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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828화 (82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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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경기 시작 시간인 11시 10분 전, 뛸 준비를 마친 양 팀 선수들이 다들 경기장 안으로 들어와서 각자 진영에서 가볍게 몸을 풀거나, 동료 선수들과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있을 때 심판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부심은 깃발을 들고 양쪽 터치라인 쪽으로 움직였고 공을 든 주심은 천천히 중앙선의 한 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주심이 센터서클 안으로 들어가서 센터마크 위에 공을 놓자 양 팀 주장들이 알아서 주심에게로 다가갔다.

주심은 그들과 악수 후 동전으로 골대 위치와 선공을 결정지은 다음,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확인하고는 잠시 기다렸다가, 선공을 하기로 정해 진 홈팀 뉴욕 시티FC 쪽 공격수 마이클에게 말했다.

“1분 있다가 경기 시작합니다.”

그 말에 마이클이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인 뒤 상대 진영에서 자기 팀 선수들을 훑어보았다. 그때 마이클의 눈에 가장 선명하게 들어 온 선수가 바로 중앙미드필더 백준열이었다.

닉 감독의 뜻에 따라서 오늘 갑자기 팀의 일원이 된 저 동양인은 무려 자기 팀 구단주였다. 구단주씩이나 되는 양반이 뭐 하러 직접 경기에 뛰려는지 마이클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일반인이 프로 팀에서 그것도 주전으로 이렇게 뛴다는 거 자체가 더 아이러니할 일이었지만....

“크음....”

그때 깊게 생각에 빠져 있던 마이클의 정신을 주심의 헛기침이 일깨워주었다. 그리고 몇 초 뒤....

삐이이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뉴욕 시티FC와 시카고 파이어FC와의 정규리그 33라운드 경기가 시작 되었다.

툭! 데구르르....

마이클이 공을 선축해서 하자 그 공을 뉴욕 시티FC의 또 다른 공격수 드웨인이 받아 뒤쪽 중앙 미드필더 준열에게 공을 넘겼다.

오늘 시합에서 뉴욕 시티FC는 주축 공격수 중 한 명인 헥토르를 빼고 장신의 공격수 드웨인을 넣었다. 이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헤딩 골을 노릴 생각인 닉 감독 나름의 선택이었다. 그런 닉 감독의 선택에 대해 준열도 딱히 별말하지 않았다.

“이리로 패스 해.”

“야. 빨리 뛰어.”

뉴욕 시티FC와 시카고 파이어FC의 리그 막판 경기는 초반부터 팽팽하게 진행 되었다.

준열이 새롭게 중앙 미드필더로 자리 잡은 뉴욕 시티FC는, 생각외로 허리 싸움에서 시카고 파이어FC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패스 좋고....”

“간격 더 벌려.”

그렇게 전반 10여분 동안 양 팀은 별 소득도 없이 중앙에서 공을 돌리며 잔뜩 기회들만 엿봤다.

그때 시카고 파이어FC에서 먼저 허리를 내리면서, 뉴욕 시티FC 공격진과 미드필더들을 보란 듯 밑으로 유인했다.

뉴욕 시티FC에서 그 미끼를 물면 바로 전방에 있는 공격수에게 한 번에 킬 패스가 들어 갈 터였다.

뉴욕 시티FC 공격수들은 골 욕심에 그 미끼를 물려고 달려들었는데 반해, 뉴욕 시티FC 미드필더들은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움직이지 마. 기다려.”

준열이 그 의도를 꿰뚫고 좌우 미드필더들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말하며 수신호까지 넣었던 것이다.

그러자 별수 없이 시카고 파이어FC의 미드필더에서 무리하게 최전방의 공격수에게 패스가 들어갔다.

툭!

그 공은 패스 길목을 지키고 있던 준열의 발에 걸렸다. 준열은 그렇게 가로챈 공을 툭툭 치며 하프 라인 쪽으로 움직였다.

* * *

준열이 공을 몰고 하프 라인을 막 넘을 때 그의 시선이 빠르게 전방을 훑었다. 그러자 시카고 파이어FC의 미드필드와 수비수들 사이 공간이 꽤 벌어져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중거리 슛 때리기 딱 좋은 위친데..... 좋아. 해보자.’

준열은 자신이 생각한 걸 바로 실천하기 위해서, 공을 몰고 그대로 시카고 파이어FC 진영으로 들어갔다.

파파팟! 툭툭!

그러자 그를 막기 위해 시카고 파이어FC의 중앙 미드필더가 득달같이 달려 나오며 외쳤다.

“협력 수비!”

근처 자기 편 미드필더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물론 준열은 두 선수에 둘러싸여 공을 뺏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해서 간단히 라보나 페이크(Ravona fake)로 시카고 파이어FC 중앙 미드필더를 홱 벗겨 내버리고 그의 옆을 통과해서 빠르게 내달렸다.

“헉!”

준열의 페인팅에 속은 시카고 파이어FC의 중앙 미드필더는 뒤돌아서 준열을 쫓았지만 준열은 벌써 대 여섯 걸음 앞서 달리고 있었다.

“어딜!”

그때 근처 시카고 파이어FC의 윙백이 달려와 준열 앞을 가로 막았다.

툭! 파팟!

준열은 그 선수를 앞에 두고 공을 아웃사이드로 한번치고 재빨리 인사이드로 접은 다음 몸을 돌려 그 옆을 간단히 빠져 나갔다. 준열이 두 명의 미드필더를 통과하자 빈 공간이 나왔고, 그 앞쪽으로 시카고 파이어FC 수비수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준열은 그 수비수 쪽으로 공을 치고 들어가며 수비진과 골키퍼, 골대의 위치를 확인한 후 냅다 공을 찼다.

빠앙!

준열의 발에 걸린 공이 곧 터질 듯 소리를 내며 골대를 향해 쭉 뻗어 나갔다.

슈아아앙!

공은 제법 크게 파공 성을 내며 순식간에 골대에 다다랐고, 골키퍼가 다급히 팔을 뻗었지만 워낙 강하고 빠르다보니 골키퍼의 손을 홱 젖히고 위로 굴절 되었는데, 그 공이 크로스바를 안쪽을 때린 뒤 골대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어어....”

“허걱!”

골을 먹은 시카고 파이어FC 골키퍼와 그 주위 수비수들....특히 골키퍼는 신경질적으로 골대 안으로 들어가서 그 안에 들어가 공을 냅다 걷어찼다. 반면....

“와아아아!”

“들어갔다! 들어갔어!”

준열의 중거리 슛이 들어가자 뉴욕 시티FC 벤치에서 난리가 났다. 특히 닉 감독은 경망스럽게 폴짝폴짝 뒤며 양 주먹 어퍼컷을 선보여 옆에 시카고 파이어FC 벤치의 눈총을 샀다.

그때 시카고 파이어FC 수비수들은 다들 황당한 눈으로 준열을 쳐다보았다.

“저거 누구야?”

“뉴욕 시티FC에 저런 선수가 있었어?”

골대에서 30미터는 족히 되는 거리였다. 아무리 공간이 열려 있었다지만 거기서 바로 중거리 슛을 때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99번? 저 선수 뭐야?”

시카고 파이어FC 루이스 감독이 황당한 얼굴로 바로 옆에 수석 코치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수석 코치가 루이스 감독에게 말했다.

“저도 잘....뉴욕 시티FC에 동양인 선수가 있다는 게 금시초문입니다.”

“협회에 알아 봐. 빨리.”

“네.”

수석코치가 핸드폰을 꺼내서 어딘가 전화를 거는 동안 루이스 감독은 골을 넣고도 묵묵히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동양인 선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감독님. 협회에 알아보니....바로 어제 백준열이라는 선수 등록이 되었답니다.”

그 말은 지금 저 동양인 선수가 뉴욕 시티FC 선수로 이 경기에 뛰고 있는데 절차상 하등의 문제가 없다는 소리였다.

“으음....”

루이스 감독은 자기 팀 선수들, 즉 시카고 파이어FC의 킥오프로 경기가 재개 되는 걸 보고 입 밖으로 묵직한 침음 성을 흘렸다. 그러면서 여전히 시선은 자기 팀 공격수의 공을 향해 악착같이 달려들고 있는 상대팀 동양인 중앙미드필더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 * *

경기 시작과 동시에 어처구니없이 한 골 먹자, 시카고 파이어FC 선수들은 눈빛부터가 싹 달라졌다. 하긴 꼴찌 팀에 선제골이라니....

“자자. 빨리 동점 골 만들자.”

시카고 파이어FC의 공격수가 킥 오프를 하며 외쳤다. 그는 뒤로 공을 내 준 뒤 곧장 뉴욕 시티FC 진영으로 빠르게 침투해 들어갔다.

시카고 파이어FC는 허리에서부터 천천히 공격 빌드 업을 갖춰 나갔는데, 그걸 그냥 두고 볼 준열이 아니었다.

“압박해! 붙어!”

준열의 외침에 뉴욕 시티FC 미드필더들이 상대 팀 미드필더들에게 악착같이 달려들었다. 그러자 시카고 파이어FC가 하려던 공격 빌드 업이 제대로 진행 되지 못했다.

그러면서 허리에서부터 양 팀의 미드필더 간의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 되었는데, 그 허리 싸움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뉴욕 시티FC 중앙 미드필더 준열의 맹활약으로 시카고 파이어FC의 허리 라인이 붕괴 되어 버린 것이다.

준열은 볼을 가진 시카고 파이어FC의 미드필더가 패스 타이밍을 살짝 놓친 틈에 재빨리 태클을 가했다.

촤아아아!

태클도 절묘하게 잘해서 그 선수에게서 공만 쏘옥 빼냈다. 당연히 호세 가르시아의 축구 능력에다가 「개다리」아이템의 능력이 더해지면서, 지금 준열의 축구 실력은 MLS를 씹어 먹을 정도의 클래스에 충분히 올라 있었다. 그러니 준열이 이 경기에서 맹활약하는 건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커트 한 공을 준열은 툭툭 치고 시카고 파이어FC 진영으로 올라갈 때, 시카고 파이어FC 좌우로 뉴욕 시티FC 두 공격수 마이클과 드웨인이 최대한 간격을 벌린 체 침투해 들어갔다.

준열은 그들의 움직임을 지켜 보다 자신을 막으러 나온 시카고 파이어FC 중앙 미드필더를 개인기로 또 제쳐 냈다.

파팟! 툭! 툭!

그 뒤 위치상 득점할 가능성이 더 높은 뉴욕 시티FC 공격수 쪽으로 준열이 크로스를 올렸다. 그게 바로 마이클이었다. 아무래도 2학년 공격수 드웨인보다 마이클의 위치 선정이 더 좋았던 것이다.

뉴욕 시티FC 공격수 마이클은 시카고 파이어FC의 왼쪽 공간을 빠르게 침투해 들어갔다.

파파파파팟!

그때 그의 뒤쪽에서 공이 날아왔는데 바로 그의 왼발 앞에 공이 떨어졌다.

툭!

왼발잡이인 마이클은 차기 딱 좋은 그 공을 왼발로 정확히 밀어 찼다. 시선은 골대 한 가운데를 향하면서 말이다.

뻥!

마이클의 발리슛은 회전 없이 골대로 쭉 날아갔다. 공이 살짝 든 상태라 저대로라면 공은 살짝 크로스바를 넘길 거 같았다. 하지만 골대에 다다른 공이 갑자기 뚝 떨어졌다.

“엇!”

시카고 파이어FC의 골키퍼가 기겁하며 폴짝 뛰었지만, 공은 그의 손보다 먼저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철썩!

그야 말로 그림 같은 멋진 무 회전 발리슛이었다.

스코어 2대 0!

예상과는 달리 뉴욕 시티FC의 화력이 전반부터 대거 폭발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시카고 파이어FC는 초반에 내리 두 골을 먹고 팀 분위기가 극도로 침울해졌고.

* * *

“미친....”

시카고 파이어FC 루이스 감독은 두 골 째 내어주고 나자 더 이상 벤치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바로 필드 안으로 사인을 넣었다. 뉴욕 시티FC 중앙 미드필더에게 마크맨을 붙이라고 말이다. 이대로 저 동양인 중앙 미드필더를 내버려 뒀다가는 더 많은 골이 터질지 몰랐다.

“저런 선수를 어디서....완전 대박이네. 펄펄 날잖아. 날아.”

루이스 감독은 그렇게 급한 대로 긴급 처방이 내린 뒤 시카고 파이어FC 선수들에게 전 방위적인 압박을 지시했다. 뉴욕 시티FC 진영을 빠른 시간 내, 그러니까 당장 흔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마크맨이 붙자 준열은 몸싸움에서는 전혀 밀리지 않았기에 중앙 미드필더의 역할은 다했지만 전방으로 찔러 넣어 주는 킬 패스 능력은 사실상 봉쇄를 당했다. 그러나 뉴욕 시티FC에 전방에 패스를 넣어 주는 선수가 준열만 있는 건 아니었다.

준열의 좌우에 위치한 미드필더들이 있었고, 준열의 패스를 받은 그들이 전방의 공격수 마이클과 드웨인에 패스를 넣었다.

이는 뉴욕 시티FC에서 매번 해 왔던 공격 루트였다. 그렇다보니 생각보다 매끄럽게 연결이 되었고, 좌측 미드필더의 로빙 패스가 그야말로 기가 막히게 들어갔다. 그 공을 드웨인이 감각적으로 하프 발리킥을 때렸다.

뻥!

공은 골대 구석으로 날아갔고 다들 골이라고 생각할 때였다.

터억!

시카고 파이어FC의 골키퍼 손에 맞아 굴절 된 공은 아슬아슬하게 골포스트를 벗어났다.

“아아!”

그걸 보고 뉴욕 시티FC 선수들이 아쉬워 할 때였다.

기막힌 선방을 선보인 시카고 파이어FC의 골키퍼가 앞으로 빠르게 뛰어나가더니 페널티에어리어 끝에서 길게 스로잉(Throwing)을 했다.

“앗!”

그 공은 시카고 파이어FC의 중앙 미드필더에게 연결 되었고, 그가 곧장 공을 몰고 하프라인을 넘었다. 그리고 전방의 시카고 파이어FC 최전방 공격수에게 스루패스(Through Pass)를 연결했다.

시카고 파이어FC의 공격수는 그 공을 받아서 달려드는 뉴욕 시티FC 수비수를 등지고 감각적인 터닝슛을 날렸다.

그 슛은 골에어리어에서 바운드 되었다가 골대로 향했는데, 그 불규칙 바운드 된 공이 뉴욕 시티FC 골키퍼 하키미의 손을 스쳐서 그대로 골 망을 갈랐다.

“이야아아!”

전반전 중반 시간 때 드디어 추격의 불씨가 될 골을 넣은 시카고 파이어FC의 공격수가 펄쩍 뛰며 기뻐했고, 시카고 파이어FC 선수들이 그 주위로 모여 축하를 해 주었다.

짝짝짝!

“좋아! 이제 시작이다.”

그때 시카고 파이어FC 벤치의 루이스 감독이 자기 팀 선수들에게 흐뭇한 웃음과 함께 박수를 쳐주며 독려했다.

비록 2대 1로 뒤지고 있지만 루이스 감독과 시카고 파이어FC 선수들은 자신들이 뉴욕 시티FC에 질 거란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그 정도로 리그 꼴찌인 뉴욕 시티FC는 MLS의 모든 팀에 승점을 헌납하는 팀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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