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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850화 (848/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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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욕실 안에서 김 비서와 내가 서로 몸을 씻어 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눈길과 손길에는 그 어떤 욕정도 깃들어 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만큼 충분히 빠구리를 했으니까.

앞서 여기서 김 비서와 내가 뜨겁게 빠구리를 했었던 3라운드는 이미 3시간 전의 과거 얘기였다. 즉 이미 2시간 전에 김 비서와 나는 욕실에서 빠구리 3라운드를 끝내고 다시 내 방 침대에서 4라운드와 5라운드 빠구리를 치렀다.

그 결과 떡 실신해 버린 김 비서와 더는 발기하지 않고 고개를 수그린 내 말자지. 그리고 시간이 오후 5시를 채 몇 분 안 남겨 두고 있었다. 즉 아침에 출근한 내 두 여자들의 퇴근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던 것.

물론 바쁜 두 여자들이 정시 퇴근을 할리 없었지만. 어째든 김 비서와 빠구리를 계속 해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해서 나는 떡 실신한 김 비서를 억지로 깨워서 그녀와 같이 욕실에 들어와서 서로의 몸에 묻은 애액 씻어주고 있었다. 그때 김 비서가 내게 물어왔다.

“내가 좋아요? 아니면 그 백인여자들이 좋아요?”

그 물음은 내게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 혹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묻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지금의 정답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야....김 비서가 좋지.”

정답은 당장 내 눈앞에 있는 여자다. 그리고 그 대답에 싱긋 미소 짓는 김 비서. 비누칠 된 내 몸을 만지는 그녀의 손길이 한참 더 부드러워졌다. 그 손길에 살짝 흥분이 되긴 했지만 그냥 참았다.

‘지금 불 붙여서 어쩌려고....’

자신이 미국에서 선택한 두 여자들이 곧 여기로 올 텐데, 김 비서와 배꼽을 맞추고 있는 걸 그녀들이 보게 해서 좋을 건 없었다. 무엇보다 두 여자들이 하고 있는 일은 따지고 보면 다 자신이 맡긴 일이 아니던가?

즉 자기 대신 힘들게 일하고 집으로 돌아 온 그녀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거 자체가 예의가 아니었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내가 그럴 수는 없지.’

내가 그 생각을 하는 사이 내 몸에 비누칠을 끝낸 김 비서가 내 몸을 향해 샤워기를 물줄기를 내뿜었다.

쏴아아아아....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게 적절한 온도의 물이 내 몸에 묻은 비눗물을 깨끗이 씻어 주었다.

“이리 줘.”

나는 내 몸을 씻기고 나서 자기 몸을 씻으려는 김 비서에게서 샤워기 헤드를 받아서 그녀 몸을 씻겨 주었다. 그렇게 욕실에서 뭔가를 계속 주거니 받거니 하며 샤워를 끝낸 우리는 각자 가운을 걸치고 욕실을 나섰다.

“김 비서는 제일 안쪽 방을 쓰면 돼.”

그리고 김 비서에게 여기 로얄 스위트 룸의 비어 있는 방 하나를 내 주었다. 김 비서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장 내가 지정해 준 방으로 갔다. 그 사이 나는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속옷을 비롯해서 호텔 측에서 제공해 준 편한 옷을 갖춰 입었다.

그렇게 먼저 거실용 공간으로 나온 나는 룸서비스로 음식을 시킬까 하다가 그냥 김 비서의 방으로 가서 말했다.

“김 비서. 저녁은 여기 호텔 레스토랑에서 먹는 게 어때?”

김 비서의 방문 앞에 서서 내가 그렇게 묻자 방 안의 그녀가 바로 대답했다.

“그래요. 으음....10분 뒤에 가는 걸로 해요.”

“알았어.”

내가 다른 여자들 보다 김 비서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녀가 시간 개념이 명확하기 때문이었다. 보통 여자들은 지금처럼 내가 물으면 그러 자고만 대답한다. 그리고 짧으면 30분 길면 1시간가량을 기다리게 만든다. 그렇지만 김 비서는 달랐다. 내게 정확한 대기 시간을 말해 주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해서 나는 그 10분의 시간을 로얄 스위트 룸의 노래방에서 노래 두 곡을 부르며 기분 좋게 김 비서를 기다려 줄 수 있었다.

“가요.”

그리고 김 비서는 정확히 10분 뒤에 자신의 방을 나왔다.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자고 해서 그런지 앞서 그녀가 입고 있었던 오피스 룩과는 달리 어깨 반을 드러내는 과감한 검정 반짝이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와우....’

당연히 몸매의 비율이 워낙 좋은 그녀다 보니 완전 예술이었다. 그 끝판왕은 두말 할 거 없는 그녀의 작고 아름다운 얼굴이었고. 저렇게 예쁜데 김 비서는 그걸 전혀 티내지 않았다. 그게 더 내게는 매력적으로 보였지만....

* * *

대개 미인들은 자기가 아름답다는 걸 안다. 그래서 도도하고 시니컬한 면모를 보이는 게 대다수다. 뭐 당장 미국에서 건진 내 두 여자들도 그런 성향이니 이건 더 말하고 자실 것도 없었다. 한데 김 비서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

“뭐해요? 빨리 안 오고?”

“어어. 가. 간다고.”

나는 로얄 스위트 룸 입구 앞에서 나를 재촉하는 김 비서에게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그 사이 김 비서가 문을 열었고 우리는 방밖으로 나갔다. 그리곤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곳 호텔 최상층에 위치한 라운지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김 비서가 먹고 싶은 음식과 와인 위주로 식사를 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오니 8시가 좀 넘었다. 근데도 두 여자들은 아직 오지 않았다.

“쉬어.”

“네.”

그래서 나는 김 비서에게 여독을 풀라며 먼저 자기 방에 들어가게 하고 혼자서 거실용 공간에서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그때 쥬리가 먼저 퇴근해 왔다.

“어서 와.”

오늘 일이 좀 힘들었던지 쥬리가 반쯤 녹초가 되어 퇴근해 와서는 내 품에 포옥 안겼다가 이내 내 뺨에 기습적으로 뽀뽀를 하며 은근한 눈길을 보내오며 말했다.

“쪼옥~. 준열. 보고 싶었어요.”

그 말은 당장이라도 나와 섹스를 하고 싶다는 뜻이었는데, 여자의 요구에 거의 100% 응해왔던 평소와 달리, 나는 그런 그녀를 다독이며 말했다.

“일단 씻고 나와.”

“아앙.....준열....”

“어서....”

나는 애교까지 부리는 쥬리를 억지로 등 떠밀어 그녀 방으로 밀어 넣었다. 그렇게 쥬리가 씻고 나오는 동안 타미라가 퇴근했다.

쥬리보다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성향의 타미라. 그녀도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를 보자마자 흥분한 얼굴로 내 입술에 대뜸 키스를 하더니, 한 손을 밑으로 내려서 내 말자지를 움켜쥐었다.

타미라 역시 나와 바로 섹스를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타미라. 냄새 나는 데 씻고 오면 안 될까?”

“냄새? 끙끙끙....안 나는데?”

“하아. 냄새 나거든. 어서....”

타미라 역시 나에게 억지로 등 떠밀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고, 그녀가 씻는 사이 쥬리가 씻고 먼저 나왔다. 그때 내가 움직여서 로얄 스위트룸의 끄트머리 방에 있던 김 비서를 밖으로 불러냈다.

“누, 누구?”

김 비서를 보고 쥬리가 잔뜩 경계 어린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러자 나대신 김 비서가 나서서 자신을 쥬리에게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온 백준열 대표님의 비서 김혜인이라고 해요.”

“비서?”

쥬리가 복잡 미묘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 눈길에서 나는 쥬리의 속마음을 바로 간파했다. 그럴 것이 김 비서 같은 초 절정 미녀를 과연 내가 비서로만 곁에 뒀을까? 그건 100% 아닐 거고. 그렇다면....

“맞아. 김 비서도 내 여자야.”

나는 이실직고 쿨하게 쥬리에게 김 비서와 나의 관계를 밝혔다. 어차피 쥬리도 내 여자인 이상 또 다른 내 여자인 김 비서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건 이곳에서 내가 쥬리 말고 다른 내 여자인 타미라와 같이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증명이 된 바였다.

“그, 그렇군요.”

그런데 쥬리의 반응이 좀 달랐다. 타미라를 받아드릴 때와 말이다. 그리고 그건 씻고서 수건으로 겨우 몸을 가리고 자기 방에서 나온 타미라도 마찬가지였다. 김 비서로부터 직접 소개를 받은 그녀는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나를 쏘아보다 툭하니 한 마디 내 뱉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옷 좀 입고 나올게.”

그렇게 타미라가 편한 차림으로 다시 거실용 공간으로 나오면서 우리는 4자 대면을 할 수 있었다.

“....”

한데 분위기가 영 어색했다. 미국의 내 두 여자들이 김 비서를 경계하는 티가 너무 역력하게 났던 것이다. 반면 김 비서는 그런 두 미국 여자들의 반응에 가소롭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이며 여유 있게 앉아 있었고.

“대표님. 피곤하실 텐데 먼저 들어가서 쉬세요.”

그때 김 비서가 말했고 나는 그런 그녀에게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지금의 문제를 그녀에게 맡기면 그녀가 다 알아서 풀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랄까? 해서 나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침대에 걸터앉자 갑자기 눕고 싶어졌다. 그래서 누웠더니 수마가 확 나를 덮치면서....

“으아아아함~”

아침에 되어서 잠에서 깼다. 시간을 확인하니 아침 7시 30분이었다. 나는 바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오늘 오전 훈련 때문에 9시까지 뉴욕 시티FC의 홈구장인 양키 스타디움에 가야했기에. 그래서 씻고 훈련 후 갈아입을 속옷을 비롯해서 씻을 때 필요한 것들을 가방에 챙긴 뒤 내 방을 나섰다.

“어?”

그때 나는 볼 수 있었다. 어젯밤까지 어색하기 이를 때 없었던 세 여자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서 다들 밝게 웃으며 아침 식사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말이다. 그때 나를 발견한 김 비서가 말했다.

“일어났어요? 애들이 일찍 출근해야 한다고 해서 먼저 식사 중이었어요.”

“애들?”

내가 황당한 얼굴로 쥬리와 타미라를 쳐다보자 쥬리가 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킴을 앞으로 언니로 부르기로 했어요.”

그러자 쥬리의 말에 동조하며 타미라가 이어 말했다.

“킴 같은 언니가 있어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

그러며 타미라가 아침부터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김 비서를 쳐다봤다. 자신의 남자인 나에게도 아직 제대로 자신의 마음을 열지 않은 여자킬러 타미라였다. 당연히 지금 보이고 있는 미소를 나는 그녀와 빠구리 시 그녀가 떡 실신하기 전에나 봐왔었다. 그런 미소를 타미라는 지금 너무도 자연스럽게 김 비서에게 지어보이고 있었다.

‘뭐, 뭐야?’

나는 놀란 눈으로 김 비서를 쳐다봤고 김 비서는 그런 내 눈길에 그저 흐뭇하니 미소만 지으며 커피 잔을 들어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 * *

자세한 내막은 쥬리와 타미라가 먼저 출근하고, 그 사이 피트니스 센터에서 가볍게 아침 운동을 마치고 돌아 온 내가, 김 비서가 주문해 둔 아침 식사를 할 때 그녀에게서 직접 들을 수가 있었다.

“어젯밤에 쥬리와 타미라와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나서 그렇게 됐어요.”

“그렇게?”

“네. 어쩌다 보니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할 수 있었고 서로 통하는 점이 의외로 많이 있더라고요. 그렇게 급격히 친해졌고 그 뒤 자연스럽게 서로의 나이를 밝혔는데....하필 제가 그녀들보다 나이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언니 먹기로 한 거죠.”

하지만 김 비서의 말에 어폐가 있었다. 우선 어쩌다 보니 마음을 터놓게 되었다는 데 내가 아는 한 쥬리와 타미라 모두 워낙 개성이 강하고 자기중심적이어서 그리 쉽게 마음을 터놓을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리고 여기는 미국이고 미국인들에게 나이는 벼슬이 아니었다. 한국에서나 나이가 많으면 형님, 언니, 누님, 오빠로 대접 받지 미국에서는 어림없는 얘기다.

“그랬군.”

하지만 나는 굳이 김 비서의 말에 문제점을 직접적으로 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럴 게 그 과정이 뭐가 중요하겠나? 그 결과만 좋으면 됐지. 그리고 김 비서와 더 심도 깊게 얘기할 정도로 내게는 시간이 없었다.

“미안. 오늘부터 훈련에 참가 해야해서 말이야.”

나는 김 비서에게 양해를 구하고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준비해 둔 가방을 챙겨서 내가 로얄 스위트룸을 나서려 할 때 김 비서가 그런 나를 배웅하며 말했다.

“정말로 축구선수로 뛰시는 거예요? 그것도 프로로?”

“뭐 어쩌다 보니....”

나도 김 비서처럼 두루뭉술하게 본질을 숨긴 체 대답을 하고는 입구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는데 그때 김 비서가 나를 따라 나오며 물었다.

“이따 훈련장 가도 되죠?”

김 비서가 별 대수롭지 않게 내가 축구 훈련하는 곳에 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 시간 있으면 쇼핑이나 해.”

그러며 나는 내 호주머니 속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그 지갑 안에 블랙 카드를 빼내서 김 비서의 손에 쥐어주고는 그대로 뒤돌아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내가 엘리베이터 안에 타고 문이 닫힐 때 어느 새 따라 온 듯 복도에서 김 비서가 카드를 쥔 손을 흔들며 말했다.

“훈련 잘하고 와요. 이건 내가 잘 쓰도록 할게요.”

“....”

나는 말없이 그런 그녀에게 가볍게 한손을 들어보였다. 그 사이 우리 둘 사이를 엘리베이터 문이 가로막았고 이내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대로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간 나는 대기 중인 차를 타고 뉴욕 시티FC의 홈구장인 양키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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