들을 커버하는 수비수들. 그로 인해 패스 루트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공은 보다 확실한 루트를 찾아 뒤로 돌았다.

촤아아아!

그걸 눈치 차린 준열이 슬라이딩 태클로 몽레알의 패스를 끊었다.

“저, 저런....”

동시에 몸을 일으킨 준열은 시선을 전방에 두고 뺏은 공을 그대로 앞으로 찼다.

파파파팟!

뉴욕 시티FC의 공격수 마이클이 막 하프 라인을 넘어 달리고 있었다. 준열이 킥을 했을 때 마이클은 하프 라인 아래에 있었다. 때문에 업사이드가 아닌 상황.

“막아!”

다급히 마이클을 쫓아 움직이는 몽레알의 수비수들. 하지만 경기가 시작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뉴욕 시티FC의 공격수의 발은 빨랐다. 특히 MLS의 최약팀인 뉴욕 시티FC에서 킥 앤 러쉬에 특화 된 공격수가 바로 마이클였다. 그의 질주를 몽레알 수비수들은 따라 잡지 못했다. 순식간에 골키퍼와 1대 1 찬스를 잡은 마이클. 하지만 마이클은 그 빠르기만큼 볼 터치까지 A급 선수는 아니었다.

파팟! 휙! 휘릭!

나름 개인기를 발휘해서 멋지게 튀어 나온 골키퍼까지 젖히려 했는데 상대 골키퍼는 마이클보다 훨씬 노련했다.

파악! 툭!

“아악!”

골키퍼의 긴 다리에 공이 걸리면서 보기 좋게 절호의 기회를 날려 버린 마이클. 그가 그라운드를 나뒹군 뒤 주심을 찾았다. 골키퍼의 반칙이 아니냐며 말이다. 하지만 누가 봐도 골키퍼의 멋진 선방이었다. 주심은 바로 마이클의 시선을 외면해 버렸다. 이에 발끈한 마이클이 주심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허얼....”

자신이 만들어 준 절호의 찬스를 날려 먹고 주심에게 억지스런 항의를 해 대는 마이클을 보고 준열을 기가 찼다. 하지만 공격수가 찬스 때마다 골을 넣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골을 넣으려는 공격수만큼이나 상대 수비수와 골키퍼의 방어 역시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공격에 실패한 공격수라면 자신에게 찬스를 만들어 준 동료에게 미안해 할 줄 알아야 했다. 저렇게 주심에게 진상을 떨어서 되레 팀에 민폐를 끼칠 게 아니라 말이다.

역시나 그런 마이클로 인해 기분이 상한 듯 주심이 자신을 귀찮게 하는 그에게 싸늘한 얼굴로 구두 경고를 보냈다.

“마이클 선수. 내가 다 봤어. 그러니까 작작 좀 하지?”

“아아. 네....”

그제야 녀석도 눈치를 챘는지 웃으며 주심에게서 떨어졌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오늘 뉴욕 시티FC는 처음부터 주심의 눈 밖에 난 것이다. 멍청한 수다쟁이 공격수 하나 때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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