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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840화 (838/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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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뉴욕 시티FC의 닉 감독은 라커룸에서 다들 밝은 얼굴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뉴욕 시티FC 선수들에게 외쳤다.

“자자. 다들 잘 뛰어주었다. 후반도 전반만큼만 뛰어주면 된다.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다들 알겠지?”

“네에!”

전반에만 벌써 3골차다. 승리의 추는 이미 뉴욕 시티FC로 기울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니 뉴욕 시티FC 선수들은 다들 기분 좋게 큰 소리로 감독의 잔소리에 대답을 했다.

“그래. 음료 마시고 푹 들 쉬라고.”

그렇게 딴엔 선수들을 격려해 준답시고 떠든 닉 감독이 정작 향한 곳은 준열이 있는 쪽이었다.

“백. 힘들지?”

닉 감독이 왜 자신을 찾아 왔는지 모를 준열이 아니었다.

“네. 뭐....할 만합니다.”

“그렇다니 다행이네. 참. 후반에는 좀 더 공격적으로 나갔으면 하는데....왜 수시로 포지션도 바꾸고....롱 패스와 찬스다 싶으면 바로 중거리 슈팅도 때리고 말이야.”

이제 와서 감독의 지분이라도 원하는 건지 닉 감독의 훈수가 시작 되자 준열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 압니다. 내가 괜히 프리 롤로 뛰겠다고 한 건 아니니까요.”

눈치 하나는 또 빠른 닉 감독이었다. 준열의 굳은 얼굴 표정을 보고 그는 바로 꽁무니를 뺐다.

“그, 그렇지. 하하하하. 백이 어지간히 다 알아서 할까?”

닉 감독은 어색하게 웃는 얼굴로 머쓱하니 준열의 어깨를 다독인 뒤 곧장 다른 뉴욕 시티FC 선수들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그들 선수들에게까지 닉 감독은 상냥하지 않았다.

“도미니크. 너 왜 시킨 대로 안 해? 어? 아까......데 왜 그쪽으로 패스를 한 거야? 당연히 백에게 보내야지.”

“그야 백이 전담 마크를 당하고 있으니 그렇죠.”

“그래서 백이 그 전담 마크에게 공을 뺏겼어?”

“그, 그건 아닌데....”

“설사 뺏긴다 하더라도 백에게 패스 넣어. 무조건. 알겠어?”

“네.”

“또 한 번만 더 시킨 대로 플레이 하지 않으면 바로 교체 해 버릴 거야. 알았어?”

“네. 뭐....”

닉 감독의 뉴욕 시티FC 선수에게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준열은 닉 감독이 왜 저러는지 이해가 됐다.

‘사람의 습성이란....’

참 버리기 어렵다. 닉 감독도 그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닉 감독이 왜 상대 팀 전담 마크에게 집중 커버 당하고 있는 상태의 준열에게 계속 패스를 해야 하는지, 그걸 장황하게 설명해도 뉴욕 시티FC 선수들은 그걸 이해하고 받아드리기 어려웠다.

물론 계속 설명을 하면 언젠가 이해를 하겠지. 뉴욕 시티FC 선수들이 막말로 닭대가리들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하프 타임으로 주어진 시간은 단지 15분. 선수들 움직이는 시간과 쉴 거 쉬고 먹을 거 먹고 유니폼 갈아입고, 다시 경기장에 나서는 데 필요한 시간을 빼고 나면, 감독이 선수들에게 쓸 수 있는 시간을 채 5분도 되지 않았다.

그 사이 이미 타성에 젖어 버린 뉴욕 시티FC 선수들을 설득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 한 일. 해서 뉴욕 시티FC의 감독인 닉은 선수들에게 명령조로 얘기를 하고 있었던 것. 그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까지 더 해서.

“쳇....”

감독에게 협박을 당한 뉴욕 시티FC 선수들의 얼굴은 전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후반전에 들어가면, 반드시 중원의 사령관인 준열을 거쳐서 공격이든 수비든 플레이를 시작하게 될 터였다.

감독이 그렇게까지 해 놨는데 그걸 무시할 간 큰 선수는, 일단 뉴욕 시티FC 팀 안에 없어 보였으니 말이다.

* * *

준열은 경기장에 들어 설 때 자기 옆에 있던 뉴욕 시티FC의 공격수 마이클에게 말했다.

“경기 시작 되면 곧바로 올라 가. 나도 갈 테니까.”

“뭐?”

“내가 헤더로 공을 연결해 주면 그 공을 2대 1 패스로....그렇게 놈들을 뚫어 보자고.”

“아아...”

마이클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준열이 자신과 같이 득점 찬스를 만들려 한다는 걸 깨달았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방심한 상태에서 골이 꽤 많이 터진다는 건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 아무래도 준열이 그걸 대 놓고 노려서, 한 골 더 넣으려는 모양이었다.

“좋지. 한 번 해 보자.”

마이클과 얘기를 끝낸 준열은 뒤쪽에 다른 뉴욕 시티FC 선수와 얘기를 나눴다. 킥오프 후 어떤 식으로 자기에게 공을 차 주 란 얘기를 뉴욕 시티FC 미드필더에게 얘기하고 난 준열은, 자기 자리에서 경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뉴욕 시티FC 선수들 보다 조금 늦게 자리를 잡는 FC 신시네티 선수들. 그걸 확인 한 후 공을 들고 있던 주심이 센터서클 한 가운데 찍혀 있는 센터 스팟에 공을 떨어트리자, 그 공을 발로 잡은 뉴욕 시티FC의 공격수가 바로 그 공을 뒤쪽으로 차면서 MLS 34라운드 FC 신시네티와 뉴욕 시티FC의 후반전 경기가 시작 되었다.

그렇게 킥오프 된 공은 준열에게로 넘어왔고, 준열은 그 공을 옆으로 차주고는 곧장 앞으로 내 달리기 시작했다. 그보다 먼저 FC 신시네티 진영으로 뛰어 들어 간 뉴욕 시티FC의 공격수 마이클. 그런 그의 옆에 FC 신시네티의 중앙미드필더가 착 달라붙었다.

허리부터 시작 되는 강력한 FC 신시네티 미드필더 라인의 압박이 시작 된 것이다.

파파팟!

그때 갑자기 등장한 준열. 당연히 뉴욕 시티FC 미드필더 진을 지휘하고 있어야 할 뉴욕 시티FC의 중앙미드필더가 공격수인양 뛰어 오는 모습에, FC 신시네티 미드필더들이 황당해 할 때였다.

슈우웅!

준열을 향해 공이 날아왔다.

“미친....막아!”

공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달려드는 FC 신시네티의 미드필더. 그때 미친 듯이 내달려 훌쩍 뛰어 오른 준열. 뛰면서 솟구쳐 오른 준열의 높은 점프는 공을 보고 같이 뛴 FC 신시네티의 미드필더보다 훨씬 높았다.

툭!

당연히 타점이 높은 준열이 공을 따냈다. 그가 헤딩한 공을 정확히 뉴욕 시티FC의 공격수 마이클이 받았다.

파앗!

마이클은 바로 몸을 틀면서 자신에게 붙어 있던 FC 신시네티의 중앙 미드필더를 제쳤다. 하지만 무리한 드리블을 이어가지 않고 바로 준열에게 패스 후 FC 신시네티 진영 깊숙이 뛰어 들어갔다.

준열은 등을 진 채 그 패스를 받았고, 그 사이 속도를 올리며 FC 신시네티 진영의 빈틈을 파고 들어가고 있던 마이클에게 리턴 패스를 보냈다.

“와아아아아....”

경기장에 이는 함성. 원정석의 뉴욕 시티FC 팬들이 목청껏 내지르는 소리였다. 준열과 마이클의 깔끔한 2대 1 패스를 통한 팀플레이. 앞서 전반전에는 보여주지 못한 그 깔끔한 팀플레이에 뉴욕 시티FC 서포터들이 많이 흥분한 모양이었다.

* * *

후반 시작과 동시에 뉴욕 시티FC에는 절호의 찬스가, 반면 FC 신시네티에게는 최악의 위기가 닥쳤다. 하지만 FC 신시네티도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당장 후반 시작과 동시에 2명의 선수를 교체 했다.

그 교체 선수가 다름아닌 FC 신시네티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센터포워드 카세미루와 미드필더 나바스였다.

카세미루야 최전방 공격수라 후반 시작과 함께 뉴욕 시티FC 진영에 벌써 넘어가 있었지만 미드필더인 나바스는 아니었다. 그는 좀 더 FC 신시네티의 수비에 안정을 주면서 차차 공격적인 빌드 업을 만들어 나갈 생각이었다.

그랬기에 나바스가 이끄는 FC 신시네티의 수비진은 앞선 전반에 비교할 바가 아닐 정도로 견고해져 있었다. 그렇다보니 뉴욕 시티FC 선수들이 그 수비벽을 뚫긴 쉽지 않았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뻥!

마이클은 결국 FC 신시네티의 수비를 돌파하지 못하고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하지만 그 공은 페널티 박스 안까지 깊숙이 수비에 들어가 있던 센터백의 벽에 가로 막혀 튕겨 나왔다. 그 세컨 볼을 처리하기 위해서 FC 신시네티 미드필더가 움직일 때였다.

후욱!

갑자기 뒤에서 강한 압박감이 일더니 누군가 FC 신시네티 미드필더 옆을 통과했다.

“안 돼!”

그 뒤로 다급한 FC 신시네티 선수의 외침. 그건 준열의 전담 마크의 목소리였다. 어느 새 페널티박스 근처까지 접근한 준열이 튕겨 나온 공을 잡지도 않고 그대로 달려 온 가속도 그대로 발리 슈팅을 때려 버린 것이다.

뻐엉!

좀 전 마이클이 찼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북 터지는 소리가 일었고, 뒤이어 골대 안 그물이 찢어 질 듯 꽂힌 공이 골대 밖으로 굴러 나오는 모습이 FC 신시네티 미드필더의 눈에 보였다.

“미, 미친....”

뉴욕 시티FC의 공격수 마이클에게 FC 신시네티 수비가 몰린 상황에서 빈 공간 사이를 직선으로 가르는 호쾌한 슈팅이 그대로 득점으로 연결 된 것이다.

MLS에서 나름 잔뼈가 굵은 노련한 FC 신시네티의 골키퍼도 반응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슈팅이었다. 공이 골대 안에 있었다면 FC 신시네티의 골키퍼가 신경질을 공에 풀었을 텐데 골망을 때린 공이 골대 밖으로 나가 버려서 그러지도 못했다.

그 사이 공은 센터서클로 움직였고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뉴욕 시티FC에게 따라 가는 추격 골이 아닌 추가골을 내어 준 FC 신시네티 선수들의 얼굴은 확연히 굳어 있었다.

* * *

FC 신시네티의 윙어 로빈은 신체적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그럴 것이 전 후반을 풀로 뛰어도 체력적으로 전혀 힘들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다음 경기에 뛸 때 그는 여전히 제 기량을 발휘했다. 이런 선수에게 FC 신시네티는 당연히 계약 연장을 했고 주급도 200% 인상에 주저함이 없었다. 그러면서 리그가 끝나고 FC 신시네티가 강등 당하지 않고 MLS에 계속 남는다면, 다시 주급을 인상해 주겠다는 조건까지 재계약서에 명시했다.

한마디로 로빈에게 빨대를 꽂고 그의 역량을 최대한 빨아 먹겠단 소리였다. 그가 다른 곳으로는 눈도 돌리지 못하게 최고의 대우를 해 주면서 말이다. 그런 로빈이 후반 들어가자 급격히 체력이 떨어졌다.

“헉헉헉....”

“뭐야? 벌써 지친 거냐?”

그런 로빈을 보고 그 옆에 준열이 비웃듯 말했다.

“지, 지치긴 누가 지쳐?”

그러자 버럭 화를 내는 로빈. 하지만 그도 주위 동료들도 알고 있었다. 지금 보이고 있는 로빈의 모습은 동료들이 봐도 낯설었으니까. 체력하면 FC 신시네티 최고라는 그가 이런 지친 모습을 보인 건 사실상 처음이었다.

“후후후후....”

굽은 허리를 펴고 어떡하든 안 지쳐 보이려 노력하는 로빈. 그런 그를 보고 준열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안 지치긴. 팔 다리 덜덜 떨고 있으면서.’

전반전에 준열이 뛴 거리가 거의 10Km 였다. 프로 축구 경기에서 평균적으로는 골키퍼 제외 필드 플레이어들이 전 후반 풀타임 기준 9km에서 10km정도를 뛰었다. 그러니까 준열은 혼자서 전후 반을 다 뛴 셈이었다.

‘전성기 시절 박지성 선수가 맨유 시절 12km는 밥 먹듯이 뛰면서 투지 넘치는 선수로 많은 감독들한테 사랑을 받았다고 했던가?’

축구는 마라톤처럼 단순히 km수만 따지기는 체력 소모 자체가 달랐다. 마라톤은 페이스 조절 하면서 천천히 자신의 기량대로 뛰면 되는데 축구는 갑자기 질주를 하거나 선수간의 몸싸움, 공을 차야 되는 순간이 빈번하게 발생하기에 단순히 뛴 거리 수치에 비해서 체력 소모가 더 많았다.

즉 준열의 전담 마크맨인 로빈의 몸 상태는 이미 오버 페이스 상태였던 것이다. 그러니 벤치에서 슬슬 로빈을 대신할 선수를 준비 시켜야 하는데 어떻게 된 게 FC 신시네티 벤치 쪽에 몸 푸는 선수는 찾아 볼 수 없었다.

‘하긴....’

이미 후반 시작할 때 선수 두 명을 교체 시킨 FC 신시네티였다. 마지막 남은 카드를 후반 중반도 안 된 시간에 쓰는 건 감독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필드에서는 언제 부상 선수가 나올지 몰랐으니 말이다. 그리고 딱 보기에 로빈은 잘 뛰어주고 있었다.

‘진짜 체력 하나는 월드클래스로군.“

하지만 로빈도 결국 인간이었다. 후반이 시작 되고 준열이 좀 활발히 뛰어다니자 그런 그를 쫓으며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로빈.

“어이. 다리 좀 그만 떨어.”

“헥헥....개소리 말고....헥헥헥....네 다리나 신경 써.”

로빈은 숨이 턱까지 차올라 힘든 게 명백해 보임에도 불구하고 준열의 말에 반박하며 힘든 티를 내지 않으려 들었다. 그러나 준열이 후반 시작과 함께 달아는 골을 터트릴 때 이미 그는 기가 죽은 상태. 그런 심리적인 상태 때문인지 몰라도 로빈의 체력도 급격히 떨어졌다. 그때였다. 드디어 FC 신시네티 벤치에서 움직임이 있었다. 그걸 보고 준열이 피식 거리며 웃었다. 하지만 너무 힘든 터라 준열을 마크 중인 로빈은 준열의 그 웃음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 * *

반데라스 감독은 겨우 준열을 쫓아다니기 급급한 로빈을 보고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저게 어딘가? 이제 그에게 남은 교체 카드는 한 장. 그 교체 카드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아껴 둘 필요가 있었다.

4대 0의 스코어. 3대 0으로 시작한 후반에 반데라스는 그 스코어가 충분히 역전 가능한 스코어라고 봤다. 하지만 후반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한 골 더 먹으면서 그의 생각이 바뀌었다.

“젠장....제레미 준비 시켜.”

제레미 콜은 FC 신시네티 미드필더로 대인 마크에 능한 선수였다. 해서 반데라스가 강팀 상대 에이스를 잡을 때 써 먹었던 카드였는데, 후반이 채 초반을 넘기기도 전인 지금 이 시점에서 반데라스는 그런 그를 출전시키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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