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824화 (82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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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그랬더니....닉 감독에게서 쉰내가 풀풀 풍겼다. 거기에 역겨운 비린내도 섞여서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 냄새 때문에 내 속이 메스꺼워졌다.

그로인해 내 얼굴이 일그러지자 닉 감독이 움찔하며 브래들리 대표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브래들리 대표인들 무슨 수가 있겠나?

그가 닉 감독의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는 가운데, 나는 그들을 그대로 지나쳐서 선수들이 쉬고 있는 라커룸 안으로 성큼 걸어 들어갔다. 그러자 라커룸 안에 땀 냄새가 훅하니 풍겨왔다.

아마 라커룸 안에 있는 선수들은 느끼지 못할 냄새 일 테지만, 바깥 공기를 맡고 있다 라커룸 안으로 들어선 내 코에는 그 냄새가 확연히 느껴졌다. 하지만 그 냄새가 닉 감독에게서 풍겨오던 역겨운 냄새보다는 나았기에, 나는 별 다른 변화 없는 평소의 얼굴로 라커룸 안에 선수들을 둘러 봤다.

그런 나를 일부 선수들이 힐끗 쳐다보기는 했지만, 그들도 전반전 내내 뛰는 동안 힘들었기에 휴식을 취하기 바빴다. 하지만 그 중에 주장 완장을 차고 있던 금발 머리의 선수가 내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당신....뭐요?”

라커룸은 감독과 코칭스태프 말고는 들어 올 수 없는 선수들만의 신성한 장소였다.

그런 곳에 딱 봐도 외부인인 내가 들어왔으니 주장으로서 확인이 필요하다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때 내 뒤로 감독과 브래들리 대표가 들어왔고, 그들을 보자 주장 완장을 찬 선수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그런 주장의 반응을 보고 라커룸 안의 선수들이 하나 씩 몸을 일으켰는데 다들 귀찮은 기색이 역력했다.

하긴 전반전을 뛰느라 다들 지쳐 있는데 구단 대표가 라커룸을 찾아와서 그들의 휴식을 방해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내가 누구냐면....”

어째든 나는 뉴욕 시티FC의 주장에게 내가 누군지 말해 줄 생각이었다. 한데....

“이분은 새로운 구단주님이시다. 그러니 다들 예의를 갖추도록....”

눈치가 빨라도 더럽게 빠른 닉 감독. 그가 나를 옹호하면서 말했고, 구단주라는 말에 귀찮은 기색이 역력했던 선수들까지 일제히 눈빛을 빛내며 나를 쳐다봤다. 그때 내가 한 선수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쪽....맞아. 당신....중앙미드필더 맞지?”

“네. 뉴욕 시티FC의 중앙미드필더 제레미 힐이라고 합니다.”

내가 자신을 지목하자 그게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지만 제레미가 밝게 웃으며 자랑스럽게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하지만....

“당신 같이 축구 못하는 선수가 어째서 이 양키 스타디움에서 뛸 수 있는 지....나로서는 잘 이해가 안 가는군요.”

“네?”

내 말에 삽시간 웃고 있던 제레미의 얼굴이, 막 벌레라도 씹은 듯 와락 일그러졌다.

“패스 미스만 13개, 그 중 전방 패스 실패가 5번, 그렇다고 볼을 잘 간수라도 했냐? 상대 미드필더와 공격수에게 빼긴 공이 4번이나 되더군.”

“그, 그건....”

제레미가 얼굴이 시뻘게 진 채 변명을 하려 들었지만 나는 그에게 그럴 기회를 줄 생각은 애당초 없었다. 정확히는 그와 말 섞는 거 자체가 시간 낭비 같았다. 해서....

“후반전에는 뛰지 않아도 되니까, 당장 짐 챙겨서....집에 가세요.”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제레미는 말 그대로 Go Home, 즉 퇴근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한 사람이 구단주다. 그러니 단순히 집에 가란 소리는 아니었고, 한마디로 제레미는 이 구단에 더 이상 필요가 없으니 떠나란 소리였다. 즉 사실상 방출 통보를 내린 셈이었다.

내 말에 제레미가 내 좌우에 있던 닉 감독과 브래들리 대표를 쳐다봤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말이다. 하지만....그들은 제레미의 눈빛을 의도적으로 피했다.

“....맙소사!”

그걸 보고 제레미도 확신이 든 모양이었다. 자신이 좀 전에 잘려서 뉴욕 시티FC에서 방출 된 것을 말이다.

* * *

갑작스런 백준열의 돌출 행동에 닉 감독과 브래들리 대표는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아직 사인만 안했다 뿐이지 뉴욕 시티FC의 구단주가 될 그의 심기를, 두 사람은 감히 건드릴 수 없었다. 그래서 백준열에 의해 뉴욕 시티FC의 주전 중앙미드필더 제레미 힐이 강제로 방출 되는 꼴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한데....

“여기 유니폼 있죠?”

백준열이 갑자기 닉 감독을 돌아보며 물었다.

“유, 유니폼이요?”

구단주가 왜 뉴욕 시티FC의 유니폼을 갑자기 찾는지 닉 감독으로서 의아하면서도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닉 감독 뿐 아니라 라커룸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턱이 쩍 벌어질 소리가 백준열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선수 하나를 뺐으니까, 누가 그 자리를 메워야 할 거 아닙니까?”

그게 무슨 소리이겠나? 백준열이 좀 전에 방출 통보한 제레미 대신에 자신이 그 자리에서 뛰겠다는 소리였다. 즉 그가 말한 누가가 바로 백준열 본인이란 얘기였다.

“푸훗!”

그때 한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고 있던 제레미에게서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듯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크하하하하....”

제레미는 아주 대 놓고 고개까지 뒤로 젖히며 라커룸 안이 떠나가라 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말고 라커룸 안에 다른 사람들은 다들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그런 제레미를 쏘아보았다. 그리고 제레미를 웃게 만든 당사자, 백준열이 그런 제레미를 보고 말했다.

“웃는 건 자유지만 뉴욕 시티FC 선수가 아닌 사람은 이만 여기서 나가줬으면 좋겠는데....”

그 말에 제레미가 피식거리며 자신의 라커에서 대충 짐을 챙겨, 가방에 욱여넣은 다음 그 가방을 들고 라커룸을 나서며 말했다.

“잘들 해 봐요. 제정신이 아닌 구단주와....”

턱!

“어어....”

콰당탕!

“으으윽.....내 팔....”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제레미가 라커룸을 나서다 백준열 옆을 지나치며 뭐라 말을 하다, 갑자기 뭔가에 걸려 넘어졌는데 하필 넘어진 쪽이 라커룸의 의자가 있은 곳이었다. 그 의자 위로 자빠지면서 팔을 의자와 부딪친 듯 제레미가 잔뜩 인상을 쓴 채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아픈 팔을 들어 보이며 백준열을 쏘아볼 때였다. 백준열이 말했다.

“여기 팀 닥터 없어요?”

그러자 라커룸 한쪽에서 중년 남자 하나가 뛰어나와서 백준열에게 형식적으로 고개를 꾸뻑 거린 뒤 제레미의 팔 상태를 확인하고는....

“아무래도 부러진 거 같은데....빨리 병원에 가야....”

그러며 팀 닥터가 제레미를 데리고 라커룸을 나가려 할 때였다. 백준열이 말했다.

“팀 닥터. 지금 선수들을 버리고 어디 갑니까?”

“네? 하지만 제레미 선수의 팔이....”

“그 제레미 선수는 우리 선수가 아닙니다만?”

그 말에 팀 닥터가 움찔하면서 챙기고 있던 제레미에게서 물러섰다. 그러자 잔뜩 얼굴에 핏발이 선 제레미가 버럭 욕설을 내뱉으며 라커룸을 나갔다.

“XXX....어디 두고 보자.”

그러나 두고 보자는 사람치고 나중에 두고 봐도 별거 없는 사람이 하도 많았기에 백준열은 그 말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때 코칭스태프 중 한 명이 등번호 99번에 이름이 새겨지지 않은 유니폼을 백준열에게 내밀며 말했다.

“혹시 몰라서....예비로 준비해 둔 유니폼인데....”

백준열은 씨익 웃으며 그 코칭스태프가 건넨 유니폼을 받았다. 그리고....

“이왕 주는 거....축구화도 좀....아아....신 가드 랑 스타킹도....”

* * *

나와 브래들리 대표가 뉴욕 시티FC의 인수합병을 두고 한창 얘기 중일 때였다. 급한 연락이라도 온 듯 브래들리 대표의 비서가 그에게 다가와서 귓속말로 뭐라고 하자....

“잠시만....”

브래들리 대표가 내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대표실을 나갔을 때였다. 나는 앉아 있던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서 창가로 걸어가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자식들이 애 먹이는 건 미국도 마찬가지군.”

그럴 것이 좀 전 브래들리 대표가 비서에게 전해들은 얘기가, 바로 그의 아들이 사고 친 것이었으니까. 자세한 얘기까지 비서가 하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보아하니 브래들리 대표 아들이 누굴 때린 모양이었다.

내가 알기로 브래들리 대표는 다른 CEO와 달리 선수 출신이었다. 그렇다보니 중년임에도 체구가 좋았다. 그런 그의 아들이라면 아버지를 닮아서 한 덩치 할 테고. 누구한데 맞는 거 보다 누굴 때리는 입장에 있을 테지. 그래도 얘기가 잘 됐는지 브래들리 대표는 대표실을 나간지 5분 쯤 뒤 다시 돌아왔다.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급한 일이 생겨서....”

“아닙니다. 자아....마저 하던 얘기 이어서 하죠.”

“네. 그러시죠.”

그렇게 나와 브래들리 대표는 앞서 하던 뉴욕 시티FC의 인수합병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얘기를 나눴는데....

똑똑똑!

또 노크 소리와 함께 브래들리 대표의 비서가 또 대표실에 들어와서 브래들리 대표에게 얘기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도 들을 수 있게 말을 했는데....

“이런....”

그게 바로 뉴욕 시티FC와 뉴욕 레드불스의 친선 경기가 앞당겨 진 소식이었고, 우리는 그 경기를 관람하고 나서 인수합병에 관해마저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브래들리 대표와 같이 대표실을 나와서 경기가 열릴 경기장인 양키 스타디움으로 향했는데, 아까 대표실에서 내가 브래들리 대표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내 능력을 사용해서 이곳 구단 사무실 주변을 살폈었다. 그랬더니 뉴욕 닉스의 홈구장인 매디슨 스퀘어 가든의 화장실에서 만날 수 있었던 농구 천재 드라코 블룸처럼, 이곳 양키 스다티움의 화장실에서도 비슷한 원혼의 기운이 감지되었다.

그래서 거기 화장실에 가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양키 스타디움 안에 들어서자마자 그 화장실이 내 눈에 보였다.

“저기....브래들리 대표님?”

“네. 미스터 백.”

“화장실 좀 갔다가 갈 테니 먼저 가시죠?”

“아네. VIP룸은 바로 저깁니다.”

브래들리 대표는 내게 양키 스타디움에서 VIP룸의 위치를 손짓으로 알려주고는 먼저 그쪽으로 갔고 그 사이 나는 원혼이 깃들어져 있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 * *

막상 화장실 안에 들어오니 오줌이 누고 싶어졌다. 해서 지퍼를 내리고 시원하게 오줌을 누는데....

[너, 나 보이지?]

드라코도 그러더니 화장실 안에 귀신이 내게 바로 들러붙었다.

‘넌 누구야?’

그때 화장실 안으로 누가 들어왔길래 나는 속으로 내게 붙은 귀신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 귀신이 바로 대답을 했다.

[나는 호세 가르시아다.]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축구라는 스포츠를 좋아는 하지만 아는 선수는 몇 명 없었다. 국내 선수 두 어 명과 외국 선수 두 어 명. 근데 그 외국 선수 두 어 명 중에 호세 가르시아는 없었다. 그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원혼이 말했다.

[미안할 거 없다. 내가 메시나 호날두 같은 신계의 선수는 아니니까.]

그래도 원혼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사과할 건 하는 게 낫겠다 싶었던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미안. 혹시 축구 선수?’

축구 선수니 축구장에 원혼으로 남아 있는 거겠지만, 혹시 몰라 나는 확인 차 호세 가르시아라는 원혼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원혼이 즉답을 했고 조심스레 내게 물었다.

[축구 선수 맞다. 그리고....혹시 아스날의 무패 우승 신화의 주인공 벵가 감독과 앙리 선수는 아는가?]

-아스날의 벵가 감독과 프랑스 축구 선수 앙리는 알지.

바로 생각나지 않아서 그렇지. 나도 EPL의 강팀들과 거기서 활약 중인 선수들에 대충은 알았다. 내가 벵가 감독과 티아리에 앙리를 안다고 하자 호세 가르시아가 신나하며 말했다.

-그 벵가 감독이 아끼고 앙리 선수에게 무패 우승 신화를 이룬 그 해 어시스트만 8개를 안 긴 CM, 중앙미드필더가 바로 나 호세 가르시아란 말이지. 물론 골도 10골이나 넣었고.

뒷말은 잔뜩 뻐기듯 말하는 호세 가르시아. 그만큼 축구 실력에 관한한 자신감을 넘어서 확신을 가지고 있는 듯한 원혼의 말에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며 속으로 생각했다.

‘농구 천재에다가 축구 천재의 재능까지 더해지면....’

나쁠 거 없겠다고 생각할 때 호세 가르시아가 말했다.

-부탁이다. 네 몸을 빌러서....축구 경기를 뛰게 해 다오. 그럼....

호세 가르시아의 다음 말은 내게 들리지 않았다. 대신 시스템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 울려왔다.

-원혼 호세 가르시아가 승천하기 전 축구 경기를 뛰고 싶어 합니다. 딱 3게임만 축구를 할 수 있다면 드라코의 천부적인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축구 능력을 당신이 획득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받아드리겠습니까?[Y/N]

이번 역시 시스템의 제안은 일반인인 백준열이 일약 세계적인 축수 선수로 거듭 날 수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농구야 키가 있다 보니 직접 선수로 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지만....

‘축구는 다르지.’

지금 내 피지컬로 얼마든지 축구를 하는 게 가능했다. 그렇다면 이건 농구보다 더 매리트가 있는 얘기였고, 무엇보다도 내가 개인적으로 축구를 좋아했다.

그렇다는 얘기는....호세 가르시아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마음먹었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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