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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831화 (82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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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툭!

그 공은 뉴욕 시티FC 골키퍼가 쭉 뻗은 손끝에 살짝 맞으면서 굴절이 됐고, 하필 골포스트를 맞고 앞으로 튕겨 나왔다.

툭!

그때 골대로 쇄도해 있던 로페즈가 발로 공의 방향만 살짝 바꿔 놓았다.

철썩!

공은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오늘 제법 선방을 하고 있던 뉴욕 시티FC 골키퍼도 막지 못했다.

“와아아아!”

추가골을 내주고 나서 바로 추격 골이 터지면서 시카고 파이어FC 응원석의 함성이 경기장에 제법 크게 울렸다.

둥! 둥! 둥! 둥!

“오오오오! 오오오오! 시카고 파이어FC! 시카고 파이어FC! 파이팅!”

로페즈는 골을 넣었음에도 골 세레머니 없이, 진지한 얼굴로 골대 안의 공을 챙겨 들고 하프라인으로 뛰어갔다.

아직 지고 있는 상황인지라 시카고 파이어FC 선수들도, 골이 들어간 기쁨 대신 결연한 얼굴로 자신들의 포지션으로 돌아갔다.

시카고 파이어FC의 이 추격 골은 준열도 어쩌고 자실 틈도 없이 벌어진 일이라 그로서도 어쩔수 없었다.

‘뭐....한 골 먹으면 또 한 골 넣으면 되지.’

준열은 그 추격 골이 그리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크로포드란 생각을 했다. 추가골을 넣고 뉴욕 시티FC 수비진이 방심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한 번의 킬 패스로 골을 만들어 낸 것이다. 군계일학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시카고 파이어FC의 공격수 맥그로우의 역할이 가장 컸다. 괜히 맥그로우가 MLS에 속한 공격수 중 주급 베스트5 안의 선수가 이겠나? 이런 뛰어난 골 결정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렇겠지. 그러니 가급적이면 골대 근처에서 맥그로우에게 패스가 들어가는 건 무조건 막고 봐야했다.

준열은 뉴욕 시티FC 센터백인 잭슨에게 좀 더 맥그로우를 타이트하게 막아 달라고 부탁했다.

“걱정 마라. 더는 맥그로우가 골에 간여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잭슨의 다부진 대답을 듣고서 준열은 다시 시선을 전방인 시카고 파이어FC 진영으로 돌렸다.

스코어 3대 2!

상대의 추격 골을 허용한 뉴욕 시티FC에서 킥 오프로 경기가 재개되었고, 공은 곧바로 이제는 뉴욕 시티FC 공수의 핵심이라 볼 수 있는 준열에게 전달되었다.

준열은 중앙의 크로포드를 피해 좌측면으로 이동하면서 상대 진영을 살폈고, 그런 그에게 시카고 파이어FC 왼쪽 미드필더가 겁도 없이 바짝 달라붙었다. 순간 준열은 바로 펜텀 드리블로 그 왼쪽 미드필더를 가볍게 제쳐 버리고는, 곧장 전방의 뉴욕 시티FC의 공격수 마이클에게 킬 패스를 넣어 주었다.

마이클은 수비가 정면을 막고 그 뒤에서 협력 수비까지 나오자, 재빨리 옆으로 툭 공을 차 놓고 터치라인을 따라 드리블을 해 들어갔다.

그걸 본 뉴욕 시티FC의 또 다른 투톱 드웨인이 페널티에어리어 안으로 침투 했다.

그때 준열도 슬그머니 뉴욕 시티FC 2선에서 벗어나서 위로 올라왔다.

“어디 가시나?”

“쳇....”

그걸 크로포드가 발견하고 즉시 준열에게 달려가서 그를 마크했다.

뻥!

그 사이 왼쪽 측면으로 침투해 들어 간 마이클이 낮게 땅볼 크로스를 올렸고, 그 공을 드웨인이 잡아서 슛하려 했는데, 그 전에 시카고 파이어FC의 노련한 수비가 그를 그대로 밀쳤다.

퍽!

“허억!

몸의 중심이 무너진 드웨인은 다급한 나머지 왼발로 어설프게 공을 찼고, 공은 골대로 향했지만, 그대로 골키퍼의 가슴팍에 쏙 안겼다.

“뛰어! 뛰어!”

공을 잡은 시카고 파이어FC의 골키퍼가 호들갑을 떨며 전방을 향해 소리를 쳤고, 그 소리에 시카고 파이어FC의 공격수 맥그로우가 냅다 뛰기 시작했다.

시카고 파이어FC의 골키퍼는 그런 맥그로우를 보고 손에 들고 있던 공을 뻥 하고 걷어찼다.

그 공이 날아오는 궤적을 힐끗 돌아보고 맥그로우가 나름 알아서 방향을 잡고 뛸 때였다.

휙!

누가 맥그로우의 앞에서 점프를 했다.

“어엇!”

맥그로우는 달리던 기세를 죽이지 못하고 그 선수와 부딪쳤고 주심이 바로 휘슬을 불었다.

삐이익!

맥그로우에 부딪쳐서 쓰러졌던 뉴욕 시티FC의 센터백 잭슨이 이내 몸을 일으켰다.

“쳇!”

잭슨의 방해로 득점 할 절호의 찬스를 놓친 맥그로우가 아쉬워할 때 잭슨이 곧장 전방을 향해 공을 찼다.

뻥!

그 공은 아직 시카고 파이어FC 진영에 남아 있던 준열에게 전달되었고, 준열이 시카고 파이어FC 진영을 돌파하려 하자, 그에게 시카고 파이어FC 수비가 온통 집중됐다. 그때 뉴욕 시티FC의 공격수 마이클의 움직임이 자유로워졌다.

짧은 틈이었지만 준열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마이클에게 로빙패스를 넣었다.

휘이잉! 투툭!

준열의 발을 떠나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린 공이 마이클의 발 바로 앞에 떨어졌고, 수비수가 점프를 하기는 했지만 아슬아슬하게 머리 위를 넘어가는 정교한 패스였다.

그 공에 마이클은 공격수의 본능에 따라 다리를 뻗었고, 그 발에 맞은 공이 또 골대 앞에 있던 시카고 파이어FC 수비수의 몸에 맞아 굴절되면서 골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철썩!

수비에 시선이 가려 있던 시카고 파이어FC의 골키퍼는 꼼짝도 못 하고, 선체 골대 안 그물을 맞고 흘러나오는 공을 멍하니 지켜봤다.

“우와아아아!”

뉴욕 시티FC 벤치에서 함성과 함께 닉 감독과 선수들이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게 또 들어가네. 으하하하하.”

특히 닉 감독은 좋아서 입이 귀에 걸렸다. 반면 겨우 1골 차로 추격했는데 실점하면서 또다시 2점 차로 벌어지자 시카고 파이어FC 벤치의 분위기는 급격히 냉랭해졌다.

* * *

스코어 4대 2!

후반전도 이제 10여 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2골 차로 벌어지자 시카고 파이어FC는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뉴욕 시티FC는 최대한 느긋하게 공을 돌리며 시간을 지연시켰다.

추가 시간까지 고려해도 15분은 넘지 않을 터. 시카고 파이어FC로서는 그 안에 2골을 넣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카고 파이어FC로서는 그 쉽지 않은 일을 꼭 해내야 했다.

반드시 이겨야 할 꼴찌 팀에 진다면, 이는 자칫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던 그들 위치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었다. 물론 강등당할 일은 없지만 그래도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성적으로 이번 시즌을 끝내야 구단에 면이 설 테니까. 거기다 감독이 구단에 더 좋은 선수 영입 얘기를 꺼내기 수월 할 테고 말이다.

또 현재 시카고 파이어FC는 주전 멤버를 경기에 다 투입 시켰다. 그런데 진다?

그건 결단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당연히 현재 전력이라면 남은 시간 안에 두 골 정도는 따라서 잡을 수 있어야 했다. 운 좋으면 세 골도 넣을 수 있을 테고 말이다.

“빨리, 빨리 움직여. 시간 없다고!”

터치라인 바로 밖에서 시카고 파이어FC의 루이스 감독이 버럭 소리치며 손짓과 함께 자신의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손가락으로 연신 가리켰다. 그걸 보고 시카고 파이어FC 선수들이 황급히 라인을 끌어 올렸다.

그런 시카고 파이어FC의 조급함을 같은 필드 안의 뉴욕 시티FC 선수들이 모를 리 없었다. 하여 그들은 결코 무리하지않고 또 최대한 실수하지 않으며 짧은 패스 플레이로 경기를 운영했다.

그 중심에 준열이 있었고 그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중앙 미드필더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공을 받으면 곧장 동료에게 패스를 했고, 지역 방어가 느슨한 곳으로 이동해서 패스를 받을 공간을 확보했다. 그러면서 항시 전방을 주시하다 기회다 싶으면 공격수에게 킬 패스를 찔러 넣었다.

물론 그 킬 패스를 대부분 뉴욕 시티FC 공격수들이 살려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시간은 충분히 잡아먹었다. 그런 가운데 시카고 파이어FC의 공격 패턴이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크로포드가 이끄는 시카고 파이어FC의 미드필드 라인이 스멀스멀 위로 기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의 공격 루트가 더 많아지고 확실히 다양해졌다. 그때였다. 준열이 외쳤다.

“다들 위로 올라가자.”

준열이 갑자기 뉴욕 시티FC 허리라인을 대폭 위로 끌어 올렸다. 거기 다가....

“뭐하는 거야? 더 타이트하게 붙으라고!”

시카고 파이어FC 선수들에게 전 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2골을 넣기 위해 한시 바쁘게 공격을 해야 할 시카고 파이어FC 진영에 제동이 걸렸다.

“뭐, 뭐야?”

“이것들.... 왜 이래?”

허리 싸움이 치열해 지면서 시카고 파이어FC 진영에서 공이 제대로 전방의 공격수들에게 뿌려지지 못했다.

“젠장 할....”

시카고 파이어FC의 공격수 맥그로우는 아무리 기다려도 공이 그가 있는 쪽으로 오지 않자 속으로 푸념을 늘어놓았다.

시간은 없고 빨리 골을 넣어야 하는 데 공격수에게 공을 보내주지 않으면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결국 맥그로우는 전방에서 밑으로 내려왔다.

치열한 중원 싸움에 자신도 힘을 보태 우선 시카고 파이어FC가 주도권을 확보하게 할 속셈으로 말이다.

순간 시카고 파이어FC 진영에서 롱 패스가 날아왔다. 공교롭게도 공이 날아오는 곳에 준열과 맥그로우가 있었다.

‘기회다.’

둘은 곧 바로 제공권 싸움에 돌입했다. 키는 둘 다 비슷한 가운데 체격은 맥그로우가 준열보다 커 보였다.

맥그로우는 공을 보고 몸을 솟구쳤고 그건 준열도 마찬가지였다.

꽝!

둘이 서로 허공에서 부딪치는 순간 맥그로우는 거대한 충격을 받았다.

‘미친....’

마치 담벼락에 다가 몸을 부딪친 거 같았다.

아찔한 통증과 함께 맥그로우의 몸이 그대로 튕겨 나갔다. 볼썽사납게 바닥을 뒹군 그가 본 것은 널찍한 준열의 등이었다.

반대로 공을 받고 안정적으로 착지한 준열은 바로 근처에 있던 같은 편 미드필더 안토니에게 패스를 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달려들었던 상대팀 스트라이커 맥그로우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

준열은 아무 말도 하지 이내 홱 고개를 돌려서 제 갈 길을 갔다. 그런 준열을 보며 맥그로우는 바득 이를 갈았다.

* * *

뉴욕 시티FC와 시카고 파이어FC의 리그 33라운드 경기가 이미 후반에서도 말미로 치닫고 있었다.

예상 밖 2골 차로 뒤지고 있는 시카고 파이어FC는 똥줄이 타들어 갔지만, 중앙 미드필더 크로포드는 오히려 차분하게 전방을 주시했다.

선수들의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는데 다행히 최전방 공격수인 맥그로우는 아직 뛸만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의 세컨 스트라이커 역할의 로페즈도 비교적 생생했다. 저 둘이라면 남은 시간 안에 두 골은 충분히 넣을 수 있었다.

문제는 저 뉴욕 시티FC의 중앙 미드필더 99번 녀석이었다. 저 녀석을 중심으로 늘어선 뉴욕 시티FC의 허리 라인은 생각보다 탄탄했다.

그걸 뚫으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데 현재 시카고 파이어FC엔 그럴 시간이 없었다. 그렇다면 없는 시간을 대신해서 노력을 더 할 수밖에 없었다.

크로포드는 로페즈와 눈이 마주치자 턱짓을 했다. 그러자 개인 돌파가 좋은 로페즈가 빠르게 옆으로 비어 있는 공간으로 움직였고, 크로포드가 그쪽 공간을 보고 공을 찼다.

“쳇!”

준열은 크로포드가 또 빈틈을 찾아내서 역습을 가하자 살짝 짜증이 났다. 준열이 쫓아가기엔 늦었고 순전히 뉴욕 시티FC 수비진이 로페즈와 맥그로우를 잘 막아 주길 바랄 뿐이었다.

그런 준열의 기대는 바로 무너졌다. 먼저 왼쪽 수비수가 상대 공격수 로페즈에게 맥없이 뚫려 버렸던 것.

“헉헉헉....”

뉴욕 시티FC 왼쪽 수비수는 로페즈의 뒤를 열심히 쫓았지만, 점차 더 거리가 벌어졌다.

아무래도 후반 교체해 들어 온 로페즈의 체력의 팔팔한 건 당연한 노릇이었다.

파팟! 파파파팟!

로페즈는 빠른 주력으로 많이 지친 뉴욕 시티FC 선수들을 비교적 쉽게 돌파 해 나갔다. 그렇게 세 명을 제치고 나자, 뉴욕 시티FC 골키퍼의 목소리가 뭐라 시끄럽게 소리치는 게 들렸다.

“센터링 못 올리게 해!”

이어 뉴욕 시티FC 센터백 잭슨이 재빠르게 소리를 지르며 수비를 조율했다.

“루크....저쪽을 맡아....라미레스는 내 뒤에....”

잭슨의 외침에 뉴욕 시티FC의 오른쪽 수비수 루크가 로페즈에게 달려들었고, 센터백 잭슨 역시 자신의 위치를 살피며 시카고 파이어FC의 스트라이커 맥그로우가 쉽사리 공을 받지 못하게 패스 루트를 차단하고 있었다. 그때 로페즈의 눈이 순간 번쩍 빛났다.

휙! 휘휙! 슈슉!

“어!”

그때 맥그로우가 아닌, 시카고 파이어FC의 중앙 미드필더 크로포드가 상체 페인팅에 이은 엇박자 몸놀림으로, 뉴욕 시티FC의 오른쪽 수비수 루크의 무게 중심을 한쪽으로 쏠리게 하고 자신은 반대 방향으로 유유히 빠져나갔다. 그런 그에게 로페즈가 정확하게 패스를 찔러 넣어 주었고 크로포드가 뻗은 왼발에 공이 전달 됐다.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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