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802화 (80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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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김종훈은 내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내 내가 내린 지시를 따르기 위해서 핸드폰을 꺼내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김종훈이 어딘가로 몇 분간 통화를 하는 사이, 내 앞으로 차들이 와서 멈춰 줄줄이 늘어섰다.

그러자 내 경호팀원 중 한 명이 내 앞에 선, 차의 문을 열고 내가 그 차에 오르자 김종훈이 헐레벌떡 뛰어와서, 내가 탄 차 앞쪽 조수석의 문을 열고 타면서 내게 말했다.

“말씀하신대로 윌리 록펠러가 아담 실장의 꼭두각시라고, 거래소 안에 퍼트리게 하긴 했는데....”

“잘했어. 그럼 여기 볼일은 다 본거 같으니 그만 호텔로 돌아가자고. 출발!”

나는 김종훈이 딴 소리하기 전에 차를 출발 시켰다.

“허어....”

과연 내 생각대로 뭐라 말 더 할 말이 있었던 모양인지, 입을 금붕어처럼 몇 번 뻐금거리던 김종훈. 그가 결국 입 밖으로 헛바람을 한 번 내 뱉고는 꾹 입을 다물었다. 그 사이 우리를 태운 차는 출발을 했고....

“....”

잠시 차 안이 정적에 휩싸였다. 굳은 김종훈의 얼굴을 보고 나는 그가 이 일로 삐졌음을 알 수 있었다.

‘나보다 나이도 많은 인간이....쯧쯧쯧....’

그런 속 좁은 김종훈을 보며 내가 속으로 혀를 차고 있을 때였다.

♬♫♩♪~ ♬♫♩♪~

내 핸드폰에 벨소리가 차 안에 시끄럽게 울렸다. 나는 호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누구 전화인지 확인하고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어. 타미라.”

-어디에요?

“지금 호텔로 가는 중이야.”

-그래요?

그리고 잠시 타미라가 전화를 받다 말고 누구와 얘기를 나누는 소리가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왔다. 나는 그게 어떤 상황인지 다 알고 있었기에 핸드폰을 들고 가만히 기다렸다. 그러자....

-쥬리와 막 쇼핑 나가려고 했는데....어떻게 할까요?

타미라가 내게 물어왔고 나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그녀에게 말했다.

“10분 뒤에 호텔 앞에 도착할 거야. 그러니까 내 차 타고 다 같이 쇼핑 나가는 게 어때?”

그러자 내 말을 쥬리에게 전한 뒤 타미라가 말했다.

-좋아요. 그럼 10분 뒤에 우리 호텔 입구에서 봐요.

“그래.”

그렇게 타미라와 통화를 끝낸 뒤 내가 김종훈을 쳐다보자 그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통화 내용을 다 듣고 있었던 그가 눈치껏 경호팀장인 문대식에게 전화를 걸어서 내 변경 된 일정을 얘기했다.

하지만 통화를 끝낸 뒤에 김종훈은 여전히 굳은 얼굴로 앞만 보고 앉아 있었다. 그런 그를 보고 나는 짧게 한숨을 내 쉰 뒤 말했다.

“하아....김 과장. 나하고 내기 하나 할까?”

“네?”

그게 무슨 소리냐며 홱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리는 김종훈. 그런 그에게 내가 말을 이어서 했다.

“아담 실장은 아마 내일 안에 록펠러 가에서 쫓겨 날 거야.”

“뭐라고요?”

내 말에 김종훈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며 나를 황당한 얼굴로 쳐다봤다. 그러던 말든 나는 할 말을 계속했다.

“김 과장이 좀 전에 퍼트린 그 소문 때문에 말이야.”

“....”

내 그 말에 김종훈은 더는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피식 거리고는, 절레절레 고개까지 내 저으며 시선을 정면으로 돌렸다. 그런 그에게 내가 바로 도발하며 말했다.

“왜? 내 말이 틀렸을 거 같아?”

그러자 김종훈이 강경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연하죠. 윌리 록펠러가 고작 그딴 유언비어에 아담 실장을 쳐 낼 리 없잖습니까?”

“보통이면 그렇지. 하지만 윌리는 소시오패스 거든. 그것도 왕좌에 막 오른....”

“네?”

내 소시오패스 발언에 이어서 왕좌란 말에 돌아가 있던 김종훈의 고개가 다시 내 쪽으로 돌아왔다. 그렇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내 말에 대해 불신이 가득해 있었다. 그런 그에게 나는 차분히 설명을 이어나갔다.

“소시오패스는 매우 계산적이고 자신을 잘 위장하며 감정조절이 뛰어나지. 또 인생을 이겨야 하는 게임이나 도박으로 여기며 다른 사람들을 이용할 타깃으로 생각하고 말이야. 한데 그런 녀석도 록펠러 가문의 가주 자리는 처음이거든. 그래서 누굴 믿어야 할지 헷갈린 상태에서 사람들이 일제히 그를 누구의 꼭두각시라고 하면 어떨까? 기분이 확 나쁘겠지? 거기에다가 가주로서 위엄도 이제 슬슬 보여줘야 할 때가 된 거 같고....”

“그, 그래서 지금 대표님의 말씀은....윌리 록펠러가 소시오패스라서 내일까지 아담 실장을 내칠 거라는 얘깁니까?”

내 말을 쭉 듣고 난 뒤 김종훈이 기가 찬다는 듯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즉답했다.

“맞아.”

“하아아....좋습니다. 내기 하죠.”

김종훈은 확신에 찬 얼굴로 내가 제안한 내기를 덥석 받아드렸다.

* * *

준열은 내기로 뭘 걸지를 호텔로 가는 동안 김종훈과 정했다.

“뭐?”

김종훈은 준열과의 내기에 승리를 확신하는 듯 자신의 전부를 걸었다.

바로 미국에서 고생한 그에게 준열이 주기로 한 강남의 건물을 내 놓은 것. 이에 준열은 그가 내기에 이겼을 경우, 건물의 규모를 배로 키워주기로 했다.

즉 김종훈이 준열에게 받기로 한 강남의 건물이 10층짜리니, 20층 고층 건물로 바꿔 주기로 한 것이다. 대신 그가 졌을 경우....

“건물을 주기로 한 것은 없었던 일이 되는 거지. 거기에 이후 주어질 보너스도.”

강남의 10층 건물과 20층 건물 가격의 격차는 크다. 그 크기와 규모가 배가 되었다고 가격이 배가 되는 건 아니니까. 현 강남 10층 건물의 시세는 대략 200=300억 선이면 20층 건물은 1,500억에서 2,000억은 줘야했다. 때문에 준열은 추후 김종훈이 활약을 통해 받기로 한 보너스까지 내기에 걸게 만든 것.

“....”

내가 진하게 웃으며 그 말을 하자 김종훈의 자신만만해 하고 있던 얼굴이 단박에 그늘졌다. 하지만 그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냐.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날리 없어. 내일까지 어떻게 그런 일이....”

김종훈의 아담 실장에 대한 생각은 확고부동했다. 하긴 누가 봐도 이건 김종훈이 유리한 내기였다. 자신의 가주 자리를 공고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유능한 비서실장을 하루아침에 자른다?

그것도 확실치 않은 뜬소문에 말이다. 혹여 그런 의심이 들어도 확인은 해 볼 거 아닌가?

그 확인하는데 만도 하루는 더 걸릴 터. 김종훈은 아담 실장이 내일 안에 록펠러 가문에서 쫓겨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 확신했다.

그때 김종훈의 눈에 호텔 입구가 보였다. 생각 좀 깊게 하는 사이 그들이 묵고 있는 호텔에 다다른 것이다. 호텔 입구 앞에서 차가 멈추자, 김종훈이 제일 먼저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뒤쪽 차문을 열자 그 안에서 준열이 내렸다.

“준열!”

그때 호텔 안에서 두 명의 늘씬한 미녀들이 호텔 밖으로 나오며 준열을 향해 손을 흔들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아. 타지.”

준열은 그런 두 여자들을 먼저 차에 태우고 자신도 그 차에 같이 탔다. 일반 승용차라면 뒷자리에 세 사람이 타면 비좁기 마련. 하지만 준열이 타고 있는 차는 롤스로이스 팬텀이다. 셋이 타도 자리가 남아돌았다.

“일단....메이시스로 가자고.”

내 말에 두 여자가 수긍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뭐래도 뉴욕 쇼핑의 랜드 마크는 역시 메이시스니 말이다.

뉴욕 최고의 쇼핑몰은 10개의 손가락으로 세기에도 부족하다. 뉴욕이 미국 최고의 쇼핑 목적지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니까.

수많은 디자이너 부티크, 하이패션 리테일 아울렛, 세계적으로 유명한 백화점에는 매년 수백만 명의 쇼핑객이 모여들고, 최고급 럭셔리 의류부터 고급 가정용품, 테크 제품에 이르기까지 뉴욕에는 원하는 모든 것이 있었다.

쇼핑으로 갈 곳은 많지만 시간이 한정적이었다. 뉴욕은 넓고 방대해 그 모두 방문하긴 며칠이 족히 필요하니 말이다. 다행이라면 뉴욕의 콘크리트 정글의 한가운데에 이 도시 최고의 쇼핑몰이 일부 자리 잡고 있단 점이다.

그 쇼핑몰에는 수십 개의 유명 브랜드와 고급 디자이너 매장이 밀집해 있어서 한 번 방문으로 여러 매장을 둘러볼 수 있으니까.

그 중 대표적인 곳이 바로 헤럴드 스퀘어에 있는 메이시스의 플래그십 매장이 되시겠다.

그곳까지 차로 30분 정도 걸렸고 쇼핑할 것에 들 뜬 두 여자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를 듣는 동안 시간이 순삭 해버렸다.

“우와! 다 왔다.”

“여기서 내리면 돼.”

메이시스 주차장으로 차가 들어서기 전 차에서 내린 우리는 쇼핑몰 안으로 들어갔다.

* * *

안톤 록펠러를 제거하고 나서 나는 곧장 여자 킬러 타미라를 찾아 나섰다.

“저기군.”

어느 새 날이 훤히 밝은 아침. 여자 킬러 타미라가 있는 곳으로 보이는 게스트 하우스 앞은 벌써 안에서 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보아하니 아침 일찍 뉴욕 투어라고 가려는 모양이었다.

그 수가 10여명이 넘었는데 그들은 먼저 아침 식사부터 하려는 듯 근처 식당으로 움직였다. 그렇게 그들이 빠져나가고 나서, 나는 타미라가 있는 게스트 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안내 창구에 게스트 하우스 직원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곧바로 그곳을 스쳐 지나 계단을 올라갔다.

타미라가 지금 있는 곳은 2층의 끝 방이었다. 나는 2층으로 올라가서 그대로 복도 끝 방으로 걸어갔다. 그때 내 발걸음 소리를 들은 듯 타미라가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나는 두 귀를 쫑긋 세우고 그녀가 내는 소리를 들으며 점점 더 그녀가 있는 방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방문 손잡이를 잡았을 때 그녀의 신형이 문 옆으로 옮겨가는 게 감지됐다. 오른손에 미세하니 뭔가를 꽉 쥐는 듯한 소리도 들렸고. 나는 그대로 연결 동작으로 손잡이를 돌리고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방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쉬릭! 파팟!

그러자 문 옆에 숨어 있던 타미라가 내게 득달같이 달려들며 먼저 팔로 내 목을 휘감았다.

“크윽!”

그에 내가 목에 힘을 주며 버티자 그 사이 드러난 내 옆구리에 그대로 칼을 꽂아 넣는 타미라. 하지만....

척!

그 보다 먼저 내 오른 손이 먼저 타미라가 칼을 쥐고 있는 손목을 잡아챘다. 그러자 흠칫 놀란 타미라가 칼을 쥔 팔에 힘을 줬다. 그 힘이 내 예상을 벗나날 만큼 강했기에 순간 칼끝이 내 옆구리에 닿았다. 그렇지만 내가 「개다리」아이템의 괴력 능력을 사용하자, 그녀의 칼이 다시 내 몸에 닿는 일은 없어졌다. 그리고....

“아아악!”

타미라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동시에....

우두둑!

그녀의 손목 뼈가 아작 나는 소리가 울리고 그녀 손에 쥐어져 있던 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팅!

칼끝이 바닥에 부딪치며 선명하게 금속음을 냈다가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놀랍게도 그걸 본 듯 내 목을 한 팔로 감고 매달려 있던 그녀가, 재빨리 팔을 풀고 밑으로 내려가서는 내 가랑이 사이로 상체를 밀어 넣으면서, 동시에 왼 손을 내 뻗어서 그 떨어진 칼을 주우려 했다. 그러나....

툭!

그녀의 그런 일련의 움직임보다 내가 왼 다리를 움직이는 게 더 빨랐다. 내 왼발이 떨어진 칼을 1미터 정도 앞으로 차버리자 칼을 줍는데 실패한 그녀가 악을 쓰며 팔을 더 뻗었다. 하지만....

그녀의 부러진 오른 손목을 내 오른 손이 계속 잡고 있었기에, 그녀가 용을 쓰며 더 몸을 움직여서 칼을 줍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 손에 잡힌 그녀의 오른 손목이 잘리기라도 한다면 또 모를까 말이다.

그러나 내가 잡고 있는 것만으로 그녀의 손목이 잘릴 리는 없었다. 대신 부러진 그녀의 손목이 그녀의 무리한 움직임으로 인해 옆으로 홱 당겨지면서, 안 그래도 부러진 손목뼈가 어긋나서 손목뼈가 살을 비집고 밖으로 튀어 나와 버렸다.

“끄아아악!”

그 고통이 어떠하겠나? 뒤늦게 그 끔찍한 통증에 타미라가 비명을 내질렀지만 이미 늦었다. 이대로라면 누가 봐도 타미라의 오른 손은 앞으로 정상적으로 쓸 수 없어보였다. 거기에 혈관까지 터지면서 그녀 손목에서 핏물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퍽!

그걸 보고 나는 인상을 쓰면서 손날로 타미라의 뒷머리를 내려쳤다.

처척! 쉬익! 휘리릭!

이어 빠르게 허리끈을 풀어서 그녀의 오른 팔을 묶어 지혈부터 시켰다. 그리곤 「개 알약」아이템을 사용해서 그녀의 팔을 치료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내 눈앞에서 벌어졌다.

먼저 튀어나온 그녀의 부러진 뼈가 그녀의 손목 살 속으로 들어가더니 부러진 뼈가 저절로 맞춰졌다. 그리고 터진 그녀의 혈관이며 힘줄, 인대 등의 섬유다발들이 원상태로 돌아가지더니 마지막으로 찢어진 피부 역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녀의 손목 주위의 핏자국과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는 핏물만 아니었다면, 그녀의 손목뼈가 부러지고 그 부러진 뼈가 밖으로 삐져나온 게 맞는지, 내가 뭘 잘못 본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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