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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FC 신시네티와의 경기가 있고 나흘의 시간이 흘렀다. 승리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어째든 뉴욕 시티FC의 순위는 아직 강등 권에 속해 있었으니까. 그들이 확실하게 강등 권을 탈출 하려면 남은 3경기 중 적어도 2경기는 잡아야했다.
한데 그 3경기 중에는 무려 MLS의 상위 팀, 그러니까 지금 기준으로 리그 순위가 3위와 5위 팀들이 포함 되어 있었다.
다행이라면 내일 있을 MLS리그 35라운드, 뉴욕 시티FC의 홈경기의 상대는 현재 리그 15위에 올라있는 FC 댈러스였다.
현재 FC 댈러스와 뉴욕 시티FC의 승점 차는 겨우 1점. 따라서 FC 댈러스 입장에서 보면 오늘 뉴욕 시티FC와의 경기는 승점 6점짜리 경기라고 보면 됐다. 물론 그건 이제는 꼴찌 팀에서 탈피한 뉴욕 시티FC도 마찬가지였고.
뉴욕 시티FC의 홈구장 양키 스타디움. 수석 코치 토미는 닉 감독을 대신해서 선수들을 필드 안에서 큰 원을 그리며 서게 했다. 그 뒤 자신이 그 원의 한 가운데로 서서 외쳤다.
“스트레칭 확실히 해 주기 바란다. 기초 훈련을 받다가 부상으로 내일 리그 경기에 뛰지 못하는 어이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게 말이다.”
토미 수석 코치의 그 말에 선수들이 피식 웃었다. 그렇게 몸들을 푼 선수들은 토미 수석 코치의 휘슬 소리와 함께 두 줄로 나란히 서서 그라운드를 가볍게 달렸다. 3바퀴까지는 그렇게 설렁설렁 뛰던 선수들은 점차 속도를 올리며 2바퀴를 더 뛰었다.
“헉헉헉....”
선수들 대부분이 가쁜 호흡을 골랐는데 몇몇 선수는 그렇게 뛰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평정심을 유지한 체 서 있었다. 토미는 그런 선수들을 눈여겨봤는데 그 중에도 한 선수.
실질적으로 꼴찌 팀의 반란을 이끌고 있는 총사령관 격인 백준열에게, 아무래도 토미의 시선이 더 오래 머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최근 많이 친해 진 듯 뉴욕 시티FC의 스트라이커 마이클 옆에서 그와 태평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근데 백준열은 방금 그라운드를 다섯 바퀴를 뛴 녀석이 맞나 싶게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서 있었다. 그 말은 그 만큼 체력이 된다는 소리.
‘진짜 대단해.’
다른 선수들에 비해 백준열은 원래부터 축구를 해왔던 선수 출신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일반인이라는 얘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 선수들도 헥헥 거리는 데 저렇게 편안한 얼굴로 마이클과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백준열을 보면서 토미의 얼굴에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그 사이 스트레칭도 끝나고 본격적인 기초 훈련, 즉 볼 트레핑 부터가 시작 되었다.
툭! 툭! 툭! 툭!
발등을 이용해 일정한 속도와 높이를 유지하며 무릎을 활용해 머리, 어깨 등을 사용해 온 몸 드리블을 선보이는 마이클과 백준열의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사가 터져 나오게 만들기 충분했다.
“마이클이야 우리 팀 골 게터니까 그렇다고 쳐도....백. 저 녀석....제법이네.”
“요 근래 활약하는 거 안 봤어요? 완전 원 맨 쇼였잖아요?”“하긴....FC 신시네티 때 대단하긴 했지.”
준열은 마이클과 마주보고 공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그러다 준열이 헤딩을 하고 마이클이 그 공을 받아서 헤딩하기 좋게 공을 올려 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마이클이 손이 아닌 발을 사용하면서 기막힌 장면이 연출 되었다. 한쪽은 발로 한쪽은 머리로 서로 공을 주고받기 시작한 것이다.
“와아....”
“지금 몇 번째야?”
“아까 30번까지 셌다가 포기했다.”
“잘하면 10분도 할 기센데?”
그 말을 두 사람이 듣기라도 한 것일까? 두 사람의 기행은 10분이 지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두 사람 다 워낙 자존심과 승부욕이 강하다보니, 끝까지 공이 그라운드에 떨어지지 않게 머리와 발로 주고받기 즉 랠리를 계속 이어 나갔던 것이다.
“삐익! 그만!”
그 승부는 결국 토미 수석 코치의 개입으로 무산이 되었다.
“너희들.... 작작 좀 해라. 내일 시합 안 뛸 거야?”
토미의 그 말에 백준열과 마이클의 랠리는 끝이 났다. 하지만 그 승부로 인해 백준열과 마이클은 발과 머리의 감각을 최대한 살릴 수 있었고 호흡 역시 맞출 수 있었다.
* * *
오전 기초 훈련은 11시 50분에 끝이 났다.
“다들 식사하고 1시에 여기 다시 집합한다. 이상.”
토미 수석 코치는 그 말 후 휑하니 필드를 떠났고 남은 선수들은 각자 알아서 움직였다.
일부 선수들은 딴 방향으로 움직였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경기장 내 선수 전용 식당으로 향했다. 준열도 허기를 느끼고 식당으로 움직였다. 그때 언제 다가왔는지 마이클이 준열 옆에서 나란히 걸으며 말했다.
“역시 홈경기가 좋지?”
“어. 원정은....비행기 타고 가도....확실히 힘들어. 육체적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맞아. 그러니 내일도 꼭 이기자.”
“그래야지.”
준열은 당연한 소릴 하는 마이클과 같이 식당으로 들어가서는 평소보다 좀 더 많은 음식을 섭취했다. 아무래도 오전 기초 훈련 때 소모한 에너지를 보충해야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준열은 마이클과 같이 맛있게 점심을 먹고 라커룸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다가 시간 맞춰 오후 훈련을 소화했다.
오후 역시 기본적인 트래핑과 패싱 연습과 게임 등으로 훈련을 하고 4시부터 경기장 내 소회의실에서 내일 있을 경기에 앞서 작전 회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오늘 훈련 일정이 끝나면서 다른 선수들이 각자 집으로 돌아가기 바쁠 때 준열은 경기장에 남았다. 그걸 본 마이클이 물어왔다.
“백. 안가?”
“훈련 좀 더 할까 해서.”
“훈련을? 하지만 내일 시합인데....”
“슈팅 연습만 좀 더 할 거라 상관없어.”
“그래? 그럼 나도 같이 하자.”
“마이클 너도?”
“어.”
그렇게 준열은 마이클과 같이 필드에서 개인 훈련을 했다. 당연히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마이클에게 말한 대로 준열은 슈팅 연습을 했는데 준열과 달리 체력 관리가 더 필요한 마이클은 딱 50번의 슈팅 후 그라운드를 나섰다.
“백. 나 먼저 간다.”
“그래. 어서 가서 쉬어. 그래야 내일 골을 넣지.”
“하하하하. 그래. 너도 적당히 하고 들어가 쉬어.”
“그러지.”
그렇게 홀로 그라운드에 남은 준열은 눈앞에 내일 그가 상대해야 할 FC댈러스 선수들이 있다고 생각하고 가상 경기를 실행 해 보았다.
툭! 툭!
가볍게 공을 치고 그라운드를 누비기 시작하는 백준열.
휙! 휙! 파팟!
그는 화려한 드리블 동작을 취하며 맞은 편 골대를 향해 돌진해 들어갔다.
그때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드리블 기술이 연출 되었다. 플립플롭, 크로스 오버, 마르세이유 턴, 라크로케타. 맥기디 턴, 사비 턴 등 화려한 준열의 개인 돌파 스킬이 다 나왔다. 그 모습은 마치 그라운드란 무대 위에 백준열이 펼쳐 보이는 아름다운 춤사위 같았다. 만약 축구를 아는 사람이 그 장면을 보았다면 다들 감탄을 금치 못했을 장면들이 계속 연출 되었다.
당연히 준열은 누가 보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에 자신이 알고 있는 축구 기술들을 다 꺼내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 * *
빠앙!
맞은 편 페널티에어리어에서 상대편 페널티에어리어까지 공을 드리블 해 들어간 준열이 그대로 슈팅을 때렸다.
철썩!
공을 차자마자 골네트를 출렁거렸다. 그 만큼 전광석화와 같이 빠른 슈팅이었다.
“휴우....이 정도면 되겠지?”
준열 자신이 생각해도 충분하게 몸은 풀린 상태였다. 앞으로 내일 있을 리그 경기부터 시작해서 남은 세 경기를 모두 뛰어서 뉴욕 시티FC의 강등을 막아야 하는 준열이었다.
“그래....일단 강등부터 막고....쓸 만한 선수들을 대거 영입....내년에는 트로피를 들어 올려야지.”
구단주로서 준열은 자신 있었다. 가급적이면 큰 돈 들이지 않고 쓸 만한 선수를 영입해서 내년에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자신 말이다. 물론 그러려면 당장 뉴욕 시티FC의 강등부터 막아야겠지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냐.”
준열은 좀 더 정교하게 슈팅 훈련을 했다. 앞서는 마이클에게 공을 밀어 주느라 정작 자신은 제대로 슈팅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준열은 인 프론트, 아웃 프론트, 인사이드, 아웃 사이드로 왼발, 오른발 슈팅을 쏘아댔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무 회전 슛을 찼다.
뻥! 철썩!
그의 발에 걸린 회전이 걸리지 않은 공은 백발백중 골망을 갈랐다. 그 중에서 가장 압권은 역시 무 회전 된 공이 골대 아래로 뚝 떨어져서 골망을 때릴 때였다.
“좋았어. 내일....기대해도 되겠군.”
주위에 사람도 없는 데 실없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준열이 자신의 슈팅에 스스로 만족 한 듯 싱긋 웃었다. 물론 골키퍼가 없다는 점이 살짝 아쉽긴 했지만 준열이 때려 넣은 공들은 대부분 골키퍼가 막기 힘든 사각 지였다. 때문에 준열의 슈팅은 설사 지금 골키퍼가 골문을 지킨다고 해도 막을 수 있을 가능성은 낮았다.
“휴우. 이제 진짜 그만하자.”
준열은 슈팅 훈련을 하느라 그라운드에 널려 있는 공을 치웠다. 그리곤 시간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헉! 벌써 10시네.”
자정 전에는 자야 내일 정상적인 몸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을 터였다. 해서 준열은 서둘러 홈 구장을 나섰고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로 향했다.
준열이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11시가 좀 넘은 시간. 그의 두 여자들도 요즘 각자 자기 일에 바빴던지 준열이 왔을 때 다들 자기들 방에서 자고 있었다.
준열도 내일 경기를 고려해서 두 여자들을 깨우지 않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씻고 자정이 되기 전에 잠을 청했다. 하루 종일 몸을 쓴 탓인지 준열은 눈을 감자마자 잠이 들었고, 아침 7시에 잠에서 깼다. 서둘러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은 준열은 호텔의 휘트니스 센터로 가서 가볍게 아침 운동을 하고 아침 식사 후, 뉴욕 시티FC의 홈구장인 양키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 * *
오전 10시. 뉴욕 시티FC의 홈구장에서 홈 팀 뉴욕 시티FC와 원정 팀 FC 댈러스간의 MLS 리그 35라운드 경기가 시작 됐다.
“삐이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양 진영 선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뉴욕 시티FC의 공격은 전반 초반에 다소 느슨하게 진행 됐다. 공을 미드필더에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FC 댈러스의 상태를 살피는 듯 했다.
준열은 중앙 미드필더로 경기를 조율했다. 공을 공격수에게 건넸다가 다시 받고는 틈이 나길 기다렸다. 하지만 FC 댈러스는 전방의 공격수 한 명을 빼고 나머지는 자신의 진영에 내려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철저히 수비위주의 전술을 선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강팀으로 돌변 한 뉴욕 시티 FC를 상대로 선수 비 후 역습으로 골을 노려보겠다는 생각인 모양인데 막상 FC 댈러스가 그렇게 나오자 뉴욕 시티FC도 뾰족한 대안이 없었다. 물론 뉴욕 시티FC에는 마이클이란 걸출한 공격수가 있었다. 하지만 마이클이 제 아무리 뛰어난 공격수라도 FC 댈러스 선수 두 명이 달라붙으면 어쩔 도리가 없었다. 공을 뺏기거나 걷어 내질 수밖에. 그 뒤 FC 댈러스는 즉시 전방의 공격수에게 공을 찔러 넣었다.
턱!
하지만 백준열이 누구던가? 이미 그 패스 길목을 차단하고 공을 끊어 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전방의 공격수인 마이클이 묶인 상태에서 준열은 좌우로 넓게 공간 패스를 넣어 주었다. 그러자 뉴욕 시티FC 양쪽 윙어들이 측면 돌파에 나섰다. 하지만 그들은 느렸고 개인 돌파 실력도 형편없었다.
FC 댈러스의 수비수에게 막힌 그들은 다시 공을 뒤로 보냈고, 그 공은 다시 준열에게로 돌아왔다.
‘좀....답답하네.’
준열은 아예 자신의 공을 치고 나가서 중앙을 뚫고 들어갈까 생각했다. 하지만 준열이 움직이자 FC 댈러스 선수 2명이 득달같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물론 자신의 실력에 능력까지 사용한다면 저들을 뚫는 건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껏이지 여기서 그가 더 잘해버리면 진짜 사람들의 집중 관심을 받을지 몰랐다.
어째든 준열은 사업가로 지금 미국에 와 있지 축구 선수로 성공하려고 여기 있는 건 아니니 말이다. 해서 준열은 무리하지 않고 차분히 자신에게 온 공을 돌리며 기회를 창출해 나갔다. 틈틈이 전방과 좌우로 정확한 패스를 찔러 넣어 주며, 계속해서 뉴욕 시티FC의 점유율을 높여 나갔던 것.
“호오....”
그때 그런 준열의 모습을 경기장의 VIP관람석에서 지켜보고 있던 한 쌍의 눈이 있었다.
그는 바로 사흘 전 월요일에 뉴욕 주의회 의사당에서 전격적으로 뉴욕 시장 경선에 출마할 것을 선언한 안소니 의원이었다.
그 자리에서 뉴욕 닉스와 뉴욕 시티FC를 인수한 새로운 구단주가 전격적으로 안소니 의원 지지를 발표했고, 자신이 뉴욕의 그 두 구단을 인수한 배경에 안소니 의원의 스포츠를 비롯한 문화 다방면에 걸친 관심 때문임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러자 준열이 안소니 의원에게 공언한 대로, 다음 날 있은 유력 차기 뉴욕 시장에 대한 설문 조사에서, 안소니 의원은 출마 선언 후 하루 만에 무려 37%의 지지를 얻으면서 강력한 뉴욕 시장 후보로 급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