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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준열이 뉴욕 닉스의 홈구장 매디슨 스퀘어 가든을 두 번째로 찾았을 때, 그는 뉴욕 닉스의 대표와 마주했다. 사전에 구단 인수를 위한 사전 협상이 이미 있었고 최종적으로 필요한 인수 금액에 대한 조율 문제를, 준열은 뉴욕 닉스의 대표와 직접 담판 지었다.
대주주인 록펠러 가문 쪽에서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뉴욕 닉스를 인수하려는 쪽이 있으면 전향적으로 팔 것을 얘기 해 둔 탓에, 뉴욕 닉스의 대표는 준열이 배 째라는 식으로 제시한 헐값에 어쩔 수 없이 구단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좋습니다. 그럼 인수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죠.”
준열을 화끈하게 그 자리에서 뉴욕 닉스를 인수해 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무능한 뉴욕 닉스의 대표를 잘라버렸다.
“그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일이라도 잘하셨으면 더 두고 봤을 텐데. 아쉽게 되었군요.”
“네?”
“오늘 중으로 대표 자리 비워 주십시오.”
“하지만 새로운 대표가 오기 전까지 구단 경영은....”
“그건 걱정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쪽....”
준열이 손짓으로 가리킨 곳에 뉴욕 닉스의 운영실장이 더글라스가 있었다.
“저, 저 말이십니까?”
“네. 그쪽이 앞으로 뉴욕 닉스 임시 대푭니다. 새로운 대표가 오기 전까지 앞으로 그쪽이 전적으로 뉴욕 닉스 구단을 맡아서 운영해 나가도록 하세요.”
준열이 뉴욕 닉스의 운영실장인 더글라스를 지목해서 구단 경영을 맡긴 건, 사전에 뭘 알아보고 결정한 건 아니었다. 그 말은 이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건데....
‘여기 있는 뉴욕 닉스의 직원들 중에서 저 사람에게서 제일 향긋한 냄새가 나.’
유능한 인재들에게서는 특유의 냄새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준열 주위에 있는 뉴욕 닉스의 직원들 중에서 비슷한 냄새가 나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근데 그들 중에서도 유독 운영실장인 더글라스에게서 그 향이 가장 강했다. 그 말은 NBA구단 경영에 있어서 저 더글라스란 자가 뛰어나다는 얘기였다. 반대로 현 뉴욕 닉스의 대표는....
‘악취가 나. 그것도 구린내가. 그런 자를 더 이상 내 구단에 둘 수는 없지.’
준열은 더글라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당장 대표로 하여금 방을 빼게 하고 그 자리에 더글라스를 앉혔다.
‘이 정도면....나머지는 알아서 하겠지.’
그렇게 준열이 뉴욕 닉스의 인수 문제를 끝내고, 거기에 임시 대표 더글라스에게 힘까지 충분히 실어주고 난 뒤 뉴욕 닉스의 구단 사무실을 나설 때였다.
“응?”
딱 봐도 뉴욕 닉스의 코치로 보이는 자가 헐레벌떡 구단 사무실로 뛰어왔다.
“잠깐....”
준열이 그런 그를 멈춰 세웠다. 아니 정확히는 그의 경호팀원들이 뉴욕 닉스의 코치를 붙잡았다.
* * *
“뭐, 뭐야? 당신들 뭔데....”
“오늘 뉴욕 닉스 인수한 사람인데.”
“네?”
농구장에서 문제가 생겨 허겁지겁 구단 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하러 달려 온 테이런 코치.
그가 구단 사무실 앞에서 자신을 붙잡은 시커먼 정장 차림의 동양인들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그들 정체를 물었을 때, 그쪽에서 나온 대답이 테이런 코치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다.
구단이 곧 누군가에게 매각 될 거란 얘기는 테이런도 들었다. 한데 그 구단 매각이 오늘 막 이뤄진 모양이었다.
“인수라면....새로운 구단주님?”
“그렇소. 한데 그쪽은?”
“이런....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뉴욕 닉스의 코칭스태프로 있는 닐 테이런이라고 합니다.”
테이런은 넙죽 준열에게 인사를 하면서 동시에 손을 내밀었다. 준열은 잠시 그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이내 손을 뻗어 테일런과 악수를 하며 궁금한 걸 그에게 바로 물었다.
“코칭스태프가 구단 사무실엔 무슨 일로?”
“아아. 그게....”
막상 말을 하려던 테이런. 그가 갑자기 말을 삼켰다. 순간 준열이 싹 인상을 썼고 그걸 본 테이런은 움찔하다가 결국 자신이 왜 구단 사무실로 달려 왔는지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러니까 선수 중 한 명이 감독의 지시도 무시하고 멋대로 코트 안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단 거로군요?”“네.”
“그렇다면 감독이 그 선수를 코트에서 내 쫓아 버리면 될 일 아닙니까?”
여느 스포츠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프로 스포츠 구단에서 감독의 권한은 절대적이다. 왜냐하면 선수 출전에 대한 전권이 대개 감독에게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게....”
테이런의 시선이 구단 사무실 안쪽을 향했다. 준열은 그걸 보고 테이런 코치로 하여금 말하는데 눈치를 보게 만드는 존재가 저 구단 사무실 안에 있음을 직감했다. 그래서 테이런 코치가 마음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게 차분히 그에게 말했다.
“지금 한 말로 인해 테이런 코치가 피해 보는 일은 없게 내 조치 할 테니, 이제 그만 말 해봐요.”
“그, 그러시다면....”
테이런은 준열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확답받자 그제야 제대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스카우트 실장이 지금 코트에서 난장을 피우고 있는 선수의 아버지란 얘기로군요?”
“네.”
“해서 그쪽이 스카우트 실장에게 그 얘기를 해 주러 온 거고요?”
“네. 뭐....”
“갑시다.”
“네?”
“코트로 가자고요.”
백준열은 대체 어떤 녀석이기에 감히 감독의 지시도 무시하고 제 멋대로 훈련을 하고 있는지 그 선수의 낯짝이 보고 싶어졌다. 원래라면 구단 고위 직원이 선수단에 개입한 것을 두고 스카우트 실장부터 만났을 터였다.
지금 그가 서 있는 곳에서 단지 몇 걸음이면 구단 사무실에 들어갈 수 있었으니, 그 일부터 먼저 처리하고 그 선수를 비롯해서 뉴욕닉스 선수들을 만나보러 코트에 가는 게 합리적인 움직이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준열은 그러지 않고 먼저 그 선수를 보러 움직였다. 그가 그렇게 한 건 만약을 생각해서였다.
‘그 망나니 같은 선수가....실력자라면....’
뉴욕 닉스를 위해서 잘 구슬려 팀의 성적에 이바지 하게 만들어야 할 테니까. 그게 구단주인 준열이 해야 할 일이었고.
* * *
NBA 드래프트 1픽으로 뉴욕 닉스에 들어 온 최고의 유망주 제임스 하드너. 그는 자신의 소속팀에 전혀 애정이 없었다. 물론 그도 처음에는 노력을 했다. 하지만 꼴찌들의 반란 따윈 없었다. 꼴찌들은 그저 꼴찌들일 뿐이었다.
현재 뉴욕 닉스 선수들에게는 위닝 멘탈리티(Winning Mentality)가 1도 없었다. 운동선수들에게 있어서 자신감이 최고의 에너지인데 말이다. 그래서 제임스는 혼자 하기로 했다. 내년에 끝나는 계약 기간 동안 자기라도 몸을 잘 만들어서 다른 팀에 가서 제대로 뛰어보기로 작심한 것이다.
그런 그에게 팀 훈련 운운하는 감독과 코치의 소리는 그저 개소리에 불과했다. 오늘도 마찬가지. 감독이 팀 훈련에 그를 넣으려 했고 제임스는 그걸 거부했다. 그랬더니 감독이 그보고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려거든 코트에서 나가라고 했다.
“싫은데요.”
“뭐, 뭐라고?”
하지만 제임스는 버텼고 그로인해 감독과 말싸움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다른 선수들이 감독의 편을 들었는데 그런 그들에게 제임스가 말했다.
“실력도 나보다 못한 선수의 말은 듣고 싶지 않은데 말이지.”
“뭐? 너 이 새끼....”
“왜? 나한테 훈계라고 하게? 그러고 싶으면 나랑 붙어 이겨 봐. 그럼 내가 선배 대접 확실하게 해 줄 테니까.”
“....”
하지만 기존 뉴욕 닉스의 선수들 중 누구도 제임스와 1대 1로 붙어서 이길 자신이 없었다.
그럴 것이 제임스는 NBA 드래프트 이전에 이미 수많은 유망주 평가 매체에서 1등을 놓친 적이 없는 괴물 선수였으니까.
큰 키에 큰 발, 긴 윙스팬(벌린 팔 길이)으로 웬만한 장신 센터들도 막기 어려운 타점에서 쏘는 점프슛과 빼어난 기술을 가진 제임스는, 뉴욕 닉스를 구렁텅이에서 빼내 줄 거란 뉴욕 팬들의 기대 속에 입단했다. 하지만 그런 천재 제임스 혼자서 뉴욕 닉스를 바꿀 수는 없었다. 오히려 천재 선수가 뉴욕 닉스라는 패배에 익숙해진 팀에 매몰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 모든 걸 팀의 탓으로 돌렸다.
“없으면....혼자 훈련 하겠습니다.”
제임스는 자신과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기존 뉴욕 닉스 선수들을 피식 비웃어주고는 혼자 훈련을 시작했다. 그런 제임스를 감독은 못 마땅한 눈으로 쳐다만 보다 한심하다는 듯 기존 뉴욕 닉스 선수들에게 말했다.
“그냥 평소 하든대로 지역방어 훈련 시작 해.”
원래는 기존 전술을 바꿔서 의욕적으로 선수들의 훈련을 시킬 생각이었던 감독. 하지만 제임스의 모습을 보고나서 그러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졌다. 생각 같아서는 선수들을 시켜 코트 밖으로 쫓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제임스의 부친이 하필 구단 사무실의 스카우트 실장이다. 그와 틀어지고 싶지 않은 감독 입장에서 제임스를 강제로 코트 밖으로 끌어 낼 수는 없었다.
‘에이 씨....하아아....어차피 올해도 꼴찌....구단에서 재계약 해 줄 거 같지도 않고....’
이제 슬슬 여기를 떠나야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감독은 코트를 빠져 나와서 곧장 감독 실에 들어 가버렸다. 훈련이야 선수들이 하는 거고 그 훈련을 지켜보는 건 감독이 아닌 거기 있는 코칭스태프들이 해도 충분했다.
그렇게 감독 실에 들어간 감독은 곧장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들어가, NBA 구단 중 새롭게 감독을 뽑는 팀이 있는지 협회 홈페이지부터 살폈다. 그때 그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존재가 그가 방금 나온 코트에 모습을 드러낸 걸 꿈에도 모른 채.
* * *
삐익!
“다들 모여!”
준열은 감독이 없는 코트에서 자기들끼리 알아서 훈련 중인 선수들을, 테이런 코치를 시켜 일단 불러 모으게 했다. 그리고 코트 한쪽에 혼자서 드리블 훈련 중인 선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당연히 그 선수는 테이런 코치의 휘슬과 말을 귓등으로 들은 듯 다른 선수들이 모이고 있는 테이런 코치 앞으로 오지 않았다. 아니 그쪽은 아예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걸 보고 준열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놈이로군.”
코트로 오면서 테이런 코치를 통해 제임스란 선수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이 된 준열. 그가 곧장 제임스에게 다가갔고, 그때 테이런 코치는 선수들을 코트 밖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게 했다. 그 사이 혼자 훈련 중인 제임스에게 다가간 준열. 그가 제임스에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이. 너. 실력으로 증명하라고 했다며?”
“뭐?”
그러자 제임스가 훈련 중 방해라도 받은 듯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준열을 쏘아봤다. 그런 그에게 준열이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
“어디 그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좀 볼까?”
그 말을 하면서 준열이 입고 있던 정장 상의를 벗었다. 그러자 바로 그 뒤에 서 있는 경호팀원이 잽싸게 움직여서 그의 상의를 받았다. 준열은 그렇게 벗은 정장 상의를 경호팀원에게 넘긴 뒤 셔츠 양쪽 팔목의 단추를 풀어 팔꿈치 위까지 걷어 올렸다. 그런 그를 제임스가 어처구니 없어하며 쳐다보다가 말했다.
“너 뭐야? 뭔데 나보고 내 실력을 증명하라 말라야?”
“나? 뉴욕 닉스 구단주!”
“뭐, 뭐?”
“구단주로서 내 선수 실력 좀 견식해 보자고. 왜 안 돼?”
“그, 그건....”
제임스가 그제야 시선을 테이런 코치가 있는 쪽으로 돌렸다. 아마도 테이런 코치에게 이게 뭔 일인지 묻고 싶은 모양인데, 선수들 뿐 아니라 코칭스태프들에게도 미운털이 잔뜩 박힌 제임스다보니, 테이런 코치도 제임스와 눈이 마주쳤지만 그를 도울 생각이 없는지 홱 시선을 딴 쪽으로 돌려버렸다.
“쳇!”
결국 어쩔 수 없이 제임스가 준열을 스쳐 지나며 테이런 코치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그에게 물었다.
“쟤....구단주라는데 맞아요?”
어느 새 그의 뒤를 따라 코트에 들어가서는 구두를 벗고 농구화로 갈아 신고 있는 준열을 턱 짓으로 가리키며 제임스가 묻자....
“....맞아!”
힐끗 준열의 눈치를 살피던 테이런 코치. 그가 농구화로 갈아 신은 뒤 가볍게 점프하고 있던 준열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걸 보고 마지못해 대답을 해 주었다.
“허얼....”
테이런 코치가 맞다고 하자 제임스가 자기보다 한 뼘은 작은 코트 안의 동양인을 돌아보며 뭐라 말을 하려다 말며, 이내 발걸음을 코트 안으로 옮겼다. 그렇게 코트 안으로 쭉 걸어 들어간 제임스가 뜀뛰기 후 가볍게 몸을 풀고 있는 준열에게로 다가가서 말했다.
“내 실력을 보고 싶은 거라면 저기 있는 뉴욕 닉스 선수들과 내가 붙는 걸 보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구단주님?”
그러자 준열이 그 말에 힐끗 제임스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니. 너 같이 팀워크나 깨는 골빈 놈은 나도 이길 수 있어.”
준열의 그 말에 제임스가 제대로 빡 쳤다.
“구단주님. 제대로 저를 도발하셨군요. 좋습니다. 어디 붙어 봅시다.”
그렇게 뉴욕 닉스의 새로운 구단주와 삐뚤어진 천재 선수 간의 1대 1 매치가 성사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