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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테이런 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들, 그리고 이곳 코트의 주인이라고 볼 수 있는 선수들이 벤치에 앉거나 그 주위에 서서, 코트 한 가운데 서로 마주보고 서 있는 두 사람을 쳐다봤다. 그때 백준열이 말했다.
“심판은....테이런 코치가 맡죠?”
“아네.”
그 말에 테이런이 호루라기를 챙겨서는 후다닥 코트 한 가운데로 뛰어갔다. 잠시 후 딴에는 심판이랍시고 테이런이 1대 1 매치 시작 전에 유의 사항을 지껄였다.
그걸 한 귀도 듣고 흘리며 제임스가 가소롭다는 듯 준열을 내려다 봤고, 준열 역시 그런 제임스의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올려다봤다.
제임스는 도대체 구단주라는 원숭이 녀석이 왜 자신을 이런 식으로 도발하는지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을 올려다보는 준열의 눈빛에서는, 결코 자신이 질 거라는 생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미친 새끼. 진짜 나를 농구로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제 2의 르브론 제임스라 불리는 자신을 말이다. 네임도 같았기에 제임스도 르브론을 자신의 롤 모델로 생각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를 존경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아무튼....확실히 깨닫게 만들어 줘야겠어.’
제임스는 눈앞의 동양인 구단주에게 농구의 벽을 깨닫게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학생 때 친구들과 어울려 즐기는 길거리 농구와 NBA 농구의 격차가 어느 정도 큰 지를 확실하게 말이다.
“15점을 누가 먼저 올리는 가로 승부를 결정짓는데 둘 다 동의합니까?”
심판인 테이런의 물음에 준열이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테이런이 제임스도 동의하는지 그를 쳐다봤는데 그때 제임스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후훗! 보통의 1대 1에서와는 달리 이 매치는 루저스 볼로 진행하는 게 어떨까요?”
여기서 루저스 볼이란 득점 시 실점을 한 쪽에 공격권이 주어지는 걸 말했다. 그 말은 제임스가 준열의 사정을 봐 주겠다는 얘기였다. 이에 준열이 쿨 하게 대꾸했다.
“뭐가 됐든 나는 다 좋아.”
기껏 준열을 생각해서 나름 배려해 준 건데, 그걸 준열이 진짜 별거 아닌 거처럼 폄훼해 버리니 제임스가 기분 좋을 리 없었다.
“이잌!....수비만 하다 끝날 것을....봐 줬더니....어디 두고 봅시다.”
바득 이를 갈며 말하는 제임스에게 준열이 유들유들하게 웃으며 말했다.
“봐 주긴 뭘 봐줘. 그냥 해.”
“뭐....”
“그럼 루저스 볼로 진행도록 하겠습니다.”
심판인 테이런은 매치 시작 전에 둘의 신경전이 첨예하게 대립하려 들자 재빨리 말했다.
“서로 다치는 일 없이 좋은 경기하길 바라며 선공은....구단주님이 하시는 걸로 하겠습니다.”
원래는 공정을 기하기 위해서 동전을 던져 진행해야 맞으나, 심판인 테이런은 자기 멋대로 공격권을 준열에게 먼저 주었다. 그러자 제임스가 테이런을 쏘아봤지만 그는 끄덕도 않고 되레 테이런을 꼬나보며 말했다.
“왜? 심판에게 불만이라도 있나?”
“....”
제임스는 뭐라 말을 하려다 말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어느 스포츠나 마찬가지지만 심판을 적으로 돌리는 순간 고달파진다. 그걸 알기에 제임스는 안 그래도 자신을 좋지 않게 보는 테이런의 심기를 더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 비록 불만은 있었지만 그걸 내 뱉지 않고 입 안으로 도로 삼켰다.
* * *
심판인 테이런은 자기 할 말이 끝나자 둘을 왼쪽 골포스트 쪽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그때까지 손에 들고 있던 공을....
휙! 척!
준열에게 던졌고 준열은 그 공을 가뿐이 받아냈다. 그리고 바로 트리플 스렛 자세를 취했다.
여기서 트리플 스렛이란 공을 소유한 선수에게 패스와 드리블, 슛의 선택지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를 두고 '트리플 스렛 상황'이라고 간주하는데, 트리플 스렛의 핵심은 공을 받은 시점에서 곧바로 드리블을 하지 않고 가져가는 여러 동작들에 있었다. 이는 곧 잽 스탭, 스탭 오버, 펌프 페이크 등을 통해 상대 수비의 리듬을 빼앗고, 또 상대 수비와의 공간을 확보하는데 주목적이 있었다.
더불어 다양한 콤보 연결, 예를 들어서 잽 스탭, 스탭 오버 이후 드라이브, 헤지테이션, 스탭 백, 스핀아웃 등으로 연결, 보다 효율적으로 공격 작업을 수행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한데 준열이 트리플 스렛 자세를 취해도 정작 그를 막을 상대 수비, 즉 제임스는 그냥 멀뚱히 서 있었다. 그때 준열의 눈치에 심판 테이런이 매치 시작을 알리는 휘슬을 길게 불었다.
삐이이익!
퉁! 퉁!
동시에 준열이 잽스탭 페이크를 준 후 움직였는데 제임스는 여전히 멀뚱히 서 있기만 했다. 그때 준열이 무릎을 굽혔다가 펴며 점프를 했고....
“엇!”
그걸 보고 정작 상대는 제임스는 가만있는데 심판 테이런이 경악성을 터트렸다. 그럴 것이 1대 1이 시작 되자마자, 준열이 이렇게 바로 3점 슛을 쏠 거라고는 테이런도 예상치 못했으니 말이다.
철썩!
한데 더 놀랄일이 벌어졌다. 준열이 쏜 그 3점 슛이 정확히 림을 통과해 버린 것이다.
“스코어 3대 0.”
초반 굳이 스코어를 언급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심판인 테이런이 그렇게 외쳤다. 그때 공을 챙겨 든 제임스가 잔뜩 상기 된 얼굴로 3점 라인 밖, 공격 시작지점으로 나오며 말했다.
“슛 좀 쏠 줄 아네.”
그 말 후 이번에는 제임스가 트리플 스렛 자세를 취했고 준열이 히죽 웃으며 그 앞에 섰다. 그리고 이내 심판의 휘슬이 울렸고 동시에 제임스의 앞발이 준열이 서 있는 왼발 옆을 짚었다.
파파팟!
동시에 제임스의 몸이 준열을 스쳐 지나서 골대로 향했고....
쾅!
그대로 시원하게 골대로 날아올라서 원 앤드 덩크를 작렬 시키는 제임스.
“으아아아아....”
그리곤 골대 밑에서 괴성을 내지르며 포효하는 제임스를 보고 준열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빠르네?”
하지만 그뿐이었다. 이내 공을 챙긴 준열이 3점 라인 밖에서 공격을 시작하려 하자, 이번에는 제임스가 제대로 방어자세를 취하며 그 앞을 막아섰다. 그때 울리는 심판을 휘슬 소리....
파파팟!
“허억!”
준열이 반대로 자신의 앞발을 제임스 오른발 옆에 짚고서는 눈 깜짝 할 사이 제임스를 통과해서 그대로 날았다. 그리고는....
쾅!
“뭐, 뭐야?”
“지저스! 저, 저게 말이 돼?”
“맙소사! 도대체 얼마를 뛰어 오른 거야?”
키가 2미터가 넘은 제임스야 원 핸드 덩크가 얼마든지 가능했다. 하지만 백준열은 키가 190센티에도 못 미친다. 그런 그가 덩크 슛을 터트린다는 거 자체가 믿기 힘든 일인데....
백준열은 원 핸드 덩크 슛을, 그것도 턴 어라운드 상태로 성공 시켰다. 그러니 그걸 보고 있던 코트 밖의 사람들은 다들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미친....개 빠른 거 봤지?”
“제임스....넋 나간 거 봐.”
“하긴....1대 1에서 제임스가 저렇게 쉽게 돌파 당하는 건 처음 봐.”
“근데....저 동양인 뭐야? 저 키에 농구를 왜 이렇게 잘하는 건데?”
“그, 그러게 말이야.”
준열이 보여 준 플레이 한 방에 코트 밖이 시끄러워진 상황에서 준열은 넋이 나가 있는 심판에게 말했다.
“빨리빨리 좀 합시다.”
“네? 아....네.”
심판 테이런은 즉시 공을 챙겨서 그 공을 반쯤 넋 나가 있는 제임스에게 건네며 말했다.
“제임스. 공격해.”
제임스는 얼떨결에 공을 받아서는 3점 라인 밖, 공격 시작 지점으로 나갔고 이내 1대 1 매치가 재개 되었다.
* * *
제임스가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승부욕이 붙은 건 준열에게 두 번째 3점 슛을 허용하고 나서였다.
“스코어 10대 6!”
“뭐?”
제임스는 그 사이 세 차례 공격을 했고 모두 성공 시켰다. 하지만 상대는 선공으로 네 번의 공격을 했고 그 모두 성공했는데 그 중 두 번이 3점 슛. 그 결과 점수차가 벌써 4점이나 났다. 물론 이번 공격에서 제임스가 3점 슛을 성공시킨다면 스코어야 10대 9로 한 점차, 격차로 줄일 수 있었다.
공격자리로 향한 제임스. 그런 그에게 준열이 공을 던졌고 그걸 받은 제임스가 트리플 스렛 자세를 취하며 조용히 상대를 살폈다.
파팟!
그리고 순식간에 이어지는 잽스탭. 제임스는 페이크를 한 번 준 다음 준열을 향해 피식 웃으며 그대로 점퍼를 올렸다. 앞서 준열이 보여주었던 잽스텝 점퍼. 하지만....
“어엇!”
분명 앞서 보여주었던 준열의 점프 높이와 차이가 났다. 마치 2미터 10센티의 장신 센터가 점프한 거 같은 높이에 흠칫 놀란 제임스가 슈팅의 각도를 틀었다. 그 결과는....
텅!
그대로 골대 맞고 튀어 나온 공.
파앗!
그 공을 어느 새 뒤돌아 골대 밑으로 뛰어간 준열이 훌쩍 뛰어올라서 안전적으로 리바운드. 그리곤 몸을 틀어 뛰어 오르며 가볍게 백보드를 맞춰 림 안으로 공을 통과 시켰다.
“젠장....”
10대 9로 따라 잡아야 할 스코어가 졸지에 12대 6으로 더 벌어졌다. 수치스러운 더블 스코어. 다행인 점은 루저스 볼로 매치가 진행 되는 탓에 공격권이 다시 제임스에게 주어진다는 건데....
퍽! 퍼억!
“큭!”
갑자기 적극적인 수비로 제임스에게 달라붙는 준열. 맨 투 맨!
그걸 제임스가 탄력적이면서도 단단한 자신의 몸으로 밀어내며 골대 안으로 밀고 들어가려 했는데....
‘뭐, 뭐야?’
제임스는 깜짝 놀랐다. 여태 농구를 해 오면서 몸싸움에서 밀린 적은 극히 드물었다. 그 만큼 피지컬적으로 누구에게 뒤진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제임스. 그런데 자기보다 분명 키와 체구가 작은 동양인이 몸으로 부딪쳤는데 끄덕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제임스가 뒤로 밀리며 그를 당황케 만들었다.
‘무슨 철벽에 부딪친 듯....’
타앗!
“어엇!”
그리고 그렇게 잠깐 넋이 나갔던 제임스의 손에서 공을 쳐내는데 성공하는 준열. 스틸한 공을 챙긴 준열은 그대로 뒤돌아서 잽스텝 점퍼....
“안 돼!”
철썩!
다급히 준열의 슈팅을 방해하는 제임스. 하지만 그의 수비를 비웃으며 준열이 슈팅한 공은 그대로 림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결과로....
“스코어 14대 6!”
준열에게 매치를 끝내기 위해 필요한 점수는 이제 1점. 반면 제임스는 지금부터 실점 없이 9점을 득점해야 만 매치의 승리를 가져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쾅!
호쾌한 제임스의 원 핸드 덩크가 작렬했다.
“으아아아아!”
덩크 성공 후 괴성의 포효를 내지르는 제임스. 마치 준열에게로 기울어 버린 승리의 추를 자신이 가져 오기라도 한 듯....하지만....
“공 줘.”
루저스 볼의 진행 방식에 따라서 공격권은 준열에게 있었다. 순간 제임스는 깨달았다. 좀 전 자신의 덩크를 준열이 너무 쉽게 허용해 준 이유를 말이다.
“너 설마....”
준열이 그런 제임스를 보고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기는 이기려고 하는 거지. 그리고 나는 승자가 될 거고. 빨리 공 넘겨.”
준열은 잠시 넋나가 있던 제임스에게서 공을 받자마자 빠르게 잽스탭을 밟았다. 그걸 보고 움찔하며 제임스의 무게 중심이 크게 흔들렸다. 준열이 순간적으로 뻗은 발이 잽스텝이 아닌 드리블 돌파를 위한 첫 발이라고 생각해서 그 앞을 막으려고 크게 움직였다가 아니자, 재빨리 다시 제자리로 돌아 온 것인데....그걸로 충분했다.
왜냐하면 이미 제임스의 수비 스탠스가 무너졌으니 말이다. 그걸 놓칠 준열이 아니었고.
제임스의 몸이 왼쪽으로 무너졌을 때, 준열이 오른 쪽으로 드리블 치며 돌파에 성공했고 그대로 노마크 골밑 슛을 성공시켰다.
삐이이익!
그러자 심판 테이런이 매치 종료를 알리는 휘슬을 길게 불고는 일부러 더 큰 소리로 외쳤다.
“스코어 16대 8! 매치 승자는....구단주님....되시겠습니다.”
* * *
“말, 말도 안 돼!”
“진짜....제임스가 졌다고?”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당연한 거지만 코트 밖에서 두 사람의 매치를 쭉 지켜 본 뉴욕 닉스의 코칭스태프들과 선수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럴 것이 다른 건 몰라도 실력하나 만큼은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전부 인정하는 제임스였다. 팀의 에이스란 소리다. 한데 그런 팀의 에이스가....일반인....그것도 그들이 소속 된 NBA구단의 주인에게 깨졌다.
그것도 쪽팔리게 더블 스코어 차이로 말이다. 하지만 그 모든 사람들보다 몇 배는 더 충격을 받은 사람은....바로 당사자인 제임스였다.
“이, 이건 꿈이야.”
제임스는 자신의 얼굴을 꼬집다가 그걸 로도 부족한지 자신의 허벅지를 재차 꼬집었다. 하지만 제발 꿈이었으면 하는 그의 마음과는 달리....아팠다.
“아아....”
절망어린 얼굴의 제임스가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싸며 진심 괴로워 할 때였다.
퉁! 퉁! 퉁!
준열이 얄밉게도 농구공을 튕기며 제임스에게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