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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현재 미국에서 내가 믿을 사람은....내 여자들인 쥬리와 타미라뿐이었다. 물론 김종훈 과장과 문대식 팀장도 있었지만 그들은 지금 미국에서 벌이고 있는 내 사업과 나를 경호하는 일 만으로도 바쁘다. 해서 그들에게 이미 끝난 사업, 즉 인수합병한 사업체에 대한 관리까지 맡길 수는 없었다.
내가 인수합병 한 여타의 기업체들은 그곳 현지에 맞게 경영 컨설턴트들을 통해서 유능한 전문 경영인을 찾아내서 그에게 회사를 맡겼다. 하지만 오늘 내가 인수한 두 개의 구단은 구단주가 지속적으로 챙겨야만 성적이 나는 기업체였다. 즉 내가 쭉 신경을 써야만 하는 곳이란 얘기다. 근데 나는 바쁘다. 또 미국에 계속 있을 수도 없는 몸. 현지에서 나를 대신해서 두 개의 구단을 맡아 줄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했다.
“타미라. 혹시 농구는 어때?”
“농구? 특수부대에 있을 때 남자 부대원들과 많이 했지.”
여자 킬러인 타미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파악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특수부대에서 근무한 거 까지는 아직은 몰랐다. 그 정도로 타미라의 과거는 몇 편의 영화로 제작해도 될 정도로 파란만장 했다. 지금의 나는 그런 그녀의 영화 중 한 두 편 정도 본 것에 불과하고 말이다. 어째든 타미라가 여자치고는 축구와 농구에 대해 잘 안다는 사실에 나는 흡족해 하며 말했다.
“타미라. 혹시 축구와 농구 구단주 노릇 좀 해 보지 않을래?”
“구단주?”
나의 제의에 타미라가 관심을 보였다. 하긴 요 며칠 쥬리가 좀 바빴었다. 미국 내에 돈 세탁과 비자금 조성, 탈세 등을 위해서 내가 뉴욕의 유명 갤러리를 인수했기 때문에.
문화사업쪽으로 이미 일을 하고 있었던 쥬리가 그 갤러리에 관심을 보였고 나는 기꺼이 그녀를 그곳 갤러리의 관장 자리에 앉혔다. 정식 출근은 다음 주 월요일 부터였지만 쥬리는 매일 그곳 갤러리를 찾아갔다.
오늘도 같이 점심 먹고 나서 쥬리는 갤러리로 갈 예정이었다. 그런 쥬리를 타미라가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타미라도 이제 일자리가 생겼으니 말이다.
“좋아. 그런데 어디 어디 구단인데?”
타미라가 고개를 끄덕이고 승낙하며 물었고 나는 바로 대답해 주었다.
“뉴욕 시티FC와 뉴욕 닉스.”
“어어. 잠깐만....”
내 대답에 타미라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더니 핸드폰을 꺼내서 인터넷에 들어가 두 구단을 검색했다. 그리고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둘 다 하위팀들이네? 특히 뉴욕 시티FC는....강등 될 거 같고 말이야?”
타미라의 그 말에 내가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강등은 안 될거야.”
“무슨 소리....당장 내일 경기 지면 강등 확정이구만.”
역시 축구와 농구에 대해 잘 아는 타미라였다. 구단주 하렸더니 이렇게 바로 구단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나에게 팩트 폭행을 가하고 말이다.
“걱정 마. 뉴욕 시티FC가 앞으로 지는 일은 없을 거야.”
“....”
내 확답에 타미라가 잠시 말없이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자신이 들고 있던 핸드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남은 경기가 다섯 경기고....다섯 경기 다 잡으면....강등은 피할 수 있겠네. 근데 진짜 그게 가능해?”
타미라가 보고 있던 핸드폰을 치우고 나를 똑바로 쏘아보며 물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가능해.”
그러자 그녀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말했다.
“그럼 내년부터 내가 뉴욕 시티FC와 뉴욕 닉스의 구단주가 될 게.”
그녀의 그 말에 나는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으며 웃었다. 그럴 게 영리하게도 당장 두 구단을 맡겠다고 말하지 않고 내년부터 구단주 노릇을 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즉 그 사이 내게 필요한 걸 최대한 챙긴 뒤 내년부터 편하게 구단주가 되겠다는 의도를 내가 파악한 것이다.
‘잘 하겠네.’
그런 타미라라면 충분히 두 구단을 맡겨도 될 거 같았다.
‘그나저나 내일 경기 뛰려면....’
어느 정도 몸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어째든 지금 나는 MLS가 인정한 프로축구 선수였으니 말이다.
* * *
준열은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 측에 연락을 취했다. 혹시 축구 훈련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는지 말이다. 그랬더니....
“아아. 그래요? 뉴욕 이튼 하이스쿨....고맙습니다.”
마침 호텔에서 가까운 고등학교 운동장을 오늘 하루 준열이 쓸 수 있게 호텔 측에서 알아봐 주겠다는 것. 해서 준열은 호텔 측에서 알려 준 뉴욕 이튼 하이스쿨로 바로 갔고, 다행히 학교 측의 허락이 있어서 준열은 거기서 바로 몸을 풀고 축구와 관련한 훈련을 시작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홀로 운동장에 남은 준열은 눈앞에 상대 선수가 있다고 생각하고 가상 경기를 실행 해 보았다.
툭! 툭!
가볍게 공을 치고 축구 골대가 있는 운동장을 누비기 시작한 준열.
휙! 휙! 파팟!
그는 화려한 드리블 동작을 취하며 맞은 편 골대를 향해 돌진해 들어갔다. 그때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드리블 기술이 연출 되었다. 준열이 뉴욕 이튼 하이스쿨에 오기 전에 인터넷에서 찾아 본 축구의 기술들....플립플롭, 크로스 오버, 마르세이유 턴, 라크로케타. 맥기디 턴, 사비 턴 등이 한 두 번 시도해 보고 나서 인터넷에 나온 영상처럼 그대로 시연이 되고 있었다.
“이렇게....이런 식으로 하면....됐다.”
아마 축구 관계자가 그 모습을 봤다면 기절초풍 했을지 몰랐다. 그렇게 축구에 관한 고급 기술들을 빠르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나가던 준열.
“스킬은 이 정도면 됐고....어디 본격적으로 움직여 볼까?”
그 후 공을 드리블해서 슈팅으로 연결 짓는, 축구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골을 넣기 위한 과정을 훈련하기 시작한 준열.
빠앙!
맞은 편 페널티에어리어에서 상대편 페널티에어리어까지 공을 드리블 해 들어간 준열이 호쾌하게 슛을 때렸다.
철썩!
공을 차자마자 그 공이 골네트를 출렁이고 있었다. 그 만큼 전광석화와 같이 빠른 슈팅이었다.
“휴우.... 이 정도면 되겠지?”
준열 자신이 생각해도 충분하게 몸이 풀린 상태. 내일 경기에서 뉴욕 시티FC에 승리를 안겨 줄 자신이 생긴 그는, 혹시 몰라 마지막으로 슈팅 훈련을 더 했다.
인 프론트, 아웃 프론트, 인사이드, 아웃 사이드로 왼발, 오른발 슈팅을 쏘아대던 준열은, 마지막으로 무 회전 슛을 찼다.
뻥!
그의 발에 걸린 회전이 걸리지 않은 공은 백발백중 골망을 갈랐다. 그 중에서 가장 압권은 역시 무 회전 된 공이 골대 아래로 뚝 떨어져서 골망을 때릴 때였다.
“좋았어. 내가 호날두보다 더 나은 거 같지 않아?”
주위에 사람도 없는 데 실없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준열은, 자신의 슈팅에 스스로 만족 한 듯 크게 웃었다. 물론 골키퍼가 없다는 점이 살짝 아쉽긴 했지만 준열이 때려 넣은 공들은 대부분 골키퍼가 막기 힘든 사각지 였다. 때문에 현수의 슈팅은 설사 지금 골키퍼가 골문을 지킨다고 해도 막을 수 있을 가능성은 낮았다.
“휴우. 이제 진짜 그만하자.”
준열은 슈팅 훈련을 끝내고 시간을 확인했다. 그랬더니....
“어휴. 벌써 8시네.”
하긴 한 두 시간 전에 운동장이 어두워져서 라이트를 켜고 훈련 중이었으니....
자신의 두 여자들에게는 알아서 저녁을 먹으라고 했기 때문에 준열은 운동장을 나서서 호텔로 걸어서 이동 중 노상에 핫도그 가게를 발견하고 거기로 갔다.
“너무 배가 고파서 도저히 안 되겠다.”
준열은 두툼한 소세지가 들어간 핫도그 하나를 사서 그걸 먹으면서 호텔로 향했는데....
“쩝....”
핫도그 하나로는 겨우 허기만 면했다. 호텔에 가서 저녁을 먹을 생각이었던지라 핫도그를 하나만 산 게, 준열은 벌써 후회가 됐다. 그래도 호텔에 가서 씻고 저녁을 먹을 때는 핫도그 하나만 먹을 게 다행이다 싶었다. 당시에는 핫도그가 제일 맛있었는데 호텔 최고급 요리들을 먹다보니 생각이 바뀌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싸구려 핫도그보다야 몇 백배는 더 비싼 최고급 요리들이 맛있었고, 또 그깟 핫도그 때문에 그 최고급 요리를 남기는 건 그걸 만든 특급 셰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잘 자.”
“준열도.”
내일 경기 때문에 준열은 두 여자들과의 뜨거운 밤을 포기하고 자신의 방에서 홀로 잠이 들었다. 하루 종일 몸을 쓴 탓인지 준열은 눈을 감자마자 잠이 들었고 아침 8시에 기상해서 가볍게 호텔 근처 산책로를 뛴 다음 아침 식사 후 뉴욕 시티FC의 홈구장인 양키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 * *
오늘 있을 MLS의 정식 리그 경기인 뉴욕 시티FC와 시카고 파이어FC의 경기가 오전 11시에 뉴욕 시티FC의 홈구장인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원정팀인 시카고 파이어FC는 경기 시작 두 시간 전에 이미 양키 스타디움을 찾아와서 경기장에서 몸들을 풀고 있었다. 그때 홈 팀인 뉴욕 시티FC의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느긋하게 축구복으로 갈아입고 있다가 준열의 등장에 화들짝 놀랐다. 그럴 것이 뉴욕 시티FC의 닉 감독이 다른 선수들에게 구단주인 준열이 오늘 경기에 뛸거라는 얘기를 사전에 하지 않았던 것. 거기에 닉 감독은 개인사정으로 인해 경기시작 한 시간 전에 경기장에 올 예정이었다. 따라서 뉴욕 시티FC 선수들의 몸 푸는 것은 수석 코치가 대신 맡아서 진행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랬기에 뉴욕 시티FC 선수들이 지금처럼 늦장을 부리고 퍼져 있었던 것이고.
“구, 구단주님께서 어떻게....”
뉴욕 시티FC의 주장이 갑자기 라커룸에 등장한 준열을 보고 선수들을 대표해서 나섰는데....
“뭐, 뭐야? 감독님이 아무 말 없으셨어?”
다행이라면 수석코치인 코널은 준열이 오늘 경기에 중앙 미드필더로 뛴다는 걸 알고 있단 점이었다.
“네? 그게 무슨....”
“이런....”
코널 코치는 바로 뉴욕 시티FC 선수들에게 준열이 곧 있을 시카고 파이어FC와의 경기에 주전 멤버로 뛰게 될 거란 걸 얘기했다.
“미친....”
“이게 무슨....”
엊그제 준열은 프로 선수 못지 않게 확실히 잘 뛰었다. 하지만 그는 구단주지 뉴욕 시티FC에 등록 된 정식 선수는 아니었다. 그랬기에 뉴욕 시티FC 선수들은 황당함을 넘어서 분노까지 했다. 그러나....
“잠, 잠깐....”
오늘 선수 명단에 맨 끝....거기에 Junyeol. Baek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그걸 발견한 뉴욕 시티FC의 공격수 마이클이 벌떡 몸을 일으키며 외쳤다. 그리곤 손가락으로 준열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저 사람....우리 선수 맞아.”
“뭐?”
“여기를 봐. 여기 맨 끝에 보면....”
마이클이 뉴욕 시티FC 선수 명단을 들어 보이며 라커룸 안의 선수들에게 말했고, 몇 몇 선수들이 마이클이 들어 보인 뉴욕 시티FC 선수 명단을 확인하고는....
“허얼....”
“맞네. 여기....Junyeol. Baek이라고....”
그제야 선수들이 분노에서 당황한 얼굴로 일제히 코널 수석코치를 쳐다봤다. 그러자 코널 코치가 자신에게 집중 시선 속에서 짧게 한숨을 내 쉬고는 말했다.
“하아 참....나는 어제 감독님이 말한 줄 알았지. 너희들도 알다시피 어제 나는 협회에서 주최하는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거기서 바로 퇴근했으니까. 감독님은 대체....뭐 다들 봤다시피 구단주님께서 정식으로 우리 팀 선수로 등록 되셨다. 그리고 포지션은 저번처럼 중앙 미드필더로....”
코널 코치는 어제 감독에게 들은 대로 준열을 오늘 경기에 어떤 식으로 투입시킬지에 대해 선수들에게 간략하게 말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이 훌쩍 흘러 버렸고....
“이런....시간이 벌써? 자자. 빨리 경기장으로 나가서 몸들 풀어.”
코널 코치는 경기 시작 1시간 10분 전에야 라커룸 안의 뉴욕 시티FC 선수들을 경기장 밖으로 내 보냈다. 그렇게 뉴욕 시티FC선수들은 어리바리한 상태로 자신들의 홈구장에서 몸을 풀었고 몸을 풀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들 앞에 닉 감독이 나타났다.
“감독님!”
코널 수석코치는 경기 시작 한 시간을 남겨두고 나타난 닉 감독에게 따져 물었다. 왜 구단주인 준열이 오늘 경기에 뛰는 걸 다른 선수들에게 말하지 않았는지 말이다. 그러자....
“그게 뭐가 문젠데?”
“네?”
코널 코치는 기가 찼다. 너무도 당당한 닉 감독의 모습에 말이다. 하지만 이어진 닉 감독의 말에 코널 코치도 딱히 뭐라 할 말이 없어졌다. 닉 감독의 말이 맞았기 때문에.
“얘기 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어제 말했으면....저놈들 중 절반 이상 오늘 여기 오지도 않았을 걸.”
그 말 후 시선을 경기장 안으로 돌린 닉 감독. 그가 어쭙잖게 구단주 눈치를 살피며 패스 연습 중인 뉴욕 시티FC 선수들을 보고 쓰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경기가 분수령이 될 거야. 뉴욕 시티FC가 파죽의 연승 행진으로 꼴찌팀의 반란을 일으킬지....아니면 이대로 강등해서 2부 리그로 추락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