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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829화 (827/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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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준열은 축구에서 공격수는 그 누구보다 욕심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골을 넣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야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진심어린 공격수는 흔치 않았다. 그랬기에 그런 부류의 공격수 영입 비용은 엄청 비쌌고.

알다시피 뉴욕 시티FC는 현 MLS 리그에서 꼴찌 팀이다. 그런 팀에 공격수가 제대로 된 공격수이겠나?

현재 뉴욕 시티FC의 두 공격수들은 준열이 봤을 때 C급 정도 수준이었다. 그랬기에 그들은 준열이 자기들 앞으로 먹음직스런 킬 패스를 넣어 주길 바랐다. 이는 밥을 떠서 입에 넣어 달란 것과 진배없었다.

‘귀찮게....’

오늘 경기가 강등 권으로 떨어지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경기만 아니었어도, 준열은 그들에게 그럴 기회 따윌 만들어주지 않았을 터였다. 그 혼자 해결하고 말지. 하지만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 팀워크는 반드시 좋아야만 했다. 이에 준열은 인내심을 가지고 오늘 경기에 임했다. 그랬기에 뉴욕 시티FC 선수들이 그의 말에 따라 잘 움직여 주고 있는 것이었고....

“데니스. 이쪽으로....”

“저쪽이다. 빨리 붙어.”

스코어 2대 1인 상황에서 전반전 후미에 시카고 파이어FC의 공격이 제법 매서웠다. 하지만 준열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뉴욕 시티FC의 미드필더 진과 수비진이 시카고 파이어FC의 공격을 잘 막아 내면서 전반전 45분의 시간도 어느 새 다 흘렀다.

주심은 추가 시간 3분을 더 주었고 뉴욕 시티FC 윙백이 시카고 파이어FC의 패스를 끊었다.

“백!”

그 공은 즉시 중앙 미드필더인 준열에게로 넘어왔다. 그러자 루이스 감독이 붙인 준열의 전담 마크맨이 달려왔는데, 준열은 그걸 보고 즉시 옆으로 패스를 했다. 그리고 그 마크맨의 옆을 지나친 후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파파파파팟!

준열이 훌쩍 하프 라인을 넘어서 시카고 파이어FC 진영으로 침투해 들어가자, 그 뒤를 마크맨이 바로 따라 붙었다. 하지만 준열이 작정하고 뛰자 마크맨은 그를 쫓아오지 못했다.

바로 그때 준열이 달리는 앞쪽 공간으로 롱 패스가 날아왔다.

촤아아악!

딱 봐도 공이 길어서 준열이 잡을 수 없어 보였다. 하지만 준열은 기어코 몸을 날리고 슬라이딩을 해서 두 가랑이 사이로 공을 받은 뒤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 후 공을 치고 페널티에어리어로 돌파해 들어가려는 준열의 앞을 시카고 파이어FC의 센터백이 막아섰다. 하지만 준열은 그를 가볍게 인사이드 드리블로 제쳐 냈다.

“아앗!”

삐이익!

그러자 시카고 파이어FC의 센터백이 준열의 유니폼을 붙잡았고, 그걸 본 주심이 반칙을 선언했다.

아쉽게도 반칙이 일어난 위치가 페널티에어리어 밖인지라 주심이 페널티킥을 불진 않았다.

직접 프리킥으로 골을 노리기에 그 위치는 나쁘지 않았다.

준열은 주심이 찍어 준 위치에 공을 놓고 뒤로 다섯 걸음 쯤 물러났다. 그리고 정면에 벽을 쌓고 있는 시카고 파이어FC 선수들과 그 뒤편의 골키퍼와 골대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뭐해? 다들 올라가지 않고?”

시간상 이번 프리킥을 끝으로 주심이 휘슬을 불 것이 확실했다. 그래서 뉴욕 시티FC 벤치에서 닉 감독이 골키퍼 빼고 수비수들까지 전부 시카고 파이어FC 진영으로 올라가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준열이 찬 공이 골대 안에 들어가지 않고 흘러 나왔을 경우, 그 공을 주워 먹으려면 아무래도 박스 안에 뉴욕 시티FC 선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할 테니까 말이다.

이때 시카고 파이어FC 선수들 뿐 아니라 뉴욕 시티FC 선수들도 거의 준열이 바로 골을 노리고 공을 찰 거라 여겼다.

이미 앞서 엄청난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갈랐던 준열이 아니던가? 아마 이번에도 강력한 대포 슛을 쏠 공산이 컸다.

툭!

하지만 준열은 슛이 아닌 짧지만 간결하고 정확히 왼쪽 골대 바로 앞으로 센터링을 올렸다.

파파파팟!

그때 갑자기 골대 쪽으로 쇄도해 들어 간 뉴욕 시티FC 센터백이 자기 쪽으로 날아온 공에 가볍게 머리를 갖다 댔다. 그의 머리에 맞은 공은 골대 왼쪽 구석으로 쏘옥 들어갔다.

철썩!

뉴욕 시티FC 센터백이 프리킥 상황에서 문전으로 쇄도해 들어 갈 거라 누구도 예상치 못한 터라 시카고 파이어FC는 꼼짝도 못하고 골을 내어 주고 말았다. 그걸 보고 준열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삐이이이익!

그 골이 들어감과 동시에 주심이 전반전 종료를 알리는 휘슬을 길게 불었다.

* * *

전반전을 끝내고 벤치로 들어오는 뉴욕 시티FC 선수들을 닉 감독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맞았다.

“하하하하. 다들 잘 뛰어 주었다. 이걸로 땀들 닦고....자자....”

닉 감독은 벤치에서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들어가기 전 그들의 어깨를 두드리고 직접 수건을 건넸다. 그렇게 선수들과 같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라커룸으로 들어간 닉 감독.

라커룸 안에서 선수들은 각자 편한 자세로 휴식을 취했는데, 그때 뉴욕 시티 FC의 센터백 잭슨이 준열에게 이온 음료를 건네며 말했다.

“백. 패스 좋았다.”

오늘 경기 시작 전 준열이 먼저 나서서 선수들에게 얘기했다. 지금 자신은 뉴욕 시티FC의 구단주로 여기 있는 게 아니라고. 그러니 경기장 안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만큼은, 자신을 동료 선수로 편안하게 ‘백’이라고 부르라고 말이다.

“아냐. 네가 그 패스를 잘 받은 거지.”

“근데..... 아니다.”

잭슨은 준열에게 뭔가 할 말이 있은 거 같은데 결국 그 말을 하지 못했다. 준열은 잭슨이 뭘 말하려는 지 대충 알거 같았다.

‘그냥 고맙다고 하면 될 것을....’

한국에서 특히 남자들 중에 말수가 적은 사람이 꽤 많다. 그걸 보고 한국에서는 숫기가 없다고 하는데 미국인인 잭슨도 그런 부류인 모양이었다. 뭐 어째든 준열 입장에서 2대 1로 리드하고 있는 지금 상황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준열을 비롯한 뉴욕 시티FC 선수들이 평온한 가운데 기분들 좋게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시카고 파이어FC의 라커룸은 무슨 전쟁터 같았다.

“.....그 따위로 밖에 못 뛰어? 특히 마지막에 프리킥 상황에서 선수 마크를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사람만 잘 잡았으면 그 골은 먹지 않아도 될 골이었어.”

루이스 감독은 전반전에 뛴 시카고 파이어FC 선수들을 무섭게 힐책했다.

“꼴찌 팀이라고 우습게 봤다가 된통 당하니까 다들 기분이 어때? 항상 말하지만 방심을 절대 금물이다. 후반엔 크로포드 하고 로페즈가 교체해서 들어간다.”

시카고 파이어FC의 핵심 미드필더와 공격수인 크로포드와 로페즈가 후반에 교체 되어 들어간다는 건, 시카고 파이어FC가 전력으로 후반에 뉴욕 시티FC를 상대하겠단 소리였다.

제대로 화가 난 루이스 감독은 후반전에 진짜 시카고 파이어FC 축구의 쓴 맛을 뉴욕 시티FC에 보여 주기로 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루이스 감독은 전술에도 손을 댔다. 보다 더 강하게 뉴욕 시티FC를 압박해서 단숨에 지금의 불만스런 스코어를 역전 시켜 버리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면서도 루이스 감독이 잊지 않은 건....

“핸드슨. 그 동양인 미드필더 잘 마크하고....수비들 올라는 가되 하프 라인을 넘을 때는....”

상대 공격에 대한 대비만큼은 또 확실히 챙기는 루이스 감독.

“됐다.”

그러고 나서 루이스 감독은 만족스러운 듯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그 스스로 생각해도 충분하다 여겼던 것이다.

* * *

정오 무렵 뉴욕의 날씨는 생각보다 더웠다. 당연히 이때 뛰면 숨이 턱턱 막힐 수밖에 없었고. 그런 시간에 죽어라 뛴 양 팀 선수들에게 하프 타임은 꿀맛 같은 시간이었다. 그 잠깐의 휴식이 끝났다.

“자자. 이제 나가자.”

주장 잭슨의 말에 뉴욕 시티FC 선수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라커룸을 나섰다.

잠시 뒤 뉴욕 시티FC와 시카고 파이어FC 선수들이 다시 뜨거운 열기에 아지랑이를 피워 올리고 있는 필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걸 본 원정팀 시카고 파이어FC 응원단이 바로 시끄럽게 반응을 보였다.

둥! 둥! 둥! 둥!

“오우오우! 워어워어! 시카고 파이어FC! 시카고 파이어FC!”

반면 홈팀인 뉴욕 시티FC를 응원하는 소리는 귀를 씻고 들으려 해도 없었다. 아무래도 성적이 성적인 만큼 실망한 팬들이 그 만큼 경기를 보러 경기장을 찾지 않은 것. 하지만 극성스런 응원 받는 시카고 파이어FC 선수들의 얼굴이 어째 굳어 있었다. 반면 뉴욕 시티FC 선수들은 다들 얼굴에 여유가 있어 보였고 말이다. 왜 그런지는 전광판의 스코어를 보면 알 수 있었다.

2대 1!

리그 순위로 보면 당연히 시카고 파이어FC가 2득점을 했을 거라 여기겠지만 상황은 그 반대였다. 그러자 시카고 파이어FC에서 작정을 한 듯 패스의 줄기를 이어 줄 중원의 사령관 크로포드를 후반전에 바로 교체해서 넣었다.

미드필더 크로포드와는 요즘 한창 물 오른 골 결정력을 보여 주고 있는 시카고 파이어FC의 신성이었다. 더불어 세컨 스트라이커 로페즈가 크로포드와 같이 교체 투입 되었다.

그 둘이 뛴다면 사실상 시카고 파이어FC의 1군 전력이 다 나왔다고 보면 됐다.

루이스 감독은 그들을 앞세워 후반전에 적어도 2골은 뽑아 낼 생각이었다. 그리고 뒷문을 굳게 잠그고 말이다.

3대 2!

짜릿한 역전승. 흔히 말하는 펠레 스코어로 루이스 감독은 오늘 경기를 끝낼 생각이었다.

‘뭐 그 이상 골을 넣어서 4대2, 혹은 5대 2로 이기면 더 좋고....’

하지만 세상일이 뜻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겠나?

삐이이익!

주심의 휘슬 소리와 함께 후반전이 시작 되었다. 시카고 파이어FC의 선축이 있고 시카고 파이어FC 공격수들이 하프 라인을 넘어 갈 때, 공은 시카고 파이어FC의 중앙 미드필더인 크로포드에게 빠르게 전달되었다.

“간격 더 벌려!”

중원의 사령관답게 크로포드가 노련하게 2선 라인을 정비했다. 그러던 말든 준열은 공이 크로포드에게 가는 걸 보고 그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촤아아악!

준열이 그라운드의 보드라운 잔디를 가르며 크로포드를 향해 태클을 가했다.

‘어라?’

그런데 준열의 발은 공을 건드리지도 못했다. 크로포드가 패스 되어 온 공을 퍼스트 터치 할 때 발뒤꿈치로 방향만 살짝 틀어 버린 것이다. 때문에 공은 바로 뒤쪽으로 흘렀고 준열의 발은 공 없는 허공만 갈랐다.

‘이거 봐라?’

크로포드의 실력이 제법이었던 것. 앞서 전반에 이 정도하면 충분히 공을 뺏을 수 있었는데 확실히 시카고 파이어FC의 다른 선수들에 비해 크로포드의 기량이 뛰어났다. 때문에 준열은 자신의 능력을 좀 더 끌어 올려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크로포드가 의도적으로 뒤로 빼낸 공은 시카고 파이어FC의 센터백에게 갔고, 센터백은 그 공을 즉시 측면 미드필더에게 연결했다.

측면 미드필더는 그 공을 받아서 곧장 하프라인을 넘어 뉴욕 시티FC 진영으로 침투해 들어갔고 말이다. 그 사이 크로포드는 하프라인을 넘고 있었다.

“어쭈!”

준열은 그런 크로포드의 보고 냅다 달렸다.

파파파팟!

체력과 스피드에서 준열이 크로포드보다 우위에 있었기에 금방 크로포드를 뒤쫓았다.

퍽! 퍽! 툭!

준열은 크로포드와 몸싸움을 벌이며 그에게 들어온 패스를 기어코 끊어 냈다. 그 끊어 내는 과정에서 준열은 「개다리」아이템의 능력 뿐 아니라 「개목걸이」아이템의 능력까지 끌어다 썼다.

“크으윽!”

크로포드는 갑자기 몸이 살짝 마비되자 당황했고, 그 순간 준열이 가볍게 그의 공을 뺏어냈다. 그리곤 재빨리 그 공을 전방으로 길게 스루 패스했다.

그 공을 뉴욕 시티FC 공격수 마이클이 잡았는데 그에게 바로 시카고 파이어FC 센터백의 거친 태클이 가해졌다.

촤아아아!

“헉!”

부상을 피하기 위해 마이클은 몸을 띄울 수밖에 없었고 공은 다시 시카고 파이어FC 진영으로 넘어갔다.

두 진영의 허리 싸움을 그렇게 일진일퇴를 거듭하게 계속 전개 되었고, 그러면서 후반전 시간도 빠르게 흘러갔다.

* * *

시카고 파이어FC의 선수들은 루이스 감독이 지시한 바뀐 전술에 따라 철저히 움직였다. 그런 가운데 중원이 가장 치열하게 접전의 현장이 되었다.

뉴욕 시티FC의 전체적인 플레이 메이커, 또는 패스 메이커를 담당한 준열을 막기 위해 시카고 파이어FC는 중앙 미드필더 크로포드가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말이다. 한 산에 두 마리 호랑이가 같이 살 수 없는 노릇. 둘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바로 맞부딪쳤다.

준열이 먼저 태클을 넣었는데 그걸 힐 킥으로 공을 뒤로 흘려버려 준열에게 제대로 엿을 먹인 크로포드를, 준열이 곧장 뒤쫓아 가서 몸싸움으로 그를 밀어 내고 기어코 공을 뺏어내면서 망리다.

장군 멍군!

그 후 중앙 미드필더 간의 양보없는 치열한 싸움이, 그야말로 피터지게 전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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