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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830화 (828/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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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크로포드는 빠른 발과 강력한 몸싸움, 높은 축구 지능으로 시카고 파이어FC 축구를 이끌어 나갈 미래로 불리는 선수였다.

크로포드는 사실 뉴욕 시티FC와의 경기에 자신이 뛸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만큼 꼴찌 팀인 뉴욕 시티FC를 얕본 건 사실이었다.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시카고 파이어FC가 이기고 있어야 정상인데 막상 뚜껑을 열자 그게 아니었다. 뉴욕 시티FC의 전력이 갑자기 급상승해 있었던 것. 그 이유를 크로포드는 벤치에서 쭉 필드 안의 경기 내용을 살피면서 알 수 있었다.

“저 99번....동양인....제법이네.”

플레이 스타일은 자신과 달랐지만, 뉴욕 시티FC가 저 선수 하나 때문에 갑자기 강팀이 된 건 크로포드도 인정하고 있었다.

크로포드는 190Cm에 90kg으로 다부진 몸을 가지고 있었다. 개인기에 피지컬, 거기다가 축구 센스까지, 그는 미국 내 축구 선수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사실은 내년쯤 유럽 진출도 고려하고 있었고.

그런 자신이 고작 리그 꼴찌 팀 중앙 미드필더와 부딪쳐서 밀릴 거란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부딪쳤다. 그 순간, 크로포드는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곧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헉!”

아찔한 충격과 함께 몸 전체가 휘청거렸다. 필드에 자빠지는 꼴사나운 모습까지 보이진 않았지만, 상대에게 이렇게 맥없이 튕겨 나 보긴 처음이었다.

당연히 공은 상대에게 내주어야 했다. 크로포드는 너무 놀라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크로포드는 이를 꽉 깨물고 준열을 쫓아갔고 둘은 또 부딪쳤다. 그 결과 또 맥없이 튕겨 나는 건 크로포드였지만 말이다.

준열은 무슨 철벽같았다. 부딪치면 쪽쪽 자신이 밀리자 황당한 크로포드가 뭐 저런 놈이 다 있냐며 준열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크로포드!”

전방에 올라갔다 협력 수비를 위해 다시 내려오던 로페즈가 그를 불렀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크로포드는 그와 같이 하프라인 밑으로 내려가서 자기 자리로 들어갔다. 그 뒤 크로포드는 준열과 수차례 더 부딪쳤다.

“크윽!”

그때마다 크로포드는 퍽퍽 튕겨 나는 굴욕을 맛보았다. 크로포드와의 공중 경합에서 여유롭게 헤딩으로 공을 따낸 준열이 유유히 사라지는 걸 보며 크로포드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진짜 대단해. 저런 선수가 어떻게 뉴욕 시티FC에....”

하지만 그렇다고 경기를 포기할 크로포드가 아니었다. 그는 강하게 이를 악다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자자. 한 골! 시카고 파이어FC 파이팅!”

“좋아! 파이팅!”

그의 고함에 시카고 파이어FC 선수들이 일제히 파이팅을 외치며 전의를 다졌다. 하지만 그런 시카고 파이어FC의 파이팅과 달리 허리 싸움에서 시카고 파이어FC는 여전히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서 경기는 시종일관 답답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반면 뉴욕 시티FC는 준열의 뛰어난 허리 장악 능력과 롱 패스 능력으로 쉽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거기다가 준열은 강력한 몸싸움을 바탕으로 완벽하게 중원을 장악했다.

그의 깔끔한 볼터치와 안정적인 패스에 이어 뉴욕 시티FC 후방에서 빌드업까지 완벽하게 이뤄지게 만들었다. 그런 그의 지능적인 플레이는 경기 내내 단연 돋보였다.

“뭐 저런 녀석이 다 있어.”

“그러게. 진짜 기가 막히는군. MLS에 저런 선수가 있던가?”

그런 준열의 플레이를 보고 시카고 파이어FC의 루이스 감독과 코치들이 다들 혀를 내둘렀다.

“당장 라리가나 EPL에서 뛰어도 먹힐 녀석입니다.

“먹힐 정도가 아니라....저 정도면 그들 리그에 큰 이슈를 만들어내고도 남아.”

루이스 감독이 준열의 움직임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며 말했다.

루이스 감독의 눈에 준열은 강력한 피지컬과 뛰어난 활동량에다가 롱패스, 중거리 슛 능력까지 공수에 걸쳐 모든 걸 다 갖춘 그야말로 완벽한 중앙 미드필더였다.

‘저런 진주라면....당장 데려와야 해.’

루이스 감독이 봤을 때 저 동양인 선수는 흙 속의 진주였다. 그러니 당장 구단의 스카우트 담당자에게 전화를 넣어서 흙 속, 그러니까 리그 강등이 확실한 꼴찌팀 뉴욕 시티FC에서 빼내 와야했다.

‘저 녀석만 있으면 내년에는 리그 상위권, 아니 우승도 가능해.’

루이스 감독의 눈이 탐욕에 이글이글 불타오르며 준열을 쳐다보고 있을 때, 준열은 그런 루이스 감독과 그의 팀인 시카고 파이어FC의 가슴에 대못을 박을 준비 중이었다.

* * *

시카고 파이어FC의 공격수 맥그로우는 전반에 골을 넣었다. 그런 그의 골 결정력을 믿고 루이스 감독은 후반에도 쉽사리 그를 빼지 못했다.

그걸 알기에 장철우는 천천히 뉴욕 시티FC 진영으로 과감하게 돌파를 시도했고 미드필드에서 준열과 맞닥트렸다.

퍽!

“헉!”

맥그로우는 무슨 벽에라도 부딪친 듯 옆으로 튕겨 난 데 비해 상대 미드필더는 꿈쩍도 하지 않고 그 자세를 그대로 유지했다. 맥없이 자리싸움에 패한 맥그로우는 당연히 자신을 향해서 날아오는 공을 받지 못했다.

턱!

준열이 대신 맥그로우를 향해 날아 온 롱패스를 가슴으로 볼트래핑 후 유연하게 몸을 틀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쳇! 그냥 가게 둘까 싶냐!”

한 성질 하는 맥그로우다. 그는 자신이 볼을 빼앗기면 끝까지 쫓아가서 그 공을 다시 뺐든지 아니면 공을 걷어 내던지 해야 직성이 풀렸다. 그래서 맥그로우는 준열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휙!

하지만 그는 준열의 역모션에 속아서 그보다 몇 걸음 더 앞으로 나갔고 그때 준열은 느긋하게 동료 미드필더에게 공을 패스했다. 그리고는 맥그루우를 지나쳐서 시카고 파이어FC 진영으로 넘어갔다.

“이런 씨펄......”

분한 맥그로우가 욕설을 해 가며 준열을 뚫어져라 노려봤다. 하지만 그는 최전방 공격수이니 더 밑으로 내려갈 순 없었다.

맥그로우는 시카고 파이어FC 팀 동료들이 어서 뉴욕 시티FC의 공을 뺏어서 자기에게 차주기를 바라며 하프라인에서 어슬렁거렸다.

공만 넘어오면 언제든 달려들어서 뉴욕 시티FC 목줄을 물어뜯을 준비를 하고서 말이다. 하지만 맥그로우에게 당최 공은 넘어오지 않았다.

“젠장.....”

준열이 중심이 된 뉴욕 시티FC 허리 라인은 쉽게 공을 뺏기지 않고 시카고 파이어FC 진영을 꾸준하게 공략했다.

맥그로우가 힐끗 전광판의 시계를 확인하니 벌써 후반전도 10분이나 시간이 흐른 상황이었다.

이대로 시간이 계속 흘러서 중반을 넘어간다면 뉴욕 시티FC가 본격적으로 골문을 잠그고 버티게 될 터였다.

그러다간 자칫 2대 1로 시카고 파이어FC가 패하는 사태가 벌어질지 몰랐다. 맥그로우가 초조하게 하프라인에서 기웃거리고 있을 때, 상황은 점점 시카고 파이어FC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역시나 문제는 뉴욕 시티FC의 중앙 미드필더였다.

전반전에 이어 후반전에서도 미쳐 날뛰는 준열을 시카고 파이어FC에서 그다지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 * *

준열의 중앙 돌파는 같은 미드필더인 크로포드가 어떻게든 막아내고 있었는데 양 측면이 문제였다. 준열의 찔러 주는 날카로운 패스에 양 측면이 번번이 뚫렸다.

“젠장....”

뻐엉!

그걸 풀백들이 어떻게든 힘겹게 걷어 내고 있는데 그 공을 준열이 귀신같이 자리를 잡고 받아내면서, 한동안 공이 시카고 파이어FC 진영 안에서만 맴돌았다.

‘분위기가 우리 쪽으로 넘어온 지금이 골을 넣을 절호의 기회.......’

준열이 봐도 지금이 후반전 들어 뉴욕 시티FC가 맞은 가장 좋은 득점 찬스인 것은 맞았다.

그래서 준열은 꼭 골을 넣을 생각으로 시카고 파이어FC 좌우측면을 휘젓고 있는 뉴욕 시티FC의 공격 자원인 마이클과 드웨인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들 옆에는 시카고 파이어FC의 수비수들이 이미 착 들러붙어 있었다. 역시 프로라 그런지 대인마크가 훌륭했다.

때문에 그 쪽으로 패스를 넣어 줘 봐야 막힐 가능성이 컸다.

개인 기량에서 오늘 마이클과 드웨인은 시카고 파이어FC 수비수들을 완전히 압도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몇 차례 준열이 넣어 준 결정적 패스를 홀라당 날려 먹은 상태였고 말이다.

둘에 대한 확실한 신뢰가 없는 한 반드시 골을 넣어야 할 지금 그들에게 공을 넘겨 줄 순 없었다.

‘지금 골을 넣지 못하면 흐름은 곧장 시카고 파이어FC 쪽으로 넘어갈 거야.’

그때 주위를 살피던 준열의 눈에 왼쪽 미드필더이자 윙어 역할을 하고 있던 안토니가 보였다. 그의 위치와 맞은 편 전방을 보니 마침 그쪽 공간이 비어 있었다.

시카고 파이어FC의 수비도 뉴욕 시티FC의 투톱인 마이클과 드웨인에게만 시선이 가 있지 안토니를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래. 안토니. 바로 너로 정했다.’

준열은 손을 들어서 자신에게 공을 달라고 한 뒤, 그에게 공이 오자 받아서 바로 앞으로 치고 들어갔다. 그러자 준열 앞을 크로포드가 막아섰다.

“어딜....”

준열은 후반 들어 벌써 크로포드와 수차례 마주쳤고 그때마다 그와의 몸싸움에서 이기고 돌파에 성공 했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골을 넣어야 했기에 준열로서도 지금은 무조건 크로포드를 뚫어야 했다. 하지만 준열은 그걸 어렵게 풀어나가지 않았다. 그냥 쉽게....

툭!

크로포드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넣고 그 옆을 지나쳐 갔다. 왜냐하면, 지금 더 긴장한 건 크로포드였으니까. 오히려 이럴 때는 단순한 풀어나가는 게 정답이었다. 그걸 알았기에 준열은 그렇게 풀어나간 것이었고....

“헉!”

다급한 크로포드가 손을 뻗어 준열의 유니폼을 잡아챘지만, 그가 유니폼을 꽉 쥐기 전에 준열이 먼저 그의 옆을 유유히 스쳐 지나갔다.

동시에 준열의 시선이 전방을 훑었고 그런 그의 눈이 안토니와 딱 마주쳤다. 순간 안토니가 움찔하다가 그대로 앞을 보고 냅다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그사이 돌파당한 크로포드가 준열을 쫓았고 그를 거의 다 따라잡았을 때였다.

척!

준열이 공을 세우고 멈췄다. 반면 준열 옆에서 달리던 크로포드는 그 기세에 준열보다 두세 걸음 더 달려나간 상태에서 겨우 멈춰섰다. 그 사이 준열은 여유 있게 페널티박스 안, 비어 있는 공간 쪽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그 공이 날아가는 쪽을 돌아보던 크로포드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언제 움직였는지 뉴욕 시티FC의 미드필더, 측면 윙어가 그 비어 있는 공간 안에 뛰어들어오고 있었고, 크로스 된 공이 그 측면 윙어에게 정확히 전달 된 것이다.

안토니는 준열이 넘긴 공을 가슴으로 트래핑 하고는 오른팔로 힘껏 찼다.

뻐엉!

그 공은 사선으로 날아갔는데 골대 오른쪽 모서리 구석으로 향했고, 골키퍼가 팔을 뻗었을 땐 이미 그 옆을 지나쳤다.

툭!

그때 다급히 뛰어들어오던 시카고 파이어FC 수비수의 다리에 그 공이 맞았고, 굴절된 그 공이 운 좋게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와아아아!”

뉴욕 시티FC 벤치에서 환호성이 울렸다. 반면 경기장 주위 분위기가 갑자기 썰렁했다. 특히 시카고 파이어FC 응원석의 서포터들은 다들 넋이 나간 얼굴로 멍하니 경기장을 쳐다봤다.

시카고 파이어FC 수비수의 자살골이지만 어째 건 자신의 슈팅 때문에 들어간 골이기 때문에 안토니는 괴성을 지르며 준열에게로 달려왔다. 그리고 준열을 번쩍 끌어안아서 한 바퀴 돌린 뒤 내려놓았다.

“굿 패스! 백. 너의 패스는 최고야!”

안토니가 기분 좋게 웃었고 그런 그 주위로 뉴욕 시티FC 선수들이 모여들어서 추가 골이 들어간 것에 대한 기쁨을 함께 누렸다.

“좋았어! 이제 됐다. 크하하하하!”

1골 차로 아슬아슬하게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 안토니의 슈팅이 운 좋게 시카고 파이어FC 수비수의 다리에 맞고 들어가면서 추가 골이 터지자, 뉴욕 시티FC 감독 닉은 너무 기뻐서 그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면서 큰 소리로 웃었다. 반면 시카고 파이어FC 벤치는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하긴 동점 골을 넣어도 모자랄 판에 상대에서 추가 골을 내어주었으니 말이다. 그것도 수비수의 자책골이라니. 분위기가 급격히 다운되었다.

루이스 감독은 팔짱을 낀 채 굳은 얼굴로 서 있었고, 코치들은 안절부절못하다가 괜히 시카고 파이어FC 선수들에게 뭐라 큰소리만 쳤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정신 똑바로 안 차리지?”

* * *

어쨌든 뉴욕 시티FC에 추가골을 내어 준 시카고 파이어FC의 빠른 킥 오프로 경기가 재개되었다.

졸지에 한 골 차에서 두 골 차로 격차가 벌어진 시카고 파이어FC는 빠르게 공격에 나섰다. 당연히 시카고 파이어FC 선수들의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후반에 경기를 뒤집을 생각이었는데 되레 골을 먹었으니....

그래선지 시카고 파이어FC의 중앙 미드필더 크로포드가 킥 오프 된 공을 받자마자 바로 전방에 로빙패스를 올렸다.

파파파팟!

그때 언제 움직였는지 시카고 파이어FC의 공격수 맥그로우가 뉴욕 시티FC 수비수들을 그대로 통과, 크로포드의 패스를 받아 하프 발리킥을 날렸다.

뻐엉!

맥그로우의 그 슈팅은 절묘한 각도로 휘어져 날카롭게 뉴욕 시티FC 골대 구석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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