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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그 공이 곧장 준열에게 넘어왔다.
툭! 툭!
어느새 뉴욕 시티FC의 중앙 사령관이 되어버린 준열이 직접 공을 몰고 뉴욕 레드불스 진영으로 움직였다.
당연히 그런 준열에게 상대 미드필더가 달려왔다. 준열은 즉시 그 공을 옆으로 패스하고 작정하고 뉴욕 레드불스 진영으로 내달렸다.
“어어....”
상대 미드필더는 어떻게 된 일인지 스피드에서 준열을 따라 잡지 못했다. 오히려 그 간극이 더 벌어졌다. 하긴 이때 준열은 「개다리」아이템의 능력을 사용 중에 있었다. 인간이 개보다 빨리 달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휘이익!
그때 준열의 머리 위로 빠른 패스가 넘어왔고, 준열은 마치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듯 앞발을 쭉 뻗어서 공이 튀어 나가지 않게 잘 받은 뒤, 빠르게 상대 측 페널티에어리어 안으로 공을 치고 들어갔다.
“막아!”
뉴욕 레드불스의 센터백과 풀백들이 일제히 준열을 제지하고 나섰다.
툭!
준열의 시선은 정면을 향한 체 감각적으로 공을 옆으로 패스를 했다. 공이 굴러 간 곳에 어느 새 뉴욕 시티FC의 공격수 마이클이 있었다.
“가라!”
뻐엉!
준열에게 수비수가 집중 된 탓에 노마크 찬스를 맞은 마이클이 시원하게 슛을 때렸다.
퍽!
하지만 그 공을 뉴역 레드불스의 골키퍼가 미친 선방 능력으로 막아냈다. 그러나 원체 강한 슛이다 보니 골키퍼의 몸에 막고 튀어 나왔는데, 그 공을 향해 누군가 몸을 날리고 있었다.
“안 돼!”
수비수 셋을 뚫고 준열이 몸을 날렸고, 그 뒤에 상대 팀 센터백이 다급히 외쳤다. 하지만 그 외침이 무색하게 공은 준열의 머리로 날아왔고, 이마에 부딪친 공은 골대 구석진 곳으로 날아갔다. 앞서 선방을 보였던 골키퍼는 그걸 넋 놓고 지켜만 봤다. 골키퍼가 뭘 하기에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던 것.
* * *
“아앗!”
다급해진 뉴욕 레드불스의 센터백이 패스 후 골에어리어 안으로 들어가려는 준열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하지만 준열은 그런 센터백을 끌고 우직하게 골에어리어로 들어갔다.
주심도 그걸 봤지만 준열이 공에 관여 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그냥 넘어갔다. 준열은 자신의 허리를 붙잡은 상대팀 센터백을 두 손으로 뜯어냈다. 그러자 나머지 두 수비수가 그의 양팔을 붙잡았다.
그야말로 처절한 육탄방어였다. 또한 상대 선수를 잡아선 안 되는 축구에서 명백한 반칙에 해당되는 행위였지만, 주심은 그쪽이 아닌 공에 온통 시선이 가 있었다.
준열은 마이클의 슈팅이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는 걸 보고 골대로 쇄도했다. 그때 그를 붙잡고 늘어지던 두 수비수를 가볍게 털어 내며 말이다. 둘이나 달라붙었지만 힘에서 수비수들은 준열을 감당해 내지 못했다. 그리고 준열은 눈앞에 보이는 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퉁!
공은 준열의 머리에 맞고 역모션에 걸린 골키퍼 옆으로 날아갔다.
“아!”
다급히 골대로 뛰어든 수비수가 발을 뻗었지만 공은 그대로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철썩!
“젠장!”
공과 같이 골대 안으로 들어간 레드불스 수비수가 신경질적으로 공을 걷어찼다. 뭐 그런다고 들어간 공이 노골이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필드에 엎드려 있던 준열은 골이 들어간 걸 보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뒤돌아서 자기 진영으로 가려는데....
“이야아아아....”
뉴욕 시티FC의 선수들이 괴성을 지르며 그에게 달려들었고, 준열은 그들을 피해 한 동안 미식축구 선수가 되어야만 했다. 그렇게 준열이 하프 라인을 넘어가자 동료 뉴욕 시티FC 선수들도 알아서 각자 자기 포지션으로 움직였다.
그 사이 후반에 두 골을 허용하면서 동점 상황에서, 이제는 역전골까지 허용한 뉴욕 레드불스의 선수들이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서둘러 킥오프를 하고는 빠르게 라인을 끌어올렸다.
툭!
하지만 성급함은 실수를 유발하기 마련. 특히 뉴욕 레드불수의 미드필더들은 그 실력이 그다지 출중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코어가 역전 되자 다급해진 그들은 전방의 공격수에게 서둘러 공을 연결시켜 주려 들었고, 바로 그 점을 노린 준열이 상대 미드필더가 스루패스를 넣어주려 시선을 잠깐 전방으로 향한 사이 재빨리 달려들어서 공을 탈취해 버렸다.
“어엇!”
파파파팟!
놀란 상대 미드필더가 다급히 손을 뻗어서 준열의 유니폼이라도 잡아채려 했지만 준열은 이미 내달리고 있었다. 그런 그를 잡기란 쉽지가 않았다. 레드불수에서 가장 빠르다는 윙백조차 준열을 따라 잡지 못하는 가운데 어느새 페널티박스까지 다다른 그가....
파팟!
가볍게 페이크(Fake)동작으로 자기 앞의 수비수를 제친 후 지체 없이 슈팅을 때렸다.
슈아아앙!
준열의 그 슈팅은 절묘하게 골대의 사각지로 날아갔다. 그래서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그대로 뉴욕 레드불스의 골망을 갈랐다.
철썩!
“하아!”
“빌어먹을.....”
그걸 보고 필드 위에 뉴욕 레드불스 선수들의 어깨가 축 쳐졌다. 개중에는 철퍼덕 그라운드에 주저 않는 선수도 있었다. 뛰고자 하는 의지마저 상실한 것이다. 그럴 게 후반 종료까지 시간이 채 10분도 남지 않은 가운데 두 골 차를 뒤집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그때 뉴욕 레드불스 벤치에서 누군가 외쳤다.
“10분이면 두 골 넣고도 남는다. 자자. 다들 힘들 내라고.”
그렇게 뉴욕 레드불스의 에르난데스 감독이 겨우 자신의 선수들을 달래서 경기는 재개 되었지만 뉴욕 레드불스 선수들은 제대로 뛰지 못했다. 그걸 의식한 듯 뉴욕 시티FC 선수들도 더는 무리하게 공격을 하지 않고 패스 위주로 시간을 끌었다. 그들 입장에서 두 골 차로 지는 게 아닌 이기는 지금 상황이 상당해 만족스러웠던 것.
“쯧쯧....”
천하의 준열도 같은 팀 동료들이 제대로 뛰어주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경기 분위기가 이대로 끝내는 쪽으로 흐르는 가운데, 준열도 더 무리해서 공격적인 경기 운영은 펼치진 않았다. 무엇보다 이틀 뒤에 두 팀 모두 리그 경기 일정이 잡혀 있었다. 성적 상으로는 레드불스가 낫기는 하지만, 중하위권인 레드불스로서도 막판 다섯 경기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 다섯 경기 중 레드불스가 3경기 이상 패하고 하위권 팀들이 3연승을 하며 치고 올라온다면, 레드불스도 강등권으로 언제든 추락이 가능했다. 그랬기에 레드불스의 에르난데스 감독은 벤치에 쉬고 있던 주전멤버 3명을 당장 교체 투입 시켜 지금의 스코어를 뒤집고 싶었지만 참았다.
모레 홈 경기에서 레드불스는 반드시 승점 3점을 챙겨야 했다. 그랬기에 에르난데스 감독은 꼴찌 팀인 뉴욕 시티FC에게 패할 상황이지만 질끈 눈을 감아 버렸다. 그렇게 뉴욕 시티FC와 뉴욕 레드불스간의 한 집안끼리의 친선 경기는 뉴욕시티 FC가 4대 2로 승리를 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에르난데스 감독은 뉴욕 시티FC의 닉 감독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그대로 떠나버렸고, 그 감독에 그 선수들이라고 뉴욕 레드불스의 선수들 역시 굳은 얼굴로 말없이 양키 스타디움을 떠났다.
* * *
패자들이 떠나고 오랜만에 승리한 뉴욕 시티FC선수들은 다들 싱글벙글,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그런 뉴욕 시티FC 선수들과 뒤섞여서 승리의 기쁨과 함께 시원한 음료를 마시던 백준열. 그런 그에게 닉 감독이 열심히 두 손을 비비며 다가와 말했다.
“구단주님. 정말 놀랐습니다. 어쩜 그렇게 축구를 잘하시는 지....”
준열은 닉 감독의 아부가 싫지 않은지 그의 말을 묵묵히 들어주었다. 그때 관중석에서 내려 온 브래들리 대표가 경기장 안으로 들어와서 선수들을 격려하면서 준열과 닉 감독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힐끗 자신의 손목에 찬 시계를 보면서 준열에게 말했다.
“미스터 백. 우리 하던 얘기를 마저 이어서 해야 할 거 같은데....”
“그럽시다. 그 전에 좀 씻어야 할 거 같은데....30분 뒤에 대표실에서 보는 거 어때요?”
땀투성인 준열의 제안에 다시 한 번 자신의 손목시계를 쳐다보던 브래들리가 대답했다.
“그럼 30분 뒤에 제 방에서 보도록 하죠.”
그렇게 말한 뒤 브래들리는 뒤돌아서 경기장을 빠져나가서 곧장 구단 사무실로 향했다. 그 사이 준열은 선수들의 라커룸으로 들어갔고 거기 샤워장에서 몸을 씻고 원래 입고 왔던 정장으로 환복한 뒤 구단 사무실로 갔다. 그리고 구단 사무실의 안쪽 대표실로 들어가자 브래들리가 커피 두 잔을 미리 준비해 놓고 준열을 기다리고 있었다. 준열은 브래들리 앞에 마주 앉았고 본격적으로 인수합병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그렇게 10여분 뒤 준열과 브래들리가 웃는 얼굴로 대표실을 나왔다.
오전에 뉴욕 닉스와는 달리 준열은 현 브래들리 대표의 자리를 이번 시즌 끝날 때 까지 보장해 주었다. 준열이 그렇게 한 건 뉴욕 닉스와 달리 뉴욕 시티FC의 운영진에서는 브래들리를 대신해서 구단을 경영해 줄 능력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울며 겨자 먹기로 브래들리 대표의 유임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
“브래들리 대표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이고. 제가 드릴 말씀입니다. 구단주님. 앞으로 저희 뉴욕 시티FC에 아낌없는 지원 부탁드립니다.”
준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뉴욕 시티FC의 구단 사무실을 나왔다. 그리고 그가 경호팀원들에 둘러싸인 채 대기 중에 차에 탑승해서 막 양키 스타디움을 떠나려는 순간....
“잠깐만....”
닉 감독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그런 닉 감독을 보고 준열은 탔던 차에서 다시 내렸다. 그리고 닉 감독에게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그러자 닉 감독이 가쁜 숨을 고르며 연신 준열을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구단주님....혹시 모레 시카고 파이어FC와의 경기에....뛰어 주시면....안 될까요?”
“네?”
막 구단을 인수한 구단주에게 리그 경기를 뛰어달라니? 준열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하지만....
“저희 그 경기에서 지면 강등 확정입니다.”
닉 감독의 그 말에 준열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리고....
“선수 등록이 되어있지도 않은 내가 모레 경기에서 뛸 수 있겠습니까?”
내 그 물음에 닉 감독이 내가 막 나온 구단 사무실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거야....저기서 해결해야 할 문제겠지요.”
구단 사무실을 대놓고 턱짓하며 말하는 닉 감독의 말에 준열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 정도도 해결하지 못할 거 같으면 대표를 비롯한 구단 사무실 직원들, 짐 싸서 나가야지.
준열은 호주머니 속에 핸드폰을 꺼내서 브래들리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다음날 점심 무렵....내가 막 쥬리와 타리아와 같이 이태리 음식점에서 점심 식사를 끝마쳤을 때였다. 내 핸드폰이 울렸고 눈에 익은 전화번호에 나는 그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구단주님. 접니다. 브래들리.
“아아. 대표님. 어쩐 일입니까? 혹시 구단에 무슨 문제라도....”
-아뇨. 아무 문제없습니다.
“그럼?”
-어제 말씀하셨던 선수 등록 문제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브래들리 대표의 말을 듣고나서 나는 기억이 났다. 어제 뉴욕 시티FC의 닉 감독이 내게 한 부탁을 말이다.
“아아. 맞다. 그거 어떻게 됐습니까?”
나는 당연히 어려울 것으로 봤다. 이틀 만에 나 같은 일반인을 MLS의 선수 등록이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이겠나? 하지만....
-잘 됐습니다. 그러니까 내일 경기부터 당장 뛰셔도 됩니다.
“네?”
브래들리 대표의 대답이 오히려 그 일을 시킨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런 나에게 브래들리 대표가 자신의 치적을 본격적으로 읊조리기 시작했다. 그 말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자신의 넓은 인맥으로 다른 리그에서는 불가능한 일을 해 냈다는 것이다. 하긴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MLS니까 이틀 만에 선수등록이 가능했지 다른 리그의 축구협회였다면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뭐 나로서는 어째든 내일 경기에 뛸 수 있게 되었다니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서 브래들리 대표에게 물었다.
“이 사실을....닉 감독도 알겠네요?”
-그럼요. 제가 벌써 닉 감독에게 전화했습니다. 아주 좋아 죽더군요. 하하하하.
누가 보면 무슨 커다란 계약이라도 성사 시킨 줄 알겠다. 고작 뒷배를 이용해서 나 하나 MLS의 선수등록 해 놓은 게 무슨 큰 벼슬이라고....더는 브래들리 대표의 TMI를 상대해 주고 싶지 않았던 나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알았어요. 내일 경기장에서 봅시다.”
-네? 아네....
그래도 눈치는 있는지 내 말에 브래들리 대표가 더는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지 않았고 나는 그대로 그와 통화를 끝냈다.
“누구에요?”
그러자 내가 누구랑 통화했는지 궁금한지 쥬리가 물어왔다. 나는 사실대로 대답했다.
“뉴욕 시티FC 대표.”
“뉴욕 시티FC....FC면 축구 구단을 말하는 거죠?”
“맞아.”
내가 쥬리의 물음에 비교적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사이, 또 다른 내 여자인 타미라가 내 말을 듣고 살짝 호기심을 드러내며 말했다.
“나 학교 다닐 때 축구 선수였는데....”
“그래?”
타미라가 선출 이었다는 말에 내 시선이 그녀 쪽으로 홱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