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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쥬리의 몸은 절정에 뿅 간 상태에서, 거친 물결에 나뭇잎 배처럼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러다가....
철퍼덕!
준열이 잡고 있던 그녀 옆구리 아래 양 골반에서 손을 떼자, 침대 위에 맥없이 널브러지는 쥬리. 딱히 목적이 있어서 쥬리와 빠구리를 한 게 아닌 터라, 사정한 뒤 준열은 그런 쥬리를 더 이상 건드리지 않았다.
한 번의 사정으로 그의 발기했던 말자지도 이미 원상태로 돌아가 있는 상태였고.
“휴우....”
한숨과 함께 침대에서 빠져 나온 준열은 곧장 욕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가 씻고 나왔을 때....
“으으으음....드르렁 드르렁....”
쥬리가 침대에서 이불까지 덮고는 아주 코까지 골며 잘도 자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깨우지 않고 준열은 조용히 그녀 방을 나왔다. 그리곤 냉장고로 가서 캔 맥주 하나를 따서 창가 앞에서 뉴욕의 새벽 도심에 밤거리를 감상하며 천천히 다 마신 뒤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내일부터는....가급적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보자.”
아까부터 든 생각인데 미국에 오고 나서 준열은 제대로 된 자신의 삶을 살고 있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지 못하고 살고 있으니까. 그 말은 곧 그가 즐겁지 않다는 소리다.
생각해 보니 이게 다 그가 출장이라는 틀에 묶여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일주일이란 한정 된 시간 동안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준열은 정해 놓은 스케줄에 맞춰 살아왔다. 그래야 그가 미국에서 할 일을 다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한데 그 한정된 시간이 깨져 버렸고 준열은 여전히 틀에 매여 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있었고. 그게 어느 새 내게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 준열이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지 못하니까 말이다.
물론 준열이 처리하는 일에서 만큼은 그가 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 살긴 했다. 하지만 그건 준열의 일과 엮여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한 거고. 정작 그가 하고 싶은 건 이곳 미국에서 한 게 없었다. 그래서 나름 다짐을 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허어....”
눈을 뜨니 아침이었고 머릿속에 오전부터 처리해야 할 일이 생각났다. 결국 또 해야 할 일이 준열이 하고 싶은 것 보다 먼저 떠오른 것이다.
“일 중독인가?”
그 생각과 함께 어차피 처리해야 할 일이기에 준열은 몸을 일으켰고 욕실로 들어가 씻고 자신의 방을 나섰다. 그러자 향긋한 커피 냄새가 제일 먼저 그의 코를 자극했다. 그리고 재잘 거리는 두 여자들의 목소리가 그의 귀를 간질였고.
로얄 스위트 룸의 거실용 공간에 두 여자들이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재잘재잘 잘도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때 준열이 거기로 들어서자 두 여자들이 반갑게 나를 맞았다.
“준열. 굿모닝!”
“커피 마실래요?”
“좋지.”
준열은 두 여자들과 같이 커피를 마셨고 그 사이 타미라가 룸서비스로 주문한 조식이 배달되어 왔다. 그들은 맛있게 식사를 했고 식사 도중 쥬리가 준열에게 물었다.
“오늘 바빠요?”
“어. 오전, 오후에 중요한 미팅이 잡혀 있어.”
준열이 바쁘다는 말에 쥬리가 힐끗 타미라를 쳐다보더니 이내 그를 향해 말했다.
“그럼 타미라와 같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가도 되죠?”
“당연히 되지.”
리암의 비서 노릇을 하기 전 쥬리는 큐레이터로 뉴욕에서 일했다고 했었다. 그런 만큼 미술과 전시 쪽으로 바싹한 그녀라서 준열은 그녀의 작품을 보는 눈을 믿었다. 그래서....
“보는 것만으로 되겠어? 몇 작품 사도록 해.”
“정말요?”
쥬리에게 자신의 블랙 카드를 건넸다. 한도가 정해져 있지 않은 블랙 카드를 준열에게서 받으며 쥬리의 눈이 반짝 빛났다.
“고마워요.”
그렇게 식사를 끝내자마자 준열은 경호팀원들을 둘로 나눠서 반은 그의 두 여자들을 수행하게 하고, 나머지 반을 데리고 오늘 오전 그의 일정대로 NBA 뉴욕 닉스의 홈구장인 매디슨 스퀘어 가든으로 향했다.
* * *
지금은 자신의 이름보다 김 비서로 더 많이 불리는 김혜인.
그녀는 자신의 부모님을 사고로 위장해서 살인하고, 멍청한 삼촌을 이용해서 기어코 가족의 선산을 차지한, 그 철천지원수 놈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 자신의 영혼을 백준열에게 팔았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그 복수를 하기 위해 그 동안 짜 놓은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하아....”
어떻게 된 것이 그녀가 생각한 대로 이뤄지는 게 하나 없었다. 또한 원수 놈의 영향력은 그녀가 생각한 것보다 더 폭넓고 강력했다. 당장 그녀를 돕기로 한 몇 곳에서 그 원수 이름을 듣자마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못하겠다고 빼는 바람에 그녀의 계획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그러니 나오는 건 한숨 뿐....
그렇다고 진행 중인 계획을 여기서 접을 수도 없는 노릇. 김 비서는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하며 오늘도 자신의 계획대로 착착 일을 진행 시켜 나가고 있었는데....
지이이잉! 지이이잉!
그녀 핸드폰이 울렸고 누구 전화인지 확인한 그녀는 확 얼굴을 굳힌 채 잠시 핸드폰 액정을 쏘아보다 결국 그 전화를 받았다.
“네. 양 상무님.”
-김 비서님. 거기 위험하니 당장 밖으로 나오십시오.
“네?”
-유재섭이 보낸 자들이 지금 김 비서님 오피스텔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지금 그녀가 통화 중인 사람이, 서울의 밤통령으로 불리는 태석파 총 보스인 양태석이 아니었다면 김혜인은 그 말을 믿지 않았을 거다. 거기다 양태석은 그녀의 원수인 유재섭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대표님이 시켰죠?”
-....
눈치 빠른 김혜인이 따지듯 양태석에게 물었다. 하지만 양태석은 그 물음에 침묵했고 이내 그녀에게 경고했다.
-시간 없습니다. 몸만 빨리 나오십시오. 어서요.
김혜인도 같이 일을 해 봤기에 양태석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았다. 그가 급하다면 진짜 급한 거다. 해서 김혜인은 핸드폰만 들고 그대로 자신의 오피스텔 방을 나섰다.
“이쪽으로....”
그때 양태석이 보낸 것으로 보이는 자가 오피스텔 복도에서 그녀에게 다급히 손짓과 함께 앞서 걸어가며 말했다.
“네.”
그걸 보고 그를 쫓아 김혜인이 움직였고 두 사람은 곧장 복도 끝으로 이동해서 그곳에 계단실로 막 들어갔다. 그때였다.
촤르르르!
“저기다.”
오피스텔 엘리베이터문이 열리며 거기에서 내린 7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우르르 김혜인의 오피스텔 방으로 달려갔고....
척! 디로리리리릭!
어디서 구했는지 오피스텔 마스터키를 사용해서 김혜인의 오피스텔 방의 출입문을 간단히 열었다. 그리고 그 오피스텔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고....
“뭐야? 어디 있어?”
“화장실에도 없습니다.”
“잘 뒤져 봐.”
그들은 김혜인의 오피스텔 방을 샅샅이 찾아봤지만 그 안에서 김혜인을 찾을 수 없었다.
“젠장....”
그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방 안에 김혜인이 없자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뭐해? 빨리 나가서 찾아 봐.”
“네. 형님.”
우두머리는 그렇게 달고 온 수하들을 오피스텔 방밖으로 내 보낸 뒤 혼자 남자 호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상대가 전화를 받자마자 먼저 물어왔다.
-어떻게 됐어?
“말씀하신대로 그년 사는 오피스텔에 문 열고 들어왔는데....어디 갔는지 여기에는 없습니다.”
-뭐?
“뭐 잠깐 사러 밖에 나간 거면 곧 들어 올 테니 그때 잡으면 되는데....혹시 눈치 채고 튄 거라면....”
-그럴 리 없어. 그년 눈치 못 채게 내가 얼마나 조심했는데. 아마 근처 볼 일 보러 나간 걸 거야. 들어오는 대로 잡아서 거기로 데리고 와.“
“알겠습니다.”
여기서 거기란 유재섭 소유 건물 중 한곳의 지하 창고를 말했다.
그렇게 통화를 끝낸 우두머리. 그는 오피스텔 창문을 활짝 열고는 식탁 의자에 앉아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리고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는데....그 담배가 5개를 넘어가고 시간도 그가 여기 오피스텔 방에 들어 온지 한 시간이 훌쩍 넘겼을 때였다.
띠띠띠띠띠띠! 디로리리릭! 철컥!
디지털 도어 록에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와 함께 출입문이 열렸다. 그 소리에 우두머리가 히죽 웃으며 막 식탁 의자에서 몸을 일으킬 때였다.
“....”
당연히 들어와야 할 김혜인은 들어오지 않고, 웬 외국인 남자 하나가 오피스텔 방 안으로 들어왔다.
* * *
일본에서 무사히 김포 공항에 도착한 철수와 세르게이. 그들은 같이 온 나나미를 백준열이 미리 예약해 둔 호텔 로얄 스위트 룸에 밀어 넣고 곧장 자신들의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세르게이가 자기 방에 들어가며 철수에게 말했다.
“나 깨우지 마.”
그렇게 이틀 뒤 도저히 배가 고파서 더는 못자겠다며 세르게이가 그의 방에서 나오자, 그런 그에게 철수가 준비해 둔 죽을 건네며 말했다.
“일단 죽으로 속을 좀 달래 줘.”
세르게이는 군말 없이 철수가 건넨 죽을 떠먹었고, 그 뒤 철수가 주문한 음식들이 속속 배달 되어 왔다. 일본에서 먹을 수 없었던 세르게이가 특히 좋아하는 족발에 막국수, 자장면과 짬뽕, 그리고 탕수육까지.
“후루룹....쩝쩝쩝...”
세르게이는 쉴새없이 그 음식들을 먹었고 배가 부르자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 놓으면서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 그런 세르게이를 보고 철수가 물었다.
“더 시켜 줘?”
그러자 세르게이가 대답 대신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곤 다시 몸을 일으켜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며 철수에게 말했다.
“깨우지 마.”
“알았어.”
철수의 대답을 듣고 방으로 들어간 세르게이. 그는 곧장 침대로 가서 그 위에 쓰러졌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드르렁! 드르렁!....”
방밖으로 시끄러운 세르게이의 코고는 소리가 들려오자, 세르게이가 먹고 남긴 음식물을 치우고 있던 철수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진짜 잘 잔단 말이야.”
철수도 피로에 찌들어서 하루 종일 잤다. 하지만 그 뒤로 허리가 아파서 더 못 누워 있겠어서 몸을 일으켰고 그때부터 일본으로 가기 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됐다. 하지만 세르게이는 그보다 하루를 더 자고 깨었고 그런 그를 철수가 살뜰히 챙겼다. 철수가 하는 일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세르게이에 대한 관리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일주일을 푼 쉬고 나자 세르게이도 일본으로 가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바로 그때 그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네. 네....아아....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신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고객이자 든든한 뒷배이기도 한 백준열. 그가 내린 지시를 철수는 흔쾌히 받아드렸다. 그걸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던 세르게이. 그가 통화를 끝낸 철수에게 불쑥 물었다.
“그분은 왜 아직 미국에 있데? 저번 주에 오기로 하지 않았어?”
“그야 모르지. 굳이 알 필요도 없고. 우리야 그분 시키는 일 만 잘 하면 되는 거 아냐? 안 그래?”
“그렇긴 하지. 그래서 그분이 또 무슨 일을 시켰는데?”
“김 비서라고 자기 비서가 있는데. 그 여자 복수를 도와주라네.”
“복수?”
철수의 뜬금없는 꽤나 추상적인 말에 세르게이가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자 그런 그를 보고 철수가 말했다.
“세부적인 건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세르게이 너는 몸 쓰는 것만 해.”
철수의 그 말에 그제야 세르게이의 찌푸린 얼굴이 펴졌다. 아무래도 세르게이에게는 머리 쓰는 것보다 몸 쓰는 게 편 했으니 말이다.
“뭐....그러자고.”
“자아. 그럼 움직여 볼까.”
“지금?”
“어. 김 비서를 노리는 자들이 있나 봐. 그것들부터 처리하고 보자고.”
“쯧....”
귀찮은 티를 팍팍 냈지만 정작 외출복으로 먼저 갈아입고 나온 건 세르게이였다. 그렇게 백준열의 궂은일을 도맡아 해주고 있는 두 해결사들은, 백준열이 보내 준 정보를 참고해서 그들이 손발이 되어줘야 할 상대, 즉 김 비서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로 곧장 차를 몰아갔다.
* * *
김 비서가 사는 오피스텔에 도착한 철수와 세르게이. 운전을 한 철수가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에 차를 주차 시킨 뒤 세르게이에게 말했다.
“넌 여기 있어.”
그렇게 먼저 차에서 내린 철수가 김 비서가 사는 오피스텔의 내부구조를 꼼꼼히 살필 때였다.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누구 전화인지 확인하자마자 철수는 그 전화를 받았다. 비록 백준열은 아니지만 그분이 철수보고 자기 전화처럼 받으라고 한 번호였으니 말이다.
“네.”
-김 비서가 위험하니 오피스텔에서 빨리 빼내시오.
뚜뚜뚜뚜뚜뚜....
자기 할 말만 후딱 전하고 전화를 끊어버리는 상대. 하지만 그 말의 심각성을 바로 인지한 철수는 냅다 엘리베이터로 달려가서 김 비서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 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녀가 있는 방으로 달려갔더니 마침 그녀가 출입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철수는 그런 그녀를 데리고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실로 달려갔고, 계단을 통해서 1층으로 내려가면서 세르게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그러자 세르게이가 퉁명스럽게 그의 전화를 받았고....
“세르게이. 지금 지하에서 차 몰고 오피스텔 입구 앞으로 와 줘.”
누가 들어도 다급해 보이는 철수의 말에 세르게이도 그 심각성을 인식한 듯 즉답했다.
-알았다.
그렇게 철수와 김 비서가 오피스텔 1층 계단실을 통해서 오피스텔 건물 입구를 나가자, 그 앞으로 막 세르게이가 급하게 몰고 온 SUV차량이 멈춰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