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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845화 (84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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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마치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바로 준열이 찬 공이 골대 안에 들어가지 않고 흘러 나왔을 경우, 그 공을 주워 먹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 뉴욕 시티FC 공격수들을 FC 댈러스 선수들은 밀착 마크하며, 페널티에어리어 안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옆으로....더, 좀 더....오케이!”

FC 댈러스 골키퍼의 벽 위치 조절이 끝나자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그러자 준열이 움직였고 공을 차는 순간, 뉴욕 시티FC 공격수들이 우르르 골 에어리어 안으로 뛰어 들었다.

뻐엉!

이내 강렬한 파열음이 일었다. 그 소리를 들으며 FC 댈러스 선수들은 무식하게 골 에어리어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뉴욕 시티FC 공격수들을 온몸으로 저지했다. 하지만 제대로 준열의 발등에 얹힌 공은 풍선 터지는 소리와 함께 눈 깜짝할 사이 수비벽을 넘어 골대에 다다랐고, 사선으로 쭉 뻗은 공은 그대로 크로스바 위를 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골대 근처에서 그 공이 뚝 떨어졌다.

“헉!”

골키퍼의 다급한 비명성과 함께 그의 몸이 뒤로 휘었다. 마치 요가 강사를 보듯 유연하게 말이다. 하지만 골키퍼가 팔을 뻗었을 땐 이미 공은 공대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공은 준열이 노린 골대 사각지점으로 슉 들어가며 골 망을 흔들었다.

철썩!

그야말로 완벽! 환상적이라고 밖에 표현 할 수 없는 무 회전 슛이었다.

[그렇지! 잘했다.]

여태 준열 몸에 빙의해서 축구를 하고 있었던 호세 가르시아의 목소리가 처음 그의 머릿속을 울렸다. 그 동안 호세 가르시아는 준열의 몸에 빙의해서 축구를 하면서도 단 한 번도 그걸 티 내지 않았다. 한데 이번만큼은 녀석도 많이 흥분이 됐는지, 참기가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원래부터 프리킥을 잘 찼어?’

준열이 속으로 호세 가르시아에게 묻자, 그가 어색하게 대답하면서 준열에게 사과를 했다.

[어. 뭐....잘 찼지. 저기....미안하다. 티내지 않으려 했는데....]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사실 준열은 호세 가르시아가 그의 몸에 빙의할 때 그에게 당부를 했었다. 가급적 자신 몸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와서 자기를 놀라게 하지 말아달라고 말이다. 한데 호세 가르시아가 그걸 좀 더 과하게 받아드린 거 같았다.

물론 준열로서는 호세 가르시아가 나서지 않는 게 좋았다. 그래서 굳이 그 점을 호세 가르시아에게 얘기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호세 가르시아가 알아서 더는 말없이 조용히 있었다.

호세 가르시아와는 3경기를 자신의 몸에 빙의해서 뛰게 해 주는 걸로 합의를 봤다. 근데 준열은 이 경기를 빼고 리그 3경기를 더 치러야 했다. 그 말은 호세 가르시아의 능력을 2경기는 쓸 수 없다는 얘기. 그러나 준열은 그 점이 전혀 걱정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다음 한 경기를 더 치르고 나서 호세 가르시아의 미션을 준열이 완수하고 나면 그의 축구 천재 능력을 자신이 영구적으로 가지게 될 테니 말이다.

* * *

호세 가르시아의 무 회전 슈팅의 진가가 여지없이 발휘 되면서, 골망을 때린 공이 골대 밖으로 흘러나오자, 그걸 보고 FC 댈러스 골키퍼가 신경질적으로 그 공을 차는 걸 보고 준열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우와아아!”

“백!”

뉴욕 시티FC 선수들이 우르르 준열에게 몰려왔다. 후반전 답답했던 공격의 맥을 결국 준열이 뚫어 준 것.

뉴욕 시티FC 선수들이 다들 축하하며 준열 주위로 모여 들고 있을 때 FC 댈러스 선수들은 다들 떡 벌어진 입으로 준열을 쳐다보았다. 준열은 그 골로 자신을 증명했다. 준열이 힐끗 벤치를 돌아보자 토미 수석 코치가 싱긋 웃으며 그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워 보였다. 그 뒤쪽 벤치에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던 닉 감독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됐군.’

준열은 앞으로 남은 경기들을 자신의 의도대로 끌어 나갈 수 있게 되었음을 확신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의 마음을 확실히 얻었으니 말이다

준열의 그 골에 이어 뉴욕 시티FC은 1골을 더 넣었다. 직후 중앙 미드필더인 준열의 골에 자극을 받은 뉴욕 시티FC 공격수들이 미친 듯 날 뛰었고, 마이클의 통렬한 중거리 슈팅을 시작으로 측면윙어가 올린 크로스가 골망을 갈랐다. 그 뒤 종료 2분 전에 백준열의 날카로운 롱 패스를 마이클 멋진 터닝슛으로 마무리 지었지만 아쉽게도 골대를 때렸다.

그렇게 뉴욕 시티FC은 자신들이 공언했던 대로 두 자리 수인 10대 0이란 스코어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지만 7대 0이라는 큰 점수차이로 FC 댈러스를 이겼다.

“누가 뉴욕 시티FC이 약하다고 했는지 그걸 묻고 싶네요.”

뉴욕 시티FC에 제대로 혼쭐이 난 FC 댈러스 감독은 그 말을 하고는 선수들을 인솔해서 양키 스타디움를 떠났다.

“다들 수고했다. 다들 집으로 가서 푹들 쉬도록....크흐음!”

닉 감독은 일부러 티내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기쁨을 숨기지 못하고 먼저 라커룸을 나섰고, 대신 토미 수석 코치가 끝까지 남아 오늘 뛴 선수들을 챙겼다. 준열을 비롯해서 오늘 경기에서 활약했던 뉴욕 시티FC 선수들은, 다들 회복에 좋은 마사지를 받고 나서 경기장을 떠났다.

“백. 오늘도 죽여 줬어.”

“마이클도 오늘 수고 많았어.”

“내일, 아니지. 모레 봐. 백.”

“어. 그래. 모레 보자고. 잭슨.”

준열은 뉴욕 시티FC의 핵심 선수라 볼수 있는 스트라이커 마이클과 주장 잭슨과 주차장 앞에서 작별을 고했다. 그렇게 그들이 주차장 안으로 들어가서 자기들 차를 타고 집으로 가려 할 때 준열은 이미 경기장 밖에 대기 중이던 자신의 차를 타고 그가 묵고 있던 호텔로 향하고 있었다.

“이긴 거 축하합니다.”

그때 웬일인지 평소 말없이 준열 옆에 앉아 있기만 했던 문대식 팀장이 먼저 말을 했다.

“어. 뭐....고마워.”

“그리고....”

역시 문대식 팀장이 준열에게 먼저 말을 건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였다. 문대식이 준열에게 뭔가를 얘기했고 그 얘기를 듣고 난 준열의 목청이 확 커졌다.

“뭐? 김 비서가 내일 새벽에 온다고?

* * *

반백 머리, 하지만 중후한 정장 차림의 장년인은 누가 봐도 당당한 체구를 자랑했다. 누가 이 장년인이 65살이나 먹은 노인이라 생각하겠나? 뭐 요즘은 60대도 청춘이라고들 한다지만 어째던 장년인은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였다.

그런 그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문 앞에 서 있었다. 그 문 옆으로 검은 정장 차림의 두 남자들이 서 있었는데, 그런 그들 역시 장년인을 흘깃거리며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럴 것이 장년인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두 남자들이 모셨던 분이었으니까. 그것도 그들이 지금 속해 있는 곳에서 오를 수 있는 최고 위치에 있었던....

“후우웁....”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장년인이 드디어 손을 들었다. 그리고....

똑! 똑! 똑!

노크를 한 후 정중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장년인. 그런 그의 시선에 널따란 공간 안에서 홀로 오만한 얼굴로 앉아 있는 완고한 인상의 노인이 보였다. 바로 장년인이 무려 30년을 모셔 온 분이었다.

“회, 회장님!”

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장년인 노성식의 허리가 절로 직각으로 굽혀졌다. 그런 그에게 노인이 말했다.

“이리 가까이 와. 노 실장.”

“네. 회장님.”

노성식은 쪼르르 노인이 앉아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알아서 노인이 앉은 소파 옆에 조심스럽게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그런 그에게 노인이 예의의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 정치판에 기웃거린다고?”

“네? 아아....뭐 좀....”

“삼명그룹 경호실장이란 타이틀이 그래도 정치판에 먹히는 모양이지?”

“그, 그게....”

노성식의 이마와 양쪽 귀 밑으로 주르르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럴 것이 지금 눈앞의 완고한 노인에게 자칫 한 말실수로 인해 그의 모든 게 끝장 날수 있었으니까.

“쯧쯧....송충이가 솔잎을 먹어야지. 갈잎을 먹으면 죽어.”

노성식은 노인의 말에 숙이고 있던 고개를 쳐들었다. 그런 노성식에게 노인이 말했다.

“시킬 일이 좀 있어. 그것 좀 해주면....섭섭잖게 챙겨 주지.”

노인의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노성식이 대답했다.

“뭐, 뭐든 시켜만 주십시오.”

노성식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지금 자기 눈앞의 노인이 말하는 섭섭잖게 란 말이 어느 정도 챙겨 주겠다는 얘기인지 말이다. 그럴 것이 노인의 정체가 바로 삼명그룹 회장이었으니까.

대한민국에서 최고 부자인 백승렬 회장이다. 거기다 요즘은 권력까지 쥐었다. 청와대를 좌지우지한다는 얘기가 있으니 말이다.

그런 백 회장이 자기 입으로 챙겨 주겠다고 했으니 적어도 강남에 빌딩 한 채 정도는 챙겨 줄 터.

그거면 당장 이 자리에서 죽는 시늉도 할 수 있는 노성식이었다.

“그래. 우선 자네가 할 일은....”

백승렬 회장이 이전 그의 경호실장이었던 노성식에게 신중한 얼굴로 뭔가를 말하기 시작했고, 그의 얘기를 열심히 경청 중이던 노성식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그리고 백승렬 회장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노성식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하, 하지만 그럴 경우 이 실장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

“그러니까 자네가 알아서 잘 해야지. 안 그래?”

노회한 백승렬 회장의 독기 어린 독사 눈빛의 그 카리스마에 차마 노성식은 못 하겠다는 말을 뱉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짝!

백승렬 회장을 만나고 나오는 길에 노성식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뺨을 힘껏 때렸다. 그리고 새 빨게 진 자신의 뺨을 반대 손으로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하지만....”

비록 상대가 백승렬 회장이었지만 노성식은 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게 뼈저리게 후회가 됐다.

* * *

누가 뭐래도 현 삼명그룹의 회장은 백승렬이다. 하지만 백준열이 후계자가 되면서 그 승계 작업이 빠르게 진행 되었다. 그 과정에서 백승렬의 흔적이 빠르게 그룹 내에서 지워지고 있었다.

이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걸 백승렬도 당연시 하며 받아드리고 있었고. 한데....

“그 아이들의 죽음....그 죽음에 뭐가 있어.”

미국으로 쫓아 보낸 자신의 장남의 두 아들들. 그러니까 백승렬 회장에게는 장 손자들인 그 두 아이들이 죽었다. 며느리야 아들과 법적으로 정리가 되었으니 백승렬 회장에게도 남이었다. 그러나 두 손자들은 달랐다. 엄연히 그의 핏줄이 이어진 그 귀한 손자들이 타국에서 죽었단다. 그런데 그 죽음을 두고 삼명그룹 내부에서는 쉬쉬 하고 사고사로 덮으려 했다.

그게 못마땅했던 백승렬 회장이 나섰고 그로인해 승계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던 백준열 쪽 사람들과 부딪쳤다.

그때 백승렬 회장은 깨달았다. 삼명그룹에서 자신의 입지가 얼마나 추락해 있는지 말이다. 그러니까 현재 삼명그룹의 힘을 오롯이 자기 마음대로 부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즉 삼명그룹의 승계 작업을 진두지휘 중인 이동훈 비서실장에 의해, 백승렬 회장의 손발이 다 잘려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백승렬 회장의 말이 그룹 내에 잘 전달 되지 않고 있었고.

해서 백승렬 회장은 그 잘린 자신의 손발을 도로 붙이는 귀찮은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그 첫 시작을 자신의 전 경호실장이었던 노성식을 자기 곁으로 부르는 걸로 잡았고, 무난히 노성식으로부터 긍정적인 대답을 들었다. 해서 백승렬 회장은 내친김에 노성식에게 일을 시켰다.

전 비서실장이었던 오규동을 찾아서 자기 앞에 데리고 오라고 말이다. 그랬더니 그날 바로 노성식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당연히 백승렬 회장은 그 전화를 받았고.

“어. 그래. 어떻게 됐나? 오 실장 찾았어?”

-네. 회장님. 말씀하셨던 오규동 실장은....

노성식의 얘기를 쭉 경청하던 백승렬 회장. 그의 눈이 갑자기 커졌다. 그리고....

“뭐? 오 실장이 실종 돼?”

-가족들이 실종 신고를 한지 벌써 6개월도 넘었다고....

승계작업을 이유로 오규동 실장을 쳐 낸 게 바로 백승렬 회장 자신이었다. 그랬기에 오 실장을 챙기지 못한 건 자신의 실책이었다. 어째든 자신의 수족으로 든든히 자신을 뒷받침해 줬던 오 실장이었는데 말이다.

“으음....혹시 자네 비서실에 오 실장의 최측근이 누구였는지 아는가?”

지금의 백승렬 회장에게는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도 필요했다. 그래서 노성식에게 오 실장을 대신할 만한 자를 물었는데....

-오규동 실장의 최측근이라면....윤 과장인데....

“그래? 그럼 그 윤 과장과 접촉을....”

-그 윤 과장은 지금 윤 차장으로 승진해서 이동훈 실장 옆에 있습니다.

“하아....”

노성식의 입에서 이동훈 실장의 이름이 거론 되자 백승렬 회장의 입에서 절로 탄식이 흘러나왔다. 백승렬 회장이 아는 이동훈 실장은 절대 자기 주위에 믿지 못할 자를 두지 않았다. 그 말은 이동훈 실장이 윤 과장을 확실히 자기 사람으로 만들었단 얘기. 즉 지금 백승렬 회장이 손을 뻗어봐야 윤 과장이 자기 사람이 되는 일은 일어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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