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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FC 신시네티의 홈구장 TQL 스타디움.
“와아아아!”
주말 경기라 경기장에 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 중 대부분은 홈 팬들이었고. 한마디로 오늘 경기에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이 있을 거란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정팀인 뉴욕 시티FC 선수들의 얼굴은 다들 밝았다. 그럴 것이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에 그들의 구단주이자 이제는 그들에게 없어선 안 될 존재, 넘버 99번, 백이 그들 앞에 나타났기 때문에.
“백. 빨리 유니폼 갈아 입고 나와.”
닉 감독의 외침에 준열은 라커룸으로 들어가서 세련된 정장을 벗고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그러자 그도 다른 뉴욕 시티FC 선수들처럼 축구 선수로 변신을 했다. 그 뒤 곧장 필드로 뛰어 들어간 준열. 그가 가볍게 몸을 풀자 동료 선수들이 한 명씩 그에게 다가와서 아는 척을 했다.
오늘 준열의 포지션은 역시나 중앙미드필더. 공격형(AM)과 수비형(DM)으로 나뉘는 미드필더에서 준열의 역할은 공수 조율, 즉 공격형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다 맡아서 해나갈 예정이었다.
얼마 후 경기가 시작 되었다. 초반부터 FC 신시네티의 거센 압박에 공이 자꾸 뒤도 돌았다.
측면 미드필더에서 풀백에게, 다시 풀백이 센터백에게, 센터백이 측면 미드필더에게로....
그렇게 돌던 공이 아주 받기 좋은 강도로 정확히 준열에게 패스가 되었다.
“좋아....”
기분 좋게 그 공을 받은 준열. 그런 준열에게 득달 같이 달려드는 FC 신시네티의 공격수. 그 눈빛이 장난 아니었다. 하긴 꼴찌 팀의 타이틀을 어서 뉴욕 시티FC에게 돌려주고 싶겠지. 하지만....
‘그렇게는 안 되지.’
준열 자신이 이 팀에서 뛰고 있는 이상, 더는 그런 타이틀을 달고 뛸 생각은 없었다.
툭!
준열은 가볍게 FC 신시네티 공격수의 압박을 벗겨내고 그대로 공을 몰아 빈 공간으로 달려나갔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뉴욕 시티FC 선수들이 라인을 끌어 올리며 그와 같이 상대 진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준열의 이런 미친 전진 드리블에 FC 신시네티 선수들이 꽤나 당황한 듯 보였다. 하긴 보통의 미드필더들이라면 이럴 때는 돌파보다는 패스를 선택했을 테니 말이다.
툭! 타앗!
준열은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서도 패스가 아닌 연이은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고 그게 먹혀 들었다. 라 크로케타로 상대 미드필더 라인을 더 돌파해 버린 준열. 그런 그의 눈에 상대 수비 진영의 균열이 여실히 드러나 보였다.
특히 준열을 돕기 위해 올라 온 뉴욕 시티FC의 공격수들의 움직임에 그들을 마크하느라 FC 신시네티 선수들은 정신이 없어보였다.
패널티 박스까지 몇 미터 남지 않은 상태. 준열의 앞에 두 명의 상대 수비수가 대기 중이었고 이를 뚫고 들어가는 건 누가봐도 무모해 보였다.
‘그렇다면....’
준열은 툭하니 발뒤꿈치를 사용해서 공을 뒤로 빼고 그대로 패널티 박스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러자 준열의 뒤에서 달려오고 있던 뉴욕 시티FC의 측면 미드필더 루크. 그가 달려 온 기세 그대로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뻐엉!
그 슈팅은 골키퍼 정면으로 날아갔다. 근데 하필 골키퍼 얼굴로 향한 그 공을 FC 신시네티의 골키퍼가 다급히 손으로 쳐냈다.
“아앗!”
그때 언제 파고 들어왔는지 골 에어리어 안에 쇄도해 들어 온 뉴욕 시티FC 선수 하나.
툭!
이마로 가볍게 골키퍼가 쳐낸 공을 골대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철썩!
“이야아아아!”
“그렇지! 크하하하하!”
골이 들어가자 뉴욕 시티FC 벤치에서 난리가 났다. 그리고 비록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원정팀 응원석에서도 환호성이 일었고. 그 응원석으로 골을 넣은 선수, 넘버 99번이 달려가서 그들 앞에 당당히 팔짱을 끼고 섰다. 그게 준열의 골 세레머니였고 그런 그에게 원정 팀 응원석의 뉴욕 시티FC의 서포터들이 외쳤다.
“백! 백! 백! 백!”
* * *
전반 15분 경. 준열이 준비한 공격 패턴이 먹혀 들면서 첫골이 터졌다. 원래는 준열이 흘린 공을 뉴욕 시티FC의 좌측면 미드필더인 루크가 멋지게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갈라야 했는데, 슈팅이 너무 정직하게 골키퍼 정면으로 가면서 실패 하나 했다. 하지만 어느 새 골대 근처까지 쇄도해 들어간 준열이 기어코 골키퍼가 쳐 낸 공을 주워 먹으면서 골로 연결을 시켜 버렸다.
그로 인해 원정 팀 뉴욕 시티FC는 전반 일찌감치 골을 넣으면서, 훨씬 수월하게 경기를 진행 시켜 나갈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른 시간에 골을 먹은 FC 신시네티 입장에서는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 말은 안 그래도 많은 FC 신시네티 진영에 구멍이 더 많이 생겨났다는 얘기.
뻐엉!
수비에 가담한 준열이 상대 공격수의 공을 뺏어 내서는 곧장 측면 윙어에게 정확한 롱 패스를 찔러 넣어 주었다. 그러자 그 패스를 받아 낸 뉴욕 시티FC의 측면 윙어가 터치라인을 따라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 옆으로 지원 해서 달려 온 측면 미드필더에게 패스를 넣었고 측면 미드필더는 그 패스를 원터치로 바로 공격수인 마이클에게 찔러 넣어 주었다. 삼자끼리의 깔끔한 연계 패스 플레이.
뉴욕 시티FC의 최전방 공격수인 마이클은 그 공을 지체 없이 슛으로 연결했다. 하지만....
터엉!
아쉽게 그 슈팅은 골 포스트를 맞고 튀어 나왔고 마이클이 안타까워하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쌀 때였다.
파파파팟!
그 튀어나온 공을 향해 달려드는 유일한 뉴욕 시티FC 선수 하나. 앞서 루크의 중거리 슈팅을 주워 먹었던 바로 그 99번 선수였다.
준열은 굳이 그렇게 세게 찰 필요 없이 정확하게 비어 있는 골대 구석으로 차 넣어도 될 공을, 마이클에 세게 때리는 순간 반사적으로 골대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운 좋게 그가 달려 간 곳으로 공이 튀어나와 주었고. 준열은 자기 눈앞의 공을 보고 마이클과는 달리 가볍게 발을 갖다댔다. 당연히 그 모습에 기겁하며 상대 골키퍼가 달려 나와 두 팔과 다리를 최대한 크게 벌리며 준열의 슈팅을 막으려 들었고. 하지만....
툭!
준열의 발에 맞은 공은 상대 골키퍼가 활짝 펼친 그 팔다리 쪽이 아닌, 바로 그 아래 가랑이 사이로 빠르지 않게 굴러갔고....그대로 골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준열이 보여 준 것이다. 자신의 팀 공격수 마이클에게 말이다. 세게 차지 않아도 이렇게 쉽사리 골을 넣을 수 있다는 걸 말이다.
준열은 골을 넣고 나서 이번에도 곧장 뉴욕 시티FC의 응원석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런 그를 위해서 뉴욕 시티FC의 서포터들은 기꺼이 그의 이름을 연호해 주었다.
“백! 백! 백! 백!”
그런 준열의 뒤에서 달려 온 팀 동료들이 하나 둘씩 준열의 옆에 같이 늘어서서는 준열처럼 팔짱을 꼈고, 졸지에 팀 세레머니가 펼쳐졌다. 꼴찌 팀 뉴욕 시티FC에 있어서 사실상 처음 있는 팀 세레머니였다. 당연히 그 모습을 뉴욕의 스포츠 전문 기자들이 찍었고, 내일 뉴욕 스포츠 신문 일면 자리가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 * *
FC 신시네티의 감독 반데라스는 반사적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빌어먹을....”
전반전이 이제 막 중반으로 접어들었는데 벌써 상대에게 두 골을 헌납하면서 스코어 0대 2로 뒤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얘기는 들었다. 앞 번 라운드에서 시카고 파이어FC가 뉴욕 시티FC에 발목이 잡혔는데 그때 웬 동양인 선수가 미친 활약을 선보였다고 말이다. 아쉽게도 당시 FC 신시네티는 다 잡은 경기를 놓쳤고 거기다 역전패를 당하면서 졸지에 꼴찌 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반데라스 감독은 거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어차피 꼴찌는 뉴욕 시티FC이니 말이다. 반데라스 감독의 머릿속에는 어떡하면 FC 신시네티가 강등되지 않을지가 중요했다.
그러기 위해서 34라운드에 뉴욕 시티FC는 당연히 이기고 그 다음 라운드에서 애틀랜타 유나이티드FC를 반드시 잡아야 했다.
하지만 애틀랜타 유나이티드FC는 후반 들어 강점을 보이고 있었다. 비록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는 성적, 5위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의 페이스라면 6-7위의 성적은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런 강팀을 반드시 잡아야만 하는 반데라스 감독 입장에서 아무래도 전 경기인 뉴욕 시티FC와의 경기는 살짝 힘을 빼야했다. 그래야 그 다음 애틀랜타 유나이티드FC와의 경기에 포화를 집중 시킬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해서 반데라스 감독은 FC 신시네티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센터포워드 카세미루와 미드필더 나바스를 빼고 뉴욕 시티FC와 경기를 치렀다. 비록 그 둘을 뺐지만 그 둘을 1.5군 선수들로 대체해도 충분히 뉴욕 시티FC를 이길 수 있다고 봤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둘을 선발에 넣고 싸워도 과연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뉴욕 시티FC는 강팀으로 탈바꿈 해 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경기가 시작 되고 중원에서 팽팽한 힘 겨루기가 시작 될 때부터 반데라스 감독은 불안불안 했다. 그러다 터져 나온 벼락 같은 중거리 슈팅, 그리고 그걸 주워 먹는 상대 팀 동양인 선수.
뭐 그때까지만 해도 반데라스 감독은 그 동양인 선수가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뒤이어서 그 동양인 선수가 또 뉴욕 시티FC의 스트라이커 마이클이 찬 슈팅을 또 주워 먹는 걸 보고 반데라스 감독은 뭐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한 번이야 우연이지만 그게 두 번, 세 번 이어지만 그건 우연으로 치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미친....”
그 동양인 선수가 날카롭고 창의적인 플레이로 반데라스 감독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두 골을 먹은 FC 신시네티 선수들이 원투 패스를 주고 받으며, 순식간에 센터서클을 돌파해 뉴욕 시티FC 진영으로 들어왔을 때였다.
툭!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뉴욕 시티FC의 99번 선수가 FC 신시네티의 미드필더가 공격수에게 넣어주는 패스를 인터셉트했고 논스톱으로 길게 크로스를 올렸다. 그 공은 예쁘게 호선을 그리며 FC 신시네티 진영을 가로 질렀고....
파파파팟! 턱!
뉴욕 시티FC의 스트라이커 마이클이 발을 뻗어서 그 패스를 받아냈다. 오프사이드라며 마이클 근처 FC 신시네티 수비수가 손을 들었지만, 터치라인 밖의 부심은 고개를 흔들며 깃발을 들지 않았다.
마이클은 그 공을 치고 패널티 박스 안으로 진입해 들었고 순식간에 상대 골키퍼와 일대 일 찬스를 만들어 냈다.
뻐엉!
그리고 강하게 슈팅을 때렸고 그 공은 앞 서와는 달리 골포스트가 아닌 골망을 갈랐다. 그걸 보고 뒤에서 준열이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어째든 마이클이 골을 넣었다는 점이었다.
“으아아아아!”
마이클은 유니폼 상의를 벗고는 두 주먹을 불끈 쥔 체 괴성을 내질렀고, 그런 그의 주위로 뉴욕 시티FC 선수들이 모여들어서 골을 넣은 그에게 축하를 해주었다. 그 모습을 멀뚱히 쳐다보며 FC 신시네티의 반데라스 감독이 절망어린 시선으로 다른 뉴욕 시티FC 선수들과 달리 자기 자리를 고수하고 서 있는 동양인 선수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림 같은 패스....완벽 해.”
이어 그의 두 눈이 탐욕스럽게 변했다.
“저, 저 선수....99번 말이야. 누군지 좀 빨리 알아 봐.”
“네.”
반데라스 감독의 말에 그의 옆에 있던 수석 코치가 벤치에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 라커룸 출구 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 * *
골을 넣고 상의탈의를 한 마이클이 주심에게 경고를 받았다.
“쯧쯧....”
그걸 보고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던 준열. 그런 그에게 뭐가 잘했다고 쪼르르 달려 온 마이클이 말했다.
“백! 진짜 환상적인 패스였어.”
그러며 엄지를 치켜 올리는 마이클을 보고 준열은 알았다며 대충 한 손을 들어 보였다.
그때 준열의 머릿속에 잡 지식이 떠올랐다. 왜 골을 넣은 축구 선수가 탈의 세레모니를 하면 옐로 카드를 받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 이유는 일부 국가에서 상의 탈의에 대해 문화적으로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이고, 또 다른 이유는 유니폼을 벗으면 극적인 순간에 스폰서가 가려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주심이 스폰서 배려 차원에서 경고를 하는 것이다.
전반에만 세골이 터졌고 그 세골이 전부 한 팀, 즉 뉴욕 시티FC에서 넣은 골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면 사실상 이번 경기의 승기가 뉴욕 시티FC에게로 기울었다는 얘기.
전반 남은 시간 동안 뉴욕 시티FC 선수들은 크게 무리해서 경기를 진행 시키지 않고, 패스 플레이로 시간을 끌었고 세골을 먹고 나자 FC 신시네티 선수들도 더는 악을 쓰고 덤벼 들지 않았다. 대신 벤치 쪽 눈치를 살폈는데 정작 크게 충격을 먹은 건 FC 신시네티 벤치도 마찬가지인 듯 벤치에서 별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남은 시간이 흐르고 전반전이 종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