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811화 (80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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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철수가 그 SUV차량의 차문을 열며 김 비서에게 말했다.

“타십시오.”

철수는 김 비서를 먼저 SUV차량 뒷좌석에 태운 뒤, 자신은 운전석의 세르게이 옆 조수석에 가서 탔다. 그러자 SUV차량이 알아서 출발을 했고 김 비서의 오피스텔에서 10여분 쯤 떨어진 도심 공원의 주차장에서 멈춰 섰다. 그러자 조수석의 철수가 뒤돌아 뒷좌석에 앉아 있던 김 비서를 보고 말했다.

“김 비서님이라고 불러도 될까 요?”

“네. 뭐....”

철수가 누군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라 김 비서는 살짝 경계하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대답했고, 그 대답을 듣고 난 철수 바로 자신의 할 말을 마저 이어서 말했다.

“여기는 안전하니까 산책 좀 즐기고 계십시오. 그 사이 저희가 김 비서님 주변을 깨끗이 청소해 드릴 테니 말입니다.”

김 비서도 지금 철수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진 않았다. 백준열의 비서 노릇을 하면서 온갖 더러운 일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그녀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건 자신의 일이었기에 양태석과 관련 있는 자의 도움을 받는 게 일단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그러실 필요 없어요. 구해주신 건 고맙지만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하지만 철수는 김 비서가 자존심 때문에 하는 말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기 말만 계속 이어서 말했다.

“그쪽이 알아서 했으면 우리가 이렇게 나설 일도 없었겠죠? 그리고 우리도 돈 받고 하는 일이라 돈값은 해야 해서 그쪽 사정 따윈 봐 줄 처지가 못 됩니다.”

그렇게 딱 끊어서 말 한 후 먼저 차에서 내린 철수가 뒷문을 열었다. 그리고 김 비서에게 대 놓고 빨리 차에서 내리라고 턱짓을 했다.

“하아....”

그렇게 기가 찬 김 비서가 차에서 내리자 철수는 쪼르르 조수석으로 가서 차에 탔고....

부우우웅!

SUV차량은 도심 공원 주차장에 김 비서만 덩그러니 내려놓고 휑하니 사라져 버렸다.

“뭐, 뭐야? 저 사람들....”

그런 SUV차량을 잠시 어처구니없이 쳐다보던 김 비서. 그녀는 곧장 자신의 손에 들려 있던 핸드폰을 꺼내서 양태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맞죠?”

김 비서는 양태석이 전화를 받자마자 다그치듯 물었다. 그러자 양태석이 잠시 대답에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네. 맞습니다.

체질적으로 거짓말을 잘 못하는 양태석이었다. 본인도 그걸 알기에 눈치 빠른 김 비서의 물음에 사실대로 대답한 것이다.

“아니. 내가 싫다고....몇 번이나....하아....됐어요.”

김 비서는 지금 자신이 양태석에게 열을 내 봐야 아무 소용없음을 깨닫고 그와 통화를 끝냈다. 그리곤 바로 뉴욕에 있는 백준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백준열은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아....”

탄식과 함께 김 비서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가 공원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백준열에게 몇 번 더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백준열은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가만....”

그때 김 비서는 서울과 뉴욕의 시차가 14시간임이 생각났다. 그러니까 지금 시간이 오후 두시니 뉴욕은 지금 딱 자정이었다. 보통 사람은 이 시간에 잠을 잤다. 물론 백준열이 보통 사람은 아니지만....

그가 딴 여자와 그 짓거리를 하고 있다면, 김 비서가 지금 아무리 전화한다고 해도 백준열이 그 전화를 받을 리 없었다.

그걸 알기에 김 비서는 더는 백준열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 대신 이따가 여기 자정 쯤 백준열에게 전화하면 그때 뉴욕은 낮 10시일 테고, 아마도 그때에는 백준열이 그녀의 전화를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해서 김 비서는 그 동안 사태 추이를 지켜보다가 자정이 되면, 그때 백준열에게 전화를 해서 따질 생각이었다. 왜 자신의 허락도 없이 양태석을 시켜서 자신이 하려는 일을 방해하는 지 말이다.

* * *

평소 일찍 일어나는 편인 양태석. 그는 늘 하던 패턴대로 조깅을 하고 헬스까지 마친 뒤, 사우나를 즐기고 나서 아침을 먹었다. 그때 시간이 아침 8시였다. 그러니 그 일련의 과정들을 다 하려면 양태석은 적어도 아침 6시에는 일어나야 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고 양태석은 조직의 총 보스로서 부지런한 마음가짐으로 일하라는 의미로다, 조직원들에게 나름 본보기를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총 보스가 아침 9시에 칼 출근을 해서 조직을 돌보는 데 누가 감히 딴 마음을 먹겠나? 하여 태석파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도 그 조직의 결속력 하나는 그 어떤 조직 보다 단단하고 끈끈했다.

“우걱우걱....쩝쩝쩝....”

대식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침은 꼭 챙겨 먹는 편인 양태석. 그가 아침 식사를 끝내 갈 무렵이었다.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누구 전화인지 확인할 것도 없이 그 전화를 바로 받았다.

“여보세요? 뭐? 으음....알았다.”

무슨 전환지 그 전화를 받은 양태석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는 곧장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는데 제법 길게 키패드를 눌렀다. 딱 봐도 국제 전화....

“대표님. 접니다. 네. 김 비서 말인데....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알려주신 번호로 전화하겠습니다.”

그렇게 지금 뉴욕에 있는 백준열과 통화 후, 양태석은 백준열이 알려 준 김 비서를 돕기로 했다는 자들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위험에 처한 김 비서를 구하라는 말을 전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뭐....그분이 인정한 자들이라면....어련히 알아서 할까.”

양태석은 자기 할 일을 다 했기에 더는 김 비서 일은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식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태석파 총 보스로서의 오늘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원래 태석파의 영역은 서울시에 국한 됐었다. 하지만 최근 양태석은 생각을 바꿨다.

밀수와 관련해서 인천항만과 공항을 이용하면서 인천을 비롯해서 경기도 권역으로 조직의 영역을 넓힐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 말은....

“인천은 유석파와 OB파, 불곰파, 그리고 경기도는 수원의 현일이파와 의정부에 동구파 정도만 정리하면 나머지는 알아서 저희 밑으로 들어 올 거로 보입니다.”

이미 그쪽에 대한 분석이 끝난 상황. 실제 인천의 경우 OB파의 보스인 구정제가 수감 중인 상태였는데, 그 밑에 조직 간부들과 은밀하게 접촉해 본 결과, 구정제만 어떻게 해 주면 간부들이 태석파에 합병하겠다며 암묵적으로 서로 간 소통이 있었다. 그 말인즉 감옥에 갇혀 있는 OB파 보스 구정제를 태석파에서 제거해 달란 얘기였고, 그걸 양태석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양태석이 그렇게 한 건 그 만큼 믿을 만한 구석이 있었기 때문. 그건 바로....

“김훈 대표. 오랜 만이야?”

-그러게. 연락 주고받은 지 한 달도 넘은 거 같은데?“

“한 달이 뭐야. 두 달이 다 되어 가구만....”

-벌써 그렇게나 됐나? 뭐 그래서 왜 전화 한 건데? 양태석 총 보스님께서 나 같은 놈의 안부나 물어보려고 전화한 건 아닐 테고.

“그야 비즈니스 때문이지. 그쪽이 잘하는 그 일 좀 부탁하려고.”

-그래? 안 그래도 슬슬 실적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걱정 되던 차였는데 잘 됐네. 누굴 처리해 줄까?

“교도소에 있는 놈 하나 제거 해 줘.”

-교도소라....혹시 조폭 두목?

“맞아.”

-그쪽은 좀 까다로운데....

“이거 왜 이러실까? 명실상부 국내 최대 처리자 에이전시 대표님께서 말이야.”

-교도소에서 조폭 두목이 왕인 거 양태석 총 보스님께서 누구보다 잘 아시면서 이러시네. 해서 어디 들어가 있는 누군데?

“대전 교도소. 인천 OB파 구정제.”

-뭐? 대전? 거기다 OB파면 조직원만 100명이 넘는 데잖아? 쯧쯧....힘들어. 거절할게.“

“그럼 구정제를 안양 교도소로 옮겨 놓을게. 어때?”

-그러면 또 얘기가 달라지지. 근데 그럴 빽이....아아....있구나. 미안.

“안양 교도소에서는 가능하다고 받아드려도 되지?”

서울과 가까운 안양 교도소는 아무래도 김훈도 인맥이 있을 거 같아서, 양태석이 즉석에서 생각한 말이었는데 그게 먹히자 양태석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그래. 안양 교도소로 이감 시키면 연락 해. 즉시 처리해 줄 테니까.

“그러지.”

-근데....백준열 대표....미국에 있다며?

“어. 지금은 뉴욕에 계셔.

-뉴욕이라....쩝....전화 한 번 해야겠네.

“그러던지.”

김훈이 백준열에게 볼 일 있는 거 까지 양태석이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알아봐야 도움 될 것도 없고. 해서 양태석은 김훈과 볼 일 다 보자 바로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자신의 핸드폰에 저장 된 번호 중 한 곳으로 전화를 걸었다.

-뭡니까?

그러자 딱딱한 어조로 전화를 받는 상대. 그 상대에게 양태석이 살짝 굽실거리며 말했다.

“이 실장님. 부탁이 있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그러니까 그 부탁이 뭔지 말하라고요.

전화 할 때마다 자신을 까칠하게 대하는 상대. 그는 바로 삼명그룹 비서실장인 이동훈이었다.

백준열이 미국에 가면서 양태석에게 이동훈의 연락처를 알려주면서, 필요한 일 있으면 이동훈 실장에게 다이렉트로 연락하라고 한 것.

“대전 교도소에 있는 죄수하나를 안양 교도소로 이감을 좀....”

-그쪽 일을 처리 해 줄 사람을 보낼 테니 그 사람과 얘기해요.

“네. 고맙....”

뚜뚜뚜뚜뚜뚜....

고맙다는 말을 채 다 하기도 전에 먼저 전화를 끊어 버리는 이동훈 비서실장. 아마도 그의 입장에서 조폭 따위와 이렇게 전화 통화 하는 거 자체가 싫을 만 했다. 하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 양태석은 좀 서운했다. 그래서 자신을 진정으로 인간 대우를 해 주는 백준열이 빨리 한국으로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보통 교도소에는 조폭들이 득세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유야 당연히 밖에서 나름대로의 범죄 쪽으로 인맥이 이미 있는데다가 그 숫자도 많기 때문.

조폭들의 경우 직접적인 안면이 없더라도 워낙 사교성이 좋아서 한 다리 걸치면 형님 동생 할 수 있게 되는데다가 숫자 자체가 많으니....

조폭들은 말 그대로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무리들이다 보니, 교도소 내에서도 단결력이 좋을 수밖에 없는 것.

이렇다 보니 어지간한 경우에는 일반 수감자들보다 서열이 높은 편이고, 두목 급의 인물일 경우 작업장에서 지도 반장 등의 직책을 부여 받는 게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

그로인해서 비조폭 재소자들이 핍박 받는 경우가 많은데, 교도관이 일일이 통제를 못하니 결국 이들의 득세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

대전 교도소도 다른 교도소와 다를 게 없었다. 인천 OB파의 보스인 구정제는 손을 쓰긴 했지만 결국 서울, 경기, 강원 권을 벗어난 대전 교도소에 수감 되었다. 하지만 조폭 두목들 중에서도 인천을 주름 잡는 거대 조직의 두목인 그를 교도소 측에서도 나름 배려를 해주어서, 주방에서 지도 반장으로서 편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 봐야 감옥이 아니던가?

“어떻게 됐어?”

“죄,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그 년놈들....중국으로 튄 거 같습니다.”

“뭐? 이런 씨발....”

면회실에서 조직의 간부와 얘기 중이던 구정제가 발작적으로 몸을 일으키자....

“2345번. 뭐야?”

교도소에서는 자신의 이름인 구정제로 불리지 않았다. 수감자 번호로 불리지.

“아, 아닙니다. 그냥 좀 놀라서....”

발끈한 구정제는 써늘한 교도관의 말이 귀에 들리자 바로 굽실거리며 꼬리를 내렸다.

“면회실 규칙 잘 지켜. 수틀리면....면회실 출입 금지 당하는 수가 있으니.”

“네. 조심하겠습니다. 교도관님.”

억지웃음을 지으며 교도관에게 연신 굽실대던 구정제. 그가 도로 자리에 앉으면서 맞은편에 긴장한 얼굴로 앉아 있는 자기 조직 간부에게 말했다.

“그 연놈들 없으면....지금 나 여기 계속 있으라고?”

“중, 중국으로 애들 보내서 반드시 그 연놈들 잡아오겠습니다.”

“3달이야. 나 그 이상은 못 견뎌. 만약 그 안에 년 놈들 잡아서 날 여기서 못 빼내면....너와 병수가 책임 져야 할 거야.”

“형, 형님....”

“빨리 인천 가서 병수 새끼하고 잘 좀 해 봐라. 어? 내 손에 둘다 뒈지기 싫으면....”

그 말 후 자리에서 일어난 구정제는 면회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런 구정제를 넋 놓고 쳐다보고 있던 조직의 간부. 그가 질끈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진짜 벼랑으로 내 모네.”

조직의 간부는 이내 몸을 일으켜서 교도소를 빠져 나와 인천으로 향하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뭐꼬?

“뭐긴. 나지.”

-니가 누군지 몰라서 물은 줄 아나? 왜 전화 했는데?

“병수야. 나 지금 대전 왔다가 인천으로 올라가는 중이다.”

조직 간부의 인천이라는 말에 인천 OB파의 2인자인 정병수가 흠칫 놀라며 말했다.

-대전이면....근석이 너....형님 보러 간 거냐?

“어. 형님이 오라고 해서 왔는데....”

조직 간부, 그러니까 인천 OB파의 3인자 쯤 되는 조직의 핵심 간부 이근석이 좀 전 면회실에서 OB파 보스 구정제가 한 말을 그대로 정병수에게 얘기했다. 그러자....

-씨발. 그 연놈들을 끌어 들여서 개지랄 떨다가 감방 간 게 우리 잘못이냐?

“문제는 3달 뒤다. 자기 한 말은 꼭 지키는 형님 아니냐?”

-그래서?

“우리가 뒈지지 않으려면....형님이 가셔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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