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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816화 (81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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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김 비서도 그런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복수 대상인 유재섭은 불법적으로 지금까지 부와 권력을 쌓아왔다. 따라서 그걸 증명하는 과정에서 그가 감옥에 들어가는 거야 인지상정할 일이었고. 한데 지금 백준열이 하는 말은 그녀의 그 생각의 범주를 훌쩍 뛰어 넘고 있었다.

“그, 그러니까 유재섭의 살인죄를 증명할 확실한 증거가 있단 거네요?”

-맞아. 그뿐만 아니라 그놈이 살인을 사주한 증거들도 많이 있어. 이거 잡혀 들어가면....아마 평생 못 나올 거야. 어때? 이 정도 복수는? 그걸로 영 부족하면....

“아뇨. 부족하지 않아요. 그 놈이 평생 감옥에서 자신의 죄를 속죄하고 사는 것 정도면....복수로 충분해요.”

김 비서도 직감하고 있었다. 이 이상의 복수라면 피를 봐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럴 생각이었으면 벌써 손을 썼을 그녀였다. 백준열과 같이 일하면서 그쪽으로도 나름의 인맥을 형성해 두고 있었던 김 비서였으니까.

그렇지만 그녀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유재섭 같은 악마가 된다면 돌아가신 부모님이, 하늘나라에서 슬퍼하실 거 같아서 말이다.

-좋아. 그럼 유재섭을 감옥에 처넣는 건 내가 알아서 하지. 그래도 될까?

“네?”

백준열의 그 말에 김 비서는 잠깐 당혹스러웠다. 왜냐하면 그가 그녀에게 동의를 구했기 때문에. 평소의 백준열이 보일 수 있는 반응이 아니라서 말이다. 그에게 있어서 김 비서는 한낱 노예일 뿐이었다. 근데 주인이 노예에게 동의를 구하다니....

-김 비서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이건....내 진심이야.

“아아....”

김 비서는 백준열의 말에 완전히 무너졌다. 그 동안 그에게 가졌던 악 감정의 벽이 우르르....

잠시 뒤 김 비서가 살짝 격앙된 어조로 백준열에게 말했다.

“대표님 귀찮게 해드려서 죄송한데....그놈 제대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주세요.”

-알았어. 평생 감옥에서 썩다가 그 안에서 죽게 만들어 주지.

그 말 후 백준열이 먼저 전화를 끊었고, 김 비서는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듯, 한 동안 핸드폰을 귀에 계속 대고 있었다. 그때였다.

♬♬♭♩♪~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고 흠칫 놀란 김 비서는 누구 전화인지 확인하고서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다 처리 했습니다. 이제 집에 오셔도 됩니다.

그녀를 구해주고 이곳 도심 공원에 내려 준 자의 그 말에 김 비서가 진심을 다해 말했다.

“네. 그럴게요. 그리고....고마워요.”

-뭐....제 할 일을 한 거뿐입니다.

쑥스러운 듯 그 말 후 먼저 전화를 끊는 남자. 그런 그가 좀 귀엽다는 생각을 하면서 김 비서는 도심 공원을 벗어나서 큰 길로 움직였다. 마침 택시 한 대가 인도 옆 차도의 갓길에 멈췄고, 거기서 손님이 내리는 걸 본 김 비서가 쪼르르 그쪽으로 달려가서, 빈 택시에 타고는 자신의 오피스텔로 향했다.

* * *

김 비서와 통화 후 나는 잠시 고심했다. 그녀의 복수를 어떻게 처리해 줄지를 두고서 말이다. 그 결과....

“이 실장님. 접니다.”

-네. 도련님. 근데 저도 정말 모릅니다.

나는 삼명그룹의 이동훈 비서실장의 도움을 살짝 받기로 했다. 한데 막상 그에게 전화를 했더니 뭔 엉뚱한 소리를 했다.

“내가 뭘 물어 볼 줄 알고 모른다는 겁니까?”

-그야....언제 한국으로 들어올지 회장님의 복심을 묻고 싶어서 전화 하신 거 아닙니까?

“아닌데.”

-아아....그럼 무슨 일로 저를 찾으신 건데요?

“누구 좀 감옥에 처 넣어줬으면 하는 자가 있어서요. 증거가 워낙 확실해서 넣는데 어려움은 전혀 없을 겁니다. 대신 확실하게....그 죗값을 치르게 만들어 줬으면 합니다.”

-그런 일이라면 저희 쪽 법무팀장이 전문입니다. 그 확실하다는 증거를 보내주시면 바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역시나 시원시원하게 일처리를 잘하는 이 실장이었다. 그래서 더 묻기 그랬다.

백승렬 회장이 언제까지 나를 미국에 묶어 둘지를 말이다. 하지만 나도 미국에서 하고 싶은 일이 최근 생겼다. 그래서 그 일을 하면서 천천히 백승렬 회장의 의중을 파악해 보자는 쪽으로 생각을 정리한 상태.

“증거 넘겨 줄 사람이 곧 그쪽으로 갈 겁니다.”

나도 일을 질질 끄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 철수에게 얘기해서 이 실장에게 바로 그 증거 자료들이 들어 있는 USB를 넘기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이동훈 실장은 내 말에 알았다며 나름 위로랍시고 말했다.

-회장님이 왜 그러시는지 알아내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이동훈 실장과 통화를 끝낸 직후, 나는 바로 내 전담 해결사 철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철수는 마치 양태석처럼 전화 연결 음이 세 번을 울리기 전에 재깍 내 전화를 받았다.

“그 USB말인데....”

나는 철수에게 지금 즉시 유재섭의 살인죄를 증명할 증거 자료가 들어있는 USB를 삼명그룹 본사 이동훈 비서실장에게 가져 다 주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철수의 계좌로 수고비 명목으로 3천만 원을 꽂아 넣어주었다. 그 사이 나를 태운 차량이 오전 뉴욕 닉스 구단에 이어서 뉴욕 시티FC 구단이 있는 양키 스타디움에 도착했다.

“어서 오십시오.”

뉴욕 시티FC 구단 측에서는 사장과 임원들 뿐 아니라 감독이 닉 쿠크까지 나와서 나를 맞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닉 쿠크 감독이 자신 있게 내게 말했다.

“메이저 리그 사커의 수준이 결코 타 리그에 비해 떨어지지 않음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닉 쿠크 감독은 30분 뒤에 뉴욕 시티FC와 같은 동부컨퍼런스로, 또 같은 뉴욕을 연고지로 하고 있는 뉴욕 레드불스와 친선 경기가 있을 예정임을 내게 밝혔다.

“오호! 그래요?”

당연히 나로서 흥미가 생겼고 덕분에 정작 뉴욕 시티FC 구단의 사장인 브래들리와는 채 10분 정도 밖에 얘기를 나누지 못했다. 해서 본격적인 인수합병에 대한 얘기는 뉴욕 레드불스와의 친선 경기 후에 나누기로 하고, 브래들리 사장과 나는 뉴욕 시티FC와 뉴욕 레드불스의 친선 경기를 보러 뉴욕 시티FC의 홈구장인 양키 스타디움의 관중석, 그 중에서도 VIP석으로 이동, 나란히 같이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았다.

앞서 오전에 뉴욕 닉스 구단에서 구단 인수를 결정짓고 나서 홈 경기장인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 간 나는 제법 흥미로운 경험을 했었다. 해서 이곳에서도 그와 같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은근 기대가 되는 게 사실이었다.

* * *

백준열과 통화 후 철수는 세르게이를 데리고 현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 현장의 주인이라고 볼 수 있는 그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리가 다 끝났으니 이제 자기 집으로 돌아가도 된다고 말이다. 근데 그 여자가 갑자기 공손해졌다. 그래서 철수도 더는 냉철하게 말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 마저도 세르게이가 듣기에는 툴툴거리는 소리로 들렸단다.

“뭐 어쩔 수 없지.”

그 여자가 그렇게 들었다면 그런 거겠지. 애당초 그 여자에게 관심이 1도 없었던 터라 철수는 쿨 하게 그 여자를 그의 기억 속에서 지웠다. 그때 백준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고....

“네. 대표님....네. 네....삼명그룹 본사요? 이동훈 비서실장....네. 알겠습니다.”

전화 건 상대가 백준열 임을 눈치 챈 세르게이가 막 통화를 끝낸 철수에게 물었다.

“VIP가 뭐래?”

“뭐 좀 어디 누구에게 갖다 주라네.”

“어디가 삼명그룹이고 누구는 이동훈 비서실장?”

“잘 아네. 그럼 저기서 유턴 해야겠지?”

잘 운전하고 있는 세르게이에게 철수가 막 훈계 질을 할 때였다. 철수의 핸드폰에 문자 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 철수는 바로 핸드폰을 확인했고....씨익 웃었다. 그걸 또 귀신 같이 본 세르게이가 말했다.

“또 돈 들어 왔지?”

“어. 수고비로....3천.”

“역시 VIP야. 일 할 맛 난단 말이지.”

지금 들어 온 수고비만으로도 둘이 한 달은 족히 하와이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니 세르게이의 입에 귀에 걸릴 밖에.

“빨리 삼명그룹 본사로 가기나 해.”

그런 세르게이에게 한 소리 한 뒤 철수는 호주머니 속에 넣어져 있던 차키 키링에 매달려 있는 USB를 꺼냈다.

“운이 좋았어.”

그렇게 30분 쯤 뒤 그들이 탄 SUV차량이 삼명그룹 본사 건물 앞에 도착했고....

“갖다 주고 올 테니까 기다려.”

“알았어.”

철수가 차에 세르게이를 두고 혼자서 삼명그룹 본사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로비 안내데스크에서 이동훈 비서실장을 찾았다. 그러자....

“비서실 차재혁입니다. 이동훈 실장님께서 보내서 왔습니다.”

“아네. 여기....”

철수는 비서실에서 나온 사람에게,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차키 키링에 매달려 있는 USB를 건넸다. 그걸 챙긴 비서가 곧장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하는 걸 잠시 지켜보던 철수도 이내 몸을 돌려서 삼명 그룹 본사 건물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비상 깜빡이를 켜고 정차 중인 세르게이가 모는 SUV차량에 탑승했다.

“오늘 족발에 막국수 어때?”

“좋지.”

둘은 웬일로 한 번에 같이 먹을 저녁 메뉴를 결정 짓고는, 자주가는 단골 족발 집으로 곧장 출발했다.

* * *

조폭 세계에서도 인과응보의 법칙은 적용이 된다. 그게 무슨 소리냐?

바로 내가 상대를 담그려다 실패하면....상대에게 자신이 담가지는 거다.

인천 OB파의 넘버 쓰리 이근석은 넘버 투 정병수를 확실히 담갔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두 시간 전에 그 일을 맡겼던 배형석에게서 정병수를 담갔다고 연락이 왔으니까.

이근석은 크게 기뻐하면 배형석과 그 일을 같이 한 네 명의 신입 조직원들에게 자신이 관리하는 룸살롱에서 한잔 빨라고 했다. 당연히 거기 아가씨들도 붙여주고 말이다. 큰일을 해냈으니 응당 포상을 받아야하지 않겠나?

그래놓고 이근석은 서울에서도 유명한 룸살롱을 찾았다. 거기 여자들이 죽여줘서 말이다.

“크하하하하....이제 정제새끼만 뒈지면....OB파는 내거다.”

이근석은 정말이지 기쁜 마음에 실컷 술을 마셨다. 여자도 두 명을 불러서 양쪽에 끼고서....

“너희들....2차 가는 거다? 알았지?”

평소의 이근석이라면 한 여자만 초이스 해서 적당히 마시고 2차로 호텔에 가서 그 여자와 제대로 빠구리를 즐겼을 터. 하지만 오늘의 이근석은 좀 더 화끈하게 놀고 싶었다. 그래서 호텔에 가도 두 여자를 다 데리고 가서 2대 1로 즐겨 볼까 했다.

“오호호호호. 알았어. 오빠.”

“그나저나 이 오빠....우리 둘을 감당할 수 있으려나 몰라.”

이근석은 놀 줄 아는 여자를 좋아했다. 물론 얼굴 예쁘고 몸매 죽이는 건 기본으로 깔고서 말이다. 그런 스타일로 이근석이 고른 두 여자는 사실 이곳 룸살롱의 에이스들. 그렇기에 그녀들을 끼고 노는 데만 천만 원을 깔고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이근석은 그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무엇보다 오늘이 어떤 날이던가? 그가 여태 사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오늘 같이 기쁜 날은 처음이었다. 그런 좋은 날 돈 좀 쓴다고 뭐가 아깝겠나? 오늘 술값이야 인천에서 관리하는 이근석의 업소의 하루 매출이면 뒤집어쓰고도 남을 터.

그렇게 양주 5병을 비운 뒤 취기가 많이 오른 이근석. 그는 여기서 더 마셨다간 꽐라가 되어 두 여자와 그 짓도 못할 거 같자....

“자자. 여기까지....이쯤에서 시마이하고....우리 2차 가자.”

여자들도 혼자 온 이근석에게 충분히 술은 팔아먹었다고 생각했던지 더 술 마시자는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그래서 이근석은 곧장 룸 밖에 대기 중인 자신의 수하들에게 외쳤다.

“야! 아무나 들어 와봐.”

이근석이 그렇게 자신의 수하를 불러서 자신의 카드를 내줘 이곳 계산을 먼저 시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

묵묵부답....이근석이 불렀는데도 밖에 대기 중인 그의 수하 중 누구도 룸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뭐야?”

순간 이마에 주름이 깊게 팬 이근석이 벌떡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고, 버럭 욕설을 내뱉으면서 씩씩대고 룸의 문 쪽으로 걸어갔다.

“야이. 씨발....XXXX....뭐하는 데 내가 불러도...."

그리곤 벌컥 룸 안에서 밖으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문밖에 대기하고 있어야 할 그의 수하들은 거기 한 명도 없었다.

“어....이것들 다 어디 갔어?”

이근석은 혹시 자신이 취해서 헛것이 보인 건가 싶어서 두 손으로 얼굴에 마른세수까지 했다. 하지만 그래도 달라진 건 없었다. 그때였다. 그를 따라 룸 밖으로 나온 두 여자들.

“어라? 이 오빠 따까리들 다 어디 갔지?”

“그러게. 담배 피우러 나갔나?”

그때였다. 이근석의 귀에 아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근석이 무슨 좋은 일이 있나 봐?”

그 말을 듣는 데 제법 취한 이근석의 등골이 갑자기 서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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